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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7

    <587 – 맛있는 연계퀘스트(11)>

     

    로버트 엘하임은 행정교관들의 긴급 보고를 받았다.

     

    -제국 북부 전역에서 비상사태 속출 중.

    -혁명군과 결탁했던 구 북부왕국 출신 북부저항군이 전선을 무너뜨리고 북부대공 유다를 실각시키려던 음모를 꾸민 전황이 다소 발견됨.

    -모든 주요시설의 보안이 급격히 상승하고 전시태세가 발령됨에 따라 기존 임무 수행이 불가능함을 알리며 조기 복귀를 허가할 것을 요청함.

     

    쾅.

    단상을 내리친 로버트가 거칠게 중얼거렸다.

     

    “재단의 뒤를 캐려 들자마자 일이 연달아 터지다니, 이건 꼬리가 발각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치려는 수작질이 아닌가!”

     

    그런데 돌아가는 사태를 좀 더 지켜보니 사태가 아주 묘했다.

    재단이 일을 서둘러 벌였다기보다는 재단의 계획이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누설되며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뒷덜미를 잡힌 모습이었다.

     

    “뭐지? 대체 누가 재단에 이 정도의 피해를 입힐 수가 있는 거지?”

     

    재단의 자작극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 정도로 엮인 이들이 모두 북부에선 거물이었다.

     

    청색마탑 공동부탑주 에르드리치.

    설원요정족의 요정기사 엣치.

    북부저항군 군단장 예르포.

     

    동요와 번민을 일으키던 그를 문득 교수의 개인단말기 대용으로 쓰이는 교관들이 찾아왔다.

    무재가 뛰어난 이들은 아니었다.

    마법의 적성도 하잘것없는 이들이었다.

    집안이 부유하거나 가문이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교수들의 잔심부름꾼으로 부림 당하는 치안교관이었다.

     

    “어인 일로 이리도 많은 교수가 사람을 보냈느냐.”

    “죄송합니다. 저희들은 그저 급히 교수님을 모셔오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입니다.”

     

    변방의 잡것들을 주워다 써먹는 교수였다면 무시했겠지만 로버트 엘하임이 보기에 이들은 모두 제국진영 학생들이었으니, 제국파의 회동이 틀림없었다.

    최근 제국 북부에서 벌어진 변고가 원인인가 생각하며 찾아가니 아니나 다를까, 예상이 적중했다.

     

    “로버트 엘하임 교수의 선견지명이 훌륭하오.”

    “어찌 북부에 흉한 마음을 품은 변절자들에 의해 인재지변이 벌어질 것을 알고 그리도 빨리 교관을 보냈는지 모르겠소이다.”

    “아래로는 언더월드가, 위로는 어린 여제가 정국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지금 혼란스러운 정세에 휘말리지 않고 제 길을 걷는 우직함이 가장의 책임을 진 지아비의 근엄한 걸음과도 같습니다.”

     

    모두가 한입으로 로버트 엘하임의 교관파견을 칭찬하고 있으니, 그는 즉시 깨달았다.

     

    ‘이것들이 같은 제국파 교수의 교관들의 동향을 파악할 정도로 감시의 눈을 사방에 뿌렸구나.’

     

    감시당했다는 불쾌함은 이내 인자한 얼굴과 달리 채신머리 없이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참석률 90%를 웃도는 제국파 교수들의 머릿수를 세고 나서야 한결 마음이 누그러졌다.

    자신이 제국파를 이탈함을 우려하여 시선을 보냄이 아니다.

    이것은 모두가 서로 불안하기에 한데 뭉쳐 혼란스러운 시국을 돌파하여 살아남으려 애쓰려는 겁쟁이들의 모임이었다.

    재난의 징조조차 알아보는 로버트 엘하임의 뛰어난 관찰력은 이것이 파벌 존속의 불안정에 대한 교수들의 표현임을, 그 불안은 결국 막을 수 없을 것임을 깨달았다.

     

    ‘제국파 교수들은 애초에 선황께서 아카데미를 견제하고자 충성을 바친 제국의 강자들을 아카데미에 보냄으로써 이루어졌다. 황제가 달라졌으니 더는 제국 교수들의 권세가 예전과 같지는 않겠지.’

     

    일전에 실각한 제국마도학 강의를 가르치던 레이브 교수 또한 그런 인물이었다.

    제국 교수가 사고를 쳐서 잘리더라도 상당히 큰 실책이 아니고서야 제국은 빈자리를 또 다른 제국의 인재를 파견함으로써 아카데미 내 제국 교수의 머릿수를 유지하려 애썼다.

    더 이상 제국파 교수들의 리콜 및 반품정책은 유지될 수 없었다.

    감히 제 목을 걸고 악룡 오모시로이에게 권리를 주장하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선황급의 강자는 없기 때문이다.

     

    “내 부족한 교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공사다망하신 교수들의 눈에 들었다니 부끄러울 따름이오.”

    “어인 말씀이십니까. 제국 북부에 닥친 횡액 중 하나를 막으며 명성까지 떨쳤거늘, 그 모범적인 행적이 타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제국마도학의 새로운 길을 열어낸 이들에게만 상을 내릴 것이 아니라 예의범절이 뛰어난 이들도 상을 주어야 마땅합니다.”

    “되었소. 교관들의 작은 행동에 금칠할 것 없으니, 하고 싶은 말들이 있거든 허심탄회하게 말하시오.”

     

    교수 한 명이 허리를 낮추고 은근히 목소리를 줄이며 작게 일렀다.

