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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6

       

        

        

        

        

        

        

        

        

        

       “이렇게 힘들 거라고 왜 말 안 해줬어요, 다이스-!”

        

       “아윽, 떨어져요! 저도 엄청 힘들어요, 지금! 작년에 비해 바뀐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죽겠으니까아…!”

        

       “아주 그냥…언제나 그렇듯 엉망진창이군요. 아무튼 다들 고생 많았어요.”

        

        

        

       -그러니까 얘네가 오늘 1위 한 번씩 쟁취했단거죠????

       -이 띵깡쟁이들이 어딜봐서 파이널챔피언십 국가대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나라애들이 보면 기겁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빙포인트)땡깡피우는 주사위랑녹껄룩보다 이미 체념한 비얌표정이 관전포인트

       -이미 포기한거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이널 챔피언십 첫 번째 날이 지나간다.

        

        어떻게 보면 쾌조의 스타트였다. 누군가가 말했다시피 오늘 벌어진 세 번의 경기 동안 다이스와 하모니는 한 번씩 1위를 거머쥐었으니까. 아쉽게도 다른 한 경기는 애먼 사람이 채갔다. 킬존이 좁혀드는 형태의 배틀로얄 게임이란 원래 운도 따라야만 하니, 그럴 만하긴 하다.

        

        아무튼 이미 지나간 일이었고, 지금은 다시 정면에 초점을 맞춰보자. 사실 정면이라고 해봐야 딱히 뭔가 있는 건 아니었다. 숙소로 복귀한 두 명이 침대 위에서 서로를 붙잡고 늘어지는 괴상망측한 장면이 송출되고 있었을 뿐이니.

        

        짤막한 헤프닝이었기에 그리 오랫동안 침대 뒹굴뒹굴이 이어진 건 아니었고, 다들 힘겹게 일어서서 침대에 걸터앉는다. 두 명의 표정을 보아하니 오늘의 경기 결과에는 꽤 만족한 듯했다.

        

        

        

       “작년에 비해 하루에 치르는 경기의 숫자가 하나 더 늘었으니, 다들 페이스 조절을 잘 해야만 할 거예요. 첫날에 너무 달렸다가 이튿날부터 축 처지는 일은 없겠죠?”

        

       “그렇죠….”

        

       “플레이하는 경기 수가 많아졌다는 건 여러분들이 아닌 다른 선수들에게는 호재에 가까워요. 파이널 챔피언십에 참여하는 유저들 중 두 명보다 체력이 뒤떨어지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고….”

        

       “윽.”

        

        

        

       -작년대비 경기수 늘어난 이유가 뭔가 했더니 그래서였네 ㅋㅋㅋㅋㅋ

       -너무 노골적으로 비얌제자들 저격하는거 아니냐???

       -밸런스붕괴자들 막는건데 문제없지 ㅋㅋㅋㅋㅋㅋ

       -재작년에 고작해야 중위권 언저리에 든 주사위를 4위까지 끌어올리고 게임 1년 4개월밖에 안한 녹껄룩을 최정상급 프로게이머로 올려놨는데 이걸 저격안하면 그건 일을 안하는거임 ㅋㅋㅋ

       -비 얌 상 습 숭 배 ! ! ! ! !

        

        

        

        채팅창이 난리가 나든 말든 무시하고는 바깥을 힐끔 쳐다보았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경기는 오후 5시가 되서야 끝났고,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저녁을 먹고 디브리핑을 할 시간이었다. 작년에는 아마…오후 7시 즈음부터였었나. 막상 이런 사소한 게 기억이 잘 안 나는구만.

        

        아무튼 이 두 명에게 이 자리에서 전달할 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아니더라도 내 지인들이 한두 마디씩 덧붙이면 그게 피드백이지 뭐. 물론 그걸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따 저녁식사를 하고 난 뒤가 진짜가 아닐까.

        

        그래도 한두 마디씩 툭툭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이 두 명에는 도움이 될 것 같아 입을 열었다.

        

        

        

       “다이스는 뭐…크게 문제될 건 없으니 그대로 플레이하세요. 대신 하모니는 마지막 서클에서 지형지물 혹은 건물 여부에 따라 승률이 크게 변동하는 부분이 있으니, 그 부분을 해결해야만 할 거예요.”

        

       “더 많은 폭탄을 가지고 가면 되겠네요!”

        

       “…뭐어, 그것도 방법의 일종이지요. 최대한 창의력을 발휘해보시길.”

