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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3

    <583 – 맛있는 연계퀘스트(7)>

     

    티토소가는 억울했다.

     

    “티토야 성녀가 되어서 성녀연합회에 가입해줘!”

    “싫어! 우릴 버리고 혼자만 3학년으로 달아났으면서 무슨 염치로 도와달래!”

    “매스각키한테 강화용 조명대 만들어서 배달해달라고 할게! 그래도 안 돼?”

    “…몇 강까지?”

    “12강!”

    “15강!”

    “힝. 그건 너무 많아.”

    “그럼 14강!”

    “13강으로 하면 안 될까?”

    “싫어! 오크노디가 먼저 잘못 했으니 14강 밑으로는 양보 못 해!”

     

    한참 오크노디의 부탁을 들어주네, 마네로 조명대 14강 강화를 걸고 협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길가다가 눈앞이 캄캄해졌다.

    다급히 조명대를 켜보았지만, 자신이 커다란 보따리에 납치당했다는 사실 외에는 알 길이 없었다.

     

    <티토빔>

    <조명대 휘두르기>

    <마구 휘두르기>

    <강력 휘두르기>

    <번쩍번쩍하기>

     

    마구 난동을 부리고 빛을 내뿜어보아도 상대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겨우 내려놓아진 보따리에서 고개를 쏙 내밀자 익숙한 두개골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겔겔겔!”

    “끼야아아악! 기어이 저지르는 건가요?! 학생을 납치해서 해골로 만들려고 하다니, 이 사악한 범죄자 해골교관!”

    “오해하지 마라. 나는 강압적인 언데드화 시술은 저지르지 않으니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동의가 있다는 전제하에 피륙을 갈라놓는다!”

    “그, 그럼 절 왜 납치해온 건데요!”

    “네가 성녀연합회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다. 덤으로 재단에서 성녀연합회를 일으키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

    “힝잉잉! 오크노디가 멋대로 부탁했을 뿐이라고요. 저는 동의하지 않았어요! 안 한다고 했다구요!”

     

    해골 교관의 두개골 색이 짙어졌다.

     

    “그 말이 정녕 사실이냐?”

    “정말이에요!”

    “네 인간으로서의 살가죽과 소중한 머리털을 걸고 맹세할 수 있냐?”

    “할 수 있어요!!”

     

    해골교관은 급히 이 사실을 사다코 교수에게 보고했고, 사다코 교수가 카타콤의 관문을 열며 저 멀리 어둠 깊은 곳에서부터 문과 문 사이를 비현실적인 속도로 건너뛰며 다가왔다.

    자지러지게 놀란 티토소가가 으앙앙앙 울음을 터뜨려도 인간의 마음이 희박한 언데드 사다코 교수는 특유의 섬뜩한 목소리로 제 할 말부터 했다.

     

    “오크노디가 언제부터 네게 성녀연합회를 제안했는지 말해.”

    “오늘요! 오늘이요!”

    “재단의 지령이 전해지기 전인가…”

     

    사다코 교수는 확신했다.

    오크노디에게 전해지는 재단의 지령루트는 자신이 모두 파악하고 있다고.

    실제로도 파시블 예프뿐만 아니라 조나와 리프, 에이프릴이라는 아카데미 내 재단관계자 모두에게는 흑마술과 사령술로 빚어낸 자그마한 감시자, 소환수들이 알게 모르게 그들을 감시하고 있다.

     

    오크노디나 모기술사, 혈마법사를 비롯한 극소수의 학생들만이 다루는 흡혈모기처럼 작은 벌레들은 정보 입수에 특화되어 있다.

    그런 모든 벌레들도 언젠가는 수명이 다해 죽는다.

    학생들이 다루지 않은 시체를 모두 어디로 갈까.

    일부는 생태계의 법칙에 따라 다른 동물에게 시체가 잡아먹히거나 썩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그녀의 <언데드화> 주문으로 일어나 <소환계약>으로 충성을 바치며 정보를 모으는 정보원으로 사용된다.

     

    -인간30822호가 테니스를 배워보자 강의에서 폭탄테니스를 치는 줄은 몰랐다고 내보내달라고 교관에게 애원하고 있다.

    -인간4119호가 뒤뜰에서 사랑 고백을 했다가 신분을 떠나서 정돈되지 않은 눈썹, 피부트러블이 일어난 뺨, 고르지 못한 치열로 자신을 정돈할 줄도 모르는 남자의 고백은 받기 싫다는 인간 5020호의 거절을 받고 울면서 달아나고 있다.

