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8

       

       여의도 공원을 지나 한참을 걸었을까.

       

       어느덧 <불의 심판> 클랜 타워가 자리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가 우리 클랜 타워야.”

       

       강주연이 손가락으로 건물을 가리켰다.

       

       그 손짓을 따라 내 시선도 건물로 향했다.

       

       “와….”

       

       이게 건물이야, 탑이야….

       

       여의도 포스트 타워 근처에 자리한 건물.

       <불의 심판> 클랜 타워는 웅장한 자태를 자랑했다.

       

       한눈에 봐도 30층은 넘는 것 같은 높이에 심플한 건물 외관, 그리고 <불의 심판> 건물임을 나타내는 클랜 이름과 문양이 건물 꼭대기쯤에 걸려 있었다.

       

       일전에 대구에서 봤던 경매장보다 훨씬 큰 규모의 건물.

       

       과연 국내 3대 클랜이라는 위명이 어울리는 클랜 타워였다.

       

       “이쪽으로 오면 돼.”

       “아, 응.”

       

       내 팔의 소매를 약하게 잡아당기는 강주연의 행동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발을 옮겼다.

       

       언제까지 외관만 구경하고 있을 순 없었다.

       

       클랜 타워 내부 구조도 파악해야 하고, 오늘은 입단 첫날이라 할 일도 꽤 많았다.

       

       “여긴 1층 프론트 데스크. 외부인 입장이나 클랜 고객 상담, 클랜 타워 내 숙박 체크인 같은 걸 담당해.”

       “클랜 타워에서 숙박도 제공해?”

       “응. 가끔 클랜에 손님이 찾아오거나,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클랜원을 위해 제공되는 편의 사항이야. 내부 구조는 오피스텔 형식….”

       “진정한 의미의 오피스텔이네.”

       

       한국식 오피스텔은 건축법 규제를 피해 만들어진 또 하나의 ‘집’이다.

       

       보통은 말만 오피스텔이고 대부분 주거공간으로만 활용하는데… <불의 심판> 클랜 타워에서 제공하는 숙박 시스템은 정말 업무와 숙박을 같이 하는, 말 그대로의 오피스텔인 모양이었다.

       

       우리는 걸음을 옮겨 건물 입구로 향했다.

       

       카드를 찍듯 출입증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시스템.

       양옆엔 웬 보디가드 같은 복장의 남자들이 서 있다.

       클래식한 무기를 소지한 걸 보니 홀더들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때아닌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그들 앞에서 막무가내로 입장하려고 하는 한 남성 때문이었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출입증 없이 입장 불가합니다.”

       “아오, 진짜! 얘들아. 나 사냥 5팀 팀장이라고. 너희들 대선배님이라고. 나중에 뭔 후회를 하려고 그러냐. 너희 진짜 돌이킬 수 없는 실수 하는 거라니까? 그러니까 제발 좀 들여 보내줘라. 어?”

       “…출입증 없이는 입장 불가합니다.”

       “답답해 죽겠네. 어떤 빡대가리가 신입 둘을 입구 가드로 세워놨어.”

       

       강주연은 출입증을 찍고 들어가려다가.

       그 모습을 보고 잠시 멈춰 그들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에요?”

       “가, 강주연 홀더님을 뵙습니다!”

       

       가드들은 강주연을 보자마자 빠릿빠릿한 자세로 인사했다.

       

       …이건 뭐, 중대장 마주하는 것도 아니고.

       인사법이나 태도가 왜 이리 딱딱해.

       

       하지만 강주연은 익숙한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리고 가드들에게 막혀 고생하던 남자는.

       그녀를 보자마자 구세주를 만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재빨리 달려와 강주연의 손목을 붙잡았다.

       

       “오오! 왔다! 아가씨 오셨다. 살았다. 드디어 들어가겠네. 아가씨, 잘 오셨습니다. 이 융통성 없는 신입들한테 제 신분 좀 확인해 주십쇼.”

       “…아가씨라고 부르지 말라니까요.”

       “아아! 강주연, 강주연. 강주연 홀더님.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 저 30분째 이러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데요?”

       

       남자를 보던 강주연의 시선이 가드에게 향했다.

       

       신입이라던 가드들은 우물쭈물한 얼굴로 답했다.

       

       “저… 한 번도 뵌 적 없는 홀더분이 자꾸 출입을 원하셔서… 매뉴얼 대로 진행하는 중이었습니다.”

       “외부 파견 갔다 왔다고 몇 번을 말하냐.”

       

       그에 강주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남자를 봤다.

       

       “다른 클랜원 들어갈 때 입증하면 되잖아요. 데스크에 말하거나.”

       “저 오고 나서 클랜원 한 명도 안 오고, 데스크는 뭐 바쁜 일 터졌는지 계속 자리 비움입니다. 정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지지리 운도 없습니다.”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강주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드들을 바라봤다.

       

       “권오준이라는 클랜원이에요. 클랜 내 사냥 5팀 팀장을 맡고 있고, 신분 확실한 분이니까… 들여보내도 괜찮아요.”

       “죄, 죄송합니다. 권오준 홀더님!”

