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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6

        

       이것이 오딜리아가 원한 형태의 복수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복수가 이루어졌음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리라.

         

       가뜩이나 회사가 어려운 와중에 조롱하듯 이런 일을 벌인 가브리엘라는 미국 전역에서 빨갱이니, 뭐니 하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었으며, 자신을 마초라고 생각하고 있던 박쥐 같은 농장 주인은 사회적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수많은 이들이 입으로 그를 규탄하고 있었으며, 여기서 더 심해진다면 무력을 활용하기도 하겠지.

       그 수준이 된다면 그는 헐값에 재산을 처분하고 외국으로 나가야 할지도 몰랐다.

         

       작금의 광기는 그들을 찌르기에, 충분한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대마녀의 급한 불은 꺼졌다.

         

       하지만 그렇게 되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급한 상황 때문에 얼렁뚱땅 넘어갔던, 혹은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했을 의문들이다.

         

       < 박진성은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것인가? >

       < 박진성을 신주라고 부르는 저 여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

       < 저 둘은 왜 미국에 있는 것인가? >

         

       의문들.

       박진성과 리세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들이다.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여유가 생김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런 의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궁금한 것이 계속해서 늘어난다.

         

       < 저 잔소리가 심한데다가 광기가 보이는 여자는 대체 뭐 하는 여자인가? >

       < 저런 미친 것 같은 여자와 혹시 사귀는 사이인가? >

       < 얼마 전 한국과 일본이 전쟁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 어째서 저 둘은 저렇게 태연하게 미국을 여행할 수 있는가? 한국인과 일본인인데…. 개인으로서는 문제가 없는 것인가? >

         

       그리고 마침내 그 궁금증은.

         

       < 저 농장에서 자본론이 왜 발견이 됐지? >

       < 자본론이 있는 것을 미리 안 걸까? 아니면 몰래 들어가서 숨기기라도 한 걸까? >

       < 혹시 예언으로 알게 된 것을 이용한 것은 아닐까? 시간을 엿보는 신기한 힘이 있는 사람이니까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미래를 엿보았을 때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도 있지 않을까? >

       < 혹시 이번 일 때문에 내가 큰 고초를 겪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을 알게 되어서 나를 도우러 온 것이 아닐까? >

       < 순수한 도움인가? 아니면 목적이 있는 것일까? >

         

       진성에 대한, 더욱 깊은 의문으로 나아간다.

         

       더 깊은.

       근원적인 부분을 건드리게 되는 그런 의문.

         

       그리고 마침내 그 의문이 담금질 되며 보다 날카로운 것이 되어갈 때.

         

       팟-!

         

       이변이 일어났다.

         

         

         

        * * *

         

         

         

       “이상한 일이로다. 그것들을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을 터인데…?”

         

       진성은 이 일을 진행할 때 여러 안배를 해두었다.

         

       그 안배라는 것은 치밀한 듯 보이는, 하지만 실제로는 치밀하지는 않은.

       주술사가 아니라면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조금이라도 주술에 대한 소양이 있다면 능히 중국이 개입할 수 있음을 알게 할 수 있는 그런 수많은 흔적을 남겼더란다.

       중국이 유적을 돌아다니면서 남기는 흔적과도 유사한 것.

       미국인인 척하지만 미국인이라고 보기는 힘든, 외국인들마다 남기는 그 특유의 흔적들을 곳곳에 남겼다.

         

       분명, 그러했다.

         

       이 사건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자연스럽게 그것에 도달하게 될 터이고, 집요함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종들인 기자들이라면 그것에 대한 의구심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겠지.

       거기에 부수와 조회 수를 위해서라면 영혼도 팔 수 있는 이들이 기자임을 알고 있었으니, 그들이 개처럼 짖으며 중국이 이 사건의 배후에 있음을 주장했어야만 했다.

         

       게다가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

       지금 상황과 얽히게는 너무나도 좋은 나라였다.

         

       현재 미국은 고립 쪽으로 향하고 있으며, 외국에 대한 배타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황화론’을 언급하는 것은, 절대 망할 일이 없었다.

       신문에 동양의 침략이니, 중국이 배후에서 공산주의자들을 조종해서 미국 전역을 빨갛게 물들이려 한다느니, 중국이 크게 떠올라서 미국을 위협할 것이라느니….

       그런 기사를 쓰기에 너무나 좋은 상황임이 틀림이 없는데.

         

       그래. 틀림이 없는데 말이다….

         

       『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외곽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축제! 』

         

       『 공산주의자들은 우리의 곁에 있었다! 예전에도, 지금도! 』

         

       기이하게도 중국에 관한 기사는 하나도 올라오고 있지를 않았다.

       정말로 기이하리만큼 말이다.

         

       공산주의자가 있음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언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론이 발견된 농장에 대한 온갖 루머와 이야기가 난무하고, 유럽에서 미국에 손을 뻗은 대마녀 가브리엘라에 관한 이야기는 쉴 새 없이 나오고 있음에도 유럽 이외의 지역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고 있지를 않다.

