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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

       자신이 다루는 빛의 검. 그게 굳이, 꼭. 지금 다루는 검과 똑같아야 하는 법은 없지 않겠냐.

       그 말에 루시엘은 저도 모르게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라고 반문하고 말았다.

         

       검이 제 낭만임을 데우스 또한 잘 알고 있다. 그걸 좋게 봐주고 있다.

       해서 잘 알 것이다. 손에 익은 무기야말로 최고의 신체 컨디션만큼 중요한 것을.

       거기서 갑자기 원래 다루던 것과 꼭 같아야 하냐는 질문을 하고 있다니?

       

         

       “아아. 오해는 마시길. 제가 비록 무투 계열이라지만 병기라는 것에 대해서 아주 모르는 건 아닙니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죠.”

        “…흠흠. 그러면, 그 말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을 해주겠어요?”

       

         

       지금 다루는 검과 꼭 같아야 하느냐. 그 부분이,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루시엘의 그 물음에 데우스는 부탁 한 가지를 그녀에게 청했다.

         

       

       “선배님. 그, 혹시 지금 이 자리에서 빛으로 만든 검을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내 이능요? 뭐, 어려울 건 없죠?”

       

         

       ―샤아아아!!

         

       이내 루시엘의 손에 한 줄기 빛의 검이 만들어진다.

       딱 그녀의 허리춤에 매여져있는 검과 똑같은 모습이다.

       다른 것은 오직 하나. 무게가 존재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그뿐이다.

         

       

       “언제 봐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선배님.”

        “흠흠! 고, 고마워요.”

         

       

       저건 자신의 이능에. 검에 하는 말이다. 그걸 알고 있다.

       한데도 이렇게 놀라고 마는 건, 전혀 저런 말을 할 것 같지가 않은 사내가 그래서 그렇다.

       

       

       “자. 그러면. 그 검으로 저를 공격해보세요.”

       “데우스 후배님?”

        “전력을 다해야 하냐느니. 걱정이 된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선배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그건, 그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

         

       

       아주 살짝 자존심이 상한다지만, 저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악마를 상대로 한 번은 완전 격살. 다른 한 번은 부분적 승리를 거둔 후배님이기에.

       그 앞에서 걱정이 된다 말하는 건 데우스를 무시하는 행위나 다름이 없다.

         

       해서 루시엘은 빠르게 그런 바보 같은 생각 마음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리고는 검을 고쳐 쥐고서 막 데우스에게로 접근하려는 찰나―

         

       

       “아니죠. 선배님.”

        “에?”

        “움직이지 마시고. 그 자리에서, 저를 공격하셔야 합니다.”

       “…그게 무슨. 여기서 검을 휘두르라고요?”

       

       

       ―끄덕

       

         

       “잠시. 잠시만. 다시 확인할게요. 그러니까, 이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고서, 거기 서있는 후배님에게 대한 유효타를 내라는 소리인가요?”

         

       

       ―끄덕끄덕

       

         

       “….”

       

         

       순간 루시엘은 데우스가 자신을 놀리는 건가 싶었다. 대체 무엇을 하자는 건지, 그 진의를 파악하려고 그의 표정을 살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진심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 얼굴에 장난기 따위는 없다.

       오직 진중한 모습으로서 자신을 바라보며,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이자 훈련을 맡은 이로서 꼭 필요한 요구를 하고 있을 따름이다.

         

       

       ‘지금 서있는, 바로 이 자리에서. 한 눈에 봐도 10m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리를 넘어 공격하라고.’

         

       

       대체 무슨 이유에서 저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하는 걸까.

       저기 서있는 후배님은. 데우스는.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4학년 수석답게. 요람의 파견대장답게. 루시엘은 이유를 추려내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그녀는 정답이라 할 수 있는 것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어렵지 않았다. 조금 전 데우스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힌트이자 또 대답이었다.

       

         

       “간격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방식.”

       “….”

       “그건가요? 후배님? 지금 이 자리에서 후배님을 공격하라는 그 말.”