    -교수13호가 실습에 필요한 자연마나를 구해오기 귀찮아서 다른학부 4학년들의 실습과제에서 마나퍼즐을 몰래 뜯어내고 있다.

     

    신입생과 고참생, 남자와 여자, 학생과 교수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정보수집!

    이 모든 정보를 한 사람의 두뇌로 받아들이고 정리하기엔 뇌의 용량과 시간은 지극히 한정적이다.

    그래서 날개 잘린 매미와 침이 없는 모기, 다리 잘린 지네의 시체들의 잡다한 보고받는 대리지성체가 존재한다.

     

    드르륵.

    쿵. 쿵. 쿵.

     

    카타콤의 석문이 연달아 열리고도 한참은 들어가야 하는 깊은 곳.

    티토소가는 발을 들여본 적도 없는 깊은 어둠에 발을 들인 사다코 교수가 사고 연산과 정보 처리를 대신하는 언데드지성체보관소의 관을 꺼냈다.

     

    <마인드로드>

     

    수많은 사념체의 정신이 모여 만들어진 망자들의 두뇌집합체는 사다코 교수가 원하는 사고를 대신했다.

     

    “오크노디는 재단의 지령을 받기 전에 성녀연합회의 출범을 희망했다. 이는 오크노디 본인이 성녀연합회를 꾸릴 것을 희망했음을 의미한다.”

    “…혹은 아카데미에 복귀하기 전에 마주친 재단이사장에게서 별도의 개별지령을 받았거나.”

    “!”

     

    오크노디를 재단에게 이용당하는 불쌍한 아이로 여기는 사다코 교수의 입장에서는 이는 무조건 재단 이사장의 소행이었다.

    저 작은 아이의 정신에 100가지나 되는 재앙을 새긴 재단 이사장이 악하지 않다면 어느 누가 악인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세기의 악인이 사악한 지혜를 발휘했을 가능성과 오크노디가 사악한 지혜를 발휘했을 가능성을 비교하면 단언컨대 이사장의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

     

    “또한 오크노디는 월반 후에 용사 이슈타르에게 본격적으로 접근을 시작했다. 이는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에 의한 협력보다는 작전 달성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볼 여지가 더 높다.”

     

    과연.

    사다코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사를 설득하여 용사파티의 성녀 유피를 성녀연합회에 끌어들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이가 가까워졌다.

    심지어 선배와 후배의 관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월반조차도 재단의 지령이며 용사에게 자연스럽게 오크노디의 도움을 받으며 심리적인 빚을 지도록 만들기 위한 계획의 일환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보아도 이는 아주 무시무시한 계획의 서막처럼 보였다.

     

    “따라서 재단이사장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오크노디의 곁에 밀착하며 그녀가 속뜻을 내비칠 긴밀한 관계의 ‘친구’ 자리를 노리는 것이 좋으며, 이는 무수한 인격을 보유한 마인드로드가 취하기에 적임인 자리임을 알린다.”

    “나 마인드로드는 오크노디의 친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육체제공 및 유지보수, 재정적 지원 및 장비제공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사다코 교수는 마인드로드의 제안은 들은 체도 않고 그대로 관을 밀어 넣어 카타콤의 언데드지성체보관소 안으로 되돌렸다.

    교수가 대학원생을 노예로 다루며 감시하는 데 도가 텄듯이 사령술사도 소환수를 다루며 감시하는 데 도가 텄는데, 심지어 사다코 교수는 교수이자 사령술사다.

    마인드로드의 어설픈 탈주각은 그렇게 시작과 동시에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가 남긴 말은 제법 쓸모가 있었다.

     

    “오크노디의 친구를 이용한다…”

     

    마침 그녀의 강의에는 오크노디의 친구가 둘이나 존재한다.

     

    “즈앙, 티토소가. 너희에게 임무를 하나 맡기지…”

    “싫어. 교수님의 임무를 맡고 다니면 대학원생이 된다고 오크노디가 경고했어.”

    “맞아요! 저흴 생매장도 하고 납치도 하고 막막 이케이케 무서운 짓을 잔뜩 하는 교수님의 말은 다시는 듣지 않을 거예요!”

    “선수금 1만 포인트. 완수금 4만 포인트를 추가로 걸겠다…”

    “물론 교수님이 5만 포인트를 걸면 무보수 노동이 아니니까 오크노디도 괜찮다고 할 거야.”

    “…5만 포인트는 두려움을 잊기 충분한 거금인 거예요!”

