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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1

    시에나는 정말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런 광경을 보며 중얼거렸다.

    너무 비현실적인 상황과 풍경에, 정작 바이크를 조종했던 시에나조차 이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따라잡았잖아…?”

    상식적으로 기본 시속 400이상의 속도를 바이크로 따라잡을 수 있을리 없다.

    심지어 먼저 출발해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워프트레인을 말이다.

    그런데 지금 곁에 나란히 달리는 이건 뭔가?

    이게 정말 워프트레인이라고?

    웬만큼 목소릴 높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엔진음 속에서 대체 그 조그만 중얼거림을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루크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라는 듯 목소릴 높였다.

    “말했잖나,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모든 건 자신의 계획대로였고,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였으니까.

    자신에겐 충분히 검증된 마법적 이론이 있었고, 그것을 토대로 작성된 해결책이 존재했으며, 모든 상황을 감안한 계획이 있었다.

    마땅히 이렇게 되어야지.

    “그나저나, 생각했던 것보다 열차의 상황이 좋지 않군.”

    루크는 심각한 시선으로 열차 외부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것들을 훑었다.

    온 객실에 흩뿌려지듯 장식된 온갖 형태의 사체들, 그리고 여전히 움직이며 열차의 머리를 향해 몰려가고 있는 수많은 언데드들.

    열차는 그야말로 한편의 지옥도가 펼쳐진 듯 했다.

    ‘언데드들에게서 익숙한 느낌이 들어.’

    지팡이라는 외장장치에 의존하는 현대의 공식화된 클래스마법에선 발견하긴 어렵지만, 걸맞는 대가를 이용해 현상을 일으키는 흑마법이나 서클을 이용한 마법엔 보통 술자의 버릇이나 특징같은 것이 녹아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언데드들이 풍기는 느낌은, 루크에겐 이미 질릴 정도로 익숙했다.

    그렇다보니 더욱 서드쪽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워프공간 내부에선 과도한 시간선의 왜곡으로 텔레파시도 통하지 않고, 보이는 것들도 너무나 혼란스러워서 정확한 내부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루크는 통신범위이탈로 반응이 없는 통신기를 바라보며 기원하듯 중얼거렸다.

     

    “아직 잘못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들이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이 상황 자체가 그들의 생존을 증명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뭔가 목적이 없으면 언데드가 저렇게 통제된 듯이 일제히 한쪽만을 향할리 없지.

    지금은 그저 그 목적이 부디 서드와 고든이었으면 하고 소망할 뿐이다.

    그렇게 바이크가 점차 열차의 머리에 다가갈 때 쯤…….

    “이제 곧 식생칸인데……, 사람들은 보여?”

    “글쎄, 아직까진 뭔가가 잘……!”

    온 신경을 집중해 열차 내부를 살피던 루크는 정말 다행히도, 식생칸에 격리되어있는 고든과 서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과연, 몰려드는 언데드를 피해 끝까지 몰렸던건가.

    척 봐도 굉장히 암울해보이는 그들을 향해, 루크는 몇발의 마력탄을 쏘아보냈다.

    -퉁, 투퉁!

    그러자 뒤늦게 이쪽을 발견하고는 경악하는 고든의 모습은 꽤나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루크는 바이크를 제어하는 데에 집중하느라 고든과 서드를 발견하지 못했을 시에나를 향해 상황을 전달해주었다.

    “모두들 무사한 것 같군! 서드의 부상은 조금 걱정스럽지만…….”

    “다행이네! 그래서 이 다음은 어떻게 할거야? 워프트레인은 워프중엔 외부의 문이 열리지 않게 되어있는데!”

    그러고보니 분명 루크가 취약점이 어쩌구 했던 것 같은데, 그런게 워프트레인에 있었던가?

    아, 혹시 잠긴 문을 여는 것처럼 뭔가의 잠금장치를 푼다던가?

    그러나 루크가 준비한 방법은 시에나의 기대처럼 그렇게 세련된 방식은 아니었다.

    사실 방금 전 쏘아본 마력탄은 단순히 신호용이 아니라, 일종의 강도 체크이기도 했으니까.

    그런 시에나의 질문에 루크는 전방을 가리키며 외쳤다.

