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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

       “저 여인이 그 독봉 선배라니….”

       “절색이라 소문이 자자하더니, 진짜로군.”

         

       소개를 듣고서야 그녀가 학관 내에 소문이 자자한 독봉임을 알아챈 장삼과 구왕수가 혀를 내둘렀다.

         

       “왜 남자들이 홀렸는지 알 것 같구먼.”

         

       장삼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소문으로는 이해하지 못했던, 독이 스며든 꽃임을 알면서도 이를 꺾기 위해 손을 뻗는 어리석은 남자들의 마음을 비로소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나저나, 제갈 소저는 왜 저러는 거지?”

         

       당선영을 향해 지금껏 보여준 적 없던 열기 가득한 눈빛을 한껏 쏘아내는 제갈연지의 모습에 구왕수가 의아하다는 듯 묻자, 장삼이 쯔쯧 하고 혀를 차며 대답했다.

         

       “딱 보면 모르겠나?”

       “뭘 말인가.”

       “연적 아니냔 말이야, 연적.”

         

       연적!

         

       놀란 구왕수의 눈이 백우진, 당선영, 제갈연지를 차례로 훑고 지나갔다.

         

       믿기 힘든 일이었다.

         

       “제갈 소저가 조장에게 마음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제갈연지는 분명 백우진에게 마음이 있다. 이것은 굳이 알고 싶지 않아도 함께 시간을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독봉이 한 남자를 좋아한다고…?”

         

       독봉에 대한 무성한 소문은 모두 하나로 귀결된다.

         

       그녀가 절벽 위에 피어난 꽃이며, 이를 꺾기 위해 힘겹게 절벽을 올라가도 독을 품고 있어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한다는 것이다.

         

       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손에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했다. 그래서 독거미라는 별호까지 붙은 그녀를 백우진이 비로소 꺾었다는 건 믿기 어려운 얘기였다.

         

       입을 쩌억 벌린 채 중얼거리는 구왕수의 모습에 장삼이 힘내라는 듯 어깨를 두드렸다.

         

       “이런 정도로 너무 놀라지 말게. 세상에는 자네의 상상을 뛰어넘는 무수한 것들이 많이 있으니.”

         

       당선영은 제갈연지가 보내오는 강렬한 시선을 피하지 않고 받아냈다.

         

       ‘위험한걸.’

         

       그녀의 눈동자에 서린 감정은 분명 질투였다. 그것도 아주 지독하고, 끈적한 아교 같은 질투.

         

       여인들에게 질투어린 시선이야 수도 없이 많이 받아온 그녀였으나, 지금과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은 단연코 처음이었다.

         

       ‘조심해야겠…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마치 그녀와 연적이라도 되려는 것처럼 생각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든 뒤, 한동안 그녀와 나누었던 시선을 돌려 모두를 바라보았다.

         

       “이번 조별 과제에 함께 할 테니 잘 지내보자?”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간드러진 목소리에 장삼과 구왕수가 힘차게 반응했다. 반면 신예화와 제갈연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입을 꾹 닫고 있었다.

         

       백우진이 앞으로 나섰다.

         

       “날씨에 큰 변화가 오지 않는 한 며칠 내로 출발할 예정이다. 다들 철저하게 준비해서 지시를 기다리도록 해.”

         

       모두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럼 오늘 훈련은 여기서 끝. 난 당 소저하고 일정을 조율해야 하니 뒷정리들 잘 하고 돌아가서 쉬도록 해.”

         

       백우진과 당선영이 눈을 마주친 뒤 돌아섰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있던 제갈연지가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았다.

         

       “저도…, 같이 가요.”

         

       드러난 그녀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열망을 내비치고 있었다.

         

       “저, 참모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알아야 해요.”

         

       백우진이 함지박만 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세차게 쓰다듬었다.

         

       “배, 백 공자…!”

         

       놀란 제갈연지가 당황 섞인 음색으로 말하자, 백우진이 웃는 얼굴 그대로 대답했다.

         

       “기특해서 그래, 기특해서.”

         

       아까도 느꼈지만 그녀가 진정 참모가 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녀의 말이 옳다. 일정, 목적지, 경로 등에 대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참모인 그녀는 모두 숙지하고 있어야 함이 맞다.

         

       “같이 가자.”

         

       제갈연지가 자연스럽게 끼어들자 질 수 없다는 듯 신예화도 튀어나왔다.

         

       “나,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안 돼.”

         

       백우진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으우….”

         

       울상이 되어버린 그녀의 얼굴을 보며 그가 말을 이었다.

         

       “예화야.”

       “응….”

       “사람마다 할 수 있는 일에 차이가 있다는 거, 알고 있지?”

         

       그녀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그들 사이에 낀다고 해서 도움이 될 일은 없다. 애초에 목적 자체가 두 여자가 백우진의 곁에 있는 걸 훼방놓고 싶어서였으니까.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붉어졌다.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자신만 제자리에서 돌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네가 우리 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무엇보다 그녀를 부끄럽게 만드는 건 그의 말투였다.

         

       신예화는 여전히 그를 조장이라는 직함보다 소꿉친구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한다. 허나 백우진은 다르다. 아니, 점점 달라진다.

         

       지금의 그에게 있어 그녀는 소꿉친구도 뭣도 아닌 일개 조원에 불과했다. 엄하게 타이르는 듯한 말투가 그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나, 나는….”

         

       나는 무엇으로서 이 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이었다.

