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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6

       

       

       

       우드득-!

       

       “……!!”

       

       한쪽 팔이 꺾인다.

       그것도 비정상적인 모양으로.

       

       오른팔을 꺾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어금니를 뽑힐 땐 예상치 못해 비명을 질렀으나. 이번엔 지르지 않았다.

       

       떨리는 어깨를 무시한 채, 어떻게든 움직이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왼손 쓰는 거 같아서 오른손을 꺾었어.”

       

       “…!”

       

       말소리에 복면인이 흠칫 몸을 떨었다.

       자신이 왼손잡이라는 걸 상대가 알아차렸다. 

       

       대체 언제? 검을 잡은 적도 없었건만.

       

       느껴지는 고통에 입술이라도 깨물고 싶으나 그럴 수도 없다.

       상대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꺼윽…꺽….”

       

       “물어볼 게 몇 개 있는데. 천천히 대답해도 돼.”

       

       목소리에 웃음기가 묻어있다.

       그게 더 소름 끼쳤다.

       

       “첫 번째.”

       소리와 함께 남은 왼손의 검지에 촉감이 느껴진다.

       

       상대가 손가락을 움켜잡은 것이다.

       

       “넌 뭐 하는 놈이야?”

       

       입에 느껴지던 압력이 살짝 느슨해진다. 

       말할 수 있도록 조금 놓아준 것이리라.

       이에 복면인이 대답했다.

       

       “마…말할 것 같….”

       

       우득.

       

       “…끅!”

       

       검지가 꺾인다.

       

       “두 번째.”

       

       미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대로 중지가 잡혔다.

       

       “왜 지켜보고 있었어?”

       

       “끄…으으….”

       

       우드득-!

       

       “끄어억!”

       

       대답이 없으니 곧바로 고통이 느껴진다.

       

       이번엔 꺾인 게 아니다. 

       그대로 잡아 뭉개버리는 감각이었다.

       

       뼈가 바스라졌다. 여실히 느껴졌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다. 이번엔 약지였다.

       

       “세 번째.”

       

       무덤덤히 들려오는 똑같은 목소리에.

       

       “끅…큭큭…. 큭큭….”

       

       복면인이 웃음을 흘린다.

       그 웃음을 듣고선 잠시 움직임이 멈췄다.

       

       침묵이 스친다.

       

       “왜 웃어?”

       

       물어오는 목소리엔 어째서인지 흥미가 가득했다.

       복면인은 이를 듣고 웃음을 계속 흘렸다.

       

       “…큭…끄륵…. 어찌 우습지…. 않을 수 있나….”

       

       “그래, 계속 말해봐. 뭐가 우스운데?”

       

       “의…와 협을…지킨다는…정파 놈이…. 이리도…잔혹하게 굴다니….”

       

       “오.”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누군지 알아?”

       

       “잘…알지.”

       

       복면인이 고개를 들어 청년을 쳐다봤다.

       화려히 빛나는 청색 안구.

       

       사나운 눈매에 짙은 흑발.

       

       선명한 눈동자건만,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느낌이다.

       복면인은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마치 짐승과 같다. 그리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녕 정파인가.

       그런 의문이 들지만, 저자는 정파인이 맞다.

       

       “…산서구가의 구양천…”

       

       몇 년 전, 찰나지만 중원을 뜨겁게 달궜던 소문의 주인공.

       그게 이 청년이었다.

       

       인상착의는 그때와 많이 달라졌지만, 정보를 통해 확신하고 있었다.

       

       “음.”

       

       말을 들은 구양천이 짧게 소리를 낸다.

       자신을 알아본 것이야 그럴 수 있다지만, 말 속에 다른 의미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너는 정파가 아니라는 건가.”

       

       “큭…큭큭…. 정파니 사파니…. 어차피 기준은 전부 네놈들이 정하는…!”

       

       푸슉-!

       

       꺾인 검지에서 손톱이 뽑혀 나간다.

       그리고.

       

       치이이익-!

       

       “끄으으으아아아!!”

       

       손톱이 뽑힌 자리에 어마어마한 열기가 느껴졌다.

       살갗이 지져지며 역한 냄새가 풍겨온다.

       

       “묻는 말에만 대답해. 쓸데없는 말 붙이지 말고.”

       

       “끄으윽…끅….”

       

       고통이 몰아친다.

