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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7

       

        

        

        

        

        

        

        

       “1년만에 이 엿같은 동네에 다시 복귀하게 되는구만.”

        

        

        

        백 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항구도시 탄호이저를 가로지르는 수송기에서부터 떨어진다.

        

        푸른 하늘을 바탕으로 마치 쿠키처럼 박혀있는 각양각색의 낙하산. 로건이 막내와 함께 어울리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게임은 낙하산의 외형 및 로고, 그 외의 다양한 것들마저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했다. 그 결과가 저 모양 저 꼴이었고.

        

        그녀가 과거 뉴욕에서 저런 비슷한 일을 아예 손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남들과 섞이지 않도록 낙하산 외피에 적당히 락카칠을 한 적은 있었지만, 저렇게 형형색색의 모양은…작년에도 얼추 보긴 했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모양새였다.

        

        지면이 점차적으로 가까워지고, 로건은 착지함과 동시에 한 바퀴 구르며 주변을 살핀다. 게임이었기에 잘못 낙하해 발목이 부러지거나 하는 일도 없었고, 바닥에 닿자마자 낙하산 역시 허공에 녹아들듯 사라진다.

        

        그 다음으로 벌어질 일은 간단했다.

        

        

        

       “어? 에!? 에에에에엑-!”

        

       “어딜 도망을 치나, 이 자식아!”

        

        

        

        멈추지 않는 폭주기관차의 엔진 점화였다.

        

        항구도시 탄호이저의 맵 크기는 다른 곳에 비해서 그다지 크지는 않았고 – 적어도 이벤트 매치만은 그러했다 – , 대신 반대급부로 비교적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그 때문에 잘못하다간 시작하자마자 재수없이 로비로 사출당할 수 있었으나, 다른 이들에겐 아쉽게도 로건은 그것을 집행하는 쪽이었다.

        

        그리하여 로건 근방에 같이 내린 유저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고 – 의외로 그녀는 다른 이들을 쉽게 압도하지 못한 채 길항 상태를 이루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벤트 매치를 위해 발현자 및 메카 유진을 제외한 전원의 신체 능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AP에는 절대로 등장할 수 없는 온갖 기상천외한 미래 무기까지 등장하는 순간, 로건이 쉽사리 우위를 점할 수 없는 것도 당연했다.

        

        물론,

        

        

        

       ───키이잉!

        

        

        

       “어윽…!”

        

       “…후, 간신히 피했구만. 이런 흉흉한 물건을 들고 다니면 안 되지.”

        

        

        

        발사되자마자 조준선 내에 있는 모든 방해물을 녹여버리고 사라지는 플라즈마 건을 힘겹게 피해낸 – 눈으로 보고 피해낸 것이 아니라, 조준선을 보고 회피한 – 로건이 아직 방탄복도 착용하지 않은 상대의 복부에 정타를 때려박는다.

        

        그 순간 흡사 인간의 몸에 착암기를 때려박았을 때나 볼 법한 광경이 펼쳐진다. 한순간 인간의 등이 불쑥 들어올려져 튀어나왔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나 가지고 있을 법한 막대한 양의 운동에너지가 신체에 때려박힌 순간 예상되는 결말은 하나였다. 상대는 복부 전반이 형용할 수 없는 형태로 변하기 전 폴리곤이 되어 로비로 사출되었고, 로건은 바닥에 덜그럭 떨어진 플라즈마 라이플을 살폈다.

        

        그것을 힐끔 확인하던 로건의 머릿속으로 계산이 시작되었다.

        

        

        

       ‘이 정도의 위력인데, 배터리 크기가 고작해야 이 정도 크기라면…배터리를 폭발시키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은데.’

        

        

        

        과거 유진이 시도때도 없이 오만가지 물건을 가지고 폭발 트랩을 만들려고 시도할 때 도와준 기억이 새록새록 몰려들자, 그녀는 피식 웃으며 그것을 다용도 파우치 안에 집어넣었다.

        

        작년과 비슷할까 싶었지만, 새로운 무언가가 추가된 것만으로도 제법 양상이 달라지다니.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를 게임으로 그대로 갖다쓴 건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확실히 게임 하나는 잘 만드는 놈들이다 – 그리 생각한 로건은 배터리를 좀 더 자세히 확인했다.

