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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0

       

        

        

        

        

        

        

        

       “…왠지 모르게 오한이 드는데….”

        

       “우로보로스가 카토 씨를 대상으로 뭔가 음흉한 음모를 꾸미고 있어서 그럴지도 몰라요.”

        

       “너희들 유진 씨한테 이른다.”

        

       “아니, 야. 잠깐만. 한 번만 봐줘.”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이카루스 로고가 새겨진 검은 대형 버스 안에 탑승한 네 명, 카토 일행이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주변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하루 전에 비하면 확연하게 줄어든 거리감이 오가는 말 속에서부터 느껴질 정도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은 유진이라는 공통분모 아래에 놓여있었고, 이는 다시 말해 그녀의 밑에서 오만가지 고생을 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는 소리. 그러한 공통분모가 심리적 간극을 좁히는 것에 얼마나 거대한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로를 호출할 때 섞였던 딱딱한 말투는 진즉 물거품이 되어 흩어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이들의 아젠다는 카토에게 전달된 광고를 그가 수락했다는 사실이었다.

        

        

        

       “엄멤메…이걸 결국 하시는구만.”

        

       “아니, 근데. 이카루스 같은 대기업에서 다키마쿠라 같은 거 시안으로 보내줘도 되는 거야? 아무리 호떡이랑 리밋도 이미 거쳐간 길이라고는 하지만….”

        

       “그러면 그땐 왜 태클 안 걸었는데.”

        

       “그땐 니네가 저런 거 만드는 줄 몰랐으니까!”

        

        

        

        물론, 김스톤이 스스로의 입으로 언급한 이유로 인해 ‘이카루스가 이런 거 만들어도 되는 거야?’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파훼되었다. 이미 전적까지 있는데 만들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그리고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애초에 저런 건 정기적으로 열리는 설문조사 결과 같은 걸 가지고 1위부터 10위까지의 제안 중 랜덤으로 뽑아서 시안으로 만드는 거라고. 단지 나나 리밋 같은 경우에는 그 설문조사를 지사에서 주관했지만, 카토 씨 같은 경우는 그런 설문조사를…본사에서 직접 손댄 거긴 한데.”

        

       “그래서 다키마쿠라가 뽑힌 거라고?”

        

       “아, 제발. 현아야, 지압마사지 함 해? 네가 광고 받았어? PT에 태국마사지 풀코스 함 시켜줘?”

        

       “아이씨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녀에게는 실로 끔찍한 말이었지만, 호떡은 물리치료사 자격증을 포함하여 트레이너가 갖춰야만 하는 온갖 자격증들을 산처럼 쌓아놓고 있는 엘리트 체육인이었다. 당장 그녀도 호떡을 알게 된 이후로 자세가 교정되고 몸이 좋아지고 있는 판이었으니.

        

        그 과정을 협박 아닌 협박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두렵기 짝이 없었지만.

        

        아무튼 대충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라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인 김스톤-김현아는 이어 덧붙였다.

        

        

        

       “…본인이 선택했으니 괜찮겠지, 뭐어. 아무튼, 그럼 카토 씨는 그 정도면 만족해요? 리밋은 그렇다쳐도 호떡 얘는 뭔가…자기 아바타에 꽤 프라이드가 있어서,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막 유명해지는 거 좋아하거든요. 카토 씨는 그런 게 있나 싶어서.”

        

       “…글쎄요. 게임 시작 전에 아바타를 열심히 깎은 건 사실이긴 한데,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거든요. 지금은 그냥 얼떨떨해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네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나요?”

        

       “후, 또 내가 알려줘야겠구만. 내가 또 이럴 때를 대비해서 온갖 종류의 버츄얼 인터넷 방송인들을 보고 다녔지.”

        

       “…이럴 때를 대비해서- 부분은 빼라, 좀. 그냥 평소부터 보고 다닌 거잖아.”

        

        

        

        전혀 쓸모없는 내용을 저렇게 잘 포장해서 전문가처럼 어필하는 것도 능력이 아닐까.

