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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3

       

        

        

        

        

        

        

        

       “아으, 생각보다 뻑뻑합니다. 관절에 기름칠을 안 한 겁니까?”

        

       “최초 조정이라 그렇습니다. 세 분의 신체는 이미 개별적인 최적화가 끝난 상태라 생각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지만, 이 기체는 생산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허나 해당 문제는 진즉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신체를 움직일 때 기록되는 동작 로그를 확보하고 적용하면 괜찮습니다.”

        

       “에엣, 그건…그거는 우리 사생활이라 안 돼.”

        

       “그 부분은 조금 민감한 부분입니다. 재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게 그 정도의 무언가였나요?”

        

        

        

        소규모 공장 지하, 대형 사격장.

        

        지상으로부터 대략 50m 가량 지하에 지어진 가로 60m, 폭 1.5km 가량의 거대한 직사각형 공간. 그 안에서 이뤄지는 메카 비얌 시제기 테스트는…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었다. 이걸 난항이라고 불러야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방금 진레인마브 트리오가 적당히 지껄인 것처럼, 외형만 천상 여자지 속내는 남자…남자 맞나? 로건이라면 몰라도 나는 조금 델리케이트하단 말이지 – 아무튼 조금 중성적인 면이 있는 나와는 다르게, 이 세 명은 외형과 속이 아주 잘 일치했다.

        

        요컨대 우후후 꺄꺄 같은 것이 일상인 천상 여자들이란 뜻. 물론 호르몬에 지배를 받지 않는 기계 몸뚱이였으니 훨씬 더 너그럽고 포용적이긴 하지만…아무튼 적당히 대강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근데 동작 로그인지 뭔지가 요 메카 땡깡쟁이들에게 사생활로 분류될 줄은 몰랐지.

        

        

        

       “그, 그런 걸 물어보는 건 조금 부담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무언가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각 관절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토크량, 전력, 인공근육의 움직임 등을 수치화해둔 기록입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그런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걸 공개하기가 부끄러운 거라구, 이 바보야.”

        

       “…잠시 이쪽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환장하겠네, 증말.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듯한 감각을 뒤로 한 채 꼬리로 이카루스 다이나믹스 직원의 팔을 살그머니 휘감고 조금 잡아당겼다. 메카-몬낸이들 3명이 내가 있는 곳으로 우르르 따라오려고 했지만 팔을 들어 거기서 대기하란 메시지를 준 뒤, 조금 으슥한 곳에 가서 덧붙였다.

        

        

        

       “함부로 추측하긴 뭐하지만, 저 친구들은 AI…죠. 인간과는 다른 전자생명체 아닙니까. 특정한 정보를 바라보는 시선이 인간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가령 동작 로그 같은 게 사생활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가능성 있는 말이로군요. 요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단 뜻이겠지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런 말은 아니긴 한데, 어…아무튼, 쟤네들이 요구하는 게 뭔지는 알 것 같거든요 이제부터는 제가 설득을 해보죠. 저 세 바보들에게 있어서 이상한 첫인상으로 낙인을 찍히는 건 그닥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잖아요?”

        

       “그럼 유진 씨만 믿고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여간 이 못난이들 같으니라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또한 앞으로 사람들이 부숴야만 하는 프레임이겠지. 물론 AI가 사회에 제대로 녹아들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뭐어, 어쩌다보니 그 계기를 내가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까. 여기서 발뺌하긴 어렵지 않을까.

        

        그리하여 짤막한 대화가 끝나고, 나는 자기들이 또 뭔가 잘못했나 싶어 조금씩 부들부들거리고 있는 세 명에게 다가갔다. 머리를 살그머니 쓰다듬자 은빛의 머리카락이 – 실제로 금속으로 만들어진 – 찰랑거렸다.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혼내려고 온 건 아니니 걱정 마시길. 대신 이제부터는 기체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혼자서 해내야할 거예요. 동작 로그를 덮어씌우든, 개별적으로 조정하든 해서 지금 그 몸을 움직이는 과정과 동일한 결과를 얻어내보세요.”

        

       “에…좀 오래 걸릴 것 같은데, 괜찮아?”

