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Home EP.58 EP.58

EP.58

       “혹시 이안 씨는 동정이신가요?”

       

       내 질문에 이 자리의 모두가 당황해 눈을 끔뻑였다. 그래도 자기 동료의 일이라는 건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카렌이었지만.

       

       “거,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뭐 괜찮아요. 이제부터 알아보면 그만이거든요.”

       

       일단 유니콘 단검부터 꺼내 이안의 팔 위에 올려두었다. 아무런 반응도 없다.

       

       “이런. 비동정이네요. 하긴. 다른 어디도 아닌 사랑의 여신을 모시는 분이니 기회는 많았겠죠.”

       

       “…….”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알았다는 듯이 눈을 질끈 감는 카렌. 하지만 이미 늦었다!

       

       처녀를 되돌리지 못하는 것처럼 이안이 비동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또한 잊을 수 없을 테니까…!

       

       고개를 휘휘 저으며 정신을 차린 카렌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이게 대체 무엇이길래 판별이 가능한 겁니까? 그리고 순결의 여부가 대체 왜 중요한 건지….”

       

       그리 말하며 손끝으로 단검을 톡 건드리는 카렌. 검신이 일순 밝게 빛났다.

       

       “처녀시네요.”

       

       “……!”

       

       흠칫 굳어 버린 그녀를 향해 어깨를 으쓱이며 설명해 주었다.

       

       “이 단검은 유니콘의 뿔로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순결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유니콘의 힘을 빌려줄 수 있답니다. 치유와 정화의 힘 말이에요.”

       

       “아!”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카렌.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낯빛이 어두워진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이안은 이 단검으로 치료할 수 없다는 소리군요.”

       

       “그렇게 되네요. 이참에 자세한 사정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여긴 다른 어디도 아닌 신전이잖아요. 어지간한 저주는 쉽게 해주할 수 있을 텐데.”

       

       “맞는 말입니다. 거기에 저와 이안은 임무 중에 부상당한 이단심문관이니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기까지 하죠. …다만, 이게 평범한 저주가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며 저주조차 아니겠군요.”

       

       “넹?”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향해 자조적인 미소를 짓는 카렌.

       

       “아시다시피 이단심문관의 주 업무는 여신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변절자를 처리하는 일입니다.”

       

       “생각해 보면 처음 만났을 때도, 엘리에게 황혼을 삼키는 자의 정보를 듣고 싶어 가게에 찾아온 거였죠.”

       

       “맞습니다. 자세한 것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현재 저와 이안은 놈들이 무언가 꾸미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추적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맞붙은 거고요?”

       

       “예. 최근에 요나 형제님 덕분에 신성력도 늘어나고, 몸에 깃든 가호도 강해져 어찌어찌 몰아세우긴 했습니다만…마지막 발악으로 자신의 수하를 제물로 바쳐 저주를 걸더군요.”

       

       “아.”

       

       황혼을 삼키는 자는 이단이긴 해도 일단 사제다. 나름대로의 신성력은 가지고 있다는 소리.

       

       신이 실존하는 세상에서 이단자에게 신성력이 뭔 개소리냐는 말이 나올 건 알지만….

       

       사랑의 여신은 미궁의 밑바닥에서 미궁을 조율하는 데 힘을 집중하고 있다. 그 탓에 지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불완전해진 거고.

       

       물을 쏟아버리는 건 쉬워도, 다시 주워 담는 것은 힘든 것처럼 신성력이나 가호도 하사하는 것은 편하지만 회수하는 것은 힘들다.

       

       그렇기에 황혼을 삼키는 자들의 신성력은 일그러지긴 했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놈들은 이를 자신이 옳다는 증거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 거고.

       

       …사실은 조금 다른 이유였지만.

       

       타락한 사제가 쓰는 일그러진 신성력은 국룰!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넣은 설정이거든. 다른 이유는 나중에 추가로 덧붙였을 뿐이다.

       

       쓰러진 이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좀 알겠네요. 일그러지고 반전되었다고는 하나, 어찌됐건 뿌리는 같은 신성력. 몸에 해롭게 작용하니 저주로 봐야 하지만, 진짜 저주라기보다는 사람 몸이 버티지 못할 정도의 기괴한 축복이라는 건가요. 하긴. 이 정도는 되어야 신전에서 해주를 못 하는 거겠죠.”

       

       “…역시 잘 아시는군요.”