       다물지 못한 입 사이로 침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강기를 뚫고 들어오는 고통이다. 

       

       암객으로 살아오며 고문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거늘.

       복면인은 지금 느껴지는 고통에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버거웠다.

       

       그럼에도.

       그 정도 고통임에도 정신은 잃지 않았다.

       

       ‘이놈….’

       

       고통에 몸이 떨리는 와중에 목을 죄어오는 건 공포심이다.

       

       고작 손가락이 꺾이고, 살이 태워지는 것으로 이리 지치진 않는다.

       느껴지는 고통이 그보다 훨씬 높았다.

       

       그럼에도 정신은 잃지 않는 걸 보며, 복면인은 아득한 위기감을 느껴야 했다.

       

       ‘이 모든 걸…. 조절하고 있다는 말인가.’

       

       고통을 더 느끼게 하면서도 정신은 잃지 않도록, 구양천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잔혹하다. 

       정녕 그게 맞다면, 너무나 잔혹한 일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야 무인이라면 누구든 했을 일이지만.

       상대를 고문하며 고통을 주는 일은 다르다.

       

       행위에 익숙해지기 전까진 그보다 버거운 일이 없건만.

       이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익숙하다 못해 말랐다.’

       

       행동에 죄책감은 물론이고 아무런 의미도 두지 않는다.

       손속에 망설임이 없으며 그 안에 감정조차 없다.

       

       이게 정녕 약관이 넘은 무인이란 말인가.

       

       아니, 그 얘기를 떠나.

       

       ‘정파가…. 맞단 말인가.’

       

       자연스레 그런 의문이 들었다. 

       비명을 삼키며 복면인이 눈알을 굴리고 있는 사이.

        

       “귀찮네.”

       

       이를 보던 구양천이 툭 말을 내뱉는다.

       

       “내상만 아니면, 타락시켜 편하게 토하게 할 텐데. 쯧.”

       

       타락?

       알 수 없는 단어였다.

       

       “우리, 편하게 가자. 누가 알아? 살려줄지.”

       

       “흐으으….”

       

       “보니까 날 노리던 것도 아니고. 소공녀를 노리던 것도 아닌 눈치던데…. 너 대체 뭐하던 놈이냐?”

       

       본인을 노리던 것도 아니고.

       그 옆에 있던 여인을 노리던 것도 아니다.

       

       구양천은 그렇게 확신하듯 말했다.

       

       이를 듣고 복면인은 속으로 헛숨을 삼켜야 했다.

       

       ‘대체 어디서?’

       

       어느 부분에서 저런 확신을 한 걸까. 

       보통 같으면 당연히 인원 중 살피는 이가 있으리라 판단할 터인데 말이다.

       

       “그러니까 쉽게 가자. 말만 하면….”

       

       “끅끅….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

       

       복면인의 웃음소리에 구양천이 입을 다문다.

       

       “정파 놈들은, 언제나 말만…. 뱉어내지. 지키지도 못할 말일 터인데 말이야.”

       

       맞는 말이다. 구양천은 그 말에 공감하고 있었다.

       말만 번지르르 뱉어내곤 실속이 없다.

       

       지금의 정파에게 딱 맞는 말이다.

       

       하물며.

       

       ‘맞아, 딱히 살려줄 생각도 없고.’

       

       구양천 또한 이자를 살려줄 생각이 없었다.

       

       정파도 못 믿을 놈들인 건 매한가지지만, 사파에겐 자비란 없다.

       옛날부터 가지고 있던 쓸데없는 고집이었다.

       

       “헛된 정의가…아직도 남아 있으리라 믿나…?”

       

       심지어 혀도 길다.

       

       ‘그냥 죽일까?’

       

       슬슬 귀찮아졌다. 

       

       뭔가 뒷 수작을 부리는 ‘놈’ 혹은 ‘놈들’ 인 게 확실한데, 상태를 보니 쉽게 말하진 않을 것 같다.

       

       ‘쯧.’

       

       이럴 때마다 전생이 싫으면서 살짝 그립기도 했다.

       

       ‘그때였으면, 좀 달랐을 텐데.’

       

       나도 참 많이 죽었다.

       이런 놈들 입 열게 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는데.

       

       회귀 후엔 좀 사람처럼 살아봐서 그런가, 다소 무뎌진 느낌이었다.