        

       “애시당초 바로 이걸 하려고 여기까지 내려온 거니까 그닥 상관은 없어요. 간식이랑 음료도 챙겨왔고, 세 명이서 낑낑대는 거 보고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

        

       “후, 아키타입이 그렇게 말한다면…깜짝 놀랄 정도로 빨리 끝내줄게. 놀랄 준비나 하고 있으라고.”

        

        

        

        그리고 세 명은 처음에 봤었던 때처럼 끼얏호우-상태로 돌입했고,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제품 근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혹시나 누가 들을세라 멀리 떨어진 건 덤이었고.

        

        그걸 보며 큭큭 웃은 직원이 덧붙였다.

        

        

        

       “멀리서 보니 하이틴 영화,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모습이로군요. 저 친구들이 아까 저렇게 반응했던 이유도 나름 이해가 갑니다.”

        

       “하이틴이라. 거긴 그런 느낌인가보네요. 아무튼 뭐어…저 친구들이 기체를 부숴먹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일만 아니라면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요. 저대로 놔둬도 될 겁니다…아마.”

        

       “하하, 말씀만 들어보면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않다는 것처럼 들립니다만.”

        

       “말하셨던 대로, 여러 의미로 하이틴인 친구들이니까요. 아무튼 계속 이 화제를 끌고 갈 필요는 없을 듯하니….”

        

        

        

        그와 동시에 마주치는 시선.

        

        저쪽 역시도 갑작스러운 나의 반응에 놀라지 않고, 작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조심스럽게 내뱉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나지막하게 덧붙였다.

        

        

        

       “…알고 계셨습니까?”

        

       “그런 건 아니예요. 단지 뭔가…좀 더 숨기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았기에 한 번 찔러본 거죠. 당신이 여태껏 보여준 반응은 단순히 저 어린애들 세 명이 재미나게 노는 것만 보다 가라-는 느낌이 아니었으니.”

        

       “속이거나 숨길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그렇게 비친 것도 사실인 것 같군요. 잘 됐습니다. 지금 간단하게 설명해드리죠.”

        

        

        

        그 순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향했고, 30초도 지나지 않아 그가 사라진 벽의 틈새에서 달칵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뭔지는 몰라도 뭔가를 갖고 나오지 않을까 싶어 기다렸더니, 오히려 그 반대였다. 벽에서 손만이 쑥 튀어나오더니 내게 손짓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쪽으로 슬그머니 걸어가 방 안을 확인하자, 마치 트레드밀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내 눈에 들어왔다.

        

        뭔가 했더니, 일종의…접속기 비스무리한 것이었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현 시점에서 널리 유통되는 접속기는 그것이 작동하는 동안 현실의 몸뚱이를 움직일 수 없지만, 이것은 아예 반대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직접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이런 식으로 기체를 조종하는 건…이걸 오랜만이라고 해야만 할지, 아니면 이카루스 다이나믹스가 이런 걸 손댔다는 점에 놀라야만 할지 모르겠네요.”

        

       “그리 말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 말씀대로입니다. 제법 오래된 기술이지요. 원격조종기에 대한 해킹 및 EMP 방호 기술이 모습을 드러내며 이런 식의 방법론은 진즉 사장된 지 오래지만…결국 문제는 시간이지요. 2개월 정도 후에 오셨더라면 이런 조악한 건 없었을 겁니다.”

        

       “아하, 그래서….”

        

        

        

        그리 말함과 동시에 그 위로 성큼성큼 올라간다.

        

        신체 곳곳에 착용할 수 있는 센서가 마치 엉킨 거미줄마냥 공중에 매달려있었고, 그 중에는 꼬리에 착용할 수 있는 물건도 존재했다. 다시 말해 이는 저 바깥에 있는 메카 유진 시제기를 조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뜻이었다.

        

        조작 로그를 확인해보자, 저쪽에 있는 메카 초딩들이 언제 이 시제기에 의식을 옮겼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아무도…빙의하지 않은 상태. 단어 선택이 조금 요상하긴 했지만 이것만큼 적절한 단어가 또 없긴 했다.