       

       감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카렌. 너무 아는 척했나 싶어 고개를 돌아보자, 놀란 것은 우리를 여기까지 안내한 레밀리 뿐이었다.

       

       리디아는 조금 표정이 굳어졌을 뿐 내게 의문을 품은 것 같진 않았고.

       

       이게 다 평소에 조금씩 이것저것 아는 척 해둬서 그냥 넘어가는 거겠지? 이래서 사람은 평소의 행실이 중요하다니까.

       

       아무튼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슬슬 이안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봐야지. 짧은 만남이었지만, 어쨌든 아는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건 좀 그렇잖은가.

       

       “진짜 저주가 아니라면 동정이었어도 유니콘의 단검으로는 어쩌지 못했겠네요. 그나저나 증상이 어떻게 되죠?”

       

       “혈액의 흐름이 이상해졌습니다. 피가 한 곳에 뭉쳐 검게 죽거나, 너무 강하게 순환하며 그 압력에 혈관이 터지기도 하더군요. 겉으로는 멀쩡해도 내장이 벌써 몇 번이고 괴사했습니다. 지금이야 저나 다른 사제분들이 돌아가며 치료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이대로는…….”

       

       “아, 그거 발기부전의 축복을 꼬았네요.”

       

       “발…예?”

       

       순간 아연한 표정을 지으며 되묻는 카렌. 이에 내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아차차. 이렇게 말하면 발기 못 하게 하는 효과인 것 같네요. 반대에요 반대. 발기가 잘 되게 해주는 건데…정확한 이름이 뭐였더라. 발기의 축복? 아니지. 지속되는 사랑의 축복이었던가요?”

       

       사랑의 여신이면 어떤 축복을 내려줘야 재밌을까 하는 생각으로 낄낄대며 써 내린 설정 중 하나라 기억한다.

       

       이 세계의 남자들은 성욕이 낮으니 유지력도 낮아, 화끈한 밤을 보내는 데는 약간의 보조가 필요하거든.

       

       이 축복 또한 그중 하나다. 아랫도리로 가는 혈류를 조절하는 것인데…피의 흐름과 연관된 축복은 몇 가지 있지만, 남자에게 걸 수 있으며 저런 증상이라면 답은 하나뿐이다.

       

       완벽한 추리에 스스로에게 감탄하며 콧김을 뿜어내고 있자니, 그제야 주변의 반응이 눈에 들어왔다.

       

       멍하니 눈만 끔뻑이는 카렌과, 일행이 아닌 척 슬쩍 거리를 벌린 리디아.

       

       “아니, 애도 아니고 다들 발기에 그렇게 반응하시면 어떻게 해요? 조금 부끄러워지잖아요.”

       

       “그, 그렇습니까.”

       

       “요나한테 듣고 싶진 않은데.”

       

       할 말은 많아 보이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이는 카렌과 헛웃음을 짓는 리디아.

       

       한숨을 푸욱 내쉬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하아…이런 음란한 어른들 같으니라고. 됐으니까 이제 비켜보세요. 치료해 보려니까.”

       

       “예?! 치료하실 수 있는 겁니까?”

       

       “그야 당연하죠. 애초에 카렌 심문관님은 황혼을 삼키는 자들이 어떻게 사람 몸에 이롭게 작용하는 축복을 저주처럼 쓰시는지 아시나요?”

       

       “그런 이단의 지식에는 관심이 없어서….”

       

       “뭐, 모르는 게 낫긴 해요. 알면 쓰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니까. 다만 이번처럼 알아야만 대응할 수 있는 문제도 있을 뿐이죠.”

       

       그리 말하며 이안의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어디 보자, 이쯤이면 되려나?

       

       “남자의 아랫도리가 커지는 게 무슨 뼈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거든요? …아니지, 동물 중에는 진짜 뼈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사람은 아니에요. 단단해지는 건 거기에 피가 몰려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서 그런 거지.”

       

       난데없는 성교육 시간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카렌을 향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지속되는 사랑의 축복은 달리 말하면 혈류를 조절해 주는 축복이라는 소리예요. 아랫도리로 가는 혈류량을 늘린다거나, 빠져나오는 양은 줄여 쉽게 피가 쏠리도록 하는 거죠. …하지만 여기서 약간 위치를 바꿔보면 어떻게 될까요?”

       

       “예?”