        

        반투명한 플라즈마 배터리. 내부에서는 푸른 색의 에너지가 물결치고 있었고, 표면은 차가웠다 – 그러나 로건은 그닥 신경쓰지 않고 덕테이프를 꺼내들었다.

        

        

        

       “꽤 즐겁구만….”

        

        

        

        찌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덕테이프가 끊기고, 로건은 적당한 길이로 잘린 테이프로 수류탄과 플라즈마 배터리를 동여매었다. 물론 탄환에 맞아 플라즈마 배터리가 격발하는 일이 없도록 파우치에 넣을 때는 수류탄의 둥그스름한 동체를 전면에 두었고.

        

        물론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정도의 악운이라면 이래도 총알에 맞아 터질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렇게 죽는다면 애시당초 죽을 운명인 게 아닐까. 그리 생각하며 로건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플라즈마 배터리를 몽땅 파우치에 쑤셔넣었다.

        

        

        주변이 점차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까도 말했듯 비교적 좁은 맵인 탓에 비교적 교전이 잦았고, 로건은 특유의 육감으로 그녀가 있는 곳 근방에도 적이 접근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적당한 동전 정도의 크기의 플라즈마 배터리를 몇 번 공중에 집어던졌다 다시 잡아챈 로건은 어느 순간 플라즈마 배터리를 휙하고 내던졌고, 그것이 로건이 있는 창고와 이어지는 통로 근방에 도달할 즈음 – 그녀가 권총을 뽑아들었다.

        

        굉음과 함께 총알이 총구에서부터 빠져나와 플라즈마 배터리를 정면으로 관통한 순간-

        

        

        

       ───화아아악!

        

        

        

       “으아아악-!”

        

       “성능 하나는 말도 안 되는구만.”

        

        

        

        푸른 색의 화염 비스무리한 것이 허공으로 터져나온 순간, 화염과 닿은 모든 것들이 새빨갛게 타오르거나, 혹은 녹아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플라즈마 폭발에 휘말려 상당한 타격을 입은 누군가도 있었고.

        

        그러나 그 즈음 로건은 이미 근방을 굴러다니던 샷건을 들어올린 지 오래였고, 그 순간 12개의 쇠구슬이 몇 번이고 허공을 가로지르며 간신히 남아있는 실드를 무차별적으로 찢어발긴다.

        

        하모니와 다이스가 전력을 다해야만 이뤄낼 수 있는 결과를 간단한 몇 번의 행동만으로 재현하고, 그 즈음 로건의 킬카운트는 2가 되었다.

        

        사람에서 바닥을 굴러다니는 아이템 뭉치로 직종을 변환한 상대를 힐끔 살펴보던 로건이 주변을 다시금 확인했고, 근방으로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 사실을 확인한 후 중얼거렸다.

        

        

        

       “이제 슬슬 사살보단 설득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는데….”

        

        

        

        두 명을 전부 선제공격한 당사자가 말하기에는 상당히 말도 안 되는 소리기도 했고, 로건을 구경하던 시청자들이 일제히 그게 무슨 개소리냐며 웃음을 터뜨릴 정도였지만, 그녀는 근방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물론, 그녀가 갑자기 변심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전에 등장할 것이라 안내받았던 수많은 종류의 미래-무기가 생각보다도 훨씬 높은 빈도로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그녀 자신, 혹은 유진을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기에는 무언가가 이상했고, 그녀의 시선은 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컨대 방금 말했듯이 이러한 미래 무기들이 과도하게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발현자들을 쉽게 잡기 위함이 아니라-

        

        

        

       “…그만큼 메카 막내들이 강하게 나온다는 뜻이겠지.”

        

        

        

        아까까지만 해도 신나게 올라가던 킬로그가 어느 순간 멈췄지만, 그럼에도 느긋하고 꾸준하게 올라가며, 거기에 로건이나 유진의 이름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진, 레인, 그리고 마브.