        

        마지막 하나까지 센서 착용이 완료되고, 고글을 머리에 쓰자마자 접속하겠냐는 메시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

        

       “…뭐야. 이거 방금 살짝 움직이지 않았어? 마브 네가 한 거야?”

        

       “아니. 진이 한 거 아냐?”

        

       “전 아까 끝났습니다.”

        

       “그럼 이게 도대체 왜 움직이는-”

        

        

        

        눈 앞에 떠오르듯 나타난 세 메카 초딩들.

        

        그 순간 장난기가 들었기에 – 직원의 말에 의하면 보이스 모듈도 아주 잘 작동된다고 했고 – , 나는 마치 기계처럼 목을 홱 돌림과 동시에 입을 열었다.

        

        

        

       “제가 아직도 껍데기로 보이나요?”

        

       “…우, 우, 우와아아악-!”

        

       “제압! 제압해!”

        

       “어으, 주먹부터 날리면…부수면 안 돼요!”

        

        

        

        휘익!

        

        눈 앞으로 파도처럼 밀려드는 보랏빛 섬광-이 아니라 주먹. 그것을 아주 아슬아슬하게 피해냄과 동시에 동체에 감겨드는 꼬리를 백스텝으로 회피, 다리에 힘을 주고 바닥을 부술 듯 짓밟아, 그 반동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벌리며 덧붙였다.

        

        

        

       “저예요, 저! 원격조종 중이라고요!”

        

       “…아, 아키타입?”

        

       “주인! 갑자기 나타나면 어떡해!? 놀랐잖아아!”

        

       “…그래요, 놀래킨 제 잘못이죠. 살포시 부는 바람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우리 메카 몬낸이들에게 장난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고 있던 것도 아닌데.”

        

        

        

        하마터면 기껏 간신히 생산해둔 1호기가 통째로 부서질 뻔했다.

        

        다들 숨도 안 쉬는 주제에 인간마냥 후우-하고 날숨을 쉬는 척했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연결을 끊겠다는 말을 덧붙이고는 접속을 종료했다. 조종한 지 고작해야 1분도 안 지났는데 실로 다이나믹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숨을 푸욱 내뱉으며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직원과 시선을 마주치자, 저쪽은…쓴웃음?

        

        그러나 이유를 묻기도 전에 나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버리고 말았다.

        

        

        

       “…아.”

        

        

        

        쩌저적!

        

        발 밑에서부터 들려오는 불길한 소음, 그리고 그 말대로, 거의 주저앉아버린 트레드밀의 상판. 방금 시제기를 지키기 위해 뒤로 물러설 때 있었던 발구르기로 인해 아래에 있던 기계가 처참하게 부서져버린 것이었다.

        

        머리를 긁적거리던 직원이 덧붙였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센서라면 몰라도, 아래 깔린 트레드밀을 새로 들여오는 비용은 푼돈이니까요.”

        

       “…제가 물어내겠습니다.”

        

        

        

        물론 비용은 물어주었고, 나는 이 이후 내가 방금 일 때문에 빡쳐서 기계를 부수고 나왔다-는 되도 안 되는 오해를 메카 몬낸이들에게 받게 되었다.

        

        되는 게 없는 날이었다.

        

        

        

        

        

        

        

        

        

        

        

        

        

        

        

        

        

        

        

        

        

        

        

        

       “어으, 진이 다 빠지네. 이렇게 힘든 스케줄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또 저희만 빼고 뭔가…아니다.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뭔지 궁금해요? 지금 당장 알려줄 수도 있는데.”

        

       “으아악, 아무 것도 아니에요-!”

        

        

        

       -선생님 오자마자 새끼비얌들 기강부터 잡다니 너무하십니다

       -미국에서 신나게 재미보고 있으면서 스트리밍을 안 켜다니 유진은 반성하라!!! 이것저것 보장하라!!!!

       -소신발언)1인1메카비얌 뿌려야된다

       -이미 3마리나 뿌렸는데 뭘 더 바라는거야 무친놈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방송들어왔는데 왜 오자마자 하모니가 뚜들겨맞고 있죠???

        

        

        

        음, 오자마자 매우 시끄러운 걸 보니 다들 아주 잘 지냈나보구만.