       

       드디어 상황을 파악한 가드들이 긴장한 얼굴로 다시 인사했다.

       

       권오준은 한숨을 푹 내쉬며, 손을 내젓곤 입구로 들어갔다.

       

       “어휴, 됐다. 매뉴얼대로 한 게 잘못은 아니지. 입구나 잘 지켜라.”

       “감사합니다…!!”

       

       그렇게 상황이 마무리되고, 나와 강주연도 입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때에 이르러서야.

       권오준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근데 이 사람은 누구?”

       

       강주연이 뭐라 답하기 전.

       

       나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불의 심판 인턴 클랜원으로 활동하게 된 C급 홀더, 도재현이라고 합니다. 현재 아카데미 1학년이고, 암살자 계열과 전사 계열을 겸하고 있습니다.”

       “오. 신입의 신입.”

       

       입구에서부터 본 활발한 성격답게.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 난 A급 홀더 권오준이라고 한다. 내가 한참 선배니까 말 놔도 괜찮지?”

       “네, 괜찮습니다.”

       “그, 아까 본 건 잊어도 괜찮아. 내가 원래 이런 취급 받는 사람이 아닌데, 하필 출입증 안 가져온 날 악재가 겹쳐서.”

       

       넉살 좋게 얘기한 권오준은 곧바로 강주연을 봤다.

       

       “얘가 아가씨가 추천한 그 친구입니까?”

       “…….”

       

       이 사람도 정말 꿋꿋하다.

       

       위기를 벗어나자마자, 바로 아가씨로 호칭이 바뀌다니.

       

       강주연은 클랜 내에서 아가씨라고 불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한 명의 홀더이자 클랜원으로 대우받으려 하기에.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봐 온 클랜원들에게는, 그 호칭이 쉽게 안 바뀌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권오준이라는 눈앞의 홀더는 외관과 달리, 생각보다 오래 <불의 심판>에 몸을 담근 홀더인 모양이었다.

       

       “아차! 늦었네. 아무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저 친구 안내 좀 잘 부탁합니다, 아가씨.”

       

       강주연이 말없이 차가워지는 걸 느낀 모양인지.

       권오준은 가볍게 손짓으로 인사하며 비상구 계단으로 향했다.

       

       정말 바람 같은 사람이었다.

       

       “…실력은 좋은 사람이야.”

       “그렇구나.”

       

       빠르게 그녀의 말에 수긍했다.

       

       왠지 분노 게이지가 목까지 차오른 것 같은데….

       

       어쨌든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33층.

       최고층인 37층과 네 층 차이가 나는 곳이었다.

       

       “엄청 고층으로 가네?”

       “…응. 한 층씩 내려오면서 소개하려고.”

       “그런데 왜 33층, 그 위층들은 안 가는 거야?”

       “37층부터 34층은 클랜 수뇌부 집무실이야.”

       “아하….”

       

       클랜 수뇌부라면 아마 클랜 마스터이자 S급 홀더.

       또한, 강주연의 아버지인 강우현.

       그리고 그를 비롯한 다양한 클랜 내 주요 인사들일 것이다.

       

       괜히 클랜의 헤드가 아닌 건지, 집무실들도 건물 최고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띠링-

       

       

       엘리베이터가 목적지에 도달했다.

       

       막 도착한 33층은 회의실이 많았다.

       

       중앙에 커다란 규모의 회의실이 하나 있었고, 그 주변으로 크고 작은 규모의 회의실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여긴 대회의실. 클랜 내 중대 사항의 회의나 클랜 총회 같은 게 열려.”

       “한 층이 통째로 회의실이라니… 엄청 크네.”

       “응. 소규모 회의실들은 관리부에 신청하면 누구나 쓸 수 있어.”

       

       이런 자질구레한 내용을 강주연에게 설명받고 있으니 뭔가 신기하면서도 어색하다.

       

       원래 클랜 후계자가 이런 것도 하나?

       나 특별대우 받는 거지…?

       

       그래도 강주연의 표정이 썩 불편해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살짝 미소가 걸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32층부터 30층까지는 전부 서고. 클랜 내 문서나 회의 자료, 보고서 같은 게 묶여 있어.”

       “30층은 거의 도서관이던데?”

       “응. 기간을 두고 자유롭게 홀더 논문이나 관련 서책들 대여할 수 있어.”

       “진짜 도서관이었네. 나도 빌릴 수 있어?”

       “…너도 이제 우리 클랜원이잖아.”

       

       맞다.

       그랬었지.

       

       이젠 우리라는 말이 나보다 더 자연스러운 강주연이었다.

       

       “그리고 20층대부터는 업무 부서별로 다양한 팀들이 나뉘어.”

       

       우리는 이번엔 25층까지 내려갔다.

       이전보다 5층이 더 내려간 층수였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강주연은 층 내 이곳저곳에 걸린 명판을 가리켰다.

       

       “25층 부서는 저기 보이는 것처럼 사냥 5팀.”

       

       그런데 익숙한 단어가 들린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봤다.

