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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2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센트럴 파크 HQ에서…가끔 식당을 돌아다닐 때마다 자네를 비롯한 변이자들을 마주한 적이 있었지. 그때마다 항상 손녀딸이 생각나더군. 뭐가 나오든 항상 맛있게 먹어서 그런지, 귀관들과 같이 식사를 하는 것만 기다리는 이들도 있었어.”

        

       “…이실직고하자면, 저흰 그때 꽤 전전긍긍하면서 식사했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너무 많이 먹는 거 아닌가 하고 불안해한 적도 꽤 있었고….”

        

       “하하! 오늘 들은 농담 중 가장 웃기는 말이로군. 사태 초반에는 일도 제대로 못하는 친구들에게 갈 식사를 뺏어서 자네들에게 주자는 안건도 종종 올라오곤 했다네. 이제라도 그 당시의 진실을 해명할 수 있어서 다행이군.”

        

       “…상상 이상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

        

        

        

        짙은 구름이 낀 오대호, 온타리오 호.

        

        금방이라도 하늘에서 비가 쏟아질 것만 같지만, 미약하게 들려오는 우르릉-소리 정도만을 제외하면 아무런 일도 없었다. 공기는 축축했고 차가웠으나 다행히도 갤러리 안은 따뜻하고 포근했다. 테이블이 어둡지 않도록 밝혀진 무드등 덕분에 분위기도 무난했고.

        

        진짜 바다마냥 파도가 치거나 하지는 않지만, 흔들리는 파문이 그와 비슷한 걸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흡사 멸망한 세계를 배경으로 둔 채 식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아쉽다면 아쉽게도, 진정한 세계의 멸망을 목전에 한 번쯤 두었던 세계를 5년 가까이 쏘다닌 나로서는 그 감흥이 조금 덜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도대체 이 양반은 이런 곳을 어떻게 알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이 생각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화이트 와인을 홀짝인 그가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본 이후로 동향 정도는 확인하고 있었네만, 그 후로도 잘 지내고 있었나보군. 근 몇 개월 동안 캠프 헨리의 집무실 탁자 위에도 자네와 관련된 일이 몇 번 올라왔던 걸 감안하면…말이 길었네. 주책 정도로만 생각해주게.”

        

       “각하 정도면 아직 앞날이 창창한 편 아닙니까. 전임 대통령 중에는 70대, 80대의 고령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거기까지 비교하라고는 말 안 했네. 그래도 20세기 즈음에 이 자리를 거쳐갔던 분들과 비교한다면…50대 후반은 꽤 늙은 편이지.”

        

        

        

        그런가.

        

        아무튼 음식도, 와인도 전부 무난한 파인 다이닝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고급이지만, 작년과는 달리 이번 년도에는 좀 더…맛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이유는 굳이 내 입으로 말할 필요도 없었고.

        

        본래라면 성립될 이유조차 없는 일. 그러나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수많은 변수가 엮이며 앞으로 8년 – 물론 4년차에 또 선거가 있지만, 이 양반이 손에 쥐고 있는 권능을 생각해보면 미리 재선을 단정지어도 상관없을 정도였다 – 동안 이 나라를 이끌어갈 양반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이 사람도…어떻게 보면 꽤 짧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위치가 꽤 많이 바뀌었지. 나는 싱크탱크의 소유주이자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었고, 헨리는 드디어 미국의 조타권을 손에 쥐게 되었으니까.

        

        그렇기에 성립된 식사였고, 그랬기에 물어보고 싶은 게 꽤 있었다.

        

        

        

       “지난 번의 부탁은 아직 유효합니까?”

        

       “…부탁을 한 적은 거의 없지만, 반대로 아예 없지는 않지. 어떤 건지 일단 들어보고 생각을 해보겠네.”

        

       “북한, 혹은 남아시아 쪽. 여기서는 전자의 이야기겠군요.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좀 더 생각은 해봐야할 것 같아서 말이죠.”

        

       “아, 그거 말이로군….”

        

        

        

        입을 냅킨으로 조심스럽게 닦아낸 그가 입을 열었다.

        

        

        

       “그건 잊어주게. 본격적으로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일일 브리핑을 받게 되었고, 이 자리에 앉아 휘두를 수 있는 채찍이 얼마나 긴지를 얼추 알게 됐거든. 물론 꽤 많은 부분은 자네 덕일세.”

        

       “…저쪽보단 훨씬 상황이 나으니까요, 여긴.”

