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80

    “이쪽이야, 얼른!”

    “크윽…!”

    서드가 가까스로 문을 뛰어 넘어온 것을 확인한 고든은 곧장 통로문을 닫아잠궜다.

    그 뒤로는 마치 인간들이 얽힌채 서로를 밀치고 밟으며 해일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전부 언데드들이었다.

    -쿵-!!

    곧이어 강한 충격이 문 너머로 전달되었지만, 다행히 문이 망가지지는 않았다.

    “휴우…. 이렇게 전력으로 뛰어본 건 정말 오랜만인데.”

    거의 열차 끝에서 끝까지 쉴새 없이 달려왔으니, 아마 옛날의 몸 상태였다면 진작 저 바닥에 쓰러져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도 거의 그런 상태이긴 하지만.

    주저앉은 채 문에 달린 투명한 창 너머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서드가 물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식생칸의 통로문은 다른 문보다 조금 더 튼튼하긴 하겠지만, 저 정도 물량으로 밀어대면 저것도 아마 오래 버티진 못하겠지.”

    식생칸은 열차에서 가장 중요한 동력을 담당하는 칸이면서 관계자 외엔 들어올 일이 없어, 다른 통로칸보다 훨씬 더 견고하고 열기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칸을 하나씩 후퇴할 때마다 한 칸 분량씩 추가된 언데드의 물량 역시 무시할 수가 없다.

    고든은 그들이 문을 내리칠 때마다 눈에 띄게 유격이 발생하는 문의 틈새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길어봤자 몇분이 한계이려나.’

    보아하니 문이 언제쯤 부서지게 될지 짐작은 갔지만, 굳이 말을 하지는 않았다.

    굳이 입 밖에 내도 재미없는 말은 하지 말자는 주의라서.

    고든은 애써 문에서 시선을 돌려 주변의 풍경을 보았다.

    차창 밖의 풍경은 어느새 검푸른 빛의 아공간상태로 변해있었다.

    “워프인가…….”

    고든은 아까 전의 무전 이후 응답이 없는 통신기와 ‘워프공간’으로 도약한 창 밖의 상황을 보며 생각했다.

    흐음, 아무래도 시간은 맞추지 못한 모양인데.

    이미 워프공간으로 진입한 워프트레인은, 지상의 어떤 이동수단으로도 쫓을 수 없는 속도다.

    쫓을 수 있다고 해도, 존재하는 공간이 달라 서로 상호작용도 불가능하고.

    그녀에게 무언가 방법이 있는 것 같아보이긴 했으나, 아무래도 계획이 꼭 성공하리라는 법은 없다.

    이건 결국 늦어버렸다고 봐야겠지.

    역시 5분은 무리였을 것이다.

    사실 그렇게까지 실망할 일은 아니다.

    애초에 크게 기대한 상황도 아니었으니.

    계획이 어긋나는 정도는 늘상 있는 일이 아닌가?

    지금 당장 자신들도 그 ‘계획’이 어긋나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고.

    모든것이 계획한대로 전부 이뤄지는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이런 상황에 놓이지도 않았겠지.

    몇분 전.

    고든은 손가락 마디정도의 작은 구슬 안에 정교한 미니어쳐처럼 들어가 박혀있는 자신의 자동차를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하여튼 이 아공간 구슬, 진짜 물건이라니까.”

    설마 자동차를 통채로 소지하고 다닐 수 있는 아이템이라니.

    아직 외부장치가 없어서 서클러밖에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게 문제긴 한데, 상용화되면 아예 주차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템임이 분명하다.

    그것도 이 조그만 공업용 마석 하나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가성비까지 훌륭하다니.

    서클러가 아닌 자신도 여차하면 그냥 마석을 바닥에 던져 깨트리는 것으로 안에 든 물건을 꺼낼 수 있는 걸 생각해보면, 일회용으로 사용된다고 치더라도 효율이 그리 썩 나쁘진 않다.

