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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

       

       

       

       

       

       

       

       58화. 악몽의 마귀 ( 1 )

       

       

       

       

       

       “환자, 환자들이…!!”

       

       

       병사가 절규하듯이 내뱉은 말. 작은 텐트 안은 적막으로 가득 찼다.

       시간이 촉박하리라고 생각은 했다.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보다 모든 것이 빨랐다.

       

       카이사르의 손이 왕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몸이 변한 환자들이 무리 지어서 황궁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저지선을 형성했지만, 계속해서 돌파당하는 중입니다!”

       

       

       “…”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왕홀을 더욱 강하게 붙잡는 카이사르.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폐하.”

       

       

       데모닉이 조심스럽게 카이사르에게 다가 갔다. 후회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는다. 

       지금은… 지금은 최대한 할 수 있는 일해야했다.

       

       

       “… 그래. 내가, 짐이 이러면 안 되지.”

       

       “괜찮으십니까?”

       

       “괜찮네. 나는 괜찮아. 방법이, 방법이 있을 거야. 아직… 늦지 않았어.”

       

       

       카이사르가 텐트 밖으로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다. 한순간 10년의 세월을 맞은 듯, 초췌해진 모습. 그 옆을 호위 기사들이 부축하며, 황궁으로 향했다.

       

       잠시 조용해진 텐트. 데모닉이 짝ㅡ하고 박수를 쳤다.

       

       

       “이제 올 것이 와 버렸다. 이렇게 되면 제 1순위는 환자… 혹은 마귀들의 해결. 둥지 토벌은 무기한으로 미룬다.”

       

       “… 알겠습니다.”

       

       “예.”

       

       “어ㅡ”

       

       

       담담하게 대답하는 5호와 케니스. 이스칼은 아직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어벙한 표정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데모닉은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5호, 몸은 어떻지? 전투는 가능한가?”

       

       

       잠시 손을 쥐었다 펴보던 5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러면 5호, 따라와라. 한시가 급한 상황이니 서둘러서 준비를 마치고 황궁으로 오도록. 나머지는 날 따라와라.”

       

       

       말을 마친 데모닉이 케니스와 이스칼을 데리고 바삐 걸음을 옮겼다. 

       저주의 씨앗이 발아한 환자들이 대량으로 무리 지어 황궁으로 이동…

       

       불길한 징조다. 누가 봐도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

       

       

       “저, 저기 지금 황궁이요? 황궁으로 가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황망한 이스칼의 표정. 급변하는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 하는 듯했다.

       

       케니스는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먼 길을 달려온 이스칼에게는 미안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미안 합니다, 지금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서. 일단 황궁으로 가면서 얘기하시죠.”

       

       

       케니스와 데모닉은 능숙하게 말에 올라탔다. 이스칼도 어정쩡하게 눈치를 보다가 말에 슥 올라탔다.

       

       

       “이럇!”

       

       

       ㅡ타그닥 ㅡ타그닥

       

       엉망이 된 대로를 가로지르며 말들이 질주했다.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길가의 건물 곳곳이 무너졌고 울음소리와 비명이 들려왔다.

       

       

       – “으아아앙! 엄마아! 엄마!”

       

       – “여, 여보… 여보. 눈 좀 떠봐… 여보…?”

       

       

       한순간 가족을 잃고, 행복한 일상이 파괴당한 이들. 케니스는 비참한 현장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데모닉은 힐끗 케니스를 보며 말했다.

       

       

       “… 지금, 이 방향은 환자들을 수용하던 감옥과 황궁을 곧장 잇는 길이다. 아마 이 길을 따라 대규모의 마귀들이 움직였겠지.”

       

       

       데모닉의 말대로였다. 거리에 즐비한 시체들은 깨물리고, 찔리고 찢어진 상처로 가득했다.

       

       

       “무슨 이유로 황궁으로 이동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두면 어마어마한 수의 마귀들이 몸을 합치게 될 거다. 그렇게 되면… 정말 엄청난 재난이 되겠지.”

       

       

       케니스는 성도에서 봤던 쥐들을 떠올렸다. 저들끼리 찰흙처럼 몸을 붙여서 한 덩어리가 된 끔찍한 모습. 

       

       

       “아! 루엘! 황궁에는 루엘이 있어요!”

       

       

       케니스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의원들과 함께 악마병의 치료를 위해 황궁에 남은 루엘. 

       데모닉은 저 멀리 보이는 황궁을 바라봤다.

       

       

       “그 아이가 잘 빠져나왔기를 바래야지. 루엘 사제에게는 샛별의 지팡이도 있으니, 안전할 거야.”

       

       “그래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거예요!”

       

       “그래,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황궁으로 가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데모닉은 말을 더욱 재촉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자 병사들과 기사들이 만든 저지선이 보였다.

       

       … 아니 저지선이 아니었다.