        

       “부정하지 않겠네. 하지만…그래도 어떤 곳은 마침표를 찍을 필요가 있지. 기회가 있다면 잡아야만 하지 않겠나. 자네가 휴머노이드 및 신체재건으로 여론을 흔드는 동안 이쪽은 바깥 정리를 적당히 할 예정일세.”

        

       “알려주는 건가요?”

        

       “단순히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알려주는 것뿐일세.”

        

        

        

        그런가.

        

        거기까지 말한 그는 작은 손동작을 저쪽에 보냈고, 그 순간 저 멀리서 대기 중이던 웨이터들이 트레이를 끌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다 먹은 그릇을 수거해가고 새로운 음식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케이스를 열자마자 보이는 크기의 차이는 압도적이었다. 이번 차례는 아직 해산물이었고, 잘 익혀진 문어 다리가 뚜껑을 열자마자 보였으나, 그 숫자나 양이 내 쪽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그 광경을 보더니 한 번 피식 웃은 헨리는 한 번 손짓했고, 웨이터들이 우리의 대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저 멀리까지 떨어졌다. 물론 공간의 특성 상 작은 소리도 저만치까지 잘 들렸지만, 내가 이카루스 기어로 방음 장벽을 쳐놓았기에 상관은 없었다.

        

        그리하여 이어지는 말.

        

        

        

       “뭐, 이곳의 일은 그 정도일세. 나로서는 오히려 건너편에서 벌어진 일들이 더 궁금하군. 근래 자네의…개인 방송? 아무튼 그곳에 귀관을 무척 닮은 기계들이 하나둘씩 나오더군. 처음 봤을 땐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단 말일세.”

        

       “아…예, 좀 그런 일이 있었죠. 설명하자면 꽤 긴데….”

        

       “그 긴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게 아닌가. 자네에겐 아쉽겠지만 남이 실시간으로 무언가를 하는 걸 관찰하는 취미는 없어서 말이지.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 게 더 좋겠군. 괜찮겠나.”

        

        

        

        …아뇨, 전혀 아쉽지 않은데요.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올 뻔했다가 다시 들어갔다. 오히려 그런 취미가 있어서 내 방송을 본다면 그건 그것대로 참사-가 아니라, 그 이상의 대참사다. 차기 미국 대통령이 내 스트리밍 같은 걸 본다니, 그게 무슨 소리니 헨리헨리야….

        

        잠시 정신이 나갈 뻔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정신줄을 붙잡았다.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앞으로도 내 스트리밍에 관심을 가질 일은 없을 거고…물론 진이랑 레인, 마브 정도는 아는 걸 보니 한두 번 정도는 봤거나, 혹은 따로 보고를 받아본 적이 있단 거겠지.

        

        진짜 미치고 환장하겠네.

        

        그리고 이 양반은 워싱턴에서 오래 굴러먹다 못해 그 와중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달아버린 사람이었고, 나름 숨긴답시고 숨긴 내 반응을 순식간에 읽고는 작게 웃었다.

        

        

        

       “그리 걱정 말게. 본격적으로 취임하게 되면 그런 부분은 신경쓸 여유조차 없을 테니.”

        

       “…농담치곤 너무 살벌하시군요, 대통령 각하.”

        

       “하하, 할 것 없는 늙은 노인이 장난 좀 친다고 생각하게나. 이런 위치까지 올라가면 편하게 대화할 사람을 찾기가 어렵단 말이지….”

        

        

        

        그래서 딸 뻘인 나를 놀려먹고 있다라, 하이구…증말. 로렌티나나 로건을 데려왔어야 서로 안 밀리고 팽팽한 대화를 나눴으려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 생각은 그닥 쓸데가 없었고, 우리는 고기가 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나온 음식인 농어…모르겠다. 음식에는 영 조예가 없단 말이지. 대충 수비드인지 뭔지를 한 농어에 소스를 부어 나온 뭔가라고 치자. 아무튼 그걸 먹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가 떠들 차례였고, 나는 앉은 자리에서 진과 레인, 그리고 마브를 만난 계기를 하나둘씩 풀기 시작했다. 앞의 두 명은…대충 캐나다의 아르테미스 잔당을 소탕하다가 우연찮게 아군으로 만들었다는 내용.

        

        물론 이 정도로 마무리할 수 있을 리가 없었기에, 최대한 열심히 썰을 풀었다.

