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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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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나나

        [(속보) 극채색 2차 시험 보스 레이드임]

       

        (사진)

       

        파도 때문에 흔들려서 제대로 안 찍혔지만 환영 마법으로 구현한 마족의 일종이라 함

        뱃멀미 때무넹 여서 뒤지;ㄹ겠네

        참고로 같은 배에 탄 정령사는 진작 기절했고 정령한테 노트도 뺏김 도움 안 되는 새끼

       

        — 저게 뭐임?

        — 처음 보는 마수인데 저게 마족이라고?

        — 생긴 게 왜 저럼 ㅋㅋㅋㅋ

         ㄴ 앞다리 꼬라지 보소 ㅋㅋㅋㅋㅋ

        — ㅇㅇ(1.1) : 저거 킹룡임

         ㄴ 킹룡이 뭔데?

         ㄴ ㅇㅇ(1.1) : 용보다 멋진 거 있음 쟤는 티라노인데 킹룡 중에서도 최강임

         ㄴ 이름부터 킹받네

         ㄴ 또또 이상한 떡밥 퍼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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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룡 좀 웃기네 ㅋㅋㅋㅋ]

       

        지금 23층에 있는 새끼들은 저거 사진 좀 많이 찍어놔라

       

        나중에 합성해서 자짤로 쓰게

       

        — 이미 5,392개 저장해둠

        — 걍 웃음벨임 ㅋㅋ

         ㄴ 니들이 직접 봐야 웃음이 안 나오지

         ㄴ 알빠임?

         ㄴ 아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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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네, 마족 전담기구에 지원하신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고요]

       

        마지막 상대는 티라노입니다

       

        — 팈ㅋㅋ랔ㅋㅋ놐ㅋㅋㅋㅋ

        — 아무리 생각해도 마족이랑 관련이 없거든요

        — 아니 저게 제일 무섭다니까?

         ㄴ 크기도 집체만한데다 어지간한 마법은 다 안 통한다고

         ㄴ 그야 환영이니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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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고전하고 있는 듯 하군.”

        “클로에 교수가 너무 힘을 많이 준 모양입니다.”

        “구명정이 죄다 침몰하기 전에 적당히 마무리 짓는걸로 하죠. 다들 평가표는 작성하셨죠?”

        “킹룡, 킹룡이라…….”

        “자네 뭘 보고 있는 건가?”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스펠만 교수님.”

       

        간부들이 채점을 마무리하며 지원자들 중 합격자를 골라내는 사이, 클로에는 파티장 뒤편에 따로 마련된 VIP룸에서 비나와 대면했다.

        극채색의 의장에게 갑자기 불려온 이유를 듣게 된 클로에는 비나의 출신도 잊은 채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제가 만든 노트를 쓸 수 없다뇨! 어째서인가요?”

        “연구부에 문의한 결과 아직 정식으로 허가받지 않은 시제품이더군요. 교수의 협력은 고맙지만 극채색은 개인의 사병집단이 아니에요.”

       

        마탑의 행정부처 소속인 만큼 검증되지 못한 물건을 정식으로 채택할 수는 없다는 것.

        언뜻 보면 타당한 이유지만 수상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이미 그녀의 발명품 중 인식저해 마법이 걸린 가면 같은 마도구들은 극채색 뿐 아니라 다른 조직에서도 별도의 허가 없이 이용 중이었다.

        게다가 위험한 마장도 아니고 고작 메신저 역할을 하는 위치노트를 콕 집어 금지시키는 건 수상했다.

       

        결정적으로, 니플헤이르 가문의 순혈 마법사가 고작 행정부의 입김이 두려워 몸을 사리는 건 말도 안 되었다.

        클로에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혹시 연금학파나 다른 쪽과 계약이 되어 있나요?”

        “아뇨, 일반적으로 기숙사에서 나눠주는 위치노트를 이용할 계획이에요.”

        “설마 갤러리의 관리자들과 모종의 연관이라도 있으신 건 아니겠죠!”

        “클로에 교수.”

       

        갤러리의 관계자가 아닌가 상대를 의심하는 것은 공식적으론 마족이냐고 묻는 것보다 더한 무례였다.

        얼마 전 공역에서 주딱이라고 밝혀진 운드라 가문의 소가주가 실종된 뒤로는 더욱 기피시 되었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클로에가 뒤늦게 입을 틀어 막았을 때.

        물살에 따라 흔들리던 에리즈 호가 기울어진 채로 멈추었다.

       

        “저도 당신처럼 돌려 말하는 법을 모르니 쉽게 이야기할게요. 당신의 광기를 순수로 포장하지 마세요.”

        “…….”

        “마법사의 언어란 그 자체로 무게를 지녀요. 특히 상층을 넘어선 원소술사 쯤 되면 거짓된 언행 하나하나가 신비를 오염시키죠.”

