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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

    “그러니까, 아직 하루도 안지났다고?”

    “그렇긴한데, 화장실간다고 한뒤로 사라졌다니까!”

    “전화는? 해봤어?”

    “아, 전화……!”

    시에나의 눈이 가늘어졌다.

    “전화도 안해봤다고?”

    “그땐 너무 정신이 없어서…….”

    “…….”

    시에나는 한숨을 푸욱 쉬면서 중얼거렸다.

    ‘미친년’이라고.

    그러나 예르나는 자신의 몸을 몇번 더듬더니, 기겁하며 외친다.

    “나, 전화기가 없어!”

    “가지가지 한다…….”

    시에나는 이마를 짚으면서 예르나를 째려보았다.

    이제 정신이 좀 들어오는지 예르나는 부끄럽다는 듯 시선을 피한다.

    “너, 요즘도 그일 생각나니?”

    “…….”

    예르나는 묵묵부답, 여전히 시선을 피한채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뭐, 그렇겠지.

    어쩔 수 없었으려나.

    아마도 예르나는 루크에게서 그 아이를 겹쳐보고 있었을테니까.

    그러니 그 아이를 이리도 심각하게 싸고도는것도 이해하지 못할건 없지만…….

    평소처럼 조금 더 이성적으로 생각했으면 좋았을텐데…….

    시에나가 추측에 대해 이야기한건, 예르나에게 그 아이를 포기시키려던 것이었는데, 예르나는 오히려 그렇기에 아무데나 보낼 수 없다며 고집을 피웠다.

    ‘그 아이로 죄책감을 덜어내려고 한걸지도…….’

    시에나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전화부터 걸어보자고, 일단은.”

    ————-

    깜깜한 방, 

    이불을 뒤집어쓰고 품 안엔 베개를 하나씩 안고 소파에 앉은 두 아이는 TV에서 나오는 불빛에 얼굴이 반짝거리고 있다.

    메리와 루크였다.

    메리는 얼굴중에서도 눈동자가 특히 빛났는데, 습기를 머금은것이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모양새다.

    “꺄아!”

    “메리, 민폐지않느냐. 지금은 한밤중이다.”

    “하지만, 괴물이……!”

    “나참…….”

    루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보고있는 것은, 공포영화.

    하필 이 시간대에 TV에서 나오는것은 그런것이었다.

    허나 메리는 공포를 좋아하지 않고, 그녀의 친구들 역시 좋아하는 아이들이 없었다. 그렇지만…….

    분명히 친구랑 공포영화를 보는것도 해보고싶은 일중에 하나.

    때마침 루크도 있고, 무서울건 없다고 생각한 메리가 채널을 돌리지 않은게 원인이다.

    “지금이라도 다른걸 보면 되지않느냐.”

    “하지만, 결말을 못보면 더 찝찝할것같단말야…….”

    “흐음…….”

    그런가? 사실 잘 모르겠다.

    루크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턱을 쓰다듬었다.

    반면에 메리는 오들오들 떨면서 베개를 마치 방패라도 되는 양 꼭 쥐고는 화면을 응시했다.

    메리는 마냥 무서웠지만, 루크는 영화를 보며 생각했다.

    ‘저기서 왜 놓아주는거지? 죽이는게 목적이라면 바로 악력으로 짓누르면 놓치지않고 상대를 절명시켰을텐데…….’

    루크는 보통의 사람과 이입하는 쪽이 달랐다.

    정령소녀인가하는 인형극과는 달리, 묘하게 현실적인 배경이라서 더욱 작위적인 느낌이다.

    괴물의 목적은 살해가 아니라 유희인걸까?

    저런 유형의 적들은 하나같이 별볼일 없다.

    언제나 자신의 힘을 믿고 자만하는 자들.

    그들은 모두 자신의 타고난 재능만을 믿고 현재에 안주해버린 나약한 자들이었다.

    루크는 그런 적들에겐 아무런 감정도 드러낼 수 없었다.

    ‘사람들이 실종된다는 숲 속 오두막에, 겨우 4명만 파견보낸 상황도 이상하고…….’

    숲의 실종자다. 숲 일대를 조금이나마 뒤져보려면 적어도 30은 필요하지 않던가? 

    오두막도 꽤 넓은데, ‘초인’반열에 든 인원도 아닌 이들을 겨우 4명만 보낸다니.

    말할 필요없이 멍청한 짓이다.

    이 영화의 내용은 시작 전부터 이미 예견된것이다.

    그러니 이것의 장르는 공포따위가 아니라 그저 안타까운 사고현장을 촬영한 영상에 불과하다.

    저들은 잘못된 지휘관의 판단으로 죽는거다.

    생각하는사이, 또 한명이 죽었다.

    “아악!”