       

       “피가 아랫도리가 아닌 다른 부분에 고여 빠져나가질 않으면 어떻게 되냐는 소리예요. 뭔지는 몰라도 뭔가 문제가 생기긴 하겠죠?”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기관이 아니니 말입니다.”

       

       “거기에 추가로 혈류의 다른 구성요소까지 폭주시킨다고 생각해 봐요. 혈압이 미친 듯이 치솟아 수시로 랜덤한 혈관을 터뜨리고, 면역 능력에 이상을 일으켜 피를 썩힌다는 식으로 말이죠.”

       

       쉽게 말해 혈전, 고혈압, 패혈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조금 다르겠지만…원인이 뭐가 됐건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얼추 비슷하니까.

        

       아니, 좀 더 격렬하려나. 자연스레 일어난 문제가 아닌 신성력을 통해 이뤄진 인위적인 현상이다 보니 누가 등을 떠밀듯, 증상이 멈추지 않고 가속하는 중이거든.

       

       나중에는 카렌의 말대로 아무리 치료해도, 회복 속도가 망가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죽을 수도 있다.

       

       “근데 뭐, 결국은 피에 이상을 일으킨다는 거잖아요? 그럼 대처 방법은 간단해요.”

       

       유니콘 단검을 집어넣고, 갈무리용 단검을 꺼내 들었다.

       

       “카렌 심문관님. 가진 모든 신성력 준비해 주세요. 리디아 님도 상급 이상의 회복 포션이 있으면 그거 꺼내주시고요. 돈은 나중에 이안 심문관님한테 받아내면 그만이잖아요?”

       

       “전부, 말입니까?”

       

       “…이단 심문관이 가난하진 않을 테니 괜찮겠지.”

       

       얼떨떨해하면서도 신성력을 끌어올리는 카렌. 그녀의 몸이 옅은 분홍색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리디아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고급스러운 병에 담긴 빨간 포션을 꺼냈고.

       

       모든 준비가 끝나자 정신을 집중하던 카렌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 대처 방법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대답 대신 이안의 심장에 갈무리용 단검을 박아넣었다.

       

       푸욱!

       

       “이런 거예요.”

       

       심장 리셋.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꺄아아악! 이 살인자!!(아님)
    다음화 보기


           


EP.58

EP.58





       “혹시 이안 씨는 동정이신가요?”


       


       내 질문에 이 자리의 모두가 당황해 눈을 끔뻑였다. 그래도 자기 동료의 일이라는 건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카렌이었지만.


       


       “거,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뭐 괜찮아요. 이제부터 알아보면 그만이거든요.”


       


       일단 유니콘 단검부터 꺼내 이안의 팔 위에 올려두었다. 아무런 반응도 없다.


       


       “이런. 비동정이네요. 하긴. 다른 어디도 아닌 사랑의 여신을 모시는 분이니 기회는 많았겠죠.”


       


       “…….”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알았다는 듯이 눈을 질끈 감는 카렌. 하지만 이미 늦었다!


       


       처녀를 되돌리지 못하는 것처럼 이안이 비동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또한 잊을 수 없을 테니까…!


       


       고개를 휘휘 저으며 정신을 차린 카렌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이게 대체 무엇이길래 판별이 가능한 겁니까? 그리고 순결의 여부가 대체 왜 중요한 건지….”


       


       그리 말하며 손끝으로 단검을 톡 건드리는 카렌. 검신이 일순 밝게 빛났다.


       


       “처녀시네요.”


       


       “……!”


       


       흠칫 굳어 버린 그녀를 향해 어깨를 으쓱이며 설명해 주었다.


       


       “이 단검은 유니콘의 뿔로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순결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유니콘의 힘을 빌려줄 수 있답니다. 치유와 정화의 힘 말이에요.”


       


       “아!”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카렌.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낯빛이 어두워진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이안은 이 단검으로 치료할 수 없다는 소리군요.”


       


       “그렇게 되네요. 이참에 자세한 사정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여긴 다른 어디도 아닌 신전이잖아요. 어지간한 저주는 쉽게 해주할 수 있을 텐데.”


       


       “맞는 말입니다. 거기에 저와 이안은 임무 중에 부상당한 이단심문관이니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기까지 하죠. …다만, 이게 평범한 저주가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며 저주조차 아니겠군요.”


       


       “넹?”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향해 자조적인 미소를 짓는 카렌.


