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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4

    <584 – 맛있는 연계퀘스트(8)>

     

    재단은 제국의 황제가 두 번이나 교체되는 대소란 속에서 엄청난 이득을 손에 넣었다.

     

    “제국의 가장 빠른 발은 이제 우리 수중에 들어왔습니다. 비공정 전력의 우위, 전송마법사들의 보유 인원, 이 둘은 제국도 우리를 넘어설 수 없지요.”

    “…이번에는 또 어떤 심모원려한 계획을 떠올리셨습니까.”

    “제가 말입니까? 하하. 설마요. 다 우리 비서실장의 놀라운 지혜와 혜안이 이루어낸 성과가 아니겠습니까. 제가 한 것이라곤 손 놓고 <자동>적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을 누린 것뿐입니다. 계획이 있다면 우리 영민한 비서실장에게 있지 않겠습니까.”

     

    겸양을 떠는 이사장의 뒤로 어둠에 물든 세계수의 나뭇가지가 거품처럼 열매를 띄웠다.

    전차, 비행기, 핵폭탄.

    생소한 강철계의 이색적인 병기와 설계도가 각각의 열매에 과실처럼 맺히다가 톡톡 터지며 사라졌다.

     

    <타락한 생명의 과실>

     

    이사장은 세계수의 수많은 차원에 걸친 끈질긴 생명력으로 오크노디의 무섭도록 깊은 재능과 이어진 새로운 차원계의 지식을 열매로 맺었다.

     

    <기억전송>

    <지식주입>

     

    그렇게 피어오른 열매가 <암흑마나> 특유의 오염의 기능을 이용한 기억주입으로 전달 되니, 비서실장은 이사장이 뜻하는 바를 깨달았다.

    이것은 신병기의 개발을 요구하는 것이자 현 대륙정세의 세력 판도를 뒤바꿀 것을 명하는 것이었다.

     

    ‘맙소사.’

     

    비서실장은 오랜 평정심이 흐트러지며 격하게 눈동자가 흔들렸다.

    다른 병기는 다 그렇다고 쳐도 핵폭탄, 저것의 위험성은 지나치게 심각했다.

    도시 하나를 일격에 소멸시키며 주변 지역을 질병과 죽음만이 감도는 죽음의 땅으로 변모시킨다.

     

    ‘어둠의 흑마법의 궁극에 달한 사악한 힘이구나!’

     

    하늘을 나는 비공정이 이런 핵폭탄을 싣고 각국 수도에 한 발씩 떨구기만 해도 세계경제와 문화는 족히 수 세기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열국의 제후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재단의 힘을 두려워할 것이니, 제국 위의 재단이 비로소 실현된다.

    이건 안 된다.

    이사장에게 복수할 기회를 얻고자 그의 곁에서 기회를 기다리며 온갖 악행에 가담했던 그였다.

    그러나 핵무기로 인해 초래될 재앙과 인명피해는 도저히 감내할 수 있는 상식적인 피해가 아니었다.

     

    “신무기의 연구 및 개발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까?”

    “현재까지 진행 중인 계획에서 주요 인력을 빼내 투입해야 합니다. 기존 계획을 실현하거나 중단하기 전에는 시간을 논할 수 없습니다.”

    “아쉽게 되었군요. 녹색 빛이 채 가시지 않은 농익은 과실은 보기에는 싱싱하나 맛이 무르익지 않아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계획에도 그에 걸맞은 시일이 필요하지요. 그래도 그간의 정성이 있으니 수확일을 앞당기면 모를까, 그냥 내팽개치는 농부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각 지역의 정세와 경제를 도탄에 빠뜨릴 계획을 모두 최대한 앞당기겠습니다.”

     

    세계는 이로써 한층 더 위태롭고 전란에 휩싸인다.

    프로젝트 <전란의 시대>.

    재단의 힘을 빌린 가장 특별한 ‘장학생’들에게 그들의 욕망을 실현시킬 힘과 자원을 빌려주며 각 지역을 도탄에 빠뜨리는 계획.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명분과 지원을 거쳐 힘을 얻는 때만큼 파급력이 크지는 않겠지.

    그렇기에 부수적인 피해와 갈등, 재단에 반하는 이들과의 전쟁은 더욱 거칠고 격렬해질 것이다.

     

    ‘그래도 이것이 낫다. 적어도 재단이 평화롭게 힘과 지원 세력을 쟁취하는 것보다는.’

     

    재단의 힘과 역량이 일시적으로라도 줄어든다면 누군가는 사악한 신기술이 개발되기 전에 재단을 공략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대체 어느 누가 그런 과감한 짓을 벌일 수 있을까.

    제국의 선황조차 물러나 복잡한 제국의 정세를 진정시키고 선황이 막아왔던 언더월드의 봉인문을 다시 닫기 위해 이권관계자들과의 조율에 벅찬 어린 여제 매스각키에게 재단을 돌아볼 역량은 없다.

