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85

    <585 – 맛있는 연계퀘스트(9)>

     

    지고쿠는 기프트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이전부터 사략해적으로 악명을 떨치던 남부해적이었다.

    당연히 그녀를 선장으로 모시며 따르던 해적들도 더러 있었고, 그녀의 해적단에게 보급을 대거나 보호를 받는 해적 어촌과 세력권도 다수 존재했다.

     

    “지고쿠 선장님은 입학 전에 가지고 있던 진짜 해적단이 있으셨습니까?”

    “으하핫! 해적단 놀이 좀 하더니 진짜 해적에도 관심이 슬슬 드냐?”

    “솔직히 말해서 해적은 별로 되고 싶지 않지만 저흴 도와준 지고쿠 선장님은 따르고 싶습니다.”

     

    함께 2학년으로 올라온 허접잡졸졸개선원A의 말에 지고쿠가 호탕하게 웃으며 등짝을 퍽퍽 내리쳤다.

     

    “네가 좀 기특하니 고향 얘기를 좀 들려주마.”

    “그 얘기 듣기 전에 죽겠습니다… 등짝은 좀 봐주십쇼, 선장님…”

    “남부해역은 해군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개판이지. 수많은 군도와 암초가 도사린 해역에 소용돌이와 몬스터, 해적들이 활개 치는 남부해역은 마젤란이라는 대해적이 득세했어. 그 바다에선 마젤란에게 상납금을 바치지 않으면 놈의 부하들에게 처맞았지.”

    “선장님도 상납금을 냈습니까?”

    “미쳤냐? 배 째라고 암초 사이로 튀어 다니고 그랬지. 소용돌이까지 들어가서 추적 선단을 죄 갈아버리고 나니까 아무도 안 쫓아오더라.”

    “오오! 굉장하십니다, 선장님. 역시 선장님이십니다!”

    “갸하핫, 내가 좀 대단하지! 너희도 그 대단한 선장이 이끄는 해적단의 선원이 되는 거야.”

     

    지고쿠는 호탕하게 웃었지만, 선원에게는 차마 들려주지 못한 뒷이야기도 있었다.

    강인한 몸을 지닌 그녀는 소용돌이에서 살아나왔지만, 부하들은 그럴 수 없었다.

     

    -선장. 탈출하려면 누군가는 마지막까지 조타를 해야 하오.

    -닥쳐, 항해사! 선장은 배가 침몰하는 순간까지 배를 떠나지 않아!

    -으하핫! 여선장 주제에 괜히 무게 잡지 마시고 가시오. 폼은 남자들이나 잡는 것이니.

     

    몸값 높은 포로들을 얌전히 잡아두기 위한 마법로프가 수십 개나 지고쿠의 몸을 칭칭 감았다.

    선원들은 정해진 좌표를 향해서 자동항해 기능이 첨부된 탈출용 고속정에 그녀를 강제로 싣고 소용돌이 너머로 사출시켰다.

    그녀는 여자라서 살아남았고, 선원들은 남자라서 죽었다.

     

    ‘그놈의 잘난 남자가 뭔지 이 몸으로 직접 되어보겠다고 결심했고, 덕분에 이 녀석들을 만났지.’

     

    허접잡졸선원들은 그녀에 비하면 나약했지만, 소용돌이를 함께 했던 선원들에 비하면 더욱 강했다.

    지금이라면 같은 마의 해역에 휩쓸리더라도 혼자만 살아남을 것이 예상되어 배와 함께 죽겠다는 결단을 하지 않아도 모두가 함께 탈출을 감행할 수 있다.

    이 녀석들이 같은 배에 타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현실은 다를 것이다.

    이곳은 기프트 아카데미.

    세계 제일의 교육기관.

    허접해 보이는 놈들도 전투직에 비해 약하거나 상급반에 비해 약할 뿐이지, 밖에서는 모두 한 실력 하는 실력자들이거나 장래가 창창한 명인의 직계혈족이나 거대조직의 최정예 후기지수들이다.

    그런 장래가 창창한 녀석들이 과연 몇이나 자신을 따를지 의문이었으나, 선원A가 자청한 이후로 다른 녀석들도 우르르 목소리를 더했다.

     

    “저만 빼놓고 갈 생각은 마십쇼. 갑판장은 무조건 제 몫입니다.”

    “미래의 포병장을 두고 졸업하실 건 아니죠?”