       


       “아시다시피 이단심문관의 주 업무는 여신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변절자를 처리하는 일입니다.”


       


       “생각해 보면 처음 만났을 때도, 엘리에게 황혼을 삼키는 자의 정보를 듣고 싶어 가게에 찾아온 거였죠.”


       


       “맞습니다. 자세한 것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현재 저와 이안은 놈들이 무언가 꾸미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추적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맞붙은 거고요?”


       


       “예. 최근에 요나 형제님 덕분에 신성력도 늘어나고, 몸에 깃든 가호도 강해져 어찌어찌 몰아세우긴 했습니다만…마지막 발악으로 자신의 수하를 제물로 바쳐 저주를 걸더군요.”


       


       “아.”


       


       황혼을 삼키는 자는 이단이긴 해도 일단 사제다. 나름대로의 신성력은 가지고 있다는 소리.


       


       신이 실존하는 세상에서 이단자에게 신성력이 뭔 개소리냐는 말이 나올 건 알지만….


       


       사랑의 여신은 미궁의 밑바닥에서 미궁을 조율하는 데 힘을 집중하고 있다. 그 탓에 지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불완전해진 거고.


       


       물을 쏟아버리는 건 쉬워도, 다시 주워 담는 것은 힘든 것처럼 신성력이나 가호도 하사하는 것은 편하지만 회수하는 것은 힘들다.


       


       그렇기에 황혼을 삼키는 자들의 신성력은 일그러지긴 했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놈들은 이를 자신이 옳다는 증거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 거고.


       


       …사실은 조금 다른 이유였지만.


       


       타락한 사제가 쓰는 일그러진 신성력은 국룰!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넣은 설정이거든. 다른 이유는 나중에 추가로 덧붙였을 뿐이다.


       


       쓰러진 이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좀 알겠네요. 일그러지고 반전되었다고는 하나, 어찌됐건 뿌리는 같은 신성력. 몸에 해롭게 작용하니 저주로 봐야 하지만, 진짜 저주라기보다는 사람 몸이 버티지 못할 정도의 기괴한 축복이라는 건가요. 하긴. 이 정도는 되어야 신전에서 해주를 못 하는 거겠죠.”


       


       “…역시 잘 아시는군요.”


       


       감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카렌. 너무 아는 척했나 싶어 고개를 돌아보자, 놀란 것은 우리를 여기까지 안내한 레밀리 뿐이었다.


       


       리디아는 조금 표정이 굳어졌을 뿐 내게 의문을 품은 것 같진 않았고.


       


       이게 다 평소에 조금씩 이것저것 아는 척 해둬서 그냥 넘어가는 거겠지? 이래서 사람은 평소의 행실이 중요하다니까.


       


       아무튼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슬슬 이안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봐야지. 짧은 만남이었지만, 어쨌든 아는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건 좀 그렇잖은가.


       


       “진짜 저주가 아니라면 동정이었어도 유니콘의 단검으로는 어쩌지 못했겠네요. 그나저나 증상이 어떻게 되죠?”


       


       “혈액의 흐름이 이상해졌습니다. 피가 한 곳에 뭉쳐 검게 죽거나, 너무 강하게 순환하며 그 압력에 혈관이 터지기도 하더군요. 겉으로는 멀쩡해도 내장이 벌써 몇 번이고 괴사했습니다. 지금이야 저나 다른 사제분들이 돌아가며 치료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이대로는…….”


       


       “아, 그거 발기부전의 축복을 꼬았네요.”


       


       “발…예?”


       


       순간 아연한 표정을 지으며 되묻는 카렌. 이에 내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아차차. 이렇게 말하면 발기 못 하게 하는 효과인 것 같네요. 반대에요 반대. 발기가 잘 되게 해주는 건데…정확한 이름이 뭐였더라. 발기의 축복? 아니지. 지속되는 사랑의 축복이었던가요?”


       


       사랑의 여신이면 어떤 축복을 내려줘야 재밌을까 하는 생각으로 낄낄대며 써 내린 설정 중 하나라 기억한다.


       


       이 세계의 남자들은 성욕이 낮으니 유지력도 낮아, 화끈한 밤을 보내는 데는 약간의 보조가 필요하거든.


       


       이 축복 또한 그중 하나다. 아랫도리로 가는 혈류를 조절하는 것인데…피의 흐름과 연관된 축복은 몇 가지 있지만, 남자에게 걸 수 있으며 저런 증상이라면 답은 하나뿐이다.