        

        

        

        다이스가 질린 듯한 표정으로 민아를 바라보지만, 그 이후, 나를 포함한 방 안의 여섯 명은 슬그머니 뒹굴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저녁식사 시간까지는 한 시간 가량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 여러 안건이 오갔다. 밖에 나가기 귀찮으니까 룸서비스로 땜빵하면 안 되냐는 이야기도 나왔고, 생각보다는 진지한 담론으로서 여겨졌다. 이유는 별 건 아니었고, 이카루스가 세운 제2의 라스베가스였던 만큼 룸서비스 가격이 무척 착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가격과 음식 양이 정비례하는 ‘발현자 전용 룸서비스’도 있었고, 그런 게 있으면 굳이 지하 층에 있는 호텔 뷔페를 갈 필요가 없었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기각되었는데, 방 안에 음식 냄새가 밸 수도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문 앞에 그릇이 잔뜩 쌓여있는 꼬라지를 그닥 보고 싶지 않다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 뉴 막내들, 그렇게 밥 많이 먹고 뒹굴거리면 소 된답니다.”

        

       “…도대체 로렌티나 언니는 왜 이렇게 한국 속담에 정통한 거예요!?”

        

       “후후, 우방국 문화 공부는 필수적인 교양이지요. 얼마 전에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 끝나고 돌아온 친구들도 있으니, 그 아이들도 불러서 다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구요.”

        

        

        

       -밥먹고 바로누우면 소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우리 할머니가 하는말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추억이네 진자 ㅋㅋㅋㅋㅋ

       -진짜 상어눈나 가끔 말하는거보면 웃겨서 미칠거같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처구니가 없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어디서 저런 지식을 알게 된 건지 감도 안 잡히는 로렌티나의 말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 말대로, 하루이틀 전에 카토 일행이 나이아가라 투어를 무사히 끝마치고 복귀했다. 듣자 하니 그것만 한 건 아니고, 캐나다를 싸돌아다니며 꽤 재미를 좀 봤다고 듣긴 했다. 방 자체는 그리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게 아니었기에 금방 부를 수 있었고.

        

        그리하여 열 명에 달하는 대인파가 금방 26층 로비에 모였다. 순식간에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뒤로 한 채, 무의식적으로 카토를 바라보고 있던 하모니의 눈빛에 생기가 돌고, 이어 그녀의 입이 열린다.

        

        

        

       “그건 그렇고, 카토 씨의 아바타가 그렇게 인기 많은 줄 몰랐어요. 스타디움 안쪽에 있는 한정 굿즈샵에서도 보이든데요?”

        

       “켁, 아으, 뭐라구요!?”

        

       “카토 아바타는 놀려먹기 좋은 관상…이란 건 농담이고, 여러 의미로 인기 많지요. 타국 시청자들에게도 꽤 인지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듣자 하니 제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부렸던 땡깡이랑 타협이 굉장히 인기를 끌었다고 했었나….”

        

       “그때 저만 필사적이었던 거였어요?”

        

       “필사적인 몸부림이라서 더 인기를 끈 게 아닐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바닥에서 땡깡부리는 카토 귀여움

       -속은 남자야 미친놈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리밋도 마찬가지다

       -아바타가 맛있으면?된?거아닐?까?

       -지랄좀하지마 미친놈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토 침몰.

        

        순식간에 정신력 수치가 바닥을 기는 걸 보니 이 부분은 건들면 안 되는 역린이 아닐까. 그리하여 시선 교환을 통한 합의 끝에 이 주제는 그만 언급하기로 했고, 자연스럽게 아젠다는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이틀 뒤에 있을 이벤트 매치에 대한 것이었다.

        

        

        

       “근데 왜 유진 씨를 비롯해서, 이벤트 매치 참가자 분들에게는 아무런 연락이 안 왔을까요.”

        

       “아예 안 온 건 아니고…엄밀하게 말하자면 출전 부탁은 받았지요. 수락했고. 근데 저쪽이 그 이상의 데이터를 안 알려준 것뿐이죠.”

        

       “뭐어, 시작부터 전부 알려주면 재미없으니까요. 그것보다 유진 씨는 보통 메일 몰아서 보는 편이라 못 봤을 수도 있고.”

        

       “그도 그렇긴 한데…뭐어,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겠죠. 그것부터 들어볼까요.”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구요.”

