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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8

        

         

       광야를 떠도는 이가 시달리는 듯한 굶주림으로.

       목을 태우는, 타는 듯한 그 목마름으로.

       그는 바라고 또 바라며 갈망한다.

       방랑하는 이가 물 한 모금을 넘겨 이 타는 목을 달래고 싶어 하듯이, 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무언가를 입 안에 넣고 싶어 하듯 그는 바란다.

         

       그렇게 방황하다가 마침내 빨간 열매 하나가 눈에 들어왔을 때.

       이곳에 있노라고 목놓아 소리치는 듯 우뚝 솟아있는 그 이정표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그 빨간 열매의 자태를 보고 있자며는 그 굶주림과 목마름이 잠시나마 해방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나무를 타고 올라갈수록 코를 찌르는 그 향긋한 내음에 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마침내 원하는 것이 눈앞에 있노라고 곧 얻을 수 있노라고 머리가 수없이 소리를 치니 이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으랴?

       아, 신의 보살핌이고 보우하심이니 이 기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도다.

         

       다만 그 열매를 두고 경쟁하듯 새와 짐승이 주위에 있다면 어찌 해야 하리오?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는 열매이건만.

       손에 꼬옥 쥐고 과즙 하나 떨어질까 조심스레 입으로 옮겨 넣어 크게 한입 베어 물면 혀가 마비될 것 같은 새콤한 과육이 입