     

    “그 뜻깊은 행사에 우리 연구실의 교관도 동참하면 좋겠다 싶어 교관을 보냈습니다.”

    “아니, 교관을?”

     

    니들이 교관을 보내서 뭐하게?

    지고쿠해적단의 뒤를 캐려던 것도 아니었으면서.

    그런데 황당한 이야기는 더욱 이어졌다.

     

    “스카이 교수도 그러셨소? 허허, 나도 그랬다오.”

    “볼텍스 교수까지? 허허, 로버트 교수를 본받으려는 교수들이 이리도 많았구려.”

    “제국파의 의리가 한결같으니 어찌 올바른 행동을 본받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 미친 것들이 로버트 엘하임 교수가 무슨 꿍꿍이를 벌이는 것인지 모르겠으니 일단 무작정 연구실에서 교관을 하나씩 빼다가 보냈다고 했다.

    교수는 이 자리에 숨은 의미가 있음을 깨달았다.

     

    너 수작 부리는 것 있으면 털어놓아라, 어차피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

     

    이른바 내부단속.

    혹은 청문회였다.

     

    “마음 편히들 보내시오. 북부도 날이 풀린다고 하니 나들이로는 나쁘지 않겠지. 어린 것들이 너무 아카데미에 갇혀 지내기만 하면 답답할 거요.”

     

    니들 헛발 찼어.

    로버트 교수의 말에 교수들은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지으며 개소리 말라는 의심을 내비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실제로 제국파를 변절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고, 대륙의 미래와 안녕을 위해 오크노디의 북부를 배경으로 한 사악한 계획을 막고자 교관을 보냈을 뿐이었던 그는 떳떳할 뿐이었다.

    켕길 것이 있어야 저들이 뭐라도 캐내지.

    죄짓지 않은 사람은 행실이 떳떳하다.

     

    ‘애초에 네놈들 사이에 재단의 장학생이 숨었을지도 모르는데 내 어찌 너희를 믿겠냐. 무어라 꼬드겨도 내심을 드러낼 일은 없을 거다. 시간이나 잔뜩 축내라, 멍청이들.’

     

    제국파도 파고들면 두 개의 파벌이 있다.

    귀족들이 주축으로 이루어진 귀족파.

    실력자들이 주축으로 이루어진 실전파.

    로버트 엘하임은 실전파에 속한 교수였다.

    실력도 뒤처지는 주제에 가문 빨로 경지만 올려서 거들먹거리길 좋아하는 귀족파 교수들이 평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 기회에 제 눈치를 보는 저것들을 골려줄 수 있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아예 교관들을 더 보내심은 어떻습니까.”

    “오호?”

    “특별한 연유라도 있으십니까?”

    “저희가 비록 신분과 전문 분야는 다를지언정 제국이라는 공통된 품에서 자라난 제국인들이 아니겠습니까. 제국인의 정으로 드리는 작은 조언입니다.”

    “흠… 북부의 변고가 신경 쓰이기는 했지.”

    “이거 참. 제국 북부에 정말로 재앙이 닥치려 하는가?”

    “뭔진 몰라도 로버트 엘하임 교수가 이러니 도통 무시할 수가 없구려.”

     

    운도 따랐다.

    하필이면 공교롭게도 로버트 엘하임 교수가 가르치는 강의가 <오경보 긴급사태의 대응 전략>이었다.

    매년 학생이 죽어나갈 정도로 위험한 강의.

    그럼에도 아카데미에서 가르침을 중지하라 제재를 가하지 않는, 필요성을 인정받은 강의.

    위험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을 가르치는 교수가 마침 변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북부에 사람을 보냈으니, 교수들 눈에는 복잡한 정세를 한층 나락으로 보낼 엄청난 대사건이 터질 징조로만 보였다.

     

    “우리 연구실 애들은 20개월 동안 휴가를 보내지 않았지. 이참에 보내야겠네.”

    “허어. 그리 조이고만 살면 안 됩니다. 가끔은 차원계 나들이도 보내고 학회에 발표되지 않은 미확인 동식물의 도감을 작성하는 보람찬 시간을 보내야죠.”

     

    미친놈들.

    로버트 교수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그도 교관들을 곱게 다루는 편은 아니지만 정체불명의 위험도를 지닌, 교수들도 긴장해야 할 차원계 탐사작업을 교관들에게 짬처리 때렸다는 이야기를 당당하게 꺼내는 교수의 인성은 경악스러웠다.

    심지어 차원학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은 4학년에 접어든 이후부터이거늘.

    4학년을 졸업하고도 아카데미를 떠나지 않고 교관 노릇을 하는 이들이라면 모를까, 방금 발언을 한 교수의 연구실에는 3학년 교관들밖에 없었다.

    어쩐지 애들이 해마다 바뀌더라니 차원계에서 툭하면 하나씩 죽거나 실종되느라 그랬나보다.

    아니면 진급과 포인트에 대한 욕심마저 내려놓을 정도로 일이 험하고 쫄려서 튀었던가.

     

    ‘내 의도친 않았지만 많은 교관의 신상을 이롭게 했으니 참된 교수라 할 수 있겠군.’

     

    제 얼굴에 금칠을 할 생각을 하며 로버트는 속으로 뿌듯함을 느꼈다.

    지고쿠해적단의 세력권이자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산하마을을 침략할 예정이었던 2차 침략부대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인 지나가는 나그네의 대량출몰사태는 그렇게 발생하고야 말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위험! 나그네 집단출몰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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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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