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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

       

       

       “우와아, 장관이네요···.”

       

       [아아, 소설에 넣지 못하는 게 정말 아쉽네요. 엄청 멋있는데.]

       

       “···멋있나요? 저게?”

       

       

       위버멘쉬의 근거지에 쳐들어가자마자 시작된 싸움.

       

       하늘 위에서 지켜본 결과, 단연코 눈에 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건 바로 이하율 수사관이었다.

       

       아니, 저거 뭔데.

       

       

       [전신이 안개가 되어버리는 능력이라니. 너무 멋있지 않나요! 역시 살려두길 잘했어!]

       

       “아니, 멋있긴 한데요···.”

       

       

       그래, 뭐. 분명 멋있긴 하다.

       

       안개가 되는 능력이라니, 낭만 있잖아.

       

       그런데 저건 조금, 그게···. 너무···.

       

       

       “우와아···. 저, 저건 멋있다기보다는 공포의 범주에 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예전에 그런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안개 속에서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괴생물체가 사람들을 습격하는 공포영화.

       

       그 영화를 볼 때는 안개 속이라는 한 치 앞을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언제 등장할지 모르는 괴물들이 무서웠는데.

       

       ···지금 보니 오히려 그 괴물들이 있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

       

       

       “그르륵···.”

       

       

       풀썩.

       

       또 한 명의 빌런이 쓰러졌다.

       

       온통 패닉에 빠진 빌런들 사이로 한 명, 한 명.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던 사람들부터 줄이 끊긴 인형처럼 쓰러졌다.

       

       피는 없다. 상처가 생겨서 죽은 게 아니니까.

       

       

       “폐 속에 물이 들어차는 건 도대체 무슨 기분일까요···.”

       

       [글쎄요?]

       

       

       주변 사람들이 호흡곤란을 겪으며 온몸을 뒤틀자, 위험하다고 여긴 빌런들이 도망치려 했지만 소용 없었다.

       

       이미 안개는 주변에 깔렸으니까.

       

       도망치려고 해도 점차 폐에 물이 들어차 숨을 쉬지 못해 온몸을 뒤틀다가 익사.

       

       ···아무리 초인이라고 해도, 장기를 단련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초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능력이 없는 일반인들을 괴롭히던 사람들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일반인처럼 나자빠지는 꼴이라니.

       

       아이러니하네.

       

       

       “스피라는 역시 잘 싸우고, 라이라도 생각보다 잘 싸우고. 걱정할 것도 없었네요.”

       

       

       제집 안방처럼 은신처를 돌아다니는 스피라는 말할 것도 없고, 라이라도 생각보다 잘 싸우고 있었다.

       

       둘 다 조금 걱정되는 면이 있었는데.

       

       스피라는 자기가 몸담고 있던 곳이니 조금 거부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거리낌이 없었다.

       

       갑자기 살기 위해 나에게 빌붙던 그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 뭐. 배신도 했는데 뭐가 대수겠니.

       

       라이라는, 음···.

       

       열등생 설정이 붙어버려서 별로 싸우지 못할 줄 알았는데, 아예 스타일이 바뀌어있었다.

       

       압도적인 힘과 속도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스타일로.

       

       분명히 기교가 약간 있었던 것 같은데, 아예 버려버린 모양이네.

       

       

       “다들 잘 싸우는 것 같으니, 저는 미리 간부를 만나보도록 할까요!”

       

       

       실에서 폴짝 뛰어내렸다가 살짝 후회했다.

       

       끈적끈적한 피가 잔뜩 튀어버려서.

       

       

       “아잇. 괜히 내려왔네. 기분 좀 내봤는데.”

       

       

       방금 갈아신은 스타킹인데 벌써 더러워지면 어쩌자는 거야.

       

       구시렁거리며 빌런들이 나온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쓰러진 인형들을 내버려 두고.

       

       

       

       ***

       

       

       

       “···어떡해, 우리.”

       

       “그러게? 망한 거 아냐?”

       

       “우와, 대박. 엄청 썰려 나가네.”

       

       

       간부들이 각자 감상을 내뱉었다.

       

       ···위기감은커녕, 자기 일이 아닌 것 같은 태평함을 선보이면서.

       

       

       “너희들, 싸울 맘은 있는 거냐?”

       

       “그야 있지?”