    “내게 이런 기술이 있었으면 지금 이런 고생같은 건 하고 있지도 않을텐데.”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서드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스승님이 주신 아티팩트는 이제 그만 주시고, 계획에 집중하시죠.”

    “그래, 알겠어. 어린 녀석이 잔소리는.”

    고든은 서클러가 아닌 자신이 들고있어봤자 일회용에 불과해지는 아공간마석을 서드에게 돌려준 뒤, 선글라스를 고쳐썼다.

    뭐, 아무튼 계획은 간단하다.

    워프가 가동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가속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재빠르게 화물을 확보하고 다시 고든의 차를 향해 뛰어내려 탈출한다면, 그걸로 계획의 성공이었다.

    사실 이런걸 계획이라 불러도 되겠냐 싶을 정도로 단순한 계획이었지만, 계획이 단순한 데에는 전부 이유가 있었다.

    그들이 탑승한 워프트레인은 화물용이 아닌, 일반 승객도 다수 이용하는 보통의 여행객용 워프트레인.

    어째서 그들이 자신들이 통제하기 편한 환경인 화물용 워프트레인을 고르지 않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반 탑승객이 다수인 워프트레인에 그만한 중무장세력이 탈 수 있을리 만무하기에, 그저 화물을 쥐고있던 두명의 일행을 제외하고 무장인원들은 전부 그대로 돌아가버렸다.

    물류창고에서 보았던 그 엄격한 경계도가 무색하게도, 화물과 두명의 인물만을 덩그러니 두고 사라져버린 것이다.

    현재 워프트레인에서 화물을 지키는 사람이라곤 화물과 함께 탑승한 두명이 끝.

    그러니 자연스레 계획도 단순해질 수밖에.

    여기서 고작 두명정도 변수도 현장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애초에 계획이 무의미하지 않겠는가?

    -달칵.

    그렇게 화물을 가진 자들을 미행하던 서드와 고든은 객실칸 하나가 열리는 소리에 곧바로 복도 끝 공간에 몸을 숨겼다.

    객실에서 나온 이들은 당연하게도 화물을 지니고있던 그 두명.

    헌데 이상하게도, 지금 그들의 손에는 화물이 들려있지 않았다.

    그 말은 즉, 지금 객실칸에는 화물을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

    “정말로 이해가 안되는군. 대체 무슨 꿍꿍이지?”

    그래, 어느정도 양보해서 그렇게 많은 경계 인원에 불법적인 마법무장까지 동원해가며 지키던 화물을, 마지막에 이렇게 단 두명의 손에 맡긴 채 내버려두는 건 어떻게든 이해해본다 쳐도, 이건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제는 아예 지키는 사람도 없다고?

    아무리 볼일이 급해도 그렇지, 적어도 화물과 함께 이동하거나 최소 한명은 화물을 지켜야 할 것 아닌가?

    “역시 함정인가?”

    고든의 중얼거림에, 서드가 답했다.

    “그래도 뭐, 이외에 방법이 있습니까?”

    굳이 말하자면, 그 중무장 인원이 가득한 화물창고도 함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당연히 이 또한 함정이겠지만, 그래도 더 간단해보이는 함정이 아닌가?

    솔직히 반박할 수 없는 대답이라, 고든은 조용히 꼬리를 내렸다.

    “…그러니까 내 말은, 함정이니까 조금 조심하면서 당해주자는 얘기지.”

    고든과 서드는 그렇게 잠시 시선을 나눈 뒤, 곧장 그들이 나왔던 객실칸으로 숨어들었다.

    자신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화물을 확보하는 것이지, 누군가를 쓰러트리는 것이 아니므로 굳이 충돌할 이유가 없다면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달칵.

    그들은 그렇게 조심스레 개인객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화물은?”

    “저기에 있군요.”

    서드가 가리킨 방의 한구석에는 역시나 자주색 캐리어가 별다른 조치도 없이 놓여져 있었다.