        

        파이널 챔피언십 솔로 하루 전날은 무릇 이래야 제맛이지. 안 그래도 다시 돌아오면서 이 근방…그러니까 다크 존 타운에 사람들이 무지막지하게 많이 몰렸다는 것을 아주 뼈저리게 실감하고 온 참이었기에 더더욱 기분이 묘했다.

        

        오후 10시가 다 되어가는 와중에도 바깥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이 한날 한시에 온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지난 주부터 이 근방을 돌아보며 어지간한 곳들을 전부 돌아본 우리 같은 사람도 있지만 오늘 도착한 사람도 있는 게 그 예시였고.

        

        아무튼, 그건 둘째치고….

        

        

        

       “다들 침대 위에서 움직일 생각도 없는 걸 보니, 아주 신나게 굴렀나보군요.”

        

       “하늘 위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어요….”

        

       “부에에에.”

        

        

        

       -사람의 말을 잊어버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볼따구 쪼물딱 on

       -비얌쉑 은근히 귀여운거 좋아하는wwww

       -무슨 멍멍이 쓰다듬는 것마냥 다루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백발적안비얌수녀로TS해서저사이에끼고시퍼!!!!!!!!!!!!!!!!

        

        

        

        쓸데없이 자세하기 그지없는 시청자들의 땡깡…혹은 바람을 슬금슬금 무시한 채, 나는 침대 위에 축 처진 두 새끼비얌들을 옆에 두고는 하나둘씩 질문을 던졌다.

        

        

        

       “많이 배웠나요?”

        

       “이 이상의 지식은 머리에 안 들어가아….”

        

       “왜 저희는 배워도 배워도 저 분들을 이길 수가 없을까요. 심지어는 두 분이서 신체능력 저희랑 똑같이 맞추고 싸웠는데도 한 번을 못 이겼어요, 흐엉….”

        

       “하루이틀 안에 따라잡힐 만한 게 아니거든요.”

        

        

        

        나는 그렇다쳐도, 따지고 보면 상어랑 북극곰은 기존에 있던 수십 년에 달하는 전투 및 파병 경험에 더해 다크 윈터 사태 동안 쌓아놓은 5년 가량의 경험치까지 한 번에 얻은 셈이란 말이지.

        

        그런 사람들에게 고작해야 ‘신체능력 평준화’라는 핸디캡만을 건다고 해서 이길 수 있다면…좀 많이 오산이다.

        

        물론, 까놓고 말해서 진정한 치트키는 나를 비롯한 발현자 전원이 5년 가량의 대(對)오퍼레이터전 경험이었다. 게다가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 5년 간 벌어진 교전 데이터는 대략 30년 이상의 파병 전투 데이터보다도 많은 분량이었고.

        

        군문에 종사한 시간이 30년에 가까운 사람들이 종종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들이 우리에게 우위를 점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 있었다.

        

        

        아무튼 요 두 명이 더 이상 땡깡을 부리기 전에 막기 위해, 그리고 내일이 파이널 챔피언십이었으므로 간만에 꼬리 포상이 있었다.

        

        꼬리를 포상으로 주는 건 뭔가 이상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사실 이제 와서 말하기에는 너무 늦은 감도 없잖아 있었고…무엇보다도 이 두 명이 많이 충격을 받지 않을까.

        

        그냥 이 세계는 파충류나 양서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자. 그리 생각하는 와중 얼마 전에 받은 메시지가 떠올라 확인 – 작년과는 다른 휑한 스케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수요일에 있을 이벤트 매치를 제외하면 이번 년도에는 딱히 하는 일이 없겠네요. 꽤 심심한 시간이 되겠어요. 여러분들이 선전하는 걸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거, 다르게 말하자면 남들 폭사하는 걸 보면서 휴식을 한다는…아야야얏!”

        

       “그래요, 저도 다이스를 혼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으면 된다는 뜻이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가 할말못할말 다 하도록 키워놨으면서 왜 자꾸 갈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사람은 평등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평등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꼬우면 비얌꼬리 달고 오든가 ㅋㅋㅋㅋ

       -다이스는사실…마조가아닐까…?