    “생산학부에서 어떻게든 항해에 필요한 마도구를 개발하겠습니다.”

     

    유망한 미래를 내팽개치고 해적단의 일원이 되었으나, 비로소 혼자가 아닌 조직의 정을 느끼며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된 이들.

    지고쿠의 눈에 이들은 삭막한 미래를 벗어나 자유가 무엇인지, 그에 따른 책임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어엿한 견습해적들이었다.

     

    ‘밑바닥 해적은 아무것도 없고 더럽게 가난해.’

     

    지고쿠도 양심은 있다.

    가난한 해적은 찢어지게 가난한 어촌에서 갓 탈출한 녀석들이 미래는커녕 오늘 밥벌이도 불투명한 처지에 상선이나 털자고 모이거나 싸구려 술집에서 옆자리 주정뱅이나 앞자리 앉은뱅이에 1+1+1 사은품처럼 딸려 가느라 가난한 거다.

    잘 먹고 잘살다가 해적으로 전향한 녀석들에게 그런 바닥 생활까지 시킬 수는 없었다.

    아카데미에서야 그녀에게 신세를 졌기에 해적단에 들어오지만 아카데미 졸업 후를 생각하면 미리미리 해적단을 지원할 새로운 지원세력을 늘려놔야 했다.

    식량보급.

    무기거래.

    선원모집.

    정보수집.

    다양한 활동을 대신할 주민들을 포섭하고 해적들과 한통속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에 착취당하거나 가난한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무력으로 도움을 베풀어 지고쿠해적단을 은인으로 만드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

    지고쿠는 지난 겨울 방학 동안 대륙 북부의 궁핍한 해안마을들에 은혜를 입혔다.

     

    “언제든지 선박이 정박하거든 식량을 대겠습니다.”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저희 마을을 위협하는 몬스터들의 제거를 부탁드립니다.”

    “제국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추가지원과 바꿀 정보를 준비하겠습니다.”

     

    사람들도 받은 만큼 갚는다는 바람직한 정신이 됐다.

    빚만 지고 갚기가 싫어서 해적들에게 신세 져놓고 해군에게 해적들의 위치를 파는 몹쓸 쓰레기들도 있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양민들의 피까지는 보고 싶지 않았던 지고쿠에게는 다행인 흐름이었다.

     

    “저 마린디스는 <해양생태학>, <해저자원론>, <해상몬스터개론> 강의를 들어 해적단을 부흥시킬 자원과 문제시되는 몬스터, 마나과분포지역을 공부하겠습니다.”

    “저 필터는 미래의 포병장이 되기 위해 <포병술>, <급속냉각>, <술식 유지보수> 강의를 신청했습니다!”

     

    허접잡졸선원들조차 미래를 향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는 지금, 지고쿠의 근심걱정은 없었다.

    북부의 세력권에서 언제든지 그녀를 호출해야 할 상황이 오거든 신호를 보내라 일렀던 신호기에 표식이 뜨기 전까지는 말이다.

     

    ‘해양몬스터의 침공인가? 아니면 북부를 떠도는 설원군단의 정찰대? 보급과 병력징발을 위해 파견한 북부대공 유다의 정규군? 1차 혁명군이 박살 나며 힘이 빠진 북부저항군?’

     

    온갖 경우의 수를 모두 떠올렸지만, 명확한 사태를 파악하려면 역시 해적선을 몰고 직접 마을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엘 드라코 교수, 이 몸의 세력권에 문제가 발생했다! 외출증을 신청하니 허가를 바란다!”

    “이 쌍놈의 생도들은 교수에 대한 존중은 쥐뿔도 없군. 존댓말은 어따 팔아치웠는지 모르겠네.”

    “그러는 교수님도 교장님한테는 잘도 반말하지 않습니까. 같은 해적끼리 야박하게 굴지 맙시다.”

    “하이고. 부관이라고 선장 체면 챙겨줄 놈은 생도 편이나 들고 있으니 해적 기강이 개차반이구나.”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엘 드라코 교수는 순순히 외출증을 끊어주었다.

     

    “일주일쯤은 내 따로 일을 맡겼다고 시간을 연장시켜줄 수는 있다. 그 이후에는 벌금을 각오해야 할 거다, 애송아.”

     

    동변상련의 정인지 같은 해적이기에 세력권의 중요성을 이해해서인지 엘 드라코 교수는 기간연장이라는 호의까지 베풀었다.