    메리가 또 비명을 질렀다, 이제는 적어도 베개를 들어서 얼굴을 막으며 소리를 지른다는게 발전한 모습이다.

    그렇게하니 비명소리는 크게 줄어서 그저 먹먹한 아우성으로 들렸다.

    처음부터 제대로 판단을 했다면, 지휘관이 조금 더 유능했더라면, 대원들이 조금 더 조심했더라면 이 영화의 상황까진 되지 않았을텐데.

    하지만 결말은 약간 허무했다.

    우여곡절끝에 겨우 탈출한 여대원이, 지원을 요청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마침내 영화가 끝나자, 메리는 달달 떠는 손으로 리모컨을 눌러 TV를 꺼버렸다.

    이제 자려는걸까.

    메리는 고개를 돌려 루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무섭다……. 루크는 하나도 안 무서운가 봐.”

    “글쎄, 나도 무서운건 마찬가지였단다.”

    “그래? 안 그래보이는데.”

    메리가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거리자, 루크는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무서운건 괴물따위가 아니란다. 인간의 악의가 진정으로 무서운 법이지.”

    영화의 중후반, 지휘관은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생존한 대원들에게 잘못된 명령을 내려서 죽게 만들었다.

    그래, 이 영화에서 무서워해야하는 것은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다.

    “언제나 그랬단다. 인간이 그 어떤 괴물보다 위험하고 치명적이야. 그러니 메리, 너는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하는게다.”

    “어……. 루크, 되게 할머니같아.”

    “하하, 그렇느냐?”

    메리는 루크의 말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그냥, 왠지 안심되는 말이기는 했다.

    “후우, 그래도 루크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렇느냐.”

    “혼자서 봤으면 무서워서 다 보지도 못했을텐데, 덕분에 다 볼 수 있었어. 또 내가 무서워할때 머리도 쓰다듬어주구…….”

    메리는 얼굴을 붉히면서 루크의 시선을 피했다.

    그러나 루크는 의아한 목소리로 반문한다.

    “누가 머리를 쓰다듬었다고?”

    “응? 네가 그런게 아니야?”

    “난 그런적 없는데, 뭔가 착각한게 아닌가?”

    너무 과하게 떨길래 팔목은 잡아준 적 있지만, 머리는 쓰다듬어준적이 없다.

    메리는 자신보다 큰 아이라서 머리위에 손을 가져가기가 조금 불편한 자세를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ㄱ, 거짓말하지 마. 왜 그래…….”

    “거짓말이 아니다. 내가 그럴 이유가 없지 않느냐? 정말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을 느낀게 맞는가?”

    “…….”

    메리는 새하얗게 변했다.

    원래도 새하얀 피부였지만, 더 새하얗게.

    그리고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인 메리는 결국.

    “앗, 메리…….”

    기절하고 말았다.

    이러니 루크는 경계를 해야하나 고민을 시작했다.

    메리가 느낀 머리에 촉감이 정말 괴물이었을까.

    그게 아니더라도, 침입자라면 배제해야할 터.

    -……?

    그리고 메리의 머리 위로 슬며시 떠오르는 푸른 정령이 있었다.

    루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파이, 그대였는가…….”

    아마도, 메리의 머리를 쓰다듬은것은 파이였나보다.

    -부르르르…….

    메리가 기절하고 조용해지자, 루크는 자그마한 진동의 소리를 느꼈다.

    전화가 온 것이리라.

    루크는 메리를 침댓가에 얌전히 눕혀주고는, 전화를 확인했다.

    그건 처음보는 번호였다.

    “그대는 누구지?”

    -아, 받았다. 아, 야! 잠ㄲ…….

    잠깐의 잡음, 목소리가 바뀐다.

    -루크, 너 맞아? 대답해!

    루크는 갑작스런 외침에 귓가로부터 휴대폰을 살짝 떨어트렸다.

    “맞다네. 이 목소린, 예르나인가? 대체 어딜 갔었던겐가. 걱정했잖나.”

    -내가 하고싶은 말이야! 대체 어딜 갔었던거야!

    “처음부터 쭈욱 그 식당에 있었는데……. 두고간게 아니었나.”

    -그럴리가 없잖아……. 하아, 다행이다……. 지금 어디야?

    “티그아카데미의 기숙사라네. 근처에 신세질만한 데가 없어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갈테니까!

    “아, 알겠다.”

    대체 왜 이렇게 난리를 부리는지, 도저히 알수가 없다.

    정말로 잠시 후, 예르나는 시에나를 대동해서 기숙사에 도착했다.

    예르나는 루크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면서 포옹을 해왔다.

    잠깐 떨어졌을 뿐인데, 어째서 이런 반응인지.

