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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

       

       “뭐 해? 빨리 가자니까? 저놈들 사주한 놈 어디 있어?”

       

       “…그…그것이…”

       

       “일단 아까 그놈들부터 보러 가야 해.”

       

       “….”

       

       알루어드가 우물쭈물하며 눈치를 봤다.

       

       교황후보라는 놈이 이렇게 눈치를 많이 봐서야···.

       

       하기야 교황이 바로 앞에 있는데 눈치를 안 보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나는 곧바로 교황 아저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도 괜찮죠?”

       

       “허허…”

       

       클라인 영감에게도 한 번 더 물었다.

       

       교황 아저씨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괜찮죠?”

       

       “…그것이 말 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신께서도 고개를 저은 놈들을 만나겠다는데 어렵다니.

       

       클라인 영감이 난처한 듯 입을 열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지금의 교단은 굉장히 복잡하다.”

       

       “그에 관해서는 내가 설명하겠소.”

       

       표정을 보아하니, 또 정치적인 이야기가 분명했다.

       

       욕심 많은 사람이 있는 건 어디나 당연한 일이니.

       

       “참나…”

       

       뭐가 이렇게 복잡한 건지···.

       

       우리 영감님들도 그렇고, 교단도 그렇고 복잡한 일들이 천지다.

       

       내가 느꼈을 때는 이렇게 빙빙 돌아서 갈 일이 아닌데 말이다.

       

       “대륙전쟁은 수많은 목숨을 앗아 갔다오.”

       

       익히 아는 이야기이다.

       

       대륙의 절반이 황폐화 되었으며, 셀 수도 없이 사람들이 죽어 나간 전쟁.

       

       “특히나 교단의 경우는 그 상황이 더 심각했소.”

       

       “흐음…”

       

       “교단내의 모든 신관들이 몸을 던졌기 때문이오. 심지어는 그때의 성녀조차 말이오.”

       

       교황 아저씨의 얼굴엔 애통함이 가득했다.

       

       “교단 세력의 대부분을 상실할 만큼 큰 규모였소.”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정말로 큰 피해였던 모양이다.

       

       당시에 활동하던 성기사와 사제들 중 살아남은 이가 일할이 채 되지 않았다니.

       

       교단의 규모를 보면 그 일할의 숫자도 많을 테지만, 큰 피해였던 것은 확실해 보였다.

       

       “호오…”

       

       여기에 온 뒤로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말이었다.

       

       그렇다는 건, 그때의 성직자들은 몸을 아끼지 않았다는 말이니까.

       

       신을 모시려면 저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전대의 교황께서는 다시금 교단의 세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판단하셨소.”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저들은 대륙전쟁에 관한 신탁의 다른 해석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위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겠지.

       

       “전대의 교황과 나는 그 힘을 망해 버린 왕국에게서 찾았다오.”

       

       사라진 왕국에서 빠져나와 살아남은 귀족들.

       

       그들이 몰래 챙겨나온 재산이 상당했다고 한다.

       

       제국과 다른 왕국들조차 재정이 휘청일 정도였기 때문에 교단으로서는 가장 큰 활로였으리라.

       

       “그것이 아니었다면, 교단이 이처럼 다시 커지는데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오.”

       

       “으음…”

       

       “오갈 곳을 잃은 귀족들에게 교단은 훌륭한 도피처였다오.”

       

       “그럼, 그때 온 사람들이…”

       

       교황의 반대 세력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는 클라인 영감을 본 나는 내 생각이 맞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자본력은…그들의 입지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소.”

       

       클라인 영감의 표정이 심각했다.

       

       저들에게 많이도 당했던 모양이다.

       

       알루어드 역시 보기 드물게 화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그 균형이 깨어지기 직전의 상태라오.”

       

       “직전이요?”

       

       “신탁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오.”

       

       신탁이야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

       

       문제가 될 건 없게 느껴졌다.

       

       “신탁이 내려오지 않는다면, 나는 교황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오.”

       

       “허…”

       

       “그대의 뒤에 있는 저들 또한 위태로운 상황이 되겠지.”

       

       들을수록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신탁을 받는 것에 실패한 교황이 자리를 내려 놓는다.

       

       그 다음, 클라인 영감과 알루어드를 나와 엮어 이단으로 몰아 세운다.

       

       완전히 개판이 아닌가.

       

       “이걸 해결해야 한다는 거지…?”

       

       참 어려운 숙제다.