        

        

        얼추 이야기가 끝나자, 그가 입을 열었다.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가 본격적으로 조각나 부서지고, 뒤틀리기 시작한 건 다크 윈터 사태가 한층 심화될 즈음이었지. 러시아는 여러 개로 쪼개져 파편화된 수뇌부들을 선택적으로 지원했고, 공멸시킨 후 일부는 흡수하고, 우수한 인재들의 리미터를 풀어버렸다네.”

        

       “진과 레인의 멘탈 맵은 수백 명 가까운 인간을 번제로 삼아 제작되었지요. 그게 각하가 말한 리미터일 듯하네요. 게임 플레이 중 그게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듣긴 했지만…식사 와중 할 말은 아니라는 것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네. 비단 아르테미스가 아니더라도…대전쟁은 대개 인간의 도덕성과 한계를 풀어버리기에 최적화된 상황이지. 당장 카르텔 역시 그러했으니.”

        

       “그렇죠. 하지만 저로서는…그로 인해 만들어진 피조물에게까지 죄의 가격을 따지는 건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그에 헨리는 작게나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어쩐지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아, 나는 따로 물어보지 않고는 식사에 다시 열중했다. 어느덧 생선에서 고기로 변한 메뉴는 이번 식사의 마지막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의 대화만으로 이 사람은 마브 역시도 나름 비슷한 과정을 거쳐 합류하였음을 눈치챘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느덧 마지막 음식까지 전부 끝을 맺고, 디저트가 나오기 전 나와 헨리의 앞에 커피가 한 잔씩 놓여질 즈음, 그가 입을 열었다.

        

        

        

       “내년, 혹은 내후년 즈음에 파이브 아이즈에 변화가 있을 걸세. 이미 남에게 들었겠지만…자네가 먼저 내민 싱크탱크라는 카드에 대응하는 선금이라 생각하면 되겠지.”

        

       “그 부분은…딱히 신경쓰지 않을게요. 딱히 대가를 받으려고 한 건 아니기도 하고, 각하께서 제게 해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도 않을 테니.”

        

       “이해하고 있어서 다행이군…슬슬 일어나지. 딸 뻘의 아이에게 말 한 마디라도 더 붙여보려는 추잡한 노인네가 되기는 싫으니.”

        

       “…전 별로 신경 안 쓰는데…?”

        

       “하하, 농담일세.”

        

        

        

        성격 고약한 노인네 같으니.

        

        나이와 세대를 초월한 대화에 방점이 찍혔을 즈음, 테이블 위의 간식거리 트레이와 커피가 담겨있던 컵은 완전히 텅 비어있었다. 물론 거의 다 나의 작품이긴 했지만.

        

        그걸 가만히 내려다보던 그가 덧붙였다.

        

        

        

       “젊다는 건 좋은 거라네. 이 정도 나이가 되면 무난한 음식이 아니면 소화가 슬슬 잘 안 되서 뭘 먹을지도 신경을 좀 써야 하거든.”

        

       “나중에 눈이 좀 침침하거나, 팔다리가 말을 잘 안 듣거나 하면 언제든지 메시지 주시면 됩니다.”

        

       “…자네만 졸졸 따라다니는 휴머노이드 비스무리한 걸 내게 적용할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겠지?”

        

       “….”

        

       “예끼!”

        

        

        

        환장하겠네, 증말. 내가 미쳤다고 그러겠어.

        

        아무튼 헨리는 화들짝 놀라는 내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껄껄 웃었고, 갤러리가 한 사람의 웃음소리로 가득해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덧 나와 이 분은 입구 코앞까지 걸어나왔다.

        

        네 대의 차량이 나와 이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 무렵, 그가 입을 열었다.

        

        

        

       “유진.”

        

       “예, 각하.”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막을 예정이긴 하네만, 또 그런 끔찍한 사태가 이 자유의 땅에서 벌어진다면….”

        

        

        

        그와 동시에 마주치는 시선.

        

        물론 나는 망설임없이, 단 1초의 타임 랙도 없이 덧붙였다.

        

        

        

       “…저는 이카루스 소속 오퍼레이터입니다. 사회의 정상화가 제 직책의 존재의의죠.”

        

       “하, 그렇지. 괜한 걱정을 했군. 조심해서 들어가게.”

        

       “즐거웠습니다.”

        

        

        

        그 말과 함께 그는 먼저 차량에 탑승했고, 나는 두 대의 차량이,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시크릿 서비스가 철수하는 것을 가만히 눈에 담았다.

        

        그런 나를 마지막까지 기다리던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 더 견딜 수 없다는 듯 하늘이 찢어지며 굵은 겨울비가 지면을 적시기 시작했다.