    “시에나, 이 속도를 유지해주게! 이 앞에 점프대를 만들테니까, 바퀴가 땅에서 떨어질 때까진 절대 멈춰선 안되네! 그리고 내가 신호를 주면 바로 브레이크를 잡게!”

    “뭐? 아니, 잠깐만-!”

    그리고…….

    -덜컹-!

    루크의 말대로 만들어진 점프대로, 그녀들은 날아올랐다.

    —-

    그렇게 광란의 질주를 마친 시에나는 정말로 어이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게 되네.”

    방법이 꽤나 과격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워프트레인에 오르는 데에 성공했다.

    워프게이트를 통과한 워프트레인을 미쳐버릴듯한 가속으로 쫓아가서, 마법으로 만든 점프대를 타고 식생칸의 강철에 버금가는 강도의 강화밀집유리에 꼴아박아버리는 계획이라니.

    설마 취약점이란게 식생칸의 강화밀집유리를 말하는 거였냐고.

    스스로 생각해도 정신나간 스턴트였다.

    이런 경험은 어디 가서 말도 못하겠지.

    이 바이크의 주인인 후배한텐 더더욱.

    …그나저나, 후배 생각이 나서 말인데 이 바이크…… 아직 괜찮을까?

    뭔가 시동이 저절로 꺼진 다음에 다시 안걸리는 것 같은데… 고칠 수 있으려나…?

    만약 못고치는 거라면 후배한텐 뭐라고 말해야되는거지…….

    ‘하, 망했어.’

    시에나가 그런 고민을 떠올리며 바이크에 고개를 처박고 있을 때, 고든이 입을 열었다.

    “매우…., 인상적인 등장이로군. 만약 내가 그 등장에 점수를 매길 자격이 있다면, 무조건 만점을 줬을거야.”

    “하하, 그래요.”

    고든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어찌나 충격이었던지, 지금도 심장이 평소보다 두배 가까이 세차게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으니까.

    “대체 뭘 어떻게 한건가?”

    상식적으로 워프트레인의 속도를 바이크로 따라잡을 수 있었을리 없다.

    아무리 중간포인트에서 난입을 했다고 해도, 그건 그냥 말이 안되는 것이다.

    설사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었다고 쳐도, 바이크로 워프트레인 식생칸의 충격량을 흡수 및 반사하는 마법이 코팅된 강화밀집 유리를 깨부시고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도 이상하다.

    식생칸이 햇빛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투명한 온실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흔히들 간과하는 사실이지만, 식생칸은 워프트레인의 동력을 담당하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현대마법의 최첨단 소재공학 기술을 총동원해 만들어진다.

    사실상 유리의 형태를 한 강철이나 마찬가진데, 바이크가 들이받은 충격만으로 저렇게 일반 유리처럼 와장창 깨진다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그 짧은 순간에 저 부서질 것 같던 통로문까지 보수해두다니…….

    늘 비범하다 생각은 했지만, 루크라는 여자애는 대체 정체가 뭐지?

    정말로 그저 실험실에서 태어난 키메라에 불과한건가?

    “…그건 저도 알고 싶네요.”


    하지만 넋이 나간 듯한 고든의 물음에, 사실 시에나도 대답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바이크를 조종했던 시에나조차 이 비현실적인 상황이 납득되지 않았으니까.

    그런 면에선, 시에나도 고든의 심정을 백번 이해할 수 있었다.

    루크가 벌인 일이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정신나간 행동이었는지를 말이다.

    그런데 그런 상식쯤은 루크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 오히려 당연히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벌써 저기서 저렇게 놀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맙소사! 이건 보기보다 부상이 심하잖느냐! 서클도 굉장히 불안정하고!”

    “괘, 괜찮습니다! 신경쓰실 정도까지는…!”

    “가만히 좀 있어보거라, 응급처치는 해야 할 것 아니더냐!”

    “스, 스승님…!”

    뭐, 친구가 다쳤으니 걱정되는 마음은 이해한다지만…….

    그냥 상처를 돌보는 것 치곤 뭔가 묘한 분위기인 것 같은데.

    루크는 괜찮다며 사양하는 서드를 거의 제압하듯 하여 몸을 더듬고(?)있었다.

    보고 있으면 뭔가 야릇한 느낌도 들지만, 쟤들이 각각 11살 15살이라고 생각하니 이상한 생각을 떠올린 자신의 머리가 비정상이라고 여기게 된다.