        

        

        

        그리 말하자, 아니나 다를까. 내 옆에 서있던 하모니가 휴대폰을 내 눈앞에 들이대었다.

        

        사진과 영어가 섞인 글자들을 빠르게 읽어나간다. 대충 내용만 확인하자면 – 나나 로건은 그렇다쳐도 메카 유진을 투입하는 것은 일반 유저들에게 있어서 재앙이나 다를 바 없으니 추가적인 조치를 취했다…라. 맞는 말이다. 그 세 몬낸이들의 꼬리에 달린 게 뭔지를 감안하면 더더욱.

        

        하지만, 민아의 손가락이 올라가며 보이기 시작한 아래의 내용이 문제였다.

        

        

        

       -밸런스를 맞추는 한편 게임 플레이의 재미를 위해, 이벤트 매치에 참여하는 모든 일반 유저들 <발현자 유저들 및 UES를 제외한>의 전반적인 신체 스펙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한편, 맵 곳곳에 UES 접속 시스템을 추가할 예정.

        

       -기본적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세 기의 테일 웨펀과는 겹치지 않는 무기를 장착한 UES가 투입될 예정이고, 자세한 것은 하단에 있는 접속 및 무력화 방법 등을 참고할 수 있도록 하며….

        

       -거기에 더해, 고위험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기존에는 스폰되지 않는 대구경 레일건과 강화복, 플라즈마 웨펀, 음파병기, UGV와 견마형 로봇 등을 추가할 예정.

        

        

        

       “….”

        

       “어제부로 엠바고가 풀려서 외부 공개도 상관없다구요?”

        

       “그래요. 저도 민아를 -엠바고-해버리고 싶은데 괜찮겠죠?”

        

       “우왁, 그게 뭐예요, 우왓, 으아앙, 안 돼!”

        

        

        

       -엠바고해버린다는 건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충 볼따구가 빨개질 때까지 쪼물거린다는 소리)

       -무슨 삼촌이 사촌동생 만지작거리는 거 같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얌은 진짜 민아 애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이스 어딘가 많이 불퉁한 표정wwww

        

        

        

        다른 건 다 좋아도 메카비얌 변신은 또 뭐야.

        

        그리고 소란은 엘리베이터 안에 순식간에 퍼졌고, 지하 2층에 있는 대형 호텔 뷔페에 도착한 이후로도 계속해서 이야기가 나왔으며, 더 나아가 순식간에 이 주제를 가지고 쑥덕쑥덕거리기 시작했다.

        

        당연하겠지만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진 사람은 내 제자들이었다. 이 두 명이 내 옆에서 뭐라고 쫑알댔는지를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말이다.

        

        다이스와 하모니가 호텔 뷔페 의자에 앉기도 전 볼따구가 새빨개졌다는 사실 정도만이 이 둘에게 가해진 체벌 아닌 체벌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뿐.

        

        

        

       “이런 뱀꼬리가 도대체 뭐가 좋다고 다들 이렇게 열성적인지 원.”

        

       “일단 제가 얼마나 좋은지 테스트해볼 테니까, 저 먼저 달아주세요.”

        

       “아, 그건 좀 아까워서 안 돼요. 이해 못 하는 건 그렇다고 쳐도, 지금 저는 꼬리를 잘 쓰고 있어서.”

        

        

        

        세계 최초 꼬리 기만과 메카 비얌 변신 기능.

        

        세상은 이다지도 혼란스러웠다.

        

        겨울이었다.

       

        

        

        

        

        

        

        

        

        

        

        

        

        

        

        

        

        

        

        

        

        

       “기어코 이 날이 오고야 말았구만.”

        

        

        

        어느덧 우리가 숙박하고 있는 호텔만큼이나 익숙해진 스타디움, 로비. 큼지막한 홀로그램 전광판 두 개가 정문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모든 관람객들의 눈에 띌 수 있도록 허공에 띄워진 상태였다.

        

        왼쪽에 있는 전광판에는 백 명에 달하는 선수들 목록, 그리고 해당 선수들이 획득한 점수가 몇 점인지, 그리고 현재 몇 등인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키보드가 있어서 자신이 찾는 선수를 편하게 검색하는 것도 가능했다.

        

        반면 오른쪽에 있는 전광판은 그리 특별한 건 없었다. 기껏해야 다크 존 광고, 이카루스 광고, 혹은 타 회사의 광고 정도. 그 와중 얼마 전에 시행했던 스트리밍형 광고도 있었는데, 그 와중 내가 중장갑-무게추를 입고 GAU-19를 쏘던 장면도 나왔다.