       

         

       그러자 데우스가 재차 고개를 끄덕거린다.

         

       일단,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 허면 다음으로 넘어가서. 어떻게 그 간격을 채우느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원거리 공격이다. 병기 계열들이 가끔 보여주는, 과거 검사들과 기사들이 썼다는 검기의 연장선 부분으로서.

         

       

       ‘…아니야. 지금 후배님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니야.’

       

         

       정말로 그걸 원했다면 굳이 광휘 이능으로 만든 검을 들라 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러면 무엇일까. 자신에게 어떤 부분을 일러주고자, 어느 가능성을 알려주기 위해서 조금은 이상한 말을 하는 걸까.

         

       

       한편.

         

       

       ‘그래도 4학년 수석답게 얼추 감을 조금씩 잡는 것 같기는 하네.’

         

       

       팔짱을 낀 채, 데우스는 언젠가 품었던 의문 하나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스페이스 오페라. 아주 먼 옛날에, 멀고도 먼 은하계에서. 어쩌고 하던 세상.

       블라스터 소총을 쏘고 레이저를 마구 뿜어대는 곳에 검 한 자루 쥔 이들이 있었다.

       이름부터 찬란한 라이트 세이버. 광선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정신을 놓게 만드는 낭만.

         

       한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 애당초 광선이란. 빛이란 계속 일직선으로 나아가는데.

       어떻게 딱 약속이라도 한 듯 정해진 자리에서 멈춰서 검의 형태를 갖추는 건지.

       

         

       ‘나중에 알고 보니 광선검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플라즈마 검이었다고 했지?’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건 저게 정말로 빛의 검이면. 광휘 이능을 중점으로 두고 있다면.

       검의 형태를 고집하느라 언제 어느 때고 그 모습으로 굳어있을 필요는 없다는 거다.

         

       애당초 이능 자체가 능력자가 원하는 대로 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신의 선물.

       허니 사용자의 마음에 따라 갑자기 길어졌다가 또 짧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 지금 데우스가 루시엘에게 원하는 것은 바로 이것.

         

       

       ‘광선검에 여의봉을 곁들이는 거지.’

       

         

       말이 되냐, 안 되냐의 부분은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봐야 한다.

       애당초 이능이라는 힘이 있는데 왜 그걸 하지 못할까. 다만, 그런 개념이 없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개념을 개화할 필요성이 이제껏 없었을 따름이다.

         

       

       “데우스 후배님. 그…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는데요.”

       “간단합니다. 루시엘 선배님. 검을 이루고 있는 선배님의 그 빛. 그걸 선배님이 원하는 매순간마다 자유자재로 늘였다가 또 줄이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 후배님은 나더러 검의 길이를 제어하라는 거군요?”

       

         

       정답. 데우스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린다.

         

       

       ‘…크게 어렵지는 않은데?’

       

         

       루시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엄청난 방법인 줄 알았는데. 그게 전부라고?

       여기서 검의 길이를. 그러니까 광휘 이능을 조금 더 사용하여 간격을 넓혀주면….

       

         

       “틀렸습니다. 선배님.”

       

         

       ―우웅!

       

         

       “…!”

       

         

       순간 루시엘은 죽음의 공포가 바로 앞에 찾아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신이 휘두른 낫이 제 목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느립니다. 느려도, 너무 느려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로 앞에까지 치고 들어왔다. 그리고 주먹을 날렸다.

       만약 그가 멈추지 않았다면 그대로 목 없는 귀신이 되어버렸을 게 분명하다.

       더 무서운 건, 데우스가 스스로 멈추기 전까지 아무 것도 몰랐다는 점이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선배님이 검의 길이를 늘이는 데에 걸리는 시간 동안 적이 기다려준답니까?”

       “그, 그러면….”

       “필요한 매 순간마다 즉각적으로 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첫 공격부터 간격을 속이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상대에게 안심이란 걸 하게 해주어선 안 됩니다.”

         

       

       네페르티가 자기 버프에 집중해야 한다면, 루시엘은 가만히 서서 모든 간격을 지배해야 한다.