        

        지난 번과 같은 감동은 없었지만,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여운이 남는 시간이 또 한 번 흘러가는 순간이었다.

        

        

        

        

        

        

        

        

        

        

        

        

        

        

        

        

        

        

        

        

        

        

        

        하루, 이틀을 넘어 일주일이 지나고, 도로에 쌓였던 눈이 녹고 얼어붙었다 다시금 녹고, 그 위에 다시금 눈이 쌓이기를 반복할 즈음, LED 달력은 어느덧 12월의 중순 즈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파이널 챔피언십 듀오 및 스쿼드 경기가 그 막을 올리고, 이곳에 도착했을 즈음 같은 공간을 공유하던 수십만 명의 사람들 위에 또 다른 십수만 명이 얹힌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래도 곳곳에 듬성듬성 자리가 비어있던 이전과는 달리, 이제는 그야말로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취재를 하기 위해 온 기자들 역시도 수두룩했고, 숙박을 잡지 못해 사전에 건설한 캠핑장에 캠핑카들이 우루루 늘어선다. 

        

        

        한편, 그것과는 별개로.

        

        바로 다음 주에 있을 파이널 챔피언십 솔로 대비를 위해, 각 나라에서 날아온 3~5명의 국가대표 인원들은 본격적으로 몸풀기에 들어간다. 시차 적응도 끝났고, 식사 시간과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육감을 날카롭게 다듬고, 사전에 개인별로 준비해온 택틱이 잘 먹히는지 확인한다.

        

        하모니와 다이스를 포함한 다섯 명의 인원들이 본격적으로 바빠지는 한편, 로렌티나와 로건은 좀 심심하다 싶으면 한국 국가대표들에게 자신들이 알고 있는 자잘한 팁을 종종 전수해주고, 마치 샌드백처럼 두들기며 이들을 제련했다.

        

        올리비아는 내년에 파리에 있을 S/S 준비를 위해 여기까지 와서도 옷과 씨름하고 있었고, 카토 일행은 더 늦어지기 전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그 근처에서 놀고 오겠다며 훌쩍 떠나버렸다. 아마 며칠 후에 오겠지.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나는, 그리고 메카 유진들은 뭘 하고 있을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진 씨. 이카루스 다이나믹스 산하 휴머노이드 제조 공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공장이라.”

        

       “하하, 당황하셨군요.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그 대답은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다크 존 타운으로부터 얼마 정도 떨어진 한적한 교외, 산과 밭밖에 보이지 않는 도로를 따라 얼마쯤 가다가 비포장도로로 빠진 후 얼마쯤 갔을 때 느닷없이 보이는…소형 공장 하나.

        

        크기는 대략…저층 빌라 정도일까. 대략 4~5층이 끝인 주거용 건물 있잖은가. 그 정도의 크기였다. 물론 저 정도 크기의 공장도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았을 때는 조금 피식했을 정도.

        

        하지만 웃은 것과는 별개로, 저 정도의 소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았기에, 나는 더 이상의 말 없이 안으로 들어갔고-

        

        

        

       ───파지직!

        

        

        

       “…보안이 상상 이상이로군요.”

        

       “광학미채 역시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오기 전 작동을 잠시 멈췄기에 눈치채기 어려웠을 테지요. 아무튼 시설을 보신 느낌은 어떻습니까?”

        

       “대단히 이색적인 구성인걸. 진공 챔버가 시설의 1/4 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무슨…서버실이랑 용도를 알 수 없는 공간인데. 공장이라기보단 마치 연구소 같기도 하고….”

        

       “정답입니다. 실질적으로 그러한 용도로 제작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사람 하나는 거뜬히 방어할 수 있을 정도의 전류 차폐막이 해제되며 내부로 가는 길이 열린다.

        

        그와 동시에 이카루스 다이나믹스 소속 직원은 통제실의 문을 조심스럽게 개방하였고, 차가운 냉기가 문을 타고 쏟아진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홀로그램 스크린, 그리고 그 가운데에 떠있는 숫자들.

        

        

        

       -[현재 2/3 진행 중]

        

       -[조립 과정 : 77448/99217]

        

        

        

        그리고 그 옆에 떠있는…메카 유진의 설계도 두 개. 차이점이 있다면 왼쪽은 완전한 형태였지만, 오른쪽은 군데군데 비어있는 부분이 다수였다.

