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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

    <58 – 이걸 들으러 오네>

     

    상위권 다툼은 상당히 힘들다.

    아카데미의 상위 2% 학생들 사이에서도 한층 더 순위경쟁을 하는 기프트 아카데미 체력최강을 앞다투는 경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선두를 고집하며 싸웠던 이유는 물론 강의시간의 도전과제 달성을 위해서였다.

     

    [플라톤 교수의 <상급반 체력증진> 강의에서 오미네 산 등반거리가 상위5인에 속했습니다.]

    [강의 내 도전과제 달성으로 추가포인트 500점을 습득합니다.]

     

    포인트는 아무리 모아도 부족하다.

    그렇기에 목숨을 걸고 달렸고 성과를 거두었다.

     

    “동작 그만! 변방의 애송이들, 이 너머로는 돌아갈 수 없다. 우릴 추월하는 놈들은 전부 공격한다!”

     

    문제는 완주를 방해하는 B그룹의 이기적인 학생들이 행동에 나선 것.

     

    “저 녀석, 제국 3대 공신으로 불리는 후라이드치킨 공작가문의 창술사 <호너>야. 듣기로는 세계제일의 창술사인 신창에게 직접 창술도 전수받았대.”

    “옆에 녀석도 후라이드 공작가 밑에서 3대 연속 소드마스터를 배출한 검술명가 치킨마카니 백작가문의 <타타야>잖아.”

    “대륙에 만연한 치킨파벌 녀석들이랑은 절대 엮이면 안 된다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순위를 양보하지 않으면 다 같이 망하자고 싸움을 걸 셈이야!”

     

    호너와 타타야는 단순한 위협으로 그치지 않았다.

    경고를 무시하고 속도를 높이려던 수인격투가 제냐가 어깨를 스치는 공격에 기겁하며 물러났다.

     

    “위험하다냐! 맞을 뻔하지 않았다냐!”

    “맞으라고 한 거다, 이 멍청한 변방의 야만인아. 이번에는 경고였지만 다음엔 정말 찌른다.”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다냐! 교수님이 벌점을 내릴 거다냐!”

    “훗. 우리가 그 정도도 대비하지 않았을 줄 아냐? 진즉에 물어봤다고. 강의 도중에 발생하는 유혈사태는 순위다툼을 위한 경쟁이라면 상관없다고 하셨지!”

     

    이것이 상급반 강의가 위험한 이유다.

    학생만 또라이가 아니라 교수들도 또라이다.

    세상에 학생들이 강의시간에 서로 피를 봐도 넘어가는 교수가 어딨어?

    문제는 이들이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모처럼 알아온 정보를 모두가 듣게 했다는 점에 있었다.

     

    “그으래애?”

    “또 한 놈, 찔리고 싶은 놈이 나왔나?”

    “허억! 자, 잠깐만. 호너. 저 녀석은 곤란해.”

    “뭐냐, 타타야. 쫄기라도 했냐?”

    “저 자식은 진짜 미친놈이라고. 왜, 봤잖아. 지난번에 수강신청 하러 가는 길에 학생을 다섯 명이나 쏘아서 쓰러뜨렸다던 개또라이!”

     

    불처럼 뜨거운 적색의 머리칼에 해적삼각모를 쓴 육지 위의 해적.

    언제 어디서든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진성 트리거해피.

    남장해적 지고쿠가 리볼버로 호너를 겨냥했다.

     

    “피를 봐도 된다는 건 쏴도 된다는 거지? 저질러도 된다는 거지? 그렇지이이??”

    “미, 미친놈!! 총이랑 창은 다르지!!”

    “뭐가 다른데!!!”

     

    탕탕탕!

     

    창으로 총알을 막으며 호너의 발이 늦춰진 사이, 학생들이 서로 앞질러 달려 나가며 서로 자신보다 앞에 있는 이들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도착점 근처에서 모두가 보았던 소란이 시작된 계기가 바로 이것이었다.

     

    ‘와. 진짜 살벌한 거 봐라.’

     

    그 아비규환의 다툼을 나는 남들 몰래 나무 사이를 넘나들며 조금 동떨어진 곳에서 안전하게 피했다.

    격한 싸움에는 서로를 견제하겠다는 목적도 있지만 생각보다 체력이 너무 남아서 견제와 동시에 자신의 체력도 더 소모하겠다는 계산도 들어있었다.

     

    ‘능력치는 높아질수록 회복속도도 높아지지. 어느 선을 넘어가면 어설픈 운동으로도 체력이 내려가는 것보다 회복되는 속도가 더 빠르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기회를 틈타 대량의 체력을 소모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내었다.