    반쯤은 노리고 엘 드라코 교수를 찾아간 지고쿠였지만 역시 해적의 대담한 배포에는 감동이 일었다.

    악질적인 교수 사이에서 믿을만한 교수라고는 역시 같은 해적 출신인 엘 드라코 교수밖에 없구나!

     

    -선장님, 솔직히 말하시죠. 외출연장 건을 빌미로 자연스럽게 조교로 삼을 빌드업을 짜고 지고쿠를 산하해적단에 끌어들일 작정 아니십니까?

    -그걸 말이라고 하냐? 날 대체 뭐라고 보는 거냐. 당연히 그럴 작정이었지.

     

    툴툴거리면서도 할 거 다 해주는 츤데레 교수와 학생 편을 들어주는 조교가 뒤에서 <마인드링크Mind link>마법으로 그런 대화를 주고받는 줄은 꿈에도 모를 지고쿠였지만…

     

    “여긴가?”

     

    전송소를 이용해 신속하게 도달한 대륙북부.

    전송소도 없는 외진 마을이나 해적선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리건만, 전송소가 설치된 북부도시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시질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지고쿠가 행인을 붙잡아 물었다.

     

    “북부에 뭔 일 있냐?”

    “어떤 쌍놈의…”

     

    주먹부터 쥐며 욕설을 내뱉으며 돌아서던 남자의 몸이 덜컥 멈췄다.

    심상치 않은 지고쿠의 체격에 놀라고, 나름 힘깨나 쓰는 장정인 제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힘에서 밀렸고, 지고쿠의 손에 술병이 들린 탓이다.

    곱게 말하면 술 한잔을 받고 쌍놈처럼 말하면 술병을 받는 막장 인생들의 오랜 전통이었다.

    물론 술병은 잔에 따라 받는 의미가 아니라 물리적인 병기로 머리를 후려갈긴다는 의미였다.

     

    “쌍놈의, 뭐?”

    “자식들이 북부최전선 요충지에서 분탕질을 하다가 걸려서 북부대공의 지시하에 급히 지원을 보내거나 진압한다는 소식이 파다합니다.”

     

    지고쿠가 한번 봐준다는 의미로 피식 웃으며 넘어가 주었다.

     

    “그게 뭐 하는 놈들인데?”

    “북부저항군 녀석들이 초대혁명가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지자 제멋대로 일을 벌였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형씨도 덩치가 굉장한데 징병 되기 전에 모험가 자격증이라도 따고 개인임무나 뛰러 가십쇼. 최전선까지 끌려가면 어어 하는 사이에 통행증이나 수수료 할인 받겠다고 군적에 이름이나 올리고 그러다 전쟁터 끌려가고 병신 되어서 은퇴하기까지 순식간이니.”

     

    북부가 개판인 건 하루이틀 일도 아니었기에 지고쿠는 심드렁하게 물었다.

     

    “동쪽어촌 소식은 없냐?”

    “있습니다.”

     

    뭐가 터지긴 진짜 터졌구나.

    지고쿠가 정색하고 쳐다보자 사내가 급히 말했다.

     

    “불쌍한 어부들 마을에 뭐 먹을게 있다고 정규군 군복을 입은 패거리들이 쳐들어갔다고 합니다.”

    “이런 미친. 정규군이 어촌을 약탈한다고? 그 새끼들 지금 어딨어. 마을에 있냐? 아님 벌써 군부대로 튀었어? 딱 말해. 다 조져버리게.”

    “어… 설원 바닥에 있을 것 같은뎁쇼.”

    “뭐?”

    “지나가는 나그네한테 싹 다 담가졌다고 합니다.”

     

    뭐지.

    내가 찾던 어촌이 아닌가?

     

    “그 어촌이 혹시 얼음 깨서 빙어 낚아 올려다가 팔아먹는 빙어잡이 노릇하다가 요즘 얼음이 살살 녹아서 골머리 앓는 그 마을 맞아?”

    “음… 아마 맞을 겁니다.”

     

    지고쿠는 황당한 마음이 들었다.

    저거 우리 세력권 맞는 거 같은데.

    기껏 도와주러 왔더니 지나가는 나그네는 뭔데 우리 세력권을 청소하고 가지?

    로버트 엘하임 교수의 행정교관이 정말로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재단의 습격부대를 토벌했음을 모르는 입장에선 황당하기만 한 상황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나가는 행정교관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