        

        환장하겠네, 증말.

        

        

        이야기가 좀 길어졌는데, 오늘은 수요일이었고, 다시 말해 남들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이벤트 매치가 오늘 이뤄질 예정이었다.

        

        그 때문이라고 해야만 할지, 혹은 덕분이라고 해야만 할지는 몰라도,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선 이유도 그와 관련된 것이었다. 쉽게 말해 일종의 짧은 민심 조사라고 해야만 할까. 물론 이 자리에서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면 주변에 인파가 최소 백 명 정도 몰리기에 기어의 힘을 좀 빌렸다.

        

        그러고 보니 하모니랑 다이스가 지금 몇 등 정도더라-하고 왼쪽 화면을 확인. 당연하겠지만 그 두 명은 5등 안에 든 상태였다. 지금은 다이스가 1등이고 하모니가 4등인가. 어제 조금 삐끗해서 그런지 순위가 조금 내려갔다.

        

       

        

       ‘…그러고 보니, 당사자인 하모니랑 다이스, 갬빗, 미카엘, 서밋 빼면 다들 남의 등수가 얼마 정도인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설마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우리만 경기 승패에 관심이 없는 건가?

        

        남들이 들으면 그 자리에서 얼탱이가 나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머릿속에서 털어내며, 마치 공항을 연상하게 만드는 거대한 크기의 메인 로비 안에 그득그득 들어찬 사람들을 뒤로 한 채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사람이 가득한 것만으로도 조사는 끝났으니까.

        

        이리 말하긴 뭐하지만, 에이펙스 프레데터는 여러모로 참 오랜만이긴 했다. 그동안 꽤 이런저런 패치를 했기도 하고, 맵도 네 개 가량 추가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아쉽다면 아쉽게도 신규 추가 맵은 제5회 파이널 챔피언십에나 나올 예정이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대기실에 도착해 꼬리 구멍이 뚫린 침대 위에 눕고, 접속기를 착용하여 간만에 AP에 접속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알림 : 마지막으로 에이펙스 프레데터 모드를 플레이한 지 356일이 지났습니다. 현재 ‘Eugene’님의 랭크는 SOF 5입니다.]

        

       -[알림 : 제3회 파이널 챔피언십 ‘1위’ 달성을 축하합니다. 816개의 선물이 AP 전용 보상 수령함에 준비되어 있으니, 확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알림 : 친구가 아닌 유저들로부터 30771개의 연락이 와있습니다.]

        

       .

        

       .

        

       .

        

        

        

       “우와.”

        

       “우왁, 보상 수령함이 터지려고 그래요, 유진 쌤! 어떻게든 해봐요!”

        

       “…언제 은근슬쩍 들어왔냐고 묻기엔 이번 일이 너무 바쁘니, 일단 선물함 정리부터 좀 도와주면 좋겠네요. 개인 대기실 꾸미는 인테리어용 물품이면 대충 아무 곳에나 올려놓으면 되고.”

        

        

        

        …앞으로는 딱히 할 게 없으면 AP도 간간이 좀 해야겠네.

        

        남들이 보면 AP 단물만 쪽 빨아간 걸로 오해하겠어 – 아니, 에이펙스 프레데터를 다크 존 PVP 인기 원탑으로 올려놓고 슈웅 도망쳤으니…이게 그 소매넣기 후 런인가 하는 그런 건가. 그렇게 생각해주면 편할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가장 먼저 나를 따라 들어온 건 민아였고, 그 뒤를 따라 다이스와 서밋, 미카엘, 갬빗이 차례대로 들어왔다.

        

        

        

       ‘어디 보자….’ 

        

        

        

        

        긴 고동색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흰색 브릿지, 머리 위에서 쫑긋거리는 동물귀. 나보다 대략 10cm는 작을 듯한 소형-여자 캐릭터 아바타를 사용하는 건 미카엘.

        

        족제비를 닮은 하늘색 단발 머리카락과 족제비 귀가 달린 푹신푹신한 외형의 여성 아바타를 사용하는 것은 갬빗.

        

        하모니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느낌의- 마치 치즈냥이를 연상하게 만드는 연녹색 눈의 여성 아바타를 사용하는 유저는 서밋이었다.