    바로 아이린의 얼음마법의 영향을 지근거리에서 몸으로 버티며 체력을 깎는 것이었다.

     

    ‘달리고 싸우는 방법들만 체력을 소모하는 방법은 아니지.’

     

    추위에 맞서 싸우는 것도 엄청난 체력을 소모한다.

    생명체는 추위를 느끼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열을 내고 칼로리 소모량이 오르기 때문이다.

     

    [플라톤 교수의 <상급반 체력증진> 강의의 첫 번째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습니다.]

    [완수보상으로 50포인트를 습득합니다.]

     

    아직 완주에 도전중인 이들도 있다.

     

    <성검강림>

     

    아이린의 얼음장벽을 성검의 힘으로 일직선으로 뚫어버리는 엄청난 화력의 여자용사.

     

    <육탄돌파>

     

    손오천보다 더한 괴력으로 몸으로 벽을 뚫고 통과해버린 광전사 헤스티아.

    두 실력자를 필두로 상급반의 네임드 학생들이 경계를 넘고 있으니까.

    그래도 지금 축배를 들 사람은 그들이 아니다.

    한발 먼저 과제를 완수한 조기통과자들이다.

    플라톤 교수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완수에 성공한 학생들은 이 포인트로 식당의 음식을 싹쓸이해라!”

    “무료식사가 포인트를 줘서 무료였냐구…”

    “오히려 좋은데?”

    “맞아. 50포인트면 5포인트에 파는 기본권으로 정량배식 열 번은 받을 수 있겠어!”

    “아니면 이 플라톤 교수가 직접 만든 특제 프로틴 쉐이크를 단돈 5 포인트를 주고 이 자리에서 마실 수도 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부담스러운 회색의 끈끈한 액체죽으로 이루어진 <플라톤 교수의 특제 프로틴쉐이크>의 등장에 학생들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물러났다.

     

    “와! 음식수집!”

    “디! 그런 거 먹는 거 아니에요. 지지에요 지지!”

    “처음 보는 음식만 보면 저래 신이 나니 원.”

     

    모두가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 사이.

    무임승차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났는지 이쪽을 노려보던 북부대공녀 아이린은 마법시계를 조작해 소지포인트를 열람했다.

    그리고는 눈이 세 배도 넘게 커졌다.

    깜빡깜빡.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이 내게로 향했다.

    조금 전까지의 원한도 잊고 아이린이 다가와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크노디. 당신한테도 추가포인트가 지급됐나요?”

    “쉿. 들키면 피곤하니까 모르는 체 해요.”

     

    도전과제를 달성하고 지급받은 500포인트는 남들한테 알려서 좋을 것 없다.

     

    “그래도 1500포인트나 추가보상이 들어온걸요.”

    “1500포인트요?”

     

    왜 1000포인트를 더 받았지?

     

    “최다인원 방해보상으로…….”

    “…….”

     

    어쩐지 매번 상급반 강의 때마다 아이린이 유난히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더라니.

    500포인트가 아니라 한술 더 떠서 1000포인트어치 추가 도전과제도 달성했구나!

    남들보다 30배 대박을 쳤으니 놀랄 만도 하다.

     

    “기만자!”

    “그러는 당신은 무임승차를 했잖아요.”

    “윽.”

     

    당황하는 내 손을 아이린이 덥썩 붙잡았다.

    헉, 설마 건방지게 자기를 이용했다고 얼려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

     

    “역시 빨개졌네. 손바닥을 봐요. 제 마법은 가까이에 있을수록 동상을 입기 쉽다고요.”

    “안 혼내요?”

    “이미 온몸으로 혼쭐이 나지 않았나요? 빙결술사의 주변에 함부로 다가가면 안 된다고.”

     

    아이린은 진심으로 화가 났는지 하얀 얼굴도 조금 붉어졌다.

     

    “기척을 줄이지도 말아요. 이번에는 미리 힘을 다 써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다른 때였다면 마력풍으로 가속하는 순간에 얼어 죽었을지도 몰라요.”

    “마, 마력풍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애꿎은 사람을 얼려 죽이는 경험은 가급적 하고 싶지 않으니 이후로는 각별히 주의하도록 하세요.”

     

    원작게임에서 그런 기술은 2학년이 된 다음에나 사용했었는데!

    2학년 때 사용할 기술 먼저 쓴다니 너무 사기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기가 게임이 아닌 현실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다.

     

    “죄송해요…….”

    “너무 혼내기만 해서 미안해요. 이건 제가 주는 선물이에요.”

     

    아이린이 주머니를 풀어서 돌멩이 하나를 꺼내더니 내 손에 쥐어주었다.

     

    “?”

    “돌 좋아하시죠?”

    “돌이라고 아무거나 다 좋아하는 건 아닌데…….”