       

       이미 한차례 재난이 휩쓸고 지나간 현장이었다.

       

       데모닉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미 돌파당했나… 어서 가자. 황궁으로 가야 한다.”

       

       

       바삐 말을 재촉했다.

       

       케니스에게서 간략하게 상황을 전해 들은 이스칼은 입이 떡 벌어졌다.

       악마? 저주? 황제랑 황태자까지? 

       급속도로 커지는 규모. 이스칼은 살짝 어지러워졌다.

       성도의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싶어 했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정신 차려라 이스칼! 이건 기회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어! 잘만하면 팔라딘의 제자가 될지도 몰라!’

       

       

       정신 바짝 차리고 팔라딘 옆에만 붙어 있으면 죽지는 않을 것이다.

       

       

       

       

       ‘… 안 죽겠지?’

       

       

       

       

       ————

       

       

       

       

       황궁의 앞은 야단법석이었다. 황궁에서 급히 빠져나온 사람들이 가득했고, 다친 사람들은 신음을 흘렸다.

       먼저 도착한 카이사르는 사람들을 지휘하며, 황궁 앞에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케니스와 데모닉은 바닥에 누운 환자들을 피해 가며 루엘을 찾았다. 다행히 사람들 사이에서, 인상적인 분홍색 머리를 찾을 수 있었다.

       

       

       “아, 루엘! 루엘!!”

       

       “케니스?”

       

       “루엘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으아앙! 케니스으ㅡ!”

       

       

       케니스를 발견한 루엘이 오도도 달려와 케니스에게 폭 안겼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군데군데 흙과 먼지가 가득했고,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케, 케니스! 나 진짜 너무 걱정돼서ㅡ 흐끕!”

       

       “그래그래 고생했어 루엘. 무사해서 다행이다.”

       

       

       케니스가 루엘을 달래고 있자니, 어디선가 프리가가 툭 튀어나왔다.

       

       

       “어 뭐야. 왔어?”

       

       “공녀님?”

       

       “엉,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변이 시끄럽더라고. 심상치 않다 싶어서 꼬맹이만 데리고 나왔지.”

       

       

       빈방에서 자고 있던 프리가가 루엘을 데리고 빠져나온 모양. 케니스는 프리가에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해요 공녀님. 공녀님 덕분이에요.”

       

       “아, 아니 뭐… 감사할 일까지는 아닌데.”

       

       

       프리가는 머쓱하게 볼을 긁적였다.

       저 멀리서 카이사르와 이야기를 나누던 데모닉이 일행을 불러 모았다.

       

       

       “케니스ㅡ! 프리가! 모두 이쪽으로 와라!”

       

       

       서둘러 다가가자 데모닉의 심각한 표정이 눈에 띄었다. 그 옆에 있는 카이사르는 당장에라도 쓰러질듯 안색이 초췌했다.

       

       

       “잘 들어라. 이미 대규모의 마ㄱ… 변이한 환자들이 황궁 내부로 들어갔다. 아마 곧 있으면 저들끼리 뭉치고 변이해서 밖으로 뛰쳐나오겠지. 어서 전투를 준비해라.”

       

       

       그제야 황궁 앞을 빼곡하게 둘러싼 병사들과 기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굳게 닫힌 황궁의 문에서 당장에라도 마귀가 튀어나올 듯, 긴장감이 가득했다.

       

       

       쿠웅…

       

       

       황궁 안에서 작은 진동음이 울렸다.

       

       

       쿠웅… 쿠웅…

       

       

       점차 가까워지는 진동. 거대한 무언가가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땅이 가볍게 울리며, 그 무게를 짐작하게 했다.

       

       

       “떨지 마라!! 옆에 있는 전우를 믿고 방패를 올려라!!”

       

       

       기사단장들이 돌아다니며 동요하는 병사들을 달랬다. 

       그리고 진공이 빠르게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쿠웅ㅡ 쿵ㅡ! 쿵ㅡ!

       

       

       거대한 것이 빠르게 다가오다가ㅡ

       

       

       ㅡ콰아아앙!!

       

       

       황궁의 문을 부수고 제 몸을 드러냈다.

       

       

       “아, 아아…”

       

       “맙소사,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거대한 몸체에 태양이 가려저 그늘이 만들어졌다. 보랏빛의 거대한 몸통. 흉측한 몸통이는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자국처럼 늘러붙어 있었다.

       

       

       — 키에에에에엑!!!

       

       

       마귀가 머리로 추정되는 부분에서 끔찍한 귀곡성을 토했다. 올록볼록 솟아난 몸통에서 기포가 부풀다가 터지기를 반복했고, 몸 곳곳에 삐죽 튀어나온 굵은 팔과 다리를 마구 휘둘렀다.