       빛의 검으로서 지니는 이점이자 강점. 그걸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길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것이 최선이자 최고점이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방금 전에는, 상대가 간격을 넘어 안쪽으로 들어왔을 때. 빛의 속도로 검을 줄여서 미처 인지하기도 전에 적의 심장에 단검을 박을 줄도 알아야 할 겁니다.”

       “…10m가 넘게 길이를 늘이다가,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그걸 단검으로 줄인다고요?”

        “예. 참고로 이게 제가 권해드리는 최소 조건입니다.”

         

       

       간격에서 우위를 점하고 상대방을 잘 몰아붙였다면, 응당 필살기로 끝내야 하는 법.

       그것이 낭만에 대한 예의 아니겠는가! 라고 생각하며 데우스는 말을 이었다.

       

         

       “저는 최종적으로, 이렇게 하늘까지 치솟는 빛의 검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요?”

        “저는 항상 진지합니다. 그리고 이건 제 진심입니다. 선배님.”

       

         

       막 ‘필살 번개 가르기!’ 하고 자리에 그대로 서서 검을 뚝 떨어트리는 거.

       대검과 광선검의 로망을 이렇게 저렇게 합친 비슷한 거 아니겠냐고. 아님 말고.

       아무튼, 데우스는 맹약 때문에 하지도 못 할 거 이렇게라도 대리만족을 할 셈이었다.

         

       

       “저는 믿습니다. 선배님이라면. 루시엘 선배님이라면 반드시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여러모로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는 네페르티와는 달리 루시엘은 그 악마에게도 어느 정도 타격을 주던, 요람의 교사들도 인정한 재학생 최고 실력자다.

       이미 될성부른 떡잎이라는 소리다. 거기에 제국 최고의 이능력자라는 샤벨에게서 직접 훈련까지 받기도 했다.

       

         

       “후배님이 믿어준다니 고마운 일이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데….”

        “네. 맞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가 도와드리겠다고 하는 겁니다.”

       

         

       지금부터 앞으로 한동안은, 자신이 내밀 조건은 똑같을 것이다.

       정해진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으면서 모든 간격을 점하는 것.

       공격에서도, 그리고 방어에서도. 빈틈 하나 용납하지 않고 말이다.

       

         

       “그게 완벽해지면 다음으로 넘어가는 겁니다. 움직이면서 간격을 더 넓히고 좁히며 종국엔 그 무엇도 간격 안을 함부로 활보할 수 없게 하는 거죠.”

       “그리고 그게 되기 전까지… 데우스 후배님이 나를, 공격하는 거고요?”

        “정확히는 공격하는 시늉만 할 겁니다. 걱정 하실 건 하나도 없습니다.”

       

         

       시늉은 무슨. 스치기만 해도 즉사할 것 같은 공격들이던데!

       연습이라고 설렁설렁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기엔 마음보다 몸이 먼저 반응할 테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일 테고 말이다!!

       

         

       “일단 한 달. 가볍게 한 달 동안 열심히 해보시죠. 저도 열심히 지도하겠습니다.”

       

         

       그 말이 ‘한 달 동안 너는 죽었다고 생각해라.’ 라고 들리는 건 자신의 착각일까.

       아주 잠깐이지만 괜한 짓을 한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곧 루시엘은 고개를 내저었다.

         

       

       ‘정말로, 어떻게 실마리라도 깨닫게 된다면. 감이라도 잡는다면.’

       

         

       전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당하는 일은 더는 없으리라.

       제국을 위협하는 새로운 적, 악마들의 손아귀에서 수많은 이들을 구할 수 있으리라!

         

       

       “그러면 전 회장한테 다시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말한 데우스가 네페르티가 사라진 방향으로 향하고 얼마 후.

       

         

       “꺄아아아악!!”

       

         

       아련하게 들려오는 네페르티의 비명을 들으며, 루시엘은 다시금 긴장감을 굳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TMI : 데우스는 용자 시리즈 중 마이트 가인을 제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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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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