    “제가 주는 돌은 싫다는 건가요?”

    “그, 그건 아니고요.”

     

    이건 스탯석이 아니잖아.

    그보다 스탯석도 아닌 돌을 왜 가지고 다니는 거야.

     

    “고마워요. 잘 받을게요.”

    “그리고…”

    “네?”

    “가문의 부담이 힘겨워지거든… 아니, 못 들은 걸로 해둬요.”

    “??”

     

    결국 돌을 전용 돌주머니에 달그락 소리가 나게 집어놓고 나서야 아이린은 할 말을 참는다는 얼굴로 돌아섰다.

     

    뭐였지 대체?

     

    아이린이 원래 남을 걱정하는 캐릭터가 아닌데.

    호감도가 오르면 주인공은 예외적으로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난 차가운 북부여자. 하지만 내 사람에게는 따스하지.” 컨셉을 보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호감도를 올릴만한 플레이를 한 기억이 나질 않았다.

    누군가의 이유 없는 친절에 감사함보다 꺼림칙함을 느끼는 어른스러운 고민을 하며 찝찝한 기분과 함께 모험학부로 가는 길.

    이사벨이 말했다.

     

    “거기 식당 아니야.”

    “알아요. 강의 들으러 가는 길이에요.”

     

    이사벨과 지젤이 비인간적인 괴물을 목격한 농민처럼 충격에 휩싸인 표정을 지었다.

     

    “저희랑 같은 강의를 들은 거 맞습니까?”

    “강의를 들을 체력이 남아있어?”

    “말하면서 회복됐잖아요.”

     

    뭐지?

    가만히 있으면 스태미나가 오르는 건 상식 아닌가?

     

    “아, 강의실까지 가는 거 조금 늦을 거 같아서 먼저 뛰어갈게요.”

    “으하하. 쥐방울 녀석, 기운이 넘치는구나! 좋다. 그럼 이 몸과 달리기 시합이다!”

    “엣. 싫어요. 손오천 아저씨는 저보다 빠르잖아요.”

    “그러니까 하자! 50포인트 걸고!”

    “이사벨한테 아저씨가 저 괴롭혔다고 이를 거야.”

     

    아무렴 어때. 즐거우면 됐지!

    아연해하는 두 사람의 시선을 뒤로한 채, 손오천과 함께 강의실로 달렸다.

     

     

    * *

     

     

    모험학부.

    아카데미에서는 흔히 기사학부나 마법학부에 들어가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으니까 대충 졸업장만 따고 싶어-.

    하는 무른 마음을 가진 학생들이 주로 찾는 도피처가 바로 모험학부였다.

    그만큼 학생의 수는 많지만 최상위권의 실력은 다른 학부에 비해 형편없다.

    뛰어난 제자를 배출함으로써 명예를 얻는 교수들에게 모험학부 교수가 된다는 것은 *지는 싸움*이나 *불리한 경쟁* 취급을 받는다.

    반면, 어설픈 학생들은 잔뜩 몰려와서 쓸데없이 강의만 열심히 오래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흐흐흐. 바로 그곳에 다른 교수들은 눈치 채지 못한 빈틈이 있지.’

     

    최상위권 학생이 적다면 상급반 전용 강의를 개설하면 된다.

    강의수강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면 더욱 좋다.

    모험학부 상급반의 강의 따위, 일부로 찾아서 들을 최상위권 학생은 극히 드물 테니까.

     

    ‘만에 하나 그런 학생이 있다면?’

     

    그렇다면 가장 듣기 어려운 시간대, 가장 듣기 어려운 조건을 고르면 된다.

     

    ‘1교시 필수강의. 오미네산 초입에서 있는 대로 체력을 소모한 학생이 정반대의 교외에 자리한 강의에 지각하지 않고 도착할 가능성 따위는 절대 없지!’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반드시 이 강의를 듣겠다는 의지가 있지 않고서야 들을 수 없는 강의.

    수강난이도 최상급의 강의선정으로 아카데미에 끌려온 이후, 단 한 명의 수강생의 존재도 허락하지 않은 불량교수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자네, 혹시 아카데미에 새로 들어온 청소부인가?”

    “학생인데요.”

    “다른 강의랑 강의실을 착각하지 않았나?”

    “<은퇴한 전대영웅의 모험기담> 들으러 왔는데요!”

    “이건 상급반 전용 강의인데?”

    “저 A그룹 수석인데요!”

     

    그 가혹한 조건을 모두 클리어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강의를 듣겠다는 의지가 넘쳐 보이는 괴짜가 기어이 나타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동시간이 부족하면 전시간 강의를 빨리 끝내면 된다는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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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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