        

        전체 맵을 확인했을 때 보이는 거대한 세 개의 원 – 서로 적당히 겹쳐진 – 이나, 가끔씩 하늘을 꿰뚫을 것처럼 솟아오르는 푸른 색의 빛의 기둥이나, 혹은 레이저까지. 아마 전자는 활동범위리라.

        

        단언컨대 메카 막내들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카탈로그 스펙도 그 무엇도 아닌 꼬리에 달린 흉악한 무기들이었다. 그것의 유무만으로 단순히 인간을 모방한 스펙 좋은 휴머노이드인지, 혹은 전열화학포를 탑재한 4세대 탱크조차도 손쉽게 갈아마시는 인간형 중장비가 될지를 결정할 수 있으니.

        

        그리고 그녀에게 있어선 실로 아쉬운 소식이었지만-

        

        

        

       ‘…주변에서 점차 교전음이 사라지고 있다.’

        

        

        

        그다지 감이 좋지 않았다.

        

        단순히 느낌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자리에서도 확인 가능한 교전 빈도, 맵의 활성화 형태 등을 비롯한 수많은 변수들이 그녀로 하여금 불안감을 느끼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년간의 교전 경력을 통해 미루어봤을 때,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콰아앙!

        

        

        

       “찾-았다.”

        

       “…하.”

        

       

        

        이딴 상황의 전조였다.

        

        그녀 자신이 시간을 죽이고 있었던 창고의 천장을 뚫고, 몸 곳곳이 파랗게 빛나는 누군가가 안정적으로 착지한다. 무게가 무게였던지라 발을 디디고 있는 바닥은 진작 박살난 상태였고.

        

        바깥에서부터 들려온 굉음과 하늘에서부터 떨어진 모습 – 그 점을 감안한다면, 눈 앞의 메카 유진…레인은 지면에 레일건을 사격하여 생겨난 반동을 통해 허공으로 반쯤 날아오르다시피 한 후, 정확한 착지 지점을 확인, 그대로 천장을 뚫고 떨어진 것이었다.

        

        큭큭 웃은 로건이 후 하고 숨을 내뱉었다 – 진이나 마브가 아니라는 점에서 승산이 아주 조금은 더 있었고, 거리를 좁히는 순간 저들 역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

        

        EM급 발현자라는 건 그런 존재였으니까.

        

        

        

       “재미 좀 보고 온 모양인데, 이제 내 차례인가?”

        

       “원래는 주인 먼저 찾으려고 했는데, 로건 언니도 괜찮을 것 같네.”

        

       “…하아. 그 빌어먹을 언니 소리는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 거야.”

        

        

        

        머리를 긁적인 로건이 짜증스럽다는 듯 덧붙였다.

        

        

        

       “돌아가면 막내와 좀 심도깊은 대화를 나눠봐야겠구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물론 있지.”

        

        

        

        그 순간 로건은 손을 털었고, 그녀가 끼고 있던 장갑의 전면에서부터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빛이 모여 선이 되고, 그것이 전투용 장갑의 앞에 모여 일종의 얕은 스파이크를 형성-그리하여 흡사 미래지향적인 너클이 완성된다.

        

        그것이 로건의 손에 완전히 딱 맞게 신축되는 사이, 그녀는 파우치 안의 임시 플라즈마 수류탄을 꺼내들고, 폭발탄이 장전된 AA-12를 들어올리며 덧붙였다.

        

        

        

       “막내에게 못된 호칭을 배워온 메카 막내부터 먼저 교정해볼까.”

        

       “그리 쉽지 않을 걸, 로건 언니?”

        

       “…돌아가면 보자고.”

        

        

        

        그 순간, 강렬한 폭발이 창고 내부를 환히 밝혔다.

        

        인외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레일건에 강화복에…아주 그냥 난리도 아니군요.”

        

       “이런 거라도 덕지덕지 들고 다녀야 간신히 이길 각이 나오는데, 좀 봐주시지요.”

        

       “하…!”

        

        

        

        부우우웅!

        

        끔찍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로켓 망치가 휘둘러지고, 해머헤드의 궤적에 걸린 모든 것이 산산이 분쇄되며 수천 개의 파편이 된다 – 그리고 나는 그것을 촐랑촐랑 피해다닌다. 어쩐지 어디에서 많이 본 것만 같은 파워 슈트였다. 대신 좀 많이 미래틱한 형태의.