       


       완벽한 추리에 스스로에게 감탄하며 콧김을 뿜어내고 있자니, 그제야 주변의 반응이 눈에 들어왔다.


       


       멍하니 눈만 끔뻑이는 카렌과, 일행이 아닌 척 슬쩍 거리를 벌린 리디아.


       


       “아니, 애도 아니고 다들 발기에 그렇게 반응하시면 어떻게 해요? 조금 부끄러워지잖아요.”


       


       “그, 그렇습니까.”


       


       “요나한테 듣고 싶진 않은데.”


       


       할 말은 많아 보이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이는 카렌과 헛웃음을 짓는 리디아.


       


       한숨을 푸욱 내쉬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하아…이런 음란한 어른들 같으니라고. 됐으니까 이제 비켜보세요. 치료해 보려니까.”


       


       “예?! 치료하실 수 있는 겁니까?”


       


       “그야 당연하죠. 애초에 카렌 심문관님은 황혼을 삼키는 자들이 어떻게 사람 몸에 이롭게 작용하는 축복을 저주처럼 쓰시는지 아시나요?”


       


       “그런 이단의 지식에는 관심이 없어서….”


       


       “뭐, 모르는 게 낫긴 해요. 알면 쓰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니까. 다만 이번처럼 알아야만 대응할 수 있는 문제도 있을 뿐이죠.”


       


       그리 말하며 이안의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어디 보자, 이쯤이면 되려나?


       


       “남자의 아랫도리가 커지는 게 무슨 뼈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거든요? …아니지, 동물 중에는 진짜 뼈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사람은 아니에요. 단단해지는 건 거기에 피가 몰려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서 그런 거지.”


       


       난데없는 성교육 시간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카렌을 향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지속되는 사랑의 축복은 달리 말하면 혈류를 조절해 주는 축복이라는 소리예요. 아랫도리로 가는 혈류량을 늘린다거나, 빠져나오는 양은 줄여 쉽게 피가 쏠리도록 하는 거죠. …하지만 여기서 약간 위치를 바꿔보면 어떻게 될까요?”


       


       “예?”


       


       “피가 아랫도리가 아닌 다른 부분에 고여 빠져나가질 않으면 어떻게 되냐는 소리예요. 뭔지는 몰라도 뭔가 문제가 생기긴 하겠죠?”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기관이 아니니 말입니다.”


       


       “거기에 추가로 혈류의 다른 구성요소까지 폭주시킨다고 생각해 봐요. 혈압이 미친 듯이 치솟아 수시로 랜덤한 혈관을 터뜨리고, 면역 능력에 이상을 일으켜 피를 썩힌다는 식으로 말이죠.”


       


       쉽게 말해 혈전, 고혈압, 패혈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조금 다르겠지만…원인이 뭐가 됐건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얼추 비슷하니까.


        


       아니, 좀 더 격렬하려나. 자연스레 일어난 문제가 아닌 신성력을 통해 이뤄진 인위적인 현상이다 보니 누가 등을 떠밀듯, 증상이 멈추지 않고 가속하는 중이거든.


       


       나중에는 카렌의 말대로 아무리 치료해도, 회복 속도가 망가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죽을 수도 있다.


       


       “근데 뭐, 결국은 피에 이상을 일으킨다는 거잖아요? 그럼 대처 방법은 간단해요.”


       


       유니콘 단검을 집어넣고, 갈무리용 단검을 꺼내 들었다.


       


       “카렌 심문관님. 가진 모든 신성력 준비해 주세요. 리디아 님도 상급 이상의 회복 포션이 있으면 그거 꺼내주시고요. 돈은 나중에 이안 심문관님한테 받아내면 그만이잖아요?”


       


       “전부, 말입니까?”


       


       “…이단 심문관이 가난하진 않을 테니 괜찮겠지.”


       


       얼떨떨해하면서도 신성력을 끌어올리는 카렌. 그녀의 몸이 옅은 분홍색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리디아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고급스러운 병에 담긴 빨간 포션을 꺼냈고.


       


       모든 준비가 끝나자 정신을 집중하던 카렌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 대처 방법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대답 대신 이안의 심장에 갈무리용 단검을 박아넣었다.


       


       푸욱!


       


       “이런 거예요.”


       


       심장 리셋.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꺄아아악! 이 살인자!!(아님)
    다음화 보기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