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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

       

       * * *

       

       

       

       어쨌든 패전국이지만, ‘제국’이라는 타이틀은 지키게 된 오스트리아다.

       

       다만 결국 패전 했기에 오스트리아 역시 내부에 빨갱이가 나타나지는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판국에. 남북으로 국경을 접한 두 국가, 이탈리아와 독일이 공산화해 버렸다.

       

       약체국화 되어 버린 오스트리아 처지에서는 붉은 역병의 위협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고.

       

       최근 유고슬라비아란 이름으로 열심히 오스트리아에 티베깅을 하던 세르비아도 최근 티토라는 젊은 빨갱이가 공산주의 선전을 한다 하니. 바로 위인 오스트리아 제국은 뒷목을 잡아야만 했다.

       

       공산 독일의 등장으로 기존 독일 내 융커들, 장군들 및 기타 인력들이 오스트리아로 들어오긴 했으나, 그래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에 비하면 한참이나 뒤떨어지는 국력이었다.

       

       합스부르크 황실은 협상국 덕에 민심이 이반되어도 실제 역사와 달리 공화정이 아닌 제국을 유지하게 된 탓에 이것저것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

       

       여기서 군주정 유지로 살아서 오스트리아 카이저 자리를 유지한 카를 1세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사방이 공산주의 놈들이다!’

       

       자국이 바쁜 영국도 빨갱이들에게 포위당한 오스트리아를 뒷바라지해 줄 리는 없을 터.

       

       카를 1세는 최근에 러시아에서 온 제안이 떠올랐다.

       

       원래 독립 체코로 보내려 했던 라돌라 가이다를 오스트리아에서 받아줄 것. 군부의 한 자리를 줘서 오스트리아 국방력을 강화할 것 등등.

       

       오스트리아 입장에서는 참으로 어이를 상실한 주문이지만, 이래서야 차라리 그게 낫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의 오스트리아는 붉은 홍수 앞에 놓인 촛불이나 다름이 없다.

       

       카를 1세는 카이저의 자리와 또 오스트리아에 터질지도 모를 공산 혁명을 막기 위해 러시아의 제안을 수락하기로 했다.

       

       여기에 몇 가지 더 조건을 붙일 생각이지만.

       

       

       “그 체코 군단의 가이다 장군이 가진 군대가 그렇게 강군이라지? 체코 독립전쟁이고 나발이고 합스부르크에 충성하면 다 용서해주고 군권도 줄 테니 당장 오스트리아로 불러오시오!”

       “예. 폐하.”

       

       

       마침내 라돌라 가이다와 휘하의 수만의 군대가 오스트리아로 돌아가는 것이 결정되었다.

       

       

       * * *

       

       

       오스트리아에서 라돌라 가이다를 받아들인다고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조건이 좀 붙었다.

       

       러시아에서 남는 무기 지원 및. 상호방위조약 좀 맺자고.

       

       어차피 우리 처지에서도 오스트리아는 필요하니까. 외교부에서는 받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 듯하다.

       

       실제 역사에서 오스트리아는. 이중제국 시절을 생각하면 러시아 견제용 역할로 알맞았으나, 지금 시점에서는 오히려 붉은 역병이 러시아로 오는 것을 막아줄 방파제로 바뀌었다.

       

       오스트리아가 스스로 손을 내민다면 받아줘야지.

       

       영국도 이건 막지 않았다.

       

       꼬우면 자기가 독일 포위망을 구성해야 하는데, 그게 지금 영국 처지에서 가당키나 할까?

       

       공산 독일을 고립 시켜야 하는 처지에서 영국은 지금 내부 문제로 발을 빼야 했다.

       

       애초에 식민지군을 많이 써버린 상황이기도하고.

       

       심지어 바로 아래 이탈리아도 있다.

       

       영국이 그걸 못하면 우리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아니면 영국의 전략은 더 크게 프랑스, 영국, 폴란드, 러시아 등이 이렇게 공산세력을 고립 시키자는 것 같기도 한데.