       

       

       ㅡ쯔적

       

       

       끈적한 소리를 내며 마귀의 맨 머리 부분이 쩍 갈라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언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

       

       

       카이사르의 황망한 소리.

       

       마귀의 이마 부분에 서서히 사람의 형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뱀이 알을 깨고 나오듯, 끈적하고 천천히.

       

       한 소년의 상반신이 밖으로 느릿하게 나왔다.

       

       황제의 하나뿐신 아들, 율리우스였다. 잠자는 것처럼 고요하게 눈을 감고 있는 율리우스.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율리우스가 스르륵 눈을 떴다.

       그리고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다가 카이사르를 향했다.

       

       

       “아, 안 돼… 안 돼…”

       

       

       카이사르는 이 순간이 멈췄으면 했다.

       마음이 찢어져도 지금보다는 아프지 않으리라.

       차라리 자신이 죽었으면 했다.

       

       

       – “아, 바…마..마… 사냐..ㅇ…노올…이…”

       

       

       율리우스의 머리가 더듬더듬 말을 뱉었다. 카이사르는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자신이 율리우스와 했던 마지막 약속.

       

       사냥 놀이.

       

       

       “아, 아니야….!! 아니야!!! 아아아!!”

       

       

       카이사르가 머리를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끔찍한 악몽을 마주한 듯했다. 아니, 차라리 악몽이 나으리라.

       

       

       — 끼헤헤헤헤헥!! 끼헤헤헤헤헤!!

       

       

       마귀가 카이사르를 비웃듯 팔과 다리를 마귀 휘저었다.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을 즐기는 것처럼.

       

       

       마치 악몽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

       

       

       

       

       

       또다시 꿈에 나와서 레이드를 돌리라 독촉하는 붉은 머리의 여자. 내가 이렇게나 게임에 미쳐 살았나ㅡ 싶다.

       

       게임 중독인가?

       

       

       “아니, 그으ㅡ”

       

       

       말을 꺼내려다가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피를 토했는지 입가에는 피가 흥건했고, 온몸에 깊은 상처가 가득했다.

       

       누가 봐도 정상은 아닌 모습에 기겁했다.

       

       

       “아, 아니! 지금 그쪽은 괜찮아요? 피, 피가!”

       

       

       내 말에 여인이 입가를 스윽 닦았다.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피를 쓱쓱 문지르고는 나를 바라봤다.

       

       

       – “아까 말씀하시는걸 가만히 듣다가 너무 욱해서 저도 모르게 말을 걸었더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 아니 말했다고 피를 토해요?”

       

       – “… 이 정도면 가볍게 지나갔다고 생각합니다. 감히 함부로 말을 걸었으니…”

       

       

       여인은 입가의 피를 쓱쓱 문질렀다. 고운 피부 곳곳에 남은 상처들을 빤히 바라보자 여인은 쓰게 웃었다.

       

       

       – “이건 저의 불경에 대한 반성입니다. 필요에 의한 일이었다지만, 감히 함부로 ■의 옥체를 해하였으니… 속죄의 의식을 하였습니다.”

       

       

       그제야 여인의 발치에 있는 채찍이 눈에 들어왔다. 오소소 소름이 쫙 올라온다.

       옛날 광신도 중에서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고행했다고 하던데, 이제는 꿈에서도 종교쟁이가 나오는 건가?

       

       

       “어… 그으.”

       

       – “■이시여,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영■의 ■다가 허락하는 이야기가 많지 않아서… 이런 이것도 막는군요.”

       

       

       여인이 하는 말의 중간중간 노이즈가 낀 듯 들리지 않았다. 아니, 분명 들었는데… 듣지 못했다.

       

       여인은 다급하게 나를 재촉했다.

       

       

       – “■이시여, 이제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레이드를 돌리셔야 합니다. 그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예요.”

       

       

       자꾸 레이드를 돌리라고 재촉하는 붉은 머리의 여인.

       

       계속해서 레이드를 하라는 여인의 목소리가 멀어지며 서서히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 으음ㅡ”

       

       

       무거운 눈을 부비며 잠에서 깨어난다. 멍한 머리로 꿈의 내용을 천천히 되짚었다.

       

       계속해서 레이드를 돌리라는 꿈을 꿨지.

       

       … 

       

       

       게임을 좀 줄여야 하나?

       진지하게 내가 게임 중독인지 고민했다.

       

       

       “… 일단 레이드 좀 돌릴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쓰읍… 내일은 글이 안 올라올수도 있습니다.
    지금 귀에서 이명이 너무 심하게 들립니다. 분명 약을 먹었는데도 이러네요.
    글 쓰는데 집중도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말도 잘 안들리는 수준입니다. 일단 내일 다시 병원을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

    뭐, 잘 해결될껍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 입니까!!!

    – ‘플레이아나’님!!!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저를 사랑한다는 말로 가득하군요? 저도 사랑합니다 독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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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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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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