    대체 왜이러는건가 싶어서 뒤에서 바라보는 시에나에게 눈짓을 했지만, 그녀는 슬쩍 어깨를 으쓱할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그러니까……. 남자화장실엘 들어갔었다고?”

    “그래, 부끄럽게도. 아마 그때 어긋난 모양이로구나.”

    “뭐야……. 나, 진짜 바보같아.”

    “짐도 내가 다 챙겼다. 예르나, 아무리 급해도 이렇게 물건을 흘리고 다녀서야…….”

    “……면목이 없네.”

    예르나는 이제야 안심된단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마침내 루크의 복장을 보고는 말한다.

    “그 잠옷은, 친구가 준거야?”

    “그렇다네.”

    “그런거 사줄까?”

    “아니, 집에있는 잠옷으로 충분하다네!”

    루크는 단호히 거절했다.

    안 입은것처럼 너무 편한것보단 조금 입고있다는 느낌이 드는 불편한 잠옷이 취향이니까.

    그마저도 과거에 비하면 좋은 재질인건 확실하지만.

    “그럼……. 오늘은 여기서 자려고?”

    “일단은 말이네. 휴일이니 일어나면 바로 음악실도 쓰고싶고……. 아참. 학교에서 아침식사도 준다지뭔가.”

    “……역시 밥 때문이구나?”

    “그것만은 아니다만.”

    루크는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루크는 조용히 기절한채로 잠든 메리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이 소란통에도 깨어나질 않는것이, 공포영화를 보고선 상당히 피로했던 모양이다.

    “헌데, 예르나. 그대는 괜찮은건가?”

    “나?”

    “아까 보니까, 꽤 몸에 열이 있던데 말일세……. 감기라도 걸린건 아닌지 걱정이로군.”

    예르나는 그제서야 자신의 이마에 손을 대보며 깜짝 놀랐다.

    아니나다를까, 열이 있었다.

    역시 감기인가.

    “괜찮아, 이 정도는……. 콜록.”

    애써 괜찮은 척 하려 했지만, 참 타이밍이 나쁘게도 기침이 나오고말았다.

    예르나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헛기침을 한다.

    “병원이라도 가보는게 어떤가?”

    “걱정마. 정말 별거 아니니까. 요즘 누가 감기로 병원을 가.”

    “감기도 잘못하면 큰일이 난다네. 방치했다가 죽을 수도 있고.”

    루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과거엔 고작 감기따위로 죽는 사람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지않나.

    루크의 단호한 표정을 본 예르나는 조금 긴장한 자세로 굳어버렸다.

    혹시, 아는 사람중에 감기에 걸려서 죽은 사람이 있는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겨우 감기에 저렇게 심각한 표정을 지을리가 없을 텐데.

    루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병원에 갈 수 없다면, 미리프꽃 달인물이 좋다네. 찻주전자에 꽃잎 두개, 30분이면 될거다. 꿀을 타면 좋지만, 그냥 마셔도 괜찮겠지. 아참, 미리프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는가?”

    “알아. 그런데, 미리프꽃은……. 독초잖아.”

    “잘 아는군. 그걸 이용하는게지. 원래 독은 사용하기에 따라 약이 된다네. 끓는 물에 30분이면 약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독은 중화될게야.”

    “그거, 어떻게 안거야?”

    예르나는 그 지식이 제발 책에서 배운것이었으면 했다.

    그러나, 루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경험일세. 그러니 효과는 확실해. 꼭 달여마시게.”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증언하는데엔 경험만한게 없기도 하니까.

    책에서 본 지식과, 직접 경험으로 취득한 지식.

    당연히 신뢰성에서 큰 차이가 있다.

    “…….”

    반면 예르나는 착잡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시에나도 눈가를 짚을 수 밖에 없었다.

    ‘진짜 미치겠네……. 얘는 대체 그동안 어떻게 산거야.’

    루크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믿지 못하겠다는 시선은 곤란하다.

    “못 믿는건가? 믿어도 된대도. 이게 진짜 효과가 좋다네.”

    “믿어. 믿을테니까 제발 그만 둬…….”

    루크는 계속 어리둥절했다.

    10살, 마법사라면 자신만의 감기약 레시피 하나쯤은 다들 만들지 않나.

    이것은 그중에 가장 간편한 레시피중 하나다.

    너무 간단해서 믿을 수 없나? 하긴, 미리프꽃은 독성이 있어서 조금 거리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미리프꽃이 꺼림칙하다면, 도로네스풀을 이용해서…….”

    “마실게, 꼭 돌아가서 달여마실테니까!”

    더이상은 그만해줬으면 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실 더 상황을 꼬아볼까, 생각했지만!

    예르나가 불쌍하기도하고 별로 재미도 없을것 같아서 이쯤하려고요!

    루크는 메리랑 파자마파티나 하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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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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