       

       만일 히틀러와 가이다가 무사히 오스트리아를 접수해서. 헝가리든 슬로바키아든 다시 제국구성원으로 만들어 체급을 불리는 데 성공만 한다면야.

       

       2차 대전이 터져도 우리가 지원한다는 가정하에 전선을 오스트리아-폴란드 라인에서 어떻게 막아볼 만 하지 않을까.

       

       전장이 된 오스트리아는 피해가 클 것이고.

       

       그렇게 되면. 히틀러가 살아생전 레벤스라움을 주장하기에는 독일을 쳐서 오스트리아 주도의 독일통일조차도 아마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마 2차대전이 터지면 높은 확률로 오스트리아는 후일 다시 찢어질 수도 있고,

       

       그것들 수습하려면 이전부터 본인의 언변을 열심히 써 가면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를 통합해야 할 텐데. 흠.

       

       내가 그 인간을 괜히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하필이면 이탈리아도 공산화되어 버렸고, 유고도 티토라는 빨갱이가 날뛰고 있다고 한다.

       

       이 새끼들은 그래도 러시아와 그럭저럭 괜찮았던 거 같은데. 자기들 스스로 구렁텅이에 빠지고 있다.

       

       위로는 공산 독일. 아래로는 공산 이탈리아와 유고슬라비아.

       

       이러니 내가 히틀러의 오스트리아 스타터 팩은 상당히 난이도 높다는 것이다.

       

       적어도 악의 축으론 안 죽는 걸로 만족해야겠지.

       

       어쨌든. 여기서 가장 재미있는 점이 뭔지 아나?

       

       바로 그 베니토 무솔리니. 그 추축국의 부드러운 아랫배이자 히틀러의 영원한 단짝놈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로마에서 붉은 행진으로 권력을 잡았다.

       

       이게 웃기잖아.

       

       

       “무솔리니가 이탈리아 사회주의 공화국의 서기장이 되었다. 라.”

       

       

       최근에 나는 러시아 내부 문제에 바빠 유럽 쪽 정보에 영 문외한이었는데.

       

       설마 하니 그 무솔리니가 파시즘이 아니라 공산주의 국가를 세우다니.

       

       히틀러가 아니라고 해도 어쨌든 독일과는 영혼의 단짝이 될 운명이었나.

       

       히틀러는 반대로 나한테 자극 받아서 헝가리와 체코, 슬로바키아를 다시 통합시켜 오형을 부활시키려는 거 같고.

       

       아타튀르크도 그렇고 히틀러도 그렇고 왜 내 영향을 받는지 모르겠지만.

       

       뭐 그래. 결국, 결론을 내려보자면, 히틀러 쪽은 그래도 실제 역사보단 나은 쪽 아닌가.

       

       이쪽은 가이다와 접촉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한다.

       

       

       “폐하. 독일과 이탈리아가 걱정되십니까?”

       

       

       또 아나스타샤 선생님에게 채점 받으러 온 외교부의 바실리 하를라모프가 슬쩍 이쪽을 바라보며 운을 띄웠다.

       

       나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그래. 걱정되냐고 묻는다면, 걱정이 되지. 동정 되고, 가엾기까지 하다.

       

       

       “리프크네히트와 무솔리니 아래에서 신음할 독일과 이탈리아인들이 불쌍하군요.”

       

       

       공산주의는 ‘듣는 것만’ 이상적일 뿐이라는 것을 그들이 깨닫게 되면 어떻게 될까.

       

       결국 리프크네히트나 무솔리니 아래에서 잠깐 번영하다가 뒤늦게 쓴맛을 느끼게 될 것이 뻔하다.

       

       무엇보다도.

       

       어느 쪽이든 결국 공산주의라 하면 내가 한 개혁 비슷한 것을 해야 한다.

       

       자기들 이름을 붙이든 무슨 이름을 붙이든 간에 그놈들은 내가 한 개혁을 따라 할 것이 뻔하고,

       

       꼴에 달리 해 보겠다고 약간 수정작업을 거치겠지.

       

       그리고 적백내전이 일어난 소련을 보면서 독일과 이탈리아는 인민들에게 완전한 복종을 요구할 것이다.