     

    두 사람은 사다코 교수의 특별임무를 하달받았다.

     

    “오크노디가 재단이사장에게 비밀리에 수상한 임무를 받은 정황이 포착되었어. 삼인의 성녀를 모아 성녀연합회를 재건하는 임무야.”

    “헉! 그래서 나한테 성녀연합회에 들어와달라고 한 거였구나!”

    “오크노디에게 가서 은근히 정보를 캐내. 이사장의 목적을 밝혀내. 그러면 완수금을 지급해주지…”

     

    즈앙이 뒤늦게 무언가를 깨닫고 찝찝한 표정이 되었다.

    티토소가가 즈앙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물었다.

     

    “왜그랭?”

    “교수님이 선수금까지 챙겨줄 정도로 이번 임무를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면 임무 실패에 따르는 페널티는 뭘까?”

    “…그로게?”

     

    이거 실패하면 진짜 일 나겠구나.

    겁쟁이 듀오가 오랜만의 공포에 와들와들 떨었다.

     

     

    * * *

     

     

    “저기, 오크노디. 성녀연합회에 들어와달라고 하는 이유가 뭐야?”

    “알려주면 13강 조명대로 만족할 거야?”

    “칫.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13강으로 만족할게!”

    “네페르템 선배를 구하기 위해서야!”

     

    티토소가는 자신과 닮아 불행한 사건에 쉽게 휘말리는, 하지만 그녀보다 좋은 사람이 주변에 더욱 적어 안 좋은 일을 많이 겪은 선배의 이야기에 힝잉잉스러운 눈물을 또르르 흘렸다.

    감동적인 건 모르겠고 정말 불쌍한 이야기였지만 다 듣고 나니 의문이 생겼다.

     

    “그런 사정을 이사장님이 어떻게 알아?”

    “파파? 파파가 갑자기 왜 나와?”

    “앗, 그건…”

     

    티토소가가 말을 절며 허둥지둥거리자 오크노디가 눈을 번뜩였다.

     

    “알았다!”

    “머, 머를…?”

    “이것도 이벤트 단서구나! 파파가 어떤 식으로든 이 사건에 관여한 거였어!”

     

    티토소가는 무언가 굉장히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오크노디의 헷갈리는 짓에 주변에서 된통 당한 적은 있어도 주변인의 의뭉스러운 발언에 오크노디가 휘말린 적은 없었다.

    애초에 오크노디는 사고를 일으키는 쪽이지, 휘말리는 쪽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휘말리지 않을 수도 있었던 이사장을 자신과 관련된 사건에 끌어들인다면 이 사건이 얼마나 큰 사건으로 이어질까.

    잘은 몰라도 티토소가로 해결될 일이 사다코 교수님이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커질지도 모른다.

    그때는 임무보상 5만 포인트가 문제가 아니라 일을 키운 벌로 사다코 교수님에게 어마어마한 벌을 받을지도 몰랐다.

     

    “아, 아니야. 이사장님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어!”

    “티토? 티토가 말해놓고 왜 모르는 척이야? 설마 파파에게 입막음까지 당한 거야?”

    “그, 그런 거 아니래두!”

    “맞구나! 용서할 수 없어, 파파. 멋대로 내 친구를 건드리다니!”

     

    뭘까.

    고맙기는 하지만 무섭기도 한 기분.

    티토소가가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

     

    “파파한테 뭘 하려고…?”

    “혼내줄 거야!”

    “어떻게…?”

     

    오크노디의 소란에 멋대로 착각한 주변인들은 오크노디 불쌍해를 외치며 재단에 복수를 다짐해도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기까지는 힘이 부족해 단순한 다짐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오크노디에게는 충분한 지혜와 그 지혜를 행동으로 옮길 수단이 갖추어져 있었다.

     

    “아이린 파파한테 북부지역 이벤트를 폭로할 거야! 재단 이벤트 압수!”

     

    오크노디 본인은 모르는 오크노디의 사악한 계획을 알아내기 위한 로버트 교수의 움직임은 네페르템과 벨벳 집행국 국장의 움직임을 야기했다.

    이는 성녀연합회의 출범과 사다코 교수의 움직임을 야기했다.

    이는 다시금 티토소가의 어설픈 행동과 오크노디의 착각을 불렀으니…

     

    오크노디로부터 시작해서 오크노디로 이어진 일련의 이벤트는 거대한 눈 덩어리가 되어 비로소 그 피해를 와이히엠하이 재단에게 입히기 시작한 것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영문도 모르고 얻어맞는 재단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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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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