    화물에 오르기 전에 봐두었던 화물의 형태와 완전히 동일한 것으로 보아, 그것이 그들이 목표로했던 화물임은 틀림이 없었다.

    혹시 몰라 표면과 주변을 면밀히 조사해봤지만, 방범장치라던가 도난방지책은 존재하지 않고 정말로 그냥 그 자리에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경보장치도 없고, 도난방지도 걸려있지 않다니. 정말 이렇게 끝인가?”

    설마 이렇게나 허술하다니, 정말로 이것이 중요한 화물이 맞는건가 싶을 정도다.

    간단한 일이 싫다는 건 아니지만, 함정을 각오하고 들어간 구덩이에 아무것도 없다면 조금 허무하긴 하다.

    “뭐, 쉬우면 좋은 게 아니겠습니까?”

    서드는 곧장 그 화물에 손을 뻗었다.

    안에 무엇이 담겨져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화물의 무게는 일반적인 여행용 캐리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 그럼 이제 여기서 나가죠.”

    하지만, 그들은 객실에서 나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화물을 집어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의 모든 통로가 날카로운 사이렌소리와 함께 긴급폐쇄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위이잉—!

    “……?”

    -철컥, 철컥.

    서드는 갑자기 잠겨버린 객실의 문을 계속 돌려보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설마 화물에 자신들이 알지 못한 장치라도 달려있었던 건가?

    고든은 다시금 서드가 들고있던 화물을 살폈지만, 역시 아무런 마법적인 흔적이나 장치도 찾아낼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벌써 워프가 시작되려는 건가?”

    객실의 출입이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경보조치는 ‘워프경보’인 것이 보통이다.

    워프 직전 문이 잠기는 이유는 주로 안전상의 문제다. 

    워프공간 진입시 차체가 꽤나 흔들리는 편이기에.

    하지만, 전혀 아무런 사전안내도 없이 갑자기 이런 경보가 울리는 건 역시 이상하다.

    게다가 창 밖의 풍경이 지나가는 속도로 어림잡아 추측해보아도, 현재 속도는 아직 워프에 진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위치도 아직 워프포인트까지 도달하지도 않은 상태였고.

    그러면 대체, 이 경고는 왜 울리고 있는 거지?

    …설마, 열차를 봉쇄할 목적 하나로?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 그 순간.

    -텅!

    “응?”

    그들이 있는 객실에서 통로를 볼 수 있는 작은 창으로, 누군가가 손을 갖다 댄 것이다.

    설마 화물의 주인들이 다시 돌아온건가?

    아니면 열차표를 검사하러 온 승무원?

    어느쪽이든 별로 달갑지는 않은데.

    하지만, 그 손의 주인은 그들이 사전에 고려한 인물에 들어있는 인물이 전혀 아니었다.

    -크으으…….

    그것도 한명이 아니었다.

    그들은 객실의 문을 두드린다기보단 내리치며 조금씩 몰려오고 있었다.

    “…언데드?”

    -그르르륵…….

    고든은 유리문에 눌려 꿈틀거리는 이성잃은 시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에 문 마력초에 불을 붙였다.

    밀폐된 워프트레인 내부에서, 그것도 소형 세계수를 비롯한 식물들이 조성된 식생칸에서 마력초를 태우는 건 당연히 매우 불법적인 행동이지만, 이제와서 그런 사소한 규칙위반을 신경쓰는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휴우…….”

    뭐, 각지에 ‘사고’로 위장한 학살을 자행하던 녀석들이니 어지간한 미친놈은 아니겠거니 생각하긴 했다만……. 설마 승객들을 전부 언데드로 만들어버릴 줄이야.

    상대가 이정도로 정신이 나간 인물이라면, 워프가 끝났을 때 쯤엔 자신들은 이미 충분히 잘못된 상황이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도 그럴게, 그들이 앞선 루크의 추측대로 특정 지역에 ‘사고’를 일으키는 게 목적이라면, ‘워프중 열차사고’도 충분히 생각할 법한 루트 아닌가?