        

        

        

        꼬리 끝으로 다이스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간지럽히자 흐히힣 하는 소리와 약간의 고통스러운 소리가 동시에 들려오-다가, 꼬리 끄트머리가 손에 단단히 잡혀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더 이상 쿡쿡 찔러봐야 얻는 것도 없었기에, 그녀의 손에 꼬리를 적당히 쥐여준 뒤 가지고 놀게 적당히 내버려두었을까. 대충 몸단장이 끝난 듯한 로건과 로렌티나, 그리고 꽤 초췌해진 올리비아가 이쪽으로 슬금슬금 걸어왔다.

        

        의자를 적당히 빼고 앉은 로렌티나가 주변 눈치를 슬슬 보더니…수화? 그것도 군용 수화였다.

        

        물론 대놓고 했기에 하모니와 다이스가 보는 것도 당연했다.

        

        

        

       “우와, 그거 멋있어요. 저도 배울래요.”

        

       “그렇게 말할 줄 알고 미리 준비해왔지요…짜잔! 지금이라면 해군 부트캠프에서 8주간 공짜로 숙식할 수 있는…우와아악, 그걸 가져가면 어떡해요!?”

        

       “도대체 이 빌어먹을 해군지원서는 언제 뽑아온 거야? 실제로 효력도 없는데.”

        

       “우우….”

        

        

        

       -상어눈나 쭈그러들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낚아채는거 진짜 개빠르네 ㅋㅋㅋ

       -잔상밖에 안보였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쯤되면 로건도 이미 예상하고 있던 거 아니냐? ㅋㅋㅋㅋ

       -비얌쉑 어처구니없는 표정 ㅋㅋㅋㅋㅋ

        

        

        

        로건은 종이를 그 자리에서 태워버렸고, 종이는 푸와아악 하는 소리를 내며 공중에서 타올라 재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꼬라지를 보니 그 비싼 플래시 페이퍼로 입대지원서 비스무리한 걸 만들었나본데, 참 이상한 곳에서 재능 넘치는 상어였다.

        

        아무튼 다시 방금으로 돌아가자면…방금 상어가 한 건 이카루스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군용 수화였고,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중간중간 무의미한 손동작 여러 개를 끼워넣기 때문이었다 – 그리고 그걸 해석하면 이러했다.

        

        

        

       -막내가 열어준 길 덕분에 이카루스 기어 세 개를 무사히 저쪽에 다시 넘겨주었지요. 고마워요.

        

        

        

        여기서 말하는 이카루스 기어는…저쪽 세계의 헨리 황상이 디즈니 월드 방문 즈음에 이 세 명에게 수여했던 물건이었다.

        

        저런 걸 잘도 줬구나 싶긴 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돌려줬구만. 게이트를 따로 만들어두고 간 덕분에 무사히 끝을 맺었나보다 싶었기에 나 역시도 고개를 적당히 끄덕였다.

        

        시청자들이 로렌티나가 무어라 말했는지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열심히 난상토론을 하고 있는 와중, 계속해서 수화가 이어진다.

        

        그 내용이 무언가 하니-

        

        

        

       -그건 그렇고, 기어를 반납하러 저쪽에 갔을 때 흥미로운 걸 보았어요. 막내보다 좀 작은 크기의 메카 막내가 이미 완성되어 있더군요. 듣자 하니 관리 AI라든데, 이게 저번 작전에서 있었던 일의 결과인가요?

        

        

        

        …아, 그거.

        

        로건과 올리비아 역시도 내 대답을 듣고 싶다는 듯 날 쳐다보고 있었으므로, 나는 그에 대해 간단히 답장을 들려주었다.

        

        

        

       -오늘 시간이 나면…저쪽 세계에 한 번 다녀와봐야겠네요. 세 분도 같이 가시죠. 어느 정도는 이미 알고 있겠지만, 가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드릴테니.

        

        

        

        물론 그렇게 대답했지만,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는 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역시 어이가 없긴 했다.

        

        이게 무슨 나노 로봇도 아니고, 이젠 비얌도 막 증식을 하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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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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