        

        물론 그것과 어처구니를 상실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였기에, 이들은 호떡의 진지한 개소리를 듣자마자 쿡쿡 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완전 쓸모없는 내용은 아닐 것 같았기에, 이들은 더 이상 태클을 거는 대신 그가 추가적으로 덧붙이길 기다렸다.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말.

        

        

        

       “근데 뭐, 사실 별 거 없어. 애초에 그쪽은 캐릭터랑 설정에 몰입 잘 하는 친구들이 많이 보는 거니까…잡설이 좀 길었긴 한데. 카토 씨는 아이돌에 흥미 있으십니까?”

        

       “뭔가 옛날에 유행했던 무슨…아이돌 키우는 프로듀서처럼 얘기하네.”

        

       “실제로 그거랑 비슷한 느낌으로 질문했으니 얼추 맞다고 치자고. 결국 버츄얼 스트리머들은 그쪽을 목표로 하거든. 막 춤추고 노래하고…현실이 아니라 가상현실에서 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아이돌이나 걸그룹이랑 별반 다를 것도 없어. 응원용 형광봉도 팔거든.”

        

       “진짜 아이돌이었네…근데 저 분이 무대 위에서 노래부르고 춤추는 걸 하진 않을 것 같은데.”

        

       “리밋은 했잖아.”

        

       “나는 0.01% 뚫고 벌칙룰렛으로 걸렸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한 거지!”

        

        

        

        빼액 소리를 지르는 리밋을 보며 다들 어쩔 수 없이 킥킥대는 사이, 힘겹게 웃음을 그친 카토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자신의 아바타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

        

        그냥 아바타만 빌려주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VR이라지만 직접 노래랑 춤을 연습하고 무대에 오른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었다. 벌칙이라곤 해도 그걸 실제로 했단 리밋이 존경스러워질 정도였으니.

        

        그러던 와중에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말.

        

        

        

       “그건 그렇고, 카토 씨 VR 보이스도 되게 열심히 깎은 것 같든데. 처음 들었을 때 목소리 되게 얇고 맑아서 깜짝 놀랐거든요. 되게 상큼하다고 해야 하나…그런 거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은 이카루스 보이스 엔진에 등록한다는데, 그건 했어요?”

        

       “했죠. 처음엔 높은 피치 목소리 중 적당히 몇 개 섞어서 안 어색할 때까지 조정했는데, 나중에 최적화 끝나고 계속 쓰다 보니 맘에 들어서 등록해놨습니다.”

        

       “진짜 VR이 사람들의 여성화에 일조하는구나…두렵다, 증말.”

        

       “헉.”

        

        

        

        뜨끔.

        

        다들 등짝 한 대씩 맞은 표정을 지으며 현아의 시선을 슬그머니 피했고, 잠깐의 정적이 버스 안을 맴돌다가 급작스럽게 화제를 전환한다. 현재 이들의 위치는 레인보우 인터내셔널 브릿지였고, 다르게 말하면 이들은 다리 위에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아주 훌륭한 화제 전환거리였다.

        

        

        

       “와, 야! 저거 봐봐! 나이아가라 폭포다!”

        

       “어디, 어디!?”

        

       “이야…이래서 외국 나오는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하와이 따라갔어야 되는데…!”

        

       “딴소리는 기가 막히게 잘 하는구만….”

        

        

        

        피식 웃으면서 바깥을 바라본다.

        

        그 말대로, 버스에 탄 네 명의 눈에 보이는 것은…이 근방에 있는 건물의 크기를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거대한 백색의 물보라, 그리고 커튼처럼 떨어지는 거대한 폭포. 자신도 모르게 버스의 창문을 확대하기 위해 손가락을 대각선으로 움직일 정도였다.

        

        그러나 이곳은 2036년, 확대 역시 불가능하지 않았다. 각도가 각도였기에 말발굽 모양의 거대한 폭포가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도 네 명은 자신이 해외에 와있다는 것을 가감없이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캐나다에서 미국의 경계선을 넘어간 것까지도.