       

       그 결과는 아마 북한 같은 모습이 아닐까.

       

       철권통치의 북한 같은 모습일 터.

       

       그리고 자기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를 최종 보스로 찍어둘 것이고. 또 그놈들 아래에 있는 인민들만 공산주의 정권 유지를 위해 죽어 나가리.

       

       우리에게는 붉은 역병을 막기 위해 오스트리아라는 방파제와 히틀러라는 조커가 있지만, 당장 그들 인민은 죽어 나가겠지.

       

       이게 다 내 생존과 적백내전에서 백계가 승리해서 불러 온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참, 좀 기분이 그렇거든.

       

       내 존재 하나로 두 국가가 빨갱이가 된 거니까.

       

       

       “전 러시아의 성녀이시자, 동로마의 황제이신 폐하께서 빨갱이가 되어 버린 이들까지 걱정하시다니, 그놈들은 그걸 영광으로 여기지도 않을 겁니다.”

       

       

       과연 그럴까.

       

       나는 입꼬리에 호선을 그리며 피식 웃었다.

       

       내가 그들을 걱정하는 이유가 너무 간단하다.

       

       그 두 국가 모두 체급은 만만치 않잖아.

       

       공산주의의 압제에 신음하는 건 별걱정도 안 된다. 그저. 죽여야 할 빨갱이가 너무 많아질 테니, 그게 걱정이란 거지.

       

       러시아가 죽일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 걱정될 뿐이고.

       

       이제 그 빨갱이들을 사정 없이 갈아버려야 할 우리 러시아 백군이 걱정될 뿐이다.

       

       

       “유고슬라비아는 아직 우리가 손을 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세르비아 말입니까?”

       “네.”

       

       

       내가 뭣 하러 그놈들을 신경 써야 하나.

       

       1차대전의 원인을 따지자면 세르비아의 검은손 놈들이 일으킨 사라예보 사건 때문이잖아.

       

       오스트리아 헝가리가 오스트리아 합중국 방안을 실현해 지들 몫인 남 슬라브 영역이 오형에게 넘어갈까 두려워했었지.

       

       그게 발단이 되면서 그쪽 민족주의자들이 움직인 것이고.

       

       결국 그놈들만의 범슬라브주의, 유고슬라비아를 만들고 싶어 하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복합적인 이유를 다 따지고 들어가면 한도 끝도 없으니 이건 그만 따진다고 해도 말이다.

       

       러시아도 같은 슬라브족이니 그렇다 칠 수 있지만. 이번 대전쟁에서 그놈들만 유고슬라비아로 올라갔잖아.

       

       대전쟁 직후 꼬락서니를 보라고.

       

       전쟁의 발단을 만든 주제에 러시아는 적백내전으로 개 고생했는데, 그놈들은 유고슬라비아로 거듭난 거.

       

       나 이게 굉장히 마음에 안 들어.

       

       그런 주제에 지금은 또 공산주의가 들어서려 한다고?

       

       뭐가 예쁘다고 이놈들을 붉은 역병에서 꺼내주냐.

       

       아, 이놈들이라도 처리해야 우리의 아돌프 열사께서 그나마 독일과 이탈리아를 막는 데 힘을 좀 쓸 수 있을 텐데.

       

       좋아 어디 그 이유나 들어 보자.

       

       

       “그래서 배가 부른 이놈들은 뭣 하러 공산당이 권력을 잡으려고 하는 겁니까?”

       “이번에 획득한 보스니아나 크로아티아 같은 곳에서 불만이 많은 모양입니다. 요시프 브로즈 티토의 세르비아 공산당이 여기에 해결책을 내놓으면서 지지를 받는 듯합니다. 아직 젊어서 당장 유고슬라비아를 어떻게 해볼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하지만 천천히 공산화시키기 위해 그놈이 여기저기서 빨갛게 빨갛게 물들이고 있다는 소리잖아.

       

       아직 젊은 놈이 벌써 붉은 숙주가 되다니. 아주 싹이 노랗-아니, 붉다.

       

       우리가 건드리기에도 미묘하잖아.