       

       “응, 응. 싸울 생각, 당연히 있지.”

       

       “그래도 생각해 봐. 우리가 가도 저 녀석들은 휘말려서 죽기밖에 더 해?”

       

       “···.”

       

       “그치? 반박 못하지? 힘을 조금이라도 더 빼놓는 게 이득 아니야?”

       

       -콰앙!

       

       

       분을 이기지 못하고 탁자를 내리쳤다.

       

       이 녀석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

       

       분명히 저번 회의 때 이야기가 나왔는데!

       

       

       “너희들, 여기서 더 인원이 줄어들수록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 텐데!”

       

       “···알아. 아니까 줄이는 거야, 미노.”

       

       “뭐?”

       

       

       방금까지의 태평한 모습은 어디로 간 걸까.

       

       어느샌가 그들은 싸늘한 눈빛으로 CCTV를 지켜보고 있었다.

       

       

       “있지, 마르모가 있었던 위치는 들키기 쉬웠으니까 그렇다 쳐도, 여기는 어떻게 눈치챈 거야?”

       

       “너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나도 그래. 여기는 사람도 돌아다니지 않는 장소인데. 어떻게 눈치챘을까?”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게다가 저기, 저쪽 CCTV. 보여?”

       

       “···저건!”

       

       “아, 봤어? 다행이다. 둔한 미노라면 못 볼 줄 알았는데. 다행히 금방 찾았네.”

       

       

       이상하다.

       

       아니, 이상하다 못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녀는 죽은 게 아니었나?

       

       

       “···스피라가, 어째서?”

       

       “글쎄. 이야, 역시 빠르네. 땅속에서 튀어나오는 솜씨가 일품이야.”

       

       

       하반신이 뱀의 꼬리로 되어있는 여자.

       

       마치 신화에서나 나올법한 라미아를 연상케 하는 저 외모.

       

       틀림없다. 스피라 외에 다른 여자가 있을 리가 없었다.

       

       

       “주, 죽은 게 아니었던가?”

       

       “정확히는 실종이었지.”

       

       “다들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말이야!”

       

       

       혼란스러웠다.

       

       죽었다고 생각한 동료가 살아 돌아왔다.

       

       

       그렇다면 당연히 기뻐해야 할 텐데.

       

       ···그 동료가, 동료를 죽이고 있었다.

       

       

       “어, 어째서···.”

       

       “배신이지, 미노. 다를 게 뭐 있어?”

       

       

       머리에서 떠올렸지만 억지로 지웠던 그 단어를, 그는 시원스럽게 내뱉었다.

       

       믿을 수 없었다.

       

       헤프게 웃던 그녀의 웃음이 떠올라서 더욱.

       

       

       “어떻게, 어떻게···!”

       

       “글쎄. 변절한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우릴 속였던 건지. ···확실한 건, 그녀는 적이야.”

       

       

       배신감에 몸을 떨어대는 와중에도 그들은 냉정히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있지, 미노. 우리도 믿기지 않지만, 배신자가 있었어. 심지어 간부진에.”

       

       “···.”

       

       “만약 간부진에 배신자가 한 명 더 있다면 그 순간 위버멘쉬는 끝이라고 봐야 해. 배신자를 잡으면 서로를 신뢰할 수 없어지고, 잡지 못한다면 사사건건 방해가 들어와 망해버릴 거야.”

       

       “최악의 상황을 배제했을 때, 우리가 내릴 수 있는 판단은 하나뿐이야. ···단원 중에 배신자가 숨어있어.”

       

       “···그렇군.”

       

       

       토끼 수인 라비와 원숭이 수인 하비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말대로, 일반 단원중에 배신자가 숨어있다.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상당히 아픈 출혈이야. 여기서 우리들만 살아남는다고 해도 위험해.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하기 힘들어.”

       

       “하지만 생각해 봐, 미노. 만약 한 명이라도 살려보냈다가, 적이 일부러 살려둔 배신자가 숨어들어 간다면? 계획은 시작도 못 한다고.”

       

       “그래, 이해했어.”

       

       “다행이네. 우리도 가슴 아프지만, 전부 계획을 위해서야. 그들도 이해해주겠지.”

       

       

       다시 한번 CCTV를 바라보았다.