    이번 <전란의 시대> 계획이 가동되는 순간, 각 지역의 국가들 또한 그런 동력을 잃을 것이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이들은 남부 신성도시국가연맹이지만 이들만으로는 재단에 맞설 힘도 부족하고 맞설 이유, 명분도 부족하다.

     

    누군가, 재단에 맞서 새로운 큰 그림을 그리며 명분을 제시하지 않는 한, 재단은 머지않아 신무기를 개발하고 제국의 위에 선다.

    이 미래는 이미 비서실장의 눈에 실현가능성이 높은 현실로 받아들여졌다.

     

    ‘완벽한 복수의 기회는 끝내 사라졌구나.’

     

    이제는 실패할 것을 알더라도 언젠가 죽음을 각오하고 이사장에게 반기를 드는 수밖에 없다.

    착잡한 마음을 감추며 오늘도 애써 고개를 숙이며 감정을 삭히려던 그의 눈에 이사장실의 뒤편에 자리한 대륙전도의 지도가 들어왔다.

     

    깜빡. 깜빡.

     

    각 지역의 감독관 및 주요 정보원과 연결된 통신마도구와 연결된 신호.

    그 신호가 북부에서 하나 둘, 무서운 속도로 수를 불려나가기 시작했다.

     

    “이상하군요. 전란의 시대가 벌써 열렸습니까?”

    “아직입니다.”

     

    이사장이 통신마도구를 들었다.

    세상의 어둠에 웅크린 흑막답게 조용하고도 품위 있게 통신마도구를 이용하던 이사장의 얼굴에서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세상은 언제나 따분하고 지루하다며 습관처럼 짓는 가벼운 미소와 달리, 감정이 실린 미소였다.

    그 감정은 기쁨이었다.

    비서실장은 그것이 더욱 두려웠다.

    이 남자가 기뻐할 때마다 누군가는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학습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통신을 마친 이사장에게 비서실장이 물었다.

     

    “북부에 변고가 닥쳤습니까?”

     

    이사장은 수많은 연락의 내용을 입으로 설명하는 대신, 마나 보드를 펼쳐서 각 지역 보고내용을 기록한 기록물을 공유했다.

     

    ━━━

    [청색마탑]

    *분쟁 배경 :

    북부지방의 청색마탑은 공동부탑주 에르드리치의 냉기학파와 공동부탑주 아브소브 테제로의 빙결학파의 협업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에르드리치는 오랜 공동관계를 청산하고 탑주의 자리에 등극하고자 재단의 힘을 빌려 경쟁자를 실각시키기를 희망했다.

     

    *계획 원안 :

    공동부탑주 아브소브 테제로는 마족진격로에 폭발범위 주변일대의 온도를 급격히 하강시켜 모든 생명체를 동사시키는 <얼음폭탄>을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나, 재단의 후원을 받는 에르드리치가 술식에 간섭하여 <얼음폭탄>의 빙결범위를 늘려 민간인 피해를 유도하여 이를 정치적 흠결로 삼아 퇴진운동을 추진하고자 계획했다.

     

    *출현 변수 :

    모종의 경위를 통해 유출된 계획 보고서로 인해 에르드리치의 계획은 공동부탑주 아브소브 테제로에게 감지되었고, 빙결학파는 얼음폭탄을 전량회수한 뒤에 냉기학파를 향한 강력한 규탄과 처벌을 소리 높여 주장하고 있다.

    ━━━

     

    ━━━

    [설원 요정의 숲]

    *분쟁 배경 :

    북부 한빙림에는 강하고 못생긴 마물보다 약하고 귀여운 인간을 괴롭히길 좋아하는 설원 요정들 사이에서 수간충처럼 혐오 받는 취향의 마물성애변종요정이 탄생했다. 이 요정은 재단의 지원을 받아 자신의 왜곡된 취향을 동족들에게도 강요하여 마물성애를 정상성애로 인지시키고자 결심했다.

     

    *계획 원안 :

    한빙림 인근에 거주하는 마을주민을 몰살하고 재단이 만든 ‘거짓 마을’의 연기자들을 통해 요정들의 인족을 향한 호감도를 파멸시킨 뒤, 대체품인 ‘수인 마을’을 통해 마물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였다.

     

    *출현 변수 :

    수인 마을을 주도하던 수인부흥회 지부장 및 수인마을이 북부대공이 파견한 토벌군에게 침략받고 있다. 또한 인간들의 유골을 유폐한 ‘유해구덩이’가 발각되어 요정들이 격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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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부저항군]

    *분쟁 배경 :

    제국의 침략에 정복당한 북부대륙에는 아직 옛 왕조의 정통성을 잇고 있는 망국의 저항군이 존재한다. 이 저항군은 북부대공 유다의 지원을 받아들여 마족과의 전면전에서 동맹관계를 맺고 있었으나, 한 야심가는 유다의 지원 아래에 있기를 원치 않았다.