       

        창틀을 타고 흐르는 파도 소리마저 사라져 버린 실내에서 비나의 목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매운다.

        바깥에서 난동을 부리던 용의 환영은 진작에 사라진 뒤였다.

       

        “고결과.”

       

        압도적인 마력에는 한 점의 티끌조차 감지되지 않았다.

        마치 극지의 호수처럼 투명했다.

        만약 비나가 스스로의 발언에 약간이라도 캥기는 구석이 있었다면 그 언어에서 피어난 균열이 스스로의 고결을 좀먹었으리라.

       

        “무결.”

       

        뒤이어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저릿한 한기.

        피가 얼어붙는다는 공포를 느낀 클로에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주제넘은 가르침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대로라면 스테판 가(家)가 영원히 백가에 머무를 것 같아서 드리는 충고에요.”

        “며, 명심하겠습니다……!”

       

        찍소리도 못하고 VIP룸을 빠져나온 클로에는 누군가를 찾기 시작했다.

        몸은 한계까지 내몰렸지만 그녀의 정신은 아직 팽팽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이런 사사로운 일에는 관심 없던 의장에게 누가 바람을 넣었을까.

        위치노트의 시제품을 알고 있는 사람도 몇 안 되는데.

       

        유력한 용의자는 몇 시간 전 이곳에 온 클락 뿐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가 범인이 분명했다.

       

        “그 자식 대체 어딜 간 거야?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이는데.”

       

        파티장을 이 잡듯 뒤졌으나 클락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남자 화장실에도, 흡연실에도 없었다.

        고민하던 클로에는 그를 데려왔던 객실로 가보기로 했다.

        짐을 두고 왔으니 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론에 의해서였다.

       

        “야! 너 기껏 합격시켜줬더니 내 뒤통수를…… 어?”

        “생각보다 늦게 오셨네요.”

        “누, 누구?”

       

        객실에 있는 것은 기괴한 동물의 탈을 뒤집어쓴 두 남녀였다.

        테이블 위에는 신성학파가 사용하는 제단이 꾸려져 있었다.

       

        위험을 감지한 클로에는 재빨리 뒤로 물러서며 수인을 맺었다.

        저 수상한 자들이 누구든 간에 절대 호의적인 손님은 아니었다.

        마력회로가 얼어붙긴 하였으나 그녀는 무려 79층에 오른 백가 1위의 마법사.

        게다가 원소 마법 중에서도 가장 빠른 빛 계통의 ‘무결’은 인지를 넘어선 속도로 상대를 꿰뚫을 수 있다.

       

        “어머, 성격도 급하셔라.”

        “으읏……!?”

        “잠시 누워 계세요. 곧 깨워드릴 테니.”

       

        그러나 사슴의 형상을 한 여인의 고운 손이 맞부딪히는 것이 그보다 먼저였다.

        두 발이 저절로 움직여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윽고 침대에 쓰러져 의식을 잃고 말았다.

       

       

       

        *

       

        “준비 다 됐어요, 관리자님!”

        “벌써?”

        “네, 이제 관리자 님께서 떠올리는 기억의 일부가 이 분께도 공유될 거에요.”

       

        내가 있는 곳으로 귀신같이 달려 온 당축이는 기절한 클로에를 의자에 묶었다.

        주머니에서 노트를 꺼낸 그녀는 사뭇 진지한 투로 물어왔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이런 위험한 지식을 갖고 있다면 차라리 기억을 날려버리는 편이 나을 텐데.”

        “야.”

        “예?”

        “그걸 할 줄 알았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악! 뿔 잡지 말아주세요오!”

       

        나는 사슴뿔을 붙잡고 빙빙 돌렸다.

        물론 마법사의 기억을 삭제하는 난이도는 고작 머릿속에 이미지 띄우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기에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았다.

        제단에 바쳐야 하는 ‘영광’도 어디 뒷골목에서 주워온 듯한 더러운 천 쪼가리여서 신뢰도가 더욱 낮았다.

       

        “그, 그거 태양의 적이 두르고 있던 망토 자락인데…….”

        “그러시겠지. 사실 이 검은 말도 한다? 가끔 잘 때 날 찌를지 말지 혼자 고민도 해.”

        “거짓말이 아니라니까요오?”

       

        나도 아니야.

       

        어쨌거나 준비를 끝낸 우리는 클로에를 깨웠다.

        사고가 빠른 그녀는 곧장 자신이 어떤 상황에 쳐했는지 파악했다.

        투명한 안경알 너머로 비웃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마법을 써서 도망치면 어쩌나 싶었지만, 옆에서 당축이가 이상한 기도문을 외우고 있었기에 믿어보기로 했다.