    아니, 아마 처음부터 그런 의도였겠지.

    아무래도 그들의 목적은 ‘승객들 사이에 숨어서 화물을 가지고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승객이 가득한 워프트레인 그 자체’가 목적이었던 모양이다.

    참, 화물을 호위하던 그 많은 병력들이 전부 사라지고 단 두명이 워프트레인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알아봤어야 했는데.

    “…….”

    그래도 끝도 없이 몰려드는 언데드들을 뚫고 어떻게든 화물을 확보해 엔진칸 바로 앞인 식생칸까지는 왔다만…….

    고든은 열차에 마나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한 이동형 온실, 식생칸 중안에 조성된 소형 세계수를 바라보며 연기를 내뿜었다.

    ‘세계수 앞에서 마력초라…….’

    아무래도 꽤 오랫동안 숲지기로 복무해온 경험으로인해 뭔가 숲 속에서 연초를 태우는 것 같아 죄악감이 느껴지지만, 동시에 색다른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마치 속이 뻥 뚫림과 동시에 탁해지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건강에 좋은 느낌은 아니다.

    고든이 그렇게 현실도피에 가까운 생각들을 떠올리고 있을 때, 서드가 물었다.

    “고든, 워프를 지금이라도 임의로 멈출 수 없겠습니까?”

    “안돼, 워프에 진입한 순간 엔진실은 안전한 운행을 위해 공간적인 분리마법이 적용돼. 아마 우리들은 엔진실 문도 열 수 없을거야.”

    “…그러면, 저 나무를 베어 동력을 끊으면요?”

    “그것도 괜찮은 발상이긴 하지만, 저게 작아서 만만해보여도 일단은 소형 세계수야. 웬만한 마법으론 흠집도 안갈테고, 만약 저걸 베어낼 정도의 클래스가 있다면 그냥 열차칸 자체를 잘라내는 게 더 빠르고 안전할거야.”

    “…….”

    틈도 없이 이어진 고든의 반박에 서드는 다시 침묵했다.

    자신은 아직 세계수를 베어내긴 커녕, 워프트레인의 차체를 베어낼 정도의 마법조차 사용하지 못하니까.

    -크어어…….

    -쿵…! 쿵…!

    문 너머의 언데드들이 일으키는 둔탁한 소음이 점점 커지자, 서드는 부상당한 복부를 움켜쥔 채 고개를 숙였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방심하는 바람에…….”

    어느정도 수월하게 언데드들을 밀어내던 상황이 불리하게 변한 것은 자신이 부상을 입고난 뒤.

    자신이 조금만 더 경계하고 주의를 기울였다면 제때 엔진실에 도착해 워프를 멈출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확실히, 서드가 그렇게 자책해도 될 정도로 그의 능력은 고든의 예상 밖이었다.

    비유가 아니라, 서드는 실제로 번개와도 같았다.

    서드의 빠른 움직임과 전격마법은 엄폐물이 많고 몸을 움직이기 불편한 실내에서 장점이 더욱 극대화되었고, 그 이점을 충분히 살려 언데드들을 전부 지지고 튀겨버리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율이 일어날 정도.

    서클러가 어째서 국가의 엄격한 감시와 제재를 받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장면이었달까.

    그러니까, 화물창고를 경계할 때 보였던 자신있는 모습이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자신감이 독이 되기도 하는 법.

    서드는 화물과 함께 열차에 탔던 두 사람중 한명에게 달려들었고, 패배했다.

    가까스로 후퇴는 했지만, 역시 부상을 입고 말았다.

    그 상황에서 살아남아서 여기까지 도주한 것만 해도, 거의 기적에 가깝다.

    하지만, 고든은 그런 소년을 딱히 탓할 생각은 없었다.

    “됐어, 어려서 사고치는 일이야 사실 흔한 일이니까.”