        

        

        

       “이번 파이널 챔피언십 기간 동안 한 번쯤은 와볼 수 있겠지?”

        

       “그럴 수도. 다른 분들 바쁘다거나 하면 우리끼리만 슬쩍 갔다오자.”

        

       “카토 씨, 뭘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요. 같이 가야죠. 설마 안 갈 건 아니잖아요?”

        

       “당연히 가야죠. 아주 영광입니다.”

        

        

        

        그렇게 짧다면 짧은 관광이 끝나고, 이들은 미국의 영토이자 뉴욕 주에 완전히 들어선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버스 안의 네 명이 지니고 있는 휴대폰이 일괄적으로 울린다. 전화가 아닌 메시지 전송. 각자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오르는 듯한 반응과 함께 휴대폰 액정에 불이 들어오고, 몇 초 뒤 이들은 메시지의 내용을 눈에 담았다.

        

        가방과 에코백, 나비 모양 브로치와 액세서리, 그 외에도 여러가지.

        

        그것이 무엇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는지 모두가 이해하기도 전, 추가적인 문자가 일괄적으로 전송되었다.

        

        

        발신자는 유진이었다.

        

        

        

       -[Eugene : 어쩌다보니 상점에서 이런 걸 보게 됐네요. 저도 한두 개 정도 구매했습니다. 축하해요, 카토 XD]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제 다크 존 공인 아이돌이 되시겠구만. 축하합니다.”

        

       “그게 무슨 축하예요!?”

        

        

        

        하지만 땡깡을 부린다고 해서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카토는 문득 자신이 탑승한 버스가 지옥으로 향하는 헬게이트처럼 느껴졌다.

        

        겨울이었다.

        

        

        

        

        

        

        

        

        

        

       “유진 씨, 뭔가 기분 좋아보이시는데….”

        

       “취미생활 앞두고 업된 거 아냐? 유진 씨 총쏘는 거 좋아하시잖아.”

        

       “아니, 그것보단 뭔가 좀…아니다. 또 뭔가 있겠지.”

        

        

        

        철컥.

        

        이어플러그 위에 헤드셋을 착용하고, 방탄 고글까지 착용한 유진이 경기용으로 제작된 TTI사 커스텀 총기 중 하나를 들어올리는 것을 멍하니 구경하며, 하모니와 다이스를 제외한 이들은 느긋하게 커피를 한 모금씩 입에 머금었다.

        

        뭐어, 비얌이 요상한 거 하는 건 일상이었으니까.

        

        

        

        

        

        

        

        

        

        

        

        

        

        

        

        

        

        

        

       “후, 간만에 쏘니 재밌네. 기분이 확 상쾌해졌어. 상어랑 북극곰이 합법적으로 네 광고 촬영에 들어와 깽판을 못 친다는 것도 제법 재밌고.”

        

       “왜 그런 걸로 즐거움을 얻는 거예요.”

        

        

        

       -남의 불행을 즐기는 올리비아눈나 ㅋㅋㅋㅋㅋ

       -그래서 이게 광고라고요???

       -아니 뭐 따지고 보면 광고 맞긴 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시청자수 치솟은거보면 광고 맞는 것 같기도?하고?

       -와 지금 갑자기 시청자수 450만명됐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국인채팅창 불나는거봐 ㄷㄷ

        

        

        

        간만에 코를 자극하는 날카로운 화약 내음이 사격장 내부를 가득히 메웠다.

        

        허공을 붕붕 날아다니는 드론캠은 나, 혹은 올리비아가 쏘아내는 탄환의 궤적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공중을 유려하게 이동하며 사격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광경을 담았고, 우리는 그저 별 생각 없이 계속해서 사격에 몰두했다.

        

        몇 개의 탄창을 지속적으로 교환하며 연달아 사격을 이어나가기도 하고, 또는 임의로 구축한 CQB 연습장을 누비며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준 총기제작회사가 제공한 권총, 카빈, SMG, 돌격소총, 기관총, 그 외에도 여러가지를 사격한다.