     

    *계획 원안 :

    북부저항군은 마족과의 결탁을 통해 한시적으로 북부대공의 군세의 방어선이 돌파당하도록 만들고, 저항군의 힘으로 전선을 탈취하는 과정을 수어 차례 반복하여 유다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독립국을 재건하겠다는 야심한 계획을 세웠다. 물론 이는 재단의 지원 하에 성립되는 계획이다.

     

    *출현 변수 :

    유다는 다른 조직에서 발생한 일련의 음모를 북부저항군이 독립을 위해 사주한 인류변절자라 선언하며 북부저항군 군단장 예르포의 목에 현상금을 걸었다.

    현재 저항군은 예르포를 향한 다수의 암살시도 및 내분으로 큰 혼란에 휩싸였다.

    ━━━

     

    재단이 힘을 빌려주며 북부전선에서 인류의 영역을 축소시키고 재단의 세력을 새롭게 일구기 위해 세웠던 장대한 계획들에 일제히 적신호가 들어왔다.

     

    “참으로 놀랍지 않습니까? 재단의 모든 동향을 이토록 내밀하게 간파한 자가 있고, 이를 북부대공 유다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

    “…저는 배신자가 아닙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비서실장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는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참 공교롭게도 북부에서 누설된 정보에는 저밖에도 많은 계획이 누설되었지만, 오직 ‘한 가지 계획’만이 발각되지 않았습니다.”

    “송구하오나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물론 그럴 겁니다. 이건 기특한 딸아이를 보고 충동적으로 떠올리며 추진한 비밀계획이니까요.”

     

    이사장이 눈웃음을 지으며 마나보드의 패널을 조작해 정보창 하나를 띄워 올렸다.

     

    ━━━

    [지고쿠해적단]

    *분쟁 배경 :

    지고쿠해적단은 재단의 크루즈선을 개조하여 대해적의 세를 과시할 독자적인 선단을 구축했으나, 선단을 감추기 위해 재단의 지원을 받는 북부어촌에서 식량지원을 받으며 비밀정박지를 발각당했다. 재단은 이 어촌을 이용해 함정을 팔 예정이다.

     

    *계획 원안 :

    어촌은 머지않아 재단에 반하는 <북부정규군>으로 위장한 가짜부대의 습격을 받는다.

    지고쿠해적단은 북부대공 유다에게 복수하고자 대륙온도상승으로 인해 열릴 북부의 새로운 해상무역로를 침탈하도록 유도될 예정이다.

     

    *출현 변수 :

    선박지 및 어촌, 가짜부대에 대한 정보는 조금도 새어나가지 않았다. 변수는 없다.

    ━━━

     

    “유다의 생명줄을 열어주자마자 북부의 모든 부를 지고쿠해적단을 이용해 회수, 지고쿠를 새로운 대해적으로 만들고 북부를 재단의 자본으로 잠식하려던 계획에는 조금의 차질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공교롭지 않습니까? ‘자동적’으로 구상하지 않은 유일한 작전은 밑 준비가 척척 끝났다는 사실이.”

    “죄송합니다. 근시일 내에 스파이는 어떻게든 제 손으로 잡아내겠습니다.”

    “아니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이 정도로 제 계획에 세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자는 세계에서 오직 다섯밖에 없습니다.”

    “다섯이나 말입니까?”

    “만신의 대리인. 마족의 마왕. 제국의 선황. 아카데미의 교장. 신들의 카르마는 아직 요동치지 않았고, 마왕은 밀월관계를 끊기엔 이릅니다. 선황은 지하세계에서 힘을 기르고 있죠. 교장은 만족하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럼 누가 남은 겁니까?”

    “교장을 죽일 일백차원의 문과 이어질 <세계수>를 손에 넣은 저조차도 적절한 계기를 만들기 전에는 인지하지도 못한 가장 깊고 어두운 악마적인 지혜로 이루어진 강철계와 이어진 존재. 바로 제 아이, 오크노디가 남았지요.”

     

    이사장은 알아차렸다.

    딸아이가 재단의 계획에 훼방을 놓았음을.

     

    “설마… 저지르실 겁니까?”

    “저지른다… 그렇게 표현하면 섭섭합니다. 부모로서 자식이 엇나가려 든다면 마땅히 훈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사장은 오히려 기뻤다.

    자신의 딸이 이토록 어린 나이에 세계의 이면에서 암약하는 자신과 ‘가정싸움’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다는 사실에.

    그러나 부모로서의 자존심과 체면이 그의 마음을 부추겼다.

    부모의 위대함을 자식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너에게는 넘을 수 없는 산이 있음을 알려주라고.

     

    “지고쿠해적단을 움직입시다. 그리고 우리가 먼저 북부대공에게 정보를 흘립니다.”

    “!!!”

    “파파의 소중한 장난감을 망쳤으니 우리 귀여운 딸아이의 소중한 장난감도 망가뜨려, 장난감이 망가질 때의 슬픔을 그 작은 가슴에 직접 새겨주는 겁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서로의 장난감을 파괴하는 부녀대전에 휘말린 의문의 피해자 지고쿠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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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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