       진성이 이곳저곳에 흩뿌려놓은 ‘흔적’들을 기자들이 발견해야 할 때이며, 몇 개는 특종을 노리는 기자들의 손에 들어갔음이 분명한데도 그 어떤 기사도 나오고 있지 않았다.

         

       이건.

       명백하게 이상한 일이었다.

         

       누군가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국가에서 개입한 건가?’

         

       진성은 확신했다.

         

       무언가가 이 사건에 개입했음을.

       이 광기의 방향이 중국으로 향하기 전에, 무언가가 개입해서 그 물길을 틀어버렸음을.

         

       자연스럽게 중국으로 향했어야 하는 광기이거늘.

       미국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중국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눈총을 받고, 인종차별이 심한 지역에서는 노골적인 차별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광기였거늘.

       중국이 유적을 탐사하는 것을 방해할 이 소중한 안배가, 망가져 버렸다.

         

       ‘흐음.’

         

       누구인가?

       누가 광기를 통제하고 있는가?

       군중에서 피어나는 광기의 방향을 어찌 틀어버렸는가?

         

       ‘미국인가? 아니면 중국?’

         

       알기가 힘들다.

       거시적인 시야로 보아하니 거대한 권력, 혹은 거대한 무언가가 중국을 공격하는 이 분위기를 달갑지 않게 여김은 알 수가 있다. 그리고 모종의 수단을 이용해 그 광기가 중국으로 향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알 수가 있다.

         

       하지만 그 자세한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미국에는 그의 인맥이 없었다.

         

       광양 그룹을 중심으로 뻗어나간 정·재계의 인맥과 정부를 통해 이어져 나간 수많은 인맥이 존재하는 한국.

       ‘축복’을 받은 권력자들로 이루어진 인맥이 존재하는 일본.

         

       그 두 나라라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으리라.

       아니, 아는 것을 넘어서 중간에 개입을 할 수도 있었겠지.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손을 쓰고, 감히 자신의 행사를 방해하는 이에게 단죄를 내릴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인맥이 없고, 인맥에서 비롯되는 힘도 없다.

         

       ‘알기가 힘들군.’

         

       아니, 인맥이 문제가 아니다.

       인맥만 없다면 활개를 치고 다닐 수도 있고, 손쉽게 인맥을 만들 수도 있다.

       주술사라는 존재는 원한다면 권력의 주위를 맴돌 수 있는 직업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미국에서 그것은 힘들다.

       지금 미국은 고립을 향해 크게 나아가고 있었다.

       외국인에 대해서는 배타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순수한 미국인이 아닌 이들을 경계하고 있다. 심지어 거듭되는 검증을 거치지 않는 이상, 미국 바깥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미국인일지라도 쉬이 믿으려 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외국인 주술사의 접근이라?

       그게 될 리가 없었다.

       된다고 할지라도, 끔찍할 정도의 감시 속에 놓이게 되겠지.

         

       진성은 그런 최악의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벌레로 만들어진 몸뚱이를 루카스의 빌딩에 놓고 온 것이 아니겠는가.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은 감시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니…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내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좋겠지.

       아예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터이지만….

       굳이 위험부담을 무릅쓸 이유 또한 없었다.

         

       이번 일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도 아니었고, 그냥 되면 좋은 일에 불과한 것이었으니까.

       수작이야 뭐 다음 기회에 또 부리면 되는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기이하기는 하군. 지금 미국이 중국과 굳이 협력하거나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일이 없을 터인데….’

         

       뭐, 되었다.

       일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안배가 막히고 자신의 의도가 뒤틀린 것 역시 확인하였음이니.

       이것은 하늘의 뜻이라면 하늘의 뜻이요, 사람으로 행해지는 일이라 하면 사람에서 비롯된 것이요, 사람이 곧 하늘이니 이것을 곧 하늘이 내린 운명이라 하면 그것 역시 맞아떨어지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것 자체로도 때가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는 것이요, 그것 자체가 곧 정보이니.

       다음에는 그것마저 염두에 두고 진행하면 되는 일이다.

         

       그렇게 진성은 미련을 털어내고 다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으니 가까운 곳에서 관찰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흐음. 미국에 더 체류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 아니면 사람을 심는 것이 좋을 것인가? 저 대마녀를 통해서 정보를 얻는 것도 나쁘지는 아니할 것 같기는 한데….’

         

       이미 쏟아버린 물에 망연자실해보았자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고, 이미 흘러버린 시간을 붙잡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한들 그것은 허무한 일이라.

       미래로 나아가고, 다음 계획으로 나아가는 것이 참으로 옳은 일인지라.

         

       진성은 그렇게 행동하려 하였다.

         

       다만 이 역시 때가 있는 것인지라.

         

       ‘음?’

         

       팟-!

         

       혼자의 사색을 즐기기에는 때가 맞지를 아니하였음이니.

         

       ‘누군가가 왔다.’

         

       진성은 호텔의 불이 꺼지며, 손님 하나가 나타났음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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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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