    사실 그에게는 애초에, 소년이 그만한 능력을 보였던 게 더 기적적인 일이다.

    이런 상황에도 사용할 수 있을만한 도주루트를 생각하지 않았던 자신이 문제지.

    고든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진 걸 어떡해, 안그래?”

    “……예.”

    대답과 동시에 시선을 피하는 서드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든은 어느새 다 태운 마력초를 뱉어내고 새 마력초 한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한 자리에서 연달아 피우는 건 별로 선호하지 않는 흡연방식이기는 하지만,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지금은 꽤나 당긴다.

    -쿵, 쿵!

    점점 커져가는 문의 소음에, 고든은 마침내 결정한 듯 새 마력초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그러면,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구만.”

    “꼬마, 조금 있다가 문이 파괴되면 곧바로 화물을 들고 내게서 멀리 떨어져서 세계수 뒤로 숨어라. 폭발에 휘말리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야.”

    “예? 폭발이라니, 무슨…….”

    무슨 소리를 하는 지 모르겠다는 듯한 서드의 모습에, 고든은 소년의 시선을 등지며 말했다.

    “이런 짓 하려면 뭐, 항상 마지막 수단 같은 건 생각해둬야 하는 거니까.”

    특수목적부대의 분대장쯤 되면, 다들 자폭마법주문 하나 정도는 머릿속에 넣어두고 살아가는 법.

    생명 그 자체를 폭발력으로 변환하는 마법이 다 늙은 몸에서 어느정도 화력이 나올 지는 잘 모르겠다만, 그래도 잘하면 차체를 끊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 몸상태 괜찮은데, 이정도면 썩 괜찮은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언데드들에 의해 점차 커져가는 문의 균열을 바라보며, 고든은 현역시절 쓸 일이 없길 바래왔던 주문을 조금씩 읊어나가기 시작했다.

    하늘까지 화창하게 뚫린 식생칸에서 내리쬐는 워프공간의 검푸른 빛은, 무덤으로삼기엔 상당히 낭만넘치는 풍경이다.

    그 순간이었다.

    -툭, 툭.

    둔탁하고 무거운데다 위태롭기까지 했던 통로문의 소음과는 극히 다른 경쾌한 자극이 바로 옆, 워프공간의 풍경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본 고든의 머릿속은 이내 의문으로 가득찼다.

    그 이유는 바로, 창 밖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는 바이크와 그 위에 탄 인물들이 너무나도 익숙한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죽을 때가 되어서 환상을 보고 있는 걸까?

    워프공간에 바이크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자신이 벌써 미쳐버린게 아닌가 싶어질 무렵.

    그런 고든의 감정을 의문에서 경악으로 바꿔놓은 것은 서드의 벅차오른 목소리였다.

    “스, 스승님?!”

    “뭐?”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게, 자신한테만 보이는 환상같은 게 아니었단 말인가?

    그러니까, 그 다크엘프 경찰과 수인 소녀가, 맨몸으로 그 아공간의 시간왜곡을 버텨내면서 워프가속중인 워프트레인과 동일한 속도로 달리고 있는 게 정말 현실이라고?

    -…….

    창 밖의 소녀는 바이크의 뒷자리에서 크게 손짓했다.

    뭐라고 하는 건지는 잘 들리지 않지만 뭐랄까, 마치 자신에게 창에서 좀 떨어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직 혼란스러워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고든이 얼떨결에 자신이 서있던 자리에서 조금 비켜나자, 바이크는 조금 속도를 늦춰 시야에서 벗어나더니….

    -콰창–!!!

    ….곧이어 날아와선 식생칸의 유리를 완전히 깨부시며 열차에 올라탔다!

    -쿵, 끼기기긱—!!

    그간 쌓여온 자신의 모든 상식이 파괴되는 듯한 그 장면을 보고 고든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은 단어는 오직 하나였다.

    “하하, 미친.”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