        

        들고 다니는 총알은 씨도 안 먹힐 것만 같은 두터운 장갑은 실제로도 그러했고, 나는 들고 있던 총기와 탄창을 내팽개친 채 계속해서 후퇴를 반복했다. 그나마 먹히는 것은 지근거리에서 폭발시킨 수류탄 정도였지만, 본격적으로 휘둘러지는 강맹한 망치는 접근 대부분을 봉쇄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플라즈마 라이플, 레일건 등이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상대방의 공격에 의해 대부분이 못 쓰게 된 지 오래였다.

        

        그렇다고 도망을 가는 것도 여의치가 않았던 것이-

        

        

        

       “뭐어, 그래도 강화복을 착용하자마자 경보랑 함께 나가는 길이 전부 폐쇄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지만 말입니다.”

        

       “…참 편의주의적이로군요.”

        

       “하하, 제가 설정한 건 아니니까요. 우연찮게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커흑!”

        

        

        

       ───쿠우웅!

        

        

        

        불꽃을 남기며 휘둘러지는 궤적을 인식함과 동시에 회피, 적이 망치를 회수하기 전에 몸을 휙 돌리며 – 그대로 뒤차기.

        

        드롭킥 같은 게 불가능한 빡빡하기 그지없는 타이밍이었기에, 한정된 시간 속에서 짧은 순간 안에 꽂아넣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을 선택했고, 예상했던 대로, 아주 제대로 들어갔다.

        

        무언가가 으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적잖아 메카 비얌 이상의 무게를 지닌 적이 말 그대로 허공에 붕 떠 날아간다. 적잖아 수 미터 이상. 내뻗은 다리를 회수하며 적이 입은 상흔의 정도를 확인했고, 여러 파편과 함께 성대히 금이 간 상체 갑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기야, 최소 수십 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리는 트럭에 들이받힌 정도의 충격량이었으니. 그리 생각하며 파편을 둘러보던 와중,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보랏빛 캐니스터가 파편과 함께 굴러다니는 것을 확인-

        

        

        

       “우와악…!”

        

        

        

        콰지지직!

        

        망치가 지면을 강타한 순간 부채꼴 형태로 쏘아지는 분해 역장을 간신히 피해 달아났다. 그에 휘말린 파편이 말 그대로 짓이겨지는 사이, 힘겹게 일어선 상대가 덧붙였다.

        

        

        

       “이러니까 방심할 수 없는 겁니다, 유진 씨.”

        

       “저런, 방심에 대한 대가를 로비 속에서 곱씹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실패해버렸군요.”

        

       “하하, 걱정 마시지요. 이제부터는 이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불길한 금속음.

        

        그 순간 나는 자리에서 벗어났고, 찰나의 순간 방금까지 있었던 엄폐물이 그대로 폭발하며 끔찍한 열기를 토해내었다. 텅 비어버린 정면을 쳐다본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진 지를 알 수 있었다. 강화복 팔목 부분 아래가 열리며 유탄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던 것이었다.

        

        증기 네이팜과 산화제를 적당히 섞은 건가. 그렇다면 방금 바닥에 널브러진 것은 산화제 캐니스터일 터. 그렇다면 어떻게든 각이 나온-

        

        

        

       ───기이잉!

        

        

        

       “이런, 이제는 날기까지?”

        

       “아뇨, 도약 후 내려찍기-”

        

        

        

        쿠와아앙!

        

        지축이 흔들릴 정도의 강렬한 진동과 함께 내려찍히는 해머. 간신히 피해낼 수 있었지만 그 반동으로 내 신체는 저 멀리로 튕겨나갔고, 단순히 여파만으로도 몸이 너덜너덜했다 – 그나마 다행인 점은 바닥에 떨어진 보랏빛 캐니스터 두 개가 코앞에 있었단 걸까.