        

        

        스트리밍을 켠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기에 시청자들이 몰려들고 있었고, 이들 전원은 내 AP 대기방에 동물귀 캐릭터들이 올망졸망하게 모여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물론 입은 내가 먼저 열었다.

        

        

        

       “미카엘이랑 갬빗은 작년에 봐서 적응되긴 했는데, 서밋까지…왜 다들 이렇게 동물귀를 좋아하는지를 모르겠네요. 다크 존에는 동물용 브러쉬를 안 팔려나.”

        

       “으와, 오자마자 유진 선생님이 인정사정없이 딜을 박고 있어.”

        

       “사람이! 귀여운 거! 좋아할 수도 있죠!”

        

       “네다페.”

        

       “아바타 키를 꼴랑 162cm로 설정한 사람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거든.”

        

       “다들 폭사시키기 전에 조용히 좀 해줄래요?”

        

        

        

       -하모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쳤나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꾸는 멀쩡하게 짜놓고는 하는 말들 꼬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프로게이머들은 아바타 하나는 기가막히게 짜네 아바타제작도 구단에서 해줌????

       -한 5년쯤 지나면 AP1등하면 AP뾰이도 부르시겠어요 아주 ㅋㅋ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다.

        

        아무튼 로건은 따로 오지 않았다는 점 정도를 제외하면…다른 이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탓에 작년 3회 우승자로서 받은 치장용 가구 같은 것들을 무사히 개인 대기실에 들여놓을 수 있었다. 상패에 메달에 전용 스킨에…많기도 해라.

        

        아까도 대충 말했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한 번 확인해볼 걸 그랬어.

        

        

        아무튼 그렇게 대강 방이 정리된 시점에서 다들 의자에 앉았다. 의자 숫자는 넘쳐났기에 한 명이라도 바닥에 앉거나 하는 일은 없었고…어느덧 시작까지 10분밖에 남지 않은 시점.

        

        이번의 이벤트 매치는 독특하다면 독특하게도 본 게임이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한두 판 정도 하는 형식이었고, 그 때문에라도 관람객이건 각국 대표들이건 간에 2시간 정도 이르게 와야만 했다.

        

        그게 괜찮을까 싶어 주변을 힐끔 둘러보았는데-

        

        

        

       “…왜 다들 이렇게 상기된 표정인가요?”

        

       “인생 절반 손해보기 싫어서요.”

        

       “메카 비얌화가 그렇게도 탐나는 거였어요?”

        

       “이래서 태어날 때부터 꼬리가 달려있는 사람은…저희처럼 뱀꼬리가 없는 사람의 공허함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 아야야야야!”

        

       “누가 보면 다들 애기 때는 꼬리 붙어있는 줄 알겠어요, 확 그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이럴때마다 느끼는데 비얌이 참 잘받아줘 ㅋㅋㅋㅋㅋ

       -애들 왤케 깝쳐 ㅋㅋㅋㅋㅋㅋㅋ

       -(대충 그만큼 기다리고 있었다는 내용)

       -하모니랑 다이스는 메카비얌 못되면 아주그냥 정신나가겠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들은 뱀꼬리 안 달리면 난동부릴 것 같은데, 혹시나 극소수의 인원만 비얌이 될 수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아무튼 그런 와중에도 내 친구창에 있는 진과 레인, 그리고 마브의 칸에 차례대로 녹색 불이 들어왔고, 100에서 105로 늘어난 세션이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의 시선에 들어왔다.

        

        못난 땡깡쟁이들 돌보느라 고생 많다-라고 쓰여진 로건의 메시지를 꾸깃꾸깃 접어 게이밍 쓰레기통에 집어던지며, 어느덧 1분대 이하를 넘어 10초밖에 남지 않은 시간을 바라보고는 덧붙였다.

        

        

        

       “…그래요, 다들 알아서 비얌이 되도록 노력하시길.”

        

       “메카비얌 되면 바로 찾아갈게요, 쌤!”

        

       “제발 오지 마요. 모르는 척 할 테니까.”

        

        

        

        아무래도 내 자식농사…아니, 제자농사는 여러 의미로 성공했고, 또 실패한 모양이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제4회 파이널 챔피언십의 이벤트 매치가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강대강 밸런스 맞추기

    P.S

    오늘이 소설 연재한 지 2년 되는 날이네요. 세상에나…벌써 이렇게까지 시간이 지났을 줄이야
    그저 독자분들께 감개무량할 뿐입니다
    부디 올해에는 원하는일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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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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