        

        

        한 번의 사격이 끝나면 별도로 관리 중인 채팅창을 확인한다. 거기에는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중인 오늘의 광고를 확인 중인 수십 명 가량의 인원이 있었다.

        

        이들이 누구냐 하니, 이번 광고와 얽힌 회사의 마케팅부 고위 직원들이었다.

        

        

        

       ‘광고기획사라는 중간다리를 거친 게 아니니까 이렇게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거겠지만….’

        

        

        

        기왕 설명했으니만큼 저들이 하는 일을 아주 짤막하게 설명해보자.

        

        간단하게 말하자면, 상정 외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본사와 연락하며 중간 조율을 거치고, 조금 더 확실한 홍보를 위해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사격하면 좋을 것 같다’ 같은 피드백 및 요청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업무는 실시간으로 가중되고 있었는데,

        

        

        

       “이거 저도 해봐도 되나요, 유진 씨?”

        

       “일단 밖에서 대기하세요. 추후 알려줄 테니.”

        

        

        

       -제 자 등 장 ! ! ! !

       -니네 몇분전만해도 유유자적 커피마시고있었으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와서 재밌어보였죠?한번쏴보고싶었죠?바로들켜버렸죠?

       -스트리밍형 광고 아니었으면 절대로 안됐을듯 ㅋㅋㅋ

       -아니 뭐 화제성으로만 보면 홍보는 확실히 될 거 같긴 한데 ㅋㅋㅋㅋ

        

        

        

        이런 느낌의 상황이 종종 벌어지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올리비아가 슬그머니 밀고 들어올 때부터 이렇게 될 것 같긴 했지만,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구만.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우리 메카 비얌즈는 오늘 참여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아두었고, 이 이상으로 일이 커지는 건 없을 확률이 높았다.

        

        

        아무튼 드론캠에 힐끔 눈치를 던지고, 의자에 앉아서 대기. 대략 일곱 좀 넘는 임원들이 각자 본사랑 연락해보겠다고 내게 덧붙이는 모습은 꽤 볼만했다.

        

        올리비아 때까지만 하더라도 섭외는 꽤 스무스했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이 양반은 지금…1200만 명 가량이 팔로우한 거물급 SNS 인플루언서였고, 여기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화제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그때까진 섭외비용을 감당 가능했으니.

        

        물론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하모니와 다이스까지 들어오면 판도가 어그러지거든.

        

        

         그러나 철저한 기업가들과는 달리, 저 두 명은…그냥 내가 뭔가 재밌는 걸 하고 있으니 해보고 싶어하는 것에 훨씬 더 가까웠다.

        

        그리하여 이어지는 말.

        

        

        

       “저는 광고비는 좀 적게 받아도 상관없어요. 다이스나 좀 챙겨줘요.”

        

       “윽…전 요즘 좀 곤궁해서, 저쪽이 지불하기 어렵다고 하면 어쩔 수 없죠.”

        

       “…으휴. 나중에 도와줬다는 명목으로 좀 챙겨줄테니 들어와요. 전자계약서 보고, 계약금만 적당히 확인한 다음 SSM 법무팀에 보내면 될 테니.”

        

       “그게 낫겠죠?”

        

        

        

       -이게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홍보하나는 확실히 되긴 하겠네 ㅋㅋㅋㅋ

       -리빙포인트)하모니의 유어스페이스 채널 구독자는 지금 781만이다

       -다이스도 하모니랑 얼추 유명세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치면 장난아니긴 하네 ㅋㅋㅋㅋ

       -광고주들 당황하는소리 여기까지들린다 ㅋㅋ

        

        

        

        그도 그렇긴 하네.

        

        아마 이런 식으로…그러니까, 광고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그리 드문 일은 아니긴 하지만, 총기를 이런 식으로 광고하는 건 적어도 여기서는 처음 있는 일일 테니까, 비용 계산을 어떻게 해야만 할지 당황하는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겠지.

        

        물론 그건 내가 신경쓸 부분은 아니었고, 내 관심사는 조금 더…다른 곳에 쏠려있었다.