       

       ‘뭔가 수작을 부리려는 건 알겠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비무제를 열기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그런 걸까. 별 괴상한 놈들이 꼬여있네.

       

       ‘어차피 우리 쪽을 노린 게 아니면, 별 상관없지.’

       

       혹시라도 맹을 노리는 거라면 나야 환영이었다.

       

       그럼 내 계획이 좀 더 수월해질 테니 말이야.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멍청한 정파의…아이야…. 얌전히 끝을 기다리거라….”

       

       그래, 죽이자. 

       

       슬슬 상단에 돌아가기도 해야 하고.

       기분이 나빠서 그런가? 만두도 먹고 싶어졌다.

       

       ‘고문은 무슨 고문이야.’

       

       귀찮은 일에 엮이는 건 더는 사양이다.

       안 그래도 귀찮아 짜증 나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흘러…끝이 다다르면, 이 정파도 네놈도…! 그리고.” 

       

       모용희아도 오랜만에 봤는데, 애들 좀 데리고 밥이나 먹어야겠-.

       

       “네놈 옆에 있던 미천한 계집들도 같이….”

       

       “야.”

       

       뚝.

       

       말을 뱉어내던 복면인이 일순 입을 다물었다.

       

       침묵이 흐른다.

       

       죽음을 각오 채 뱉던 말임에도, 그는 말을 멈춰야 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꺽…? 꺽…!!”

       

       어마어마한 살기가 복면인에게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후우우욱-!

       

       지독하다.

       느끼는 것만으로 피부가 찢기는 느낌이었다.

       

       호흡이 막힌다.

       양팔에서 느껴지던 고통조차 멈춘 것 같다.

       

       복면인이 시선을 돌린다. 대체 이 살기는 무엇인가.

       살기는 자신을 붙잡고 있던 구양천을 통해 나오고 있었다.

        

       공기가 달라졌다.

       고작 살기만으로 공간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누가 미천하다고?”

       

       “으거…거거….”

       

       몸이 떨려온다.

       

       구양천에게서 뿜어지는 살기가 모든 감각을 멈추게 만들고 있었다.

       

       ‘이, 이…이건….’

       

       어찌 이런 살기가 느껴지는 거지?

       

       어떻게 인간에게서 이런 기운이 느껴질 수 있지?

       

       ‘이…런건…. 대주님에게서도 느껴본 적 없는…!’

       

       쾅-!

       

       “끄어억!”

       

       순간, 복면인의 입에 주먹이 꽂힌다. 

       

       구양천이 휘두른 주먹이었다.

       투두둑-! 핏물과 함께 이빨이 모두 쏟아져 내렸다.

       

       혀를 씹지 못하게 치아를 모두 부쉈다.

       참지 못하겠는지 비명이 터진다. 

       

       상관없다. 

       기막은 진작에 쳐놨으니까.

       

       핏물을 흘리며 바들바들 떠는 놈을 보며 구양천이 말했다.

       

       “그냥 편하게 해주려 했는데. 왜 말을 좆 같이 해. 사람 기분 좆 같게.”

       

       아까와는 전혀 다른 말투다.

       

       구양천의 손이 움직였다.

       아주 찰나였다.

       

       우직-!

       

       복면인의 배 쪽에서 짧게 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리지? 

       

       복면인은 의문이 스치지만.

       금세 알 수 있었다.

       

       이건 단전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소리가 들리고서 고통이 느껴진다. 

       

       엄청난 고통이었다.

       하지만 비명은 지를 수 없었다.

       

       구양천이 이미 복면인의 입을 틀어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으그으으으읍!!”

       

       “짖지 마. 짜증나니까.”

       

       모여있던 단전에 기운이 순식간에 흩어진다.

       

       평생을 모아둔 내기가 사라지며 공허함이 몰려든다.

       

       “꺼윽…허으윽…!”

       

       고작 몇 초 사이, 무인의 육신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아니, 그보다 못한 육신이 되었다.

       

       복면인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린다.

       그때가 되어서야 막고 있던 손에 힘이 빠졌다.

       

       “이…이 악마…같은 놈…!”

       

       분노를 담아 소리쳤다. 

       

       치아가 하나도 없어 어눌한 발음이지만, 그의 감정은 선명했다.

       

       정작 이를 들은 구양천의 표정엔 변화가 없다. 