       

        “뭐, 돈 필요해? 아니면 누군가의 사주? 전자면 내 개인 금고 위치와 비밀번호를 알려줄 테니 가져가고 후자면 그 안에 있는 돈 두 배로 줄 테니 누가 시킨 짓인지 불어.”

        “슬프군요 클로에 교수. 저희는 고작 그런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그럼 뭐, 마족이니?”

        “저희는 당신의 연구에 도움을 주고자 왔습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새하얀 앞머리를 치우니 딱밤을 때리고 싶게 생긴 이마가 드러났다.

        진짜로 한 대 쥐어박아주고 싶지만 연결이 끊길까봐 그냥 놔두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였다.

       

        “당신이 만든 마족의 환영에 대해서는 실망했습니다. 다른 건 적당히 봐줄만하다 쳐도 용에 대한 자료는 극히 미흡하더군요.”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주류 학자들과 의견이 다를 뿐 내 설계는 정확했어!”

        “저는 외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눈을 감고 떠올린다.

        우리가 그들을 사냥하고자 했던 이유를.

        이세계에서 온 평범한 청년이었던 내가.

        모든 것을 바쳐서 그 심장에 창을 꽂기까지의 여정을.

       

        “그것의 또 다른 이름은 ‘전쟁’입니다.”

        “뭐?”

        “이 세상은 그런 식으로 되어 있어요. 역병, 기근, 죽음…… 모두 대륙을 파멸로 몰아가는 재앙들이죠.”

       

        끊임없이 동족을 늘려가는 마녀는 질병.

        생물의 정기를 빨아먹는 흡혈귀는 기근.

        한때 이 땅에 살아있던 자들인 망자는 죽음을 의미한다.

       

        마룡이 출몰하는 지역에는 반드시 전쟁이 일어난다.

        지도자의 비이성적 광기든,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범국가적 약탈이든 이유는 가리지 않는다.

        파괴와 혼돈을 퍼뜨리는 날개짓과 모든 문명을 불태워버리는 입김.

       

        “당신의 작품에는 그런 요소가 전혀 깃들어 있지 않아요. 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수준이네요.”

        “우, 우에에엑……!!”

       

        의자 째로 넘어져 버린 클로에가 연달아 구역질을 해댔다.

       

        디러워라.

        한 발짝 물러나자 그녀는 꿈틀대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진짜로 미쳐버린 건가 싶은 눈에는 연구자로서의 광기가 번들거렸다.

       

        “지, 지금 내가 본 것은…… 한 번만! 좀 더 자세히 떠올리게 해 주세요!”

        “싫습니다.”

        “네? 어째서…….”

        “그야 네가 감히 내 갤러리를 더럽혔잖아.”

       

        나는 뒤에 서 있던 당축이에게서 클로에의 노트를 받아냈다.

        그것을 발치에 떨어뜨리자 그녀의 표정이 공포로 물들었다.

       

        “서, 설마……!”

       

        갤러리의 주인이 실존한다, 아니 눈앞에 있다.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마족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두 가지 사실을 깨달은 클로에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토사물 범벅이 된 손을 놓지 않아 끔찍한 기분이었다.

       

        “아, 안 할게요! 다시는 갤러리에서 이상한 글 작성하지 않을게요!”

        “아뇨, 얼마든지 계속 해도 괜찮습니다. 교수같은 뛰어난 연구자가 그런 무의미한 행위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좋죠. 제 부하가 기억을 지울 수 있다 하니 오늘 일은 싹 잊게 해드리겠습니다.”

        “아아아 제발! 계정도 다 지우고 관련 연구와 노트도 폐기할게요! 그러니까 일 년, 아니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가르침을 주세요!!”

        “흠…….”

       

        생각보다 연구에 보이는 집착이 엄청나군.

        마족에 대한 정보는 황실에서도 철저히 통제하니 더욱 목마를 것이다.

        추후 연구부가 시간과 돈을 들여 비슷한 짓을 벌이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때 클로에의 목줄을 쥐고 있으면 매번 이렇게 일일이 대응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럼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까요.”

        “아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라뇨? 어떤…….”

        “저도 여기 도와주러 온 부하도 개인적으로는 매우 바쁜 입장이거든요.”

       

        나는 관리자 게시판에 글을 하나 올린 뒤, 그녀에게 말했다.

       

        ====

        — 관리자 : 열심히 일한 파딱들한테 상으로 휴가 줘야 한다 손

        — 초천재금발미소녀 : 손이어요

        — 부엉이 : 부엉

        — 벽력뇌제霹靂雷帝 : 손

        — 관리자 : 부엉이가 필요 없다 해서 없던 일로…….

        — 부엉이 : 손, 손이라고!!

        ====

       

        “당신 탓도 있으니 조금은 부담을 덜어주실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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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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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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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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