        

        바로 그 때문에, 나를 포함한 이들은 이 시설이 왜 이렇게 작은지, 진공 챔버가 왜 있는지와 같은 궁금증을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이곳은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한 공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조립’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군요. 진공 챔버는 조립실이겠지요. 하기야, 프로토타입 두세 기만을 제작하려면 구태여 공간을 크게 잡을 필요가 없긴 하겠어요.”

        

       “바로 알아차리셨군요. 그 말대로입니다. 무언가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공정 라인을 깔려면 필요한 자원과 비용은 곱절 이상으로 늘어나고, 시간 역시도 마찬가지죠.”

        

       “그렇다면 대외적으로 말하는 10개월 가량의 개발 및 생산 기간은 일종의…블러핑이로군요.”

        

       “어떻게 보면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요.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실을 전부 가르쳐주지 않는 것도 블러핑의 한 방법이니까요.”

        

        

        

        큭큭 웃으며 그는 빠르게 키보드를 놀렸다.

        

        수많은 팝업창이 띄워지는 가운데 이어지는 말.

        

        

        

       “아까 레인 씨가 말했던 용도를 알 수 없는 공간은 필요한 부품을 실시간으로 제작하는 곳입니다. 이곳에 있는 메인 서버는 부품을 제작하기 위해 수많은 종류의 금속을 깎아내거나 프레임을 형성하고, 인공근육 제작을 위해 미세한 금속섬유를 수천 가닥씩 꼬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무에서부터 유를 창조하고 있군요. 굉장히 인상적인 광경이네요.”

        

       “아직 놀라기엔 이릅니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또다시 떠오르는 몇 개의 창.

        

        초전도체가 포함된 관절 모터, 그리고 소형 핵융합로라고 적혀있는 중형 파츠까지.

        

        도대체 어째서 이런 쥐똥만한 건물 인근에 반경 수백 미터 가량을 망라하는 방어막과 실드, 광학미채가 펼쳐져있는지를 알 것도 같았다.

        

        

        

       “…아주 기합을 있는 대로 넣으셨군요.”

        

       “직접 뜯어보고 재료를 분석하지 않는 이상, 해당 휴머노이드를 눈으로 본 이들은 짐작만 할 뿐, 실제로 뭐가 안에 들어가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을 테니까요.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기라는 말을 다른 의미로 응용했지요.”

        

       “하하….”

        

        

        

        내가 그렇게 쓴웃음 아닌 쓴웃음을 토해내는 와중 이어지는 말.

        

        그러나 그의 시선은 내가 아니라 뒤에서 멀뚱멀뚱하게 주변을 바라보고 있는 세 메카-땡깡쟁이들을 향한 상태였다.

        

        

        

       “뭐어, 그것도 그렇고…기존의 재료공학을 기반으로 제작된 휴머노이드는 저 분들에게는 족쇄처럼 느껴지겠지요. 그 점 역시도 감안했습니다.”

        

       “훌륭한 선택입니다. 답답한 건 싫습니다.”

        

       “생각보다 보는 눈이 있잖아, 인간.”

        

       “…그냥 휴머노이드 만든 척하고 이 몸으로 직접 나가면 안 되는 거-악! 왜 때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그러다 들키면 대참사야 – 물론 들킬 리는 없겠지만.

        

        아무튼 한 대 맞은 마브가 나에게 온갖 승질을 부리고, 내가 꼬리로 그녀의 분노를 능숙하게 진정시키는 사이, 그 꼬라지를 매우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이카루스 다이나믹스 직원이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오늘 유진 씨에게 UES의 동행을 요청한 건…이미 제작이 완료된 프로토타입 한 대와의 동기화를 통해, 기존 신체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의 성능을 재현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함입니다.”

        

       “…아까 2/3이라고 쓰여있던 게 바로 그 때문이었군요. 생각보다 빨라도 너무 빠른데….”

        

       “하하, 설계도부터 각 부품의 제작법, 필요 재료까지 전부 알려주셨는데 늑장을 부릴 수는 없지요.”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말.

        

        

        

       “뒤의 세 분이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들어하는 것 같으니, 지금 가볼까요?”

        

       “이예-!”

        

       “먼저 가겠습니다, 아키타입. 절대로 제가 기대되서 그런 게 아닙니다.”

        

       “끼얏호!”

        

       “…참.”

        

        

        

        그럼 그렇지, 이 메카 초딩들이 참을성이란 게 어딨겠어.

        

        그리 생각한 나는 쓴웃음과 함께 저 뒤쪽 창고로 후다닥 이동한 일행을 뒤따라갔다.

        

        온 세상이 메카비얌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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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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