       

       그저 바라볼 따름이다.

       이를 확인한 복면인이 연이어 소리친다.

       

       “차라리…! 차라리 죽이란 말이다! 네놈이 이리 나온들…! 내가 말을 할 것 같-”

       

       “하지 마.”

       

       “…!”

       

       “아무 말도 하지 마. 이제 안 궁금해졌어.”

       

       저게 무슨 말일까.

       복면인이 의아함을 품은 순간.

       

       “지금부터 네가 어떤 말을 하든, 나는 듣지 않을 거야.”

       

       “대체 무슨….”

       

       “그러니까 제발 한마디도 하지 마. 알겠지?”

       

       콱-!

       

       “끅!”

       

       목이 잡혔다.

       

       “지금부터 무슨 일을 당하든, 아무것도 말하지 마. 난 안 궁금하니까. 기억해.”

       

       “끄으윽.”

       

       두려움에 정신이 나갈 것 같다.

       

       화르륵-!

       

       구양천의 등에서 불꽃이 피어오른다.

       청색의 불꽃. 

       

       보기엔 유달리 아름다웠으나 복면인은 불꽃에 담긴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갑자기 이리 분위기가 변한 거지?

       

       바들바들 떨던 복면인은, 이내 머릿속에 스치듯 떠올린다.

       

       [네놈 옆에 있던 미천한 계집들도 같이….]

       [누가 미천하다고?]

       

       분명 그때가 기점이었다.

       귀찮음과 따분함이 가득하던 구양천의 눈이 변화한 기점.

       

       ‘설마….’

       

       다른 것도 아니고. 고작 여인을 욕보였다는 그 이유로 이리 분노했다는 말인가.

       

       애써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다른 이유는 없어 보였다.

       

       아니.

        

       무슨 이유가 있었더라 해도. 이제는 상관없을 것이다.

       

       피어오른 불꽃은 주변을 감싸며 벽을 만들어냈고.

       

       “안…!”

       

       얼마 지나지 않아 어렴풋이 보이던 하늘이 불꽃에 휘말려 사라진다.

       

       그렇게. 

       

       불꽃이 사라지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자리에 있던 건 무언가 검게 타버린 흔적과.

       

       기분 나쁜 표정으로 옷에 손을 닦는 구양천뿐이었다.

       

       

       

       

       

       **********

       

       

       

       흔적을 치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애당초 흔적이랄 것도 남기지 않았으니까.

       

       찝찝한 기분을 숨긴 채 골목으로 돌아왔다.

       

       골목엔 여전히 당소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공자님.”

       

       골목에 조심스레 들어가니, 당소열이 날 반긴다.

       그걸 보며 내가 물었다.

       

       “걔는.”

       

       근처에 안 보이는 모용희아에 대해 물었다.

       

       “음, 소저를 상단에 데려가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먼저 가 있는다고 했어요.”

       “그래.”

       

       안 그래도 먼저 가라고 해 놨던 참인데.

       다행히 말은 잘 들은 모양이었다.

       

       “어찌 되셨어요?”

       

       이번엔 당소열이 내게 물어왔다.

       

       쫓아간 건 어떻게 됐냐는 말인데….

       나는 당소열의 눈을 살짝 피하며 말했다.

       

       “딱히 말을 안 하길래, 적당히 치웠어.”

       

       진실을 살짝 섞어 대답했다. 

       

       흔적도 없이 태워버렸다. 

       심지어 이것저것 시도하며 죽였다고 하는 건 너무 과하고.

       

       안 죽였다고 말하는 건 쓸데없는 거짓말이니 이것만큼은 솔직히 말했다.

       

       “아, 그렇군요.”

       

       정작 이를 들은 당소열은 다행히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

       

       “으으음. 정보를 들어야 했는데….”

       

       오히려 아쉬워 보이는 것 같았다.

       

       “다음엔 제가 갈게요 공자님. 저 이제 그런 거 잘할 수 있어요!”

       

       “…어, 그, 그래.”

       

       그런 게 뭔데…?

       

       해맑게 외치는 당소열에 묻고 싶었지만, 차마 묻지 못했다.

       

       암왕 그 인간…. 대체 당소열에게 뭘 가르쳐둔 걸까.

       뭘 했길래 애가 이렇게 된 거지?

       강해진 건 좋은데, 이게 과연 긍정적인 방향성일까.