    혼자 드라마 보는 시간을 좀 줄여야지, 안되겠어.

    그러나 저쪽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현실을 잊을 수는 없는 법.

    시에나는 곧바로 고든에게 질문을 건넸다.

    일단 현장에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은 필요하니까.

    “그래서,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오면서 보인 저 언데드들은 대체 또 뭔가요?”

    “아, 그래.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말이지.”

    시에나의 물음에 고든은 곧바로 운을 떼었다.

    —-

    서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등장한 루크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루크는 간단한 점검을 위해서 곧바로 서드의 곁으로 다가가 손을 잡았다.

    그리고 루크는 서드의 부상이 보기보다 심각하단 걸 알게 되었다.

    “말해보거라, 무슨 일이 있었지?”

    루크의 그 걱정어린 목소리에 서드는 부끄럽다는 듯 손을 빼내며 대답했다.

    “면목 없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부족한 탓에……. 방심하고 말았습니다.”

    방심이라, 서드가 방심을?

    참 이상한 소리다.

    서드는 성격상 힘이 부칠지언정, 전투중에 방심을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과거 뒷골목에서 자신과 잠깐 겨뤘을 때도, 강자를 상대로 최선을 다해 수를 읽고 기회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확인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방심을 했다는 건……..

    루크는 서드의 대답 그 이면에 담긴 감정을 읽고 진지하게 되물었다.

    “…정말로 방심이었느냐?”

    “…….”

    루크의 이어진 질문에 서드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래, 사실 그녀의 말대로다.

    예전부터 살기와 위기를 감지하는 데에 천부적이었던 서드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상대는 자신이 전력을 다해도 부족할 수 있는 강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것은 아마 ‘방심했다’기보단 ‘머뭇거렸다’는 것에 더 가깝다.

    “뭔가, 이상한 적이었습니다.”

    그래, 명백하게 이상했다.

    워프트레인의 모든 승객들을 언데드로 만들고, 자신을 해칠지도 모르는 작자에게서…….

    ……’친근감’이 느껴진다니.

    “술자는 로브를 뒤집어쓴 두명이었습니다. 그중에 한명에게서, 묘한 친근감이 느껴져 공격을 주저하고 말았습니다. 전 그자를 전혀 알지도, 보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정말 이상한 느낌이었습니다.”

    서드의 이야기를 들은 루크는 점차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그런가.”

    전투 중,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적과 만났을 때 ‘친근감’이 느껴졌다면 그건 몇가지 이유가 있다.

    적의 외모를 보고 사랑에 빠진 경우, 친근감을 느끼도록 세뇌를 당한 경우, 은연중에 친근감을 느끼도록 지속된 암시를 받았을 경우.

    
그리고, 자각하진 못했지만 과거에는 실제로 친근했던 경우다.

    설마 그 서드가 적을 상대로 사랑에 빠졌을 가능성은 없으니, 가능성은 후자에 가깝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맞다는 것은 또 아니다.

    마법이라면 눈치챌 수 있었을 테니까.

    그것도 드래곤하트 특유의 항마력성까지 뚫어가며 가해진 강력한 정신마법이라면, 자신이 알아보지 못할리가 없다.

    강한 힘일수록 깊은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니까.

    그렇다면, 역시…….

    그 때였다.

    “잠깐만, 갑자기 너무 조용해진 것 같지 않아?”

    “……?”

    고든에게 상황 설명을 듣던 시에나가 문득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언데드들이 시끄럽게 닫힌 문을 두드리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있었다.

    -저벅, 저벅…….

    두명의 발자국 소리.

    그것은 그 고요 속에서, 유일하게 커져가는 소리.

    점차 다가오는 그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통로문으로 향했다.

    이윽고,

    -끼긱……, 끽……!

    분명 루크가 고치고 강화했을터인 문이, 기묘하게 뒤틀리며 파괴되기 시작했다.

    “음, 이런. 이번엔 되도록 만나고 싶지 않았었는데. 내가 너무 놀았던 걸까?”

    드러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시에나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당신은…!”

    왜냐하면, 그가 이미 그녀가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로빈슨?”

    어떻게?

    그는 루체스트 타워에서 죽었던 게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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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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