       

       “어? 사냥 5팀이면 아까…”

       “응. 아까 본 권오준 홀더가 맡은 팀이야. 그리고…”

       

       강주연이 문득 내 시선을 피했다.

       

       “…도재현. 네가 앞으로 소속될 팀이기도 해.”

       “…예?”

       

       순간 바보처럼 되묻고 말았다.

       

       아까 그 말 많던 홀더가 내 담당 부서 팀장라니.

       예상치 못한 흐름의 전개였다.

       

       ‘그 사람 약간 박진우 과던데….’

       

       나이 많은 박진우가 내 담당 부서 팀장?

       

       오, 씨발.

       상상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그래도 가드들의 실수를 넘어간 걸 보면, 성격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확실히 뭔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재주는 있었다.

       

       강주연도 그걸 아는지 내 시선을 자꾸만 피했다.

       

       일은 잘한다고 변호하던 이유가 있었구나.

       

       

       터벅터벅-

       

       “… …그러니까 새로 투입되는 공략 작전에서는 항상 팀원 명단을 먼저 체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해. 클랜 지시로 언제 변동될 줄 모르는… …”

       

       

       게다가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했던가.

       

       부서 밖에서 멍하니 서 있자.

       아까 봤던 권오준 홀더.

       그리고 웬 붉은 단발의 여자 한 명이, 서로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의 단발이라니.

       강주연의 머리카락이 검은색에 붉은 톤만 살짝 어우러진 색이라면, 저 여자는 완전히 붉은색으로 머리를 염색해 튀는 색을 보였다.

       외관만으로 눈에 띄는 여자였다.

       

       “어? 아가씨, 웬일입니까?”

       “…….”

       

       권오준은 어디선가 본 적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나와 강주연을 번갈아 가리켰다.

       

       “얘는 아까 그… 어? 아가씨하고 그럼…”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이쪽은 C급 홀더 도재현. 인턴 클랜원 특별 채용으로 이번에 선발된 홀더이고, 동시에 권오준 홀더의 사냥 5팀에 배정된 클랜원이에요. 앞으로 두 달간, 도재현 홀더는 사냥 5팀의 팀원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딱딱한 목소리로 선언하듯 나오는 강주연의 말.

       

       오늘이 입단 일인데, 벌써 인사 배정이 끝난 모양이다.

       …나도 몰랐던 일이다.

       

       권오준은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곤 이내 상황을 파악한 듯.

       어이없다는 얼굴로 인상을 구겼다.

       

       “…그럼 새로 충원된다던 팀원이 이 친구였습니까?”

       “네.”

       “아니, 아가씨.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전 분명히 5팀의 충분한 인력 지원을 요청했는데, 햇병아리 수준의 인턴을… 그것도 두 달짜리 시한부를 주시면 어떡합니까. 이거 클랜 마스터도 허락한 내용입니까?”

       

       억울함 가득한 권오준의 물음에 강주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걱정하시는 부분은 덜어낼 수 있을 거예요. 도재현 홀더만이 아니라, 저도 이번 방학 땐 사냥 5팀의 팀원으로 활동하거든요. 권오준 홀더도 두 달간은 절 팀원으로 대해주시면 돼요.”

       “그게 그거 아닙니… 아.”

       

       계속해서 따지려던 권오준이 이내 체념하고 말을 멈췄다.

       

       이미 결정된 인사이동.

       거기에 클랜 마스터도 동의한 내용.

       

       더 따져봤자 불리해지는 건 그 자신일 뿐이었다.

       

       대신 권오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날 바라봤다.

       

       “좋습니다. 대신 새로 들어올 팀원에 대한 검증을 해봐야겠습니다.”

       “…검증?”

       “예. 아가씨야 뭐, B급 홀더에 클랜 내에서도 활약이 자자했으니 당연히 잘 하실 거고… 저 친구가 여기 들어와 팀원으로 활동하면서, 민폐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인지 한 번 점검해봐야겠어요.”

       “…….”

       

       권오준이 고개를 돌려 옆의 여자를 불렀다.

       

       “유나야.”

       “네, 팀장님.”

       “지하 연무장에서 저 인턴이랑 대련 한 번 해라. 너도 상반기에 들어온 신입에 C급 홀더니까, 얼추 수준은 맞을 거다. 입회자 및 감독은 나와 아가씨. 불만 없지?”

       “네. 최대한 빨리 끝내겠습니다.”

       

       유나, 라고 불린 홀더가 호승심에 불타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머리 색깔만큼이나 정열적이어서 솔직히 부담된다.

       

       ‘아니, 그건 둘째치고.’

       

       상황을 보니 저 여자와 대련을 해야 하는 것 같은데…

       

       이거.

       내 의견은 없는 거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남은 주말 마무리 잘 하시길.

    다음화 보기


           


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Academy Scam Rune Got the Academy Scam Rune チートルーンを手に入れたモブの成り上がり ~主役たちのルーンを奪える俺、世界最強になります~ (JP)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KR)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ssessed an extra with a single rune.

After obtaining 7 runes directly according to the original Hidden Piece…

A fraudulent rune called [Rune Hunter] was creat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