       

       문득 의문이 스쳤다.

       

       “그건 그렇고….”

       

       당소열에게 시선을 옮겨 다른 쪽을 쳐다봤다.

       

       성율이 검을 들고 서 있던 방향이다.

       

       “저건 또 뭐야.”

       

       뭔가 달라진 광경에 성율에게 물었다.

       

       분명 직전까지 아무것도 없던 평범한 골목길일 텐데.

       그 위로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이미 죽었네?’

       

       심지어 죽어있다.

       

       처음엔 성율이 죽인 건가 싶었는데, 상태를 보니 시간이 좀 지난 것 같았다.

       

       게다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시신은 중년의 사내였는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누구지?

       

       “음.”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시신을 보다 성율에게 물었다.

       

       “뭐냐 이거?”

       

       “진법이 있었습니다.”

       

       성율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법?”

       

       이 골목길에 진법이 있었다고?그 말을 듣고 묘한 느낌을 받아야 했다.

       

       ‘그놈이 보던 게, 설마 진법인가.’

       

       여길 쳐다보던 놈이 대체 뭘 보나 했더니, 이곳에 쳐진 진법을 보고 있던 건가?

       

       그렇다면 얼추 얘기가 된다.

       

       ‘나도 아니고, 소공녀를 노리는 것도 아니면…. 확실히 이것뿐이겠지.’

       

       하물며 내 수준에 이르러서도 쉽게 파악이 안 되는 진법이다.

       그 정도로 정교한 진법이라면 이해가 갔다.

       

       그런 진법을 왜 시신을 숨기는 데 사용했느냐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넌 또 이걸 어떻게 발견한 거야?”

       

       나도 느끼지 못하는 진법을 성율이 느꼈다.

       하물며 이런 정교한 진법을 해체 했다는 게 조금 의문이 들어 물었다.

       

       이에 성율은 덤덤히 내게 대답했다.

       

       “무언가 느껴지기에 베었습니다.”

       

       “…”

       

       “그랬더니 풀리더군요.”

       

       뭐가 문제냐는 듯 말하는 성율의 말. 

       이를 듣고 생각했다.

       

       …뭐랄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답이었다.

       

       

       

       

       

       

       ******************

       

       

       

       

       

       이후 곧바로 상단으로 복귀했다.

       

       참고로 시신은 그냥 두고 나왔다.

       

       거기서 신고를 해봐야 맹에 잡혀 심문을 당할 게 뻔하다.

       

       빠져나오는 거야 가능하지만, 그런 일에 엮이고 싶진 않았기에 적당히 흔적만 지워놓고 나왔다.

       

       물론, 인원을 시켜 지켜보란 말을 해놓긴 했으니 문제가 생기면 따로 연락이 올 것이다.

       

       오늘 일로 쓸데없는 사건만 안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뭔가 일이 있기는 한 모양인데.’

       

       아무래도 하남에 뭔가 일이 생기려는 건 확실하다.

       일이야 터지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니 특별한 일은 아니었으나.

       

       중요한 건.

       

       ‘그게 내게 어떤 영향을 끼치냐는 것.’

       

       무슨 일이든 간에, 상황이 어떻게 틀어지는 지가 중요했다.

       

       악영향을 끼칠 것 같으면 부술 것이고.

       도움이 된다면 내버려 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결국.

       

       ‘무슨 일인지 알아봐야겠는데.’

       

       벌어지는 상황을 재빨리 파악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대처를 하기 쉬울 테니 말이다.

       

       이렇게 되면 알아봐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게 됐다.

       

       귀찮고 짜증 나는 일이 단번에 몰아치고 있다는 소리다.

       

       신 노야의 일은 물론이고, 천마의 일도 그렇고.

       무림맹의 문제도 그랬다.

       

       주제에 안 맞게 큰일을 하려 그래서일까.

       안 그래도 짜증 나는 일들로 겹겹이 쌓이고 있었다.

       

       그래, 안 그래도 바쁠 때인데.

       

       “실례지만.”

       

       앞에 앉은 빙궁의 소공녀가 내게 말을 하더라.

       

       “제가 그쪽이랑 혼인을 좀 해도 괜찮을까요?”

       

       말을 듣고 곧바로 내뱉었다.

       

       “이 미친년이 뭐라는 거야.”

       

       참을 수가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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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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