        

        끙차-하고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풀 스트레칭. 최대한 몸을 유연하게 풀어주고, 어딘가 뻐근한 부분이 있는지, 몸 상태는 만전인지 등을 체크하며 사전에 안내받은 곳으로 향한다.

        

        이미 무슨 일이 벌어질지 대강 예측한 올리비아랑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에 슬금슬금 따라온 하모니, 다이스.

        

        

        그리고 그 말대로, 이제부터가 오늘 광고의 가장 거대한…클라이맥스였다.

        

        손을 들어올려 공중을-아니, 광학미채 천을 살그머니 벗긴다. 네 개의 총열을 묶어놓은 길이 1.5m 가량의 개틀링 건 하나, 그리고 온 몸에 착용 가능한 무게추 역할을 하는 전신 방탄복까지.

        

        그 와중 탄띠의 크기를 확인한 하모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유, 유진 쌤. 이거 설마….”

        

       “50구경 탄환을 분당 2500발씩 토해낼 수 있는 GAU-19, D형 개량형. 사전에 말은 들었지만 정말 이런 걸 가져올 줄은 몰랐네요.”

        

       “…엄멤메.”

        

        

        

       -ㅖ??????????뭐라구요??????????

       -NTW-20으로는 모자랐다잖아 ㅋㅋㅋ

       -중장갑병 중장갑병 하고 놀리니까 사람을 진짜 중장보병으로 만들어버리네 ㅋㅋㅋㅋㅋ

       -와 비주얼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뭐 미래형 보병전투체계 그런거냐?????

        

        

        

        철컥, 철컥!

        

        착용과 동시에 조금씩 맞춰지는 전신형 장갑, 혹은 무게추. 그러나 아쉽게도 파워팩 같은 건 없었다. 사실 이런 게 준비되어있는 이유도 반동에 날아가지 말라고 만들어놓은 것이었으니…아무튼 그리 생각함과 동시에 중기관총을 들어올린다.

        

        지난 번 하와이에서 들고 쐈던 M134 이상의 무게. 브라우닝 중기관총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묵직함을 뒤로 하고, 사전에 준비해둔 전술 장갑을 착용함과 동시에 양쪽 손으로 특수 손잡이를 움켜잡는다. 손과 팔을 덮은 방탄판의 무게가 묵직했다.

        

        다이스와 하모니, 올리비아가 저 뒤로 후퇴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후, 검지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화염, 그리고 탄환의 폭풍과 함께 엄청난 반동이 팔을 강타했다.

        

        

        

       ───부아아아아앙!

        

        

        

       “큭…!”

        

        

        

       -와 이사람 진짜 미쳤나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빙포인트)GAU19의 반동은 험비도 잠시 들썩이게 만든다

       -이사람 악력이랑 무게로 반동을 상쇄하고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우 뒤로 밀린다!!!!!!!!!!!!!!

       -인간형 장갑차가 아니라 인간 장갑차였잖아….

        

        

        

        일반인이 마이크로건을 사격할 때 반동에 의해 밀려나는 것처럼.

        

        EM급 발현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반동이 되려면 50구경 미니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흡사 말 안 듣는 야생마를 길들이는 듯한 감각.

        

        하지만 사람이 운용하는 것을 상정하지 않고 만든 전신방탄복의 무게와 내 자체적인 무게만으로 스스로의 움직임을 봉하고, 팔뚝의 힘과 팔과 손을 덮은 무게추의 힘으로 반동을 찍어누른다.

        

        자욱한 화약 연기와 함께 7초 가량의 사격이 무사히 끝나고, 저 멀리에 타깃으로 세워둔 자동차 프레임이 걸레짝이 되어버린 걸 확인하며 발칸을 바닥에 내려놓고 탄띠를 분리했다.

        

        

        

       “…이걸로 만족하시나요?”

        

        

        

        대답은 없었지만, 나는 그것이 광고주들의 대답이란 걸 알았다.

        

        이걸로 내게 있어서 하나의 한계가 또다시 무너졌다.

        

        만족스러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부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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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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