        

        적이 눈치채지 못하게 그것을 집어 숨기는 사이, 막대한 열기를 내뿜으며 이쪽으로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한 상대방을 눈에 담는다. 끼워넣어야만 하는 곳은 방금 내가 반쯤 부쉈던 상체 갑주 부분 – 후우, 한숨을 토해내며 남은 실드를 팔에 두르는 한편 수류탄 핀을 까 내던진다.

        

        상대방이 움찔하는 것은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짧은 움찔거림만으로 처음 하나를 내던져 상체 갑주 부분에 내던져 깨뜨리는 것을 성공시킨다.

        

        끔찍한 소리와 함께 가슴 갑주가 통째로 녹아내리고, 적은 그 즉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점차 복구되기 시작한 실드를 펼쳤다.

        

        하지만-

        

        

        

       “…남은 방법은 이 정도인가.”

        

        

        

        쨍그랑!

        

        손에 움켜쥔 산화제 캐니스터가 산산조각남과 동시에, 남은 실드가 집중된 오른팔을 타고 보랏빛 액체가 뚝뚝 흘러내린다. 끔찍한 소리와 함께 실드가 닳아없어지는 사이, 나는 온 힘을 다해 지면을 박차 신체를 가속시킨다.

        

        초속 20m를 상회하는 속도. 사고 가속 기능 같은 건 붙어있지 않은 강화복의 탑승자는 망치를 들어올린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눈 앞에 내가 바짝 다가와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고-

        

        

        

       ───으직!

        

        

        

        산화제와 한 몸이 된 오른팔이 실드를 부수고 반쯤 박살난 가슴팍을 꿰뚫음과 동시에, 자동방어기능이 동작한 강화복이 나를 그대로 후려쳤다.

        

        튕겨나간 것은 나였지만 강화복에 탄 유저의 눈에서는 점점 빛이 흐려진다. 잔해에 파묻혀 반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사이, 뿌옇게 변한 시야 너머로 보이는 강화복은 천천히 무릎을 꿇었고, 이어 굉음과 함께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전신에 상흔을 달고, 박살난 콘크리트 파편 사이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이게 AP인지, 아니면 다른 게임인지 뭔지….”

        

        

        

        다음에 만나는 적은 총이 좀 먹혔으면 좋겠는데.

        

        그리 생각하며 일어선 뒤, 쓰러진 강화복 한가운데에 쌓여있는 아이템의 잔해를 뒤적거리며 조금씩 몸을 추스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다시 회복되는 실드와 체력. 온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상대가 들고 있던 해머만한 망치를 들어올렸다.

        

        들고 휘두르기엔 꽤 무거운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이런저런 기능이 있는 것은 확실하나…총기만큼 유용하지는 않겠지.

        

        그리 생각하며 들고 있던 해머를 막 내던지려는 순간-

        

        

        

       ───키이잉!

        

        

        

       “이런 미친…!”

        

        

        

        내 눈으로도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일렁이는 무언가가 창고 전체를 휩쓸고 지나갔고, 내 신체는 반쯤 무의식적으로 엎드려 그것을 간신히 회피했다.

        

        콘크리트끼리 마찰하는 듯한 불쾌한 소음이 창고 전체를 뒤덮고, 사선으로 비스듬히 잘린 창고가 그 뒤를 따랐다.

        

        이런 게 가능한 기체는 진과 레인, 마브 중 어느 쪽에도 없을-

        

        

        

       “…아.”

        

        

        

        그리고 – 쿠웅.

        

        어디서 많이 본 것만 같은 고양이 귀가 달린 청록색 메카비얌 한 대가 진이나 레인, 마브조차 보여줄 수 없는 환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입이 열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놓치지 않을 거예요, 유진 선생님.”

        

       “…놓쳐달라고 말하면 안 들어줄 거죠?”

        

       “농담도 잘 하시네요, 히히.”

        

        

        

        산 넘어 산이라더니, 딱 그 꼴이 아닐 수가 없었다.

        

        기어코 메카 비얌으로 진화해버린 하모니가 내 앞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슈퍼메가얀데레메카비얌

    P.S

    이 글을 올리고 있는 지금 저는 외전의 마지막 편을 작성하고, 에필로그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에필로그 이후엔 후일담 에피소드와 IF 시나리오 몇 개, 그 후 2부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실로 긴 외전이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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