         

       서글픔 가득한 시선으로 백우진을 한 번 쳐다봤다. 천진했던 얼굴은 어느새 성장하여 어른이 되어 있었다.

         

       오로지 자신만이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이대로는 안 된다.

         

       백우진의 옆에 서기 위해서는 그의 발목을 붙잡아 멈춰 세울 게 아니라 자신이 그의 보폭에 맞추어 걸을 수 있어야 한다.

         

       맹세하지 않았던가.

         

       오로지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자신을 바꾸기로.

         

       ‘우진이가 날 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조원으로서 그의 어깨에 올라간 짐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뿐이었다.

         

       좀처럼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또렷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올곧게 뻗어나가기 시작한 안광이 백우진에게 닿았다.

         

       “강해지는 거.”

         

       인원이 적은 조를 꾸리며 백우진은 말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등을 맡길 수 있는 든든한 동료를 원한다고.

         

       지지부진했던 그의 경지는 어느덧 절정에 올랐다. 지금의 자신이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위치까지 올라가고 말았다.

         

       ‘우진이가 지금 나한테 등을 맡길 수 있을까?’

         

       그럴 리 없다. 자신보다 한없이 약한 대상에게 무얼 맡길 수 있을까.

         

       눈가에 맺힌 작은 물방울들을 소매로 훔쳐내며 그녀가 재차 말했다.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지는 거.”

         

       그녀를 바라보는 백우진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그럼 지금 네가 있어야 할 곳은?”

         

       한꺼풀 벗어던진 그녀가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

         

       올바른 대답에 백우진은 애써 참고 있던 입꼬리를 쭈욱 끌어올리며 크게 미소 지었다.

         

       “정답이야.”

         

       그의 미소를 보는 순간, 신예화는 심장이 멎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오랜만이었다.

         

       그가 자신에게 저토록 밝은 미소를 보이는 것은.

         

       ‘몸이 뜨거워….’

         

       활활 타오르는 불에 가까이 다가간 것처럼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람이 있는 곳에선 차마 손을 가져가기 어려운 곳들이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간지러웠다.

         

       중독될 것만 같은 감각이다. 저 미소를 보기 위해서라면, 이러한 감각을 또 느끼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의욕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쳤다.

         

       ‘할 거야, 해낼 거야.’

         

       벅차오르는 표정으로 백우진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동자에 무언가가 급속도로 차올랐다.

         

       “기대하고 있을 테니 열심히 해봐.”

       “응…!”

         

       평소와는 조금 다른 듯한 목소리에 백우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돌아섰다.

         

       신예화는 백우진이 두 사람과 함께 연공실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다 이내 굳은 얼굴로 연공실 벽 한편에 세워둔 월도를 손에 쥐었다.

         

         

       * * *

         

         

       떠나는 날이 되었다.

         

       해가 떠오른 하늘은 높고 푸르렀고, 아직 조금 추운 날씨였지만 옷깃을 여밀 정도는 아닌, 그런 날이었다.

         

       이날이 오기까지 제법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스무 명 꽉 채운 조에서 마물 토벌에 나선다고 해도 팔짝 뛸 노릇인데, 고작 다섯 명밖에 안 되는 신룡조가 마물 토벌을 나서겠다고 하니 만나는 교수들마다 부디 다시 생각하라고 말려대는 통에 골머리를 앓았다.

         

       조금 우습기도 했다.

         

       애초에 조금만 시비가 잘못 걸려도 칼부림부터 나는 세상이다. 미래의 동량인 후기지수들이 헛된 죽음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취지는 분명 좋지만, 과보호도 적당히 해야 하는 법이다.

         

       ‘이럴 거면 온실에서 화초나 키울 것이지.’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딱 거기까지였다. 과제 결정권은 오롯이 조장에게 있고, 이에 대한 책임 또한 조장에게 있다.

         

       위험한 임무를 통해 명예를 드높이는 것, 목숨을 잃는 것 모두 조장과 그를 따르는 조원이 감당할 일이라는 것이다.

         

       백우진을 비롯한 신룡조가 출구 앞에 모였다.

         

       “다들 준비는 완벽하게 했으리라 믿는다.”

       “걱정 마시오. 내 밖에서도 점괘를 볼 수 있도록 확실하게 준비를….”

         

       뭐라는 거야, 이 새끼는.

         

       불안함을 느낀 백우진이 구왕수에게 눈짓했다.

         

       “저 새끼 짐 풀어봐.”

       “알겠어.”

         

       쏜살같이 움직인 구왕수가 장삼의 뒤를 습격했다.

         

       “아, 아니 이게 무슨 짓이오!”

       “가만히 있어!”

         

       그토록 잘 붙어 지내던 두 사람이 단숨에 적이 되는 순간이었다.

         

       구왕수는 장삼에게서 빼앗은 봇짐을 곧장 풀어 안에 담긴 물건들을 확인했다.

         

       관상학, 풍수지리학이 적힌 서책을 시작으로 점을 볼 때 흔드는 신장대, 방울 등.

         

       야영에 쓸 수 있을 만한 건 부싯돌 하나가 끝이고, 나머지는 그의 말대로 점괘를 보기 위한 물건들이었다.

         

       백우진이 어이없다는 투로 뇌까렸다.

         

       “이거 완전 또라이 아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십니까, 독자님들.

    자정 전에 한 편 더 올릴 수 있도록 하겠읍니다.

    2배 이벤트엔,,, 용량도 2배여야 하니까,,,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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