       

       차라리 엘프의 숲에 갔을 때가 더 편했던 것 같다.

       

       잡귀를 상대하는 게 내 전문이니까.

       

       그런데 참 어려운 숙제가 분명한데···.

       

       “이상하게 별일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애초에 방금까지 교단의 상황이 어쩌고 할 때도 불안한 느낌이 없었다.

       

       심지어 고생은 하겠지만, 진짜로 몸이 힘들기만 할 느낌이다.

       

       “일단 그놈들을 봐야 뭐가 나올 것 같은데…”

       

       그놈들부터가 시작일 것이다.

       

       아까부터 자꾸만 그 이단 심판관이라는 놈이 보고 싶었으니까.

       

       사주한 놈을 보기는 어려워도 잡은 놈들 보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내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상한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음?”

       

       “….크리스님?”

       

       “세레나는…?”

       

       “…예?”

       

       어디를 봐도 세레나가 보이지 않았다.

       

       “….?”

       

       분명히 같이 이곳으로 걸어왔다.

       

       문을 열기 직전까지.

       

       교황아저씨가 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곳에 그대들 말고는 들어온 사람이 없소.”

       

       “…”

       

       “…”

       

       “그러고 보니 같이 온다고 들었던 것 같소만…?”

       

       순간, 알루어드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뭐라고 해야 할까.

       

       지금 우리의 표정은 굉장히 이상할 것이다.

       

       “야, 알루어드.”

       

       “이쪽입니다.”

       

       

       ***

       

       

       “은밀한 곳에 그들을 가두어 놓았습니다.”

       

       알루어드를 따라 간 곳은 지하 깊숙한 곳이었다.

       

       도대체 이런 곳을 왜 만들어 뒀는지 의문일 정도로.

       

       횃불이 밝혀진 곳을 따라 내려가고 또 내려간 곳.

       

       희미하게 비명이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 분명히 들리고 있었다.

       

       알루어드 역시 얼굴이 이상했으니까. 

       

       “…너희 혹시, 사람 잡으면 고문부터 하냐?”

       

       아무리 상대 세력이라지만, 잡아 놓고 고문부터 하다니.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럼, 이 소리는 뭔데?”

       

       지하로 내려갈수록 비명이 선명해졌다.

       

       “애초에 여기는 뭐 하는 곳인데?”

       

       “…옛날에 네크로맨서들을 가두던 곳입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곳이지요.”

       

       이것저것이 막 떠올랐다.

       

       공수는 아니고 내 상상이었다.

       

       왜 그런 것들 있지 않은가.

       

       이교도들에게 사용하는 흉악한 고문 도구들.

       

       “….잔인한 새끼들.”

       

       “저희는 고문을 하지 않습니다…!”

       

       네크로맨서들을 가두던 곳에서 들리는 비명이면 안 봐도 뻔했다.

       

       성기사들이 아니면 누가 이렇게 비명이 들리도록 고문을 한다는 말인가.

       

       “호…혹시 세레나 님께서…”

       

       “아닐걸? 우리 세레나가 얼마나 조용하고…착한데…”

       

       세레나가 얼마나 조용한 엘프인가.

       

       나 말고는 대화도 잘 나누지 않을 정도로 얌전했다.

       

       “….”

       

       감옥에 가까워지던 어느 순간.

       

       그곳을 지키는 성기사들의 얼굴이 보일때쯤.

       

       비명이 뚝 멎었다.

       

       그리고 성기사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알루어드님…”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성기사들의 설명은 필요가 없었다.

       

       감옥의 문을 열며 세레나가 나왔으니까.

       

       “…세레나?”

       

       “오셨어요?”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

       

       희미하게 올라간 세레나의 입꼬리를.

       

       후련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거긴 어떻게 들어갔어…?”

       

       “…제가 누구인지 알려드리니. 열어 주셨어요.”

       

       “…”

       

       성기사들이 세레나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나와 같이 온데다가 하이 엘프라고 하니, 문을 열어 준 걸까?

       

       알루어드가 억울한 얼굴로 나를 쳐다 봤다.

       

       “보십시오! 역시 세레나 님께서…”

       

       “잔인한 놈들.”

       

       “…예?”

       

       “세레나를 시켜서 고문을 해?”

       

       “….예?”

       

       세레나가 조용히 내 옆으로 와서 섰다.

       

       “대화하시기 편하게 이야기를 조금 나눴어요.”

       

       상태가 조금 이상해 보인다는 세레나의 말에 나는 알루어드를 향해 눈짓을 했다.

       

       “…문이나 열어.”

       

       문을 지나쳐 들어간 나는 감옥 안에 입마저 막혀 온몸이 묶인 채로 갇혀 있는 그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묶고 있는 수갑에서 무언가 특이한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니 신성력을 차단하는 용도 같았다.

       

       “흐음…”

       

       일단 상태는 멀쩡했다.

       

       다우논이라는 놈도 굉장히.

       

       “아까 피가 났던 것 같은데…”

       

       분명히 알루어드에게 맞아서 피가나지 않았던가?

       

       “…제가 치료해 드렸어요.”

       

       순간, 다우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읍…! 읍!”

       

       옆에 있던 성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알루어드가 무어라 말하는 듯했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를 하고 그들을 살폈다.

       

       세레나의 말대로 그들의 상태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

       

       원래도 빛이 없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탁한 수준이었다.

       

       전체적으로 거멓게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조금씩 그 농도가 진해지고 있었다.

       

       “이상하네…아까보다…”

       

       주름이 늘어난 것 같다.

       

       분명히 이렇게 늙은 얼굴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 다우논이라는 사람도.

       

       저기 있는 성기사들도.

       

       매우 건강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병에 걸려 시들시들해진 것 같았다.

       

       그들도 무언가를 느끼는지 몹시 다급한 표정이었다.

       

       “…..”

       

       심지어 한 성기사는 허공을 보며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살피는 것 같지만 그곳은 분명히 아무것도 없다.

       

       영혼도 없는 완벽한 빈 곳이었다.

       

       “…살짝 익숙한데?”

       

       헛것을 보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저것과 유사할 것이다.

       

       신성력을 가진 성기사가 헛걸을 본다?

       

       “이거…벌전인가?”

       

       나는 저런 상황을 본 적이 제법 있었다.

       

       무당이 되기를 거부한 이들.

       

       혹은 신을 모시면서 해선 안 될 것을 한 사람들.

       

       그들이 벌전을 받고는 한다.

       

       헛것이 보인다거나, 이유 없이 몸이 아프다거나.

       

       무당의 경우는 신기가 완전히 사라지기도 했다.

       

       “…신기가 사라져?”

       

       나는 다급하게 알루어드를 불렀다.

       

       “야, 저 사람들 신성력 좀 확인해 봐.”

       

       신성력으로 추정되는 덩어리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원래 어땠는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혹시 양이 좀 줄지 않았어?”

       

       흠칫.

       

       알루어드의 확인이 없어도 알 수 있었다.

       

       내가 말을 내뱉자 마자 안에 있는 모든 신관들이 몸을 떨었으니까.

       

       “진짜로 사라지고 있나 보네?”

       

       알루어드 역시 영문을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넌 괜찮냐?”

       

       “예…저는 평소와 다를 게 없습니다만…확실히 저들의 신성력은 줄어든 것 같습니다.”

       

       대가는 치러야 한다는 게 이런 뜻이었나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음?”

       

       “신성력이 사라진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교단의 입장에서는 그럴 것이다.

       

       전후 사정을 알기 힘들 테니까.

       

       “너희가 신성력을 왜 받았는지 알아?”

       

       “…예? 그야 신께서 하사하신…”

       

       “그러니까 그걸 왜 받았는지 아냐고.”

       

       알루어드의 입이 멈췄다.

       

       교황 후보라더니 이런 것도 고민을 안 해 본 모양이다.

       

       “사람 아픈거 치료해주고, 지켜 주라고 받은 거야.”

       

       무속인으로서 제일 처음 배우는 게 무엇인지 아는가?

       

       경전 외우기?

       

       사주 보는 법?

       

       방울 흔드는 법?

       

       모두 아니다.

       

       제일 처음 배우는 것은 무속인으로서의 자세다.

       

       슬픔을 위로해주고 행복한 길을 찾아 주는 것.

       

       잘 살라고 길흉화복을 점쳐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나쁜 것들 피해가서 잘 살라는 뜻이다.

       

       이들에게 신의 관심이 신성력이라면 지금의 상황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닐 것이다.

       

       “사람 도우라고 준 신성력을 쓸 곳에 안 쓰니까 있을 필요가 없는 거지.”

       

       “…!”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신성력이라는 거 어떻게 쌓냐? 태어날 때부터 있는 건 아닌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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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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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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