       

       

       “한마디로 뭐 우리나 독일처럼 내전을 겪은 것도 아니고, 이탈리아 마냥 하루아침에 뒤집는 것도 아닌. 정말 평화적으로 가는 거 아닙니까.”

       “네.”

       “그럼 뭐 우리가 개입할 방법도 마땅치 않네요.”

       

       

       독일과 이탈리아도 내부를 다스리는 지금이 그나마 나은 시점이라 군사적인 문제라면 어떻게 해볼 텐데.

       

       지금으로서는 러시아에 방해되는 일도 아닌 만큼, 딱히 뭐 명분도 없다.

       

       열강들에 찍히기도 싫고. 군대로 매번 해결 볼 수도 없고.

       

       

       “그럼 적당히 항의하는 쪽으로 하겠습니다.”

       “예. 안 들어 처먹으면 그놈들과 선을 그어야죠.”

       

       

       결국 2차대전은 빨간 놈들과의 싸움이 되겠지.

       

       그냥 너희 같은 빨갱이는 모른다. 이러면 된다.

       

       뒤에서 오스트리아를 붉은 역병을 막는 방파제로 열심히 지원하면 되고.

       

       우리로서는 프랑스, 오스트리아, 영국. 이렇게 해서 이탈리아나 독일 빨갱이들과 신나게 투닥거리게 한 다음.

       

       나중에 다 죽여 버리면 되지.

       

       참으로 오만하지만 장대한 계획이 아니고 무엇인가.

       

       나중에 열심히 핵을 만들어서 빨갱이들을 완전히 소탕해 버리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고.

       

       아인슈타인이 뭐 열심히 연구 중이긴 한 모양이거든. 나중에 시동 좀 걸어야지.

       

       

       “그리고. 영국에서도 폐하를 초청하였습니다.”

       “런던으로 말입니까?”

       “예,”

       

       

       굳이 갈 필요가 있나.

       

       당장 한가롭게 해외 순방이나 할 때가 아니다.

       

       오늘만 해도 지금, 이 외교부 인간이 아니더라도. 채점 받으러 온 늦깎이 학생들이 많다고.

       

       이제는 익숙해져서 나는 마땅히 선생님으로 이들을 채점해주기로 했지만. 이 와중에 런던에 오라고?

       

       나는 그런 짓은 귀찮아서 안 한다.

       

       나 없는 사이에 이 늦깎이 학생들(두마)이 과연 제대로 할지도 모르고.

       

       모스크바와 예카테린부르크 왔다 갔다 왕복하는 사이에도 불어나는 종이 쪼가리에 서명하면서 일일이 살펴보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내부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으로 적당히 거절하죠.”

       

       

       그 외에는 국내 순행은 하긴 해야 한다.

       

       베라 게드로이츠가 나보고 가급적 자제하라고 했지만, 그래도 가야 한다.

       

       어쨌든 베라 게드로이츠의 말에 따르면 나는 탕후루잖아. 괜찮다.

       

       이번에는 극동 쪽도 한번 가보고 싶은데. 식민지이긴 해도 한반도와 가까운 곳인 만큼 남다를 것 같기도 하고.

       

       그 전에, 지금은 가이다 장군을 보내는 일은 내가 마무리해야 할 터.

       

       

       “일단 가이다 장군을 한번 보고 싶군요.”

       “예. 불러 올리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이다 장군이 내 집무실로 들어왔다.

       

       보기보다 신수가 훤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금 보니, 2차 대전까지는 버틸 백군 장군들이 많습니다.

    육군: 표트르 브란겔, 미하일 드로즈돕스키, 안톤 데니킨, ,니콜라이 유데니치, 그리고리 세묘노프, 로만 폰 운게른슈텐베르크, 미하일 표도로비치 스코로두모프, 파벨 라팔로비치 베르몬트아발로프, 아나톨리 페필랴예프

    해군: 알렉산드르 콜차크, 게오르 카를로비 스타르크.

    당장 아나스타샤와 함께 한 장군진이라서 실제 소련 네임드 장군들이 전쟁에서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선작, 조회수! 추천이 많이 늘었네요! 감사합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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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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