       

       점점 비명은 잦아들고, 어느새 서 있는 사람은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모든 것은 계획을 위해서.

       

       

       “···그나저나, 도대체 뭐가 마음에 들지 않길래 우리를 이렇게 싫어하는 걸까? 빌런이라서?”

       

       “설마. 만약 그랬으면 진작에 습격했겠지. 왜 이제와서 공격해?”

       

       “그것도 그렇네. 그러면 왜?”

       

       “우리의 목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 아닐까? 인류 초인화 계획.”

       

       “···으음, 그것밖에 없나.”

       

       

       진정하기 위해 들었던 찻잔이 순식간에 우그러졌다.

       

       그래, 인류 초인화 계획. 그것이 우리 조직의 목표다.

       

       초인과 일반인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차별과 불합리.

       

       인류의 수에 비해 초인이 너무 적어 좀처럼 밀고 나가지 못하는 최전방.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 그것이 위버멘쉬다.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내 일반인들도 동물 인자가 적성에 맞는다면 초인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되었는데.

       

       그래서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는데.

       

       순식간에 망가져 버렸다.

       

       가까이 다가온 목표는 어느샌가 저 멀리 도망쳐버리고, 손이 닿을지 불확실해졌다.

       

       

       “···용서 못해.”

       

       “응?”

       

       “아, 화났구나.”

       

       “우오오오오오···!”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벽을 뚫어냈다.

       

       

       “내 이름은 미노스! 침입자는 어디 있냐! 덤벼라!”

       

       “···하아. 참 멍청하다니까. 그치, 하비?”

       

       “그러게, 라비. 야, 일어나. 이 게으른 자식아. 이렇게 시끄러운데 하나도 못 듣고 자고 있어?”

       

       “어, ···왜, 왜? 무슨 문제 있어?”

       

       “문제가 넘친다, 넘쳐. 침입자야. 빨리 싸울 준비나 해.”

       

       “뭐?!”

       

       “침입자 막으러 갔던 놈들 다 죽었으니까 그렇게 알고.”

       

       “뭐?!?!”

       

       

       

       ***

       

       

       

       “뭐야, 이 소리는?”

       

       

       쿠웅, 쿠웅.

       

       갑자기 어딘가에서 이상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건설 현장에 온 것 같은 굉음.

       

       ···뭐지? 무슨 소리지?

       

       한곳에서만 들리는 게 아니다.

       

       소리의 근원이 점점 움직이고 있었다.

       

       소리가 조금씩 커지는 게, 마치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은···.

       

       

       “미친···!”

       

       

       다가오는 것 같은 게 아니다. 다가오고 있었다!

       

       불안감을 느껴 몸을 피하고자 다리를 놀렸지만, 너무 늦었다.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더니, 어느샌가 어디서 들리는지도 구분되지 않을 만큼 가까이 다가왔으니까.

       

       

       -콰아아아앙!

       

       

       “···찾았다, 침입자!”

       

       “늦었나···. 아, 안녕? 너 좀 크다?”

       

       

       라이라는 멍하니 벽을 뚫고 돌진해온 남성을 바라보았다.

       

       거의 3m는 되어 보이는 엄청난 크기.

       

       우락부락한 근육에, 벽을 뚫고 왔음에도 전혀 상처가 없어 보이는 엄청난 힘과 내구성.

       

       ···마지막으로, 잔뜩 화가 난 듯한 모습까지.

       

       라이라는 큰일 났음을 깨달았다.

       

       

       “망했네···.”

       

       “죽어라아아아아아!”

       

       

       성난 황소가 늑대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하루 쉬어서 재송함미다… 대신 오늘 두편 써왔으니까 봐줘잉

    53화를 모티브로 낙서노트 님께서 팬아트를 하나 더 만들어주셨으니까 그것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시우 군이 직감으로 본 작가님의 상상도 팬아트도 올라왔으니 그것도 확인해주시면 좋겠네요!

    팬아트 모음집에 올려놨어요.

    ···그리고, 이모티콘은 며칠 더 걸릴 예정이에요.

    원래 오늘 받을 예정이었는데, 그림작가님이 코로나에 걸려서 조금 미뤄졌거든요.

    그래도 다음주 안에는 노벨피아에 검수를 받고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

    Navel 님,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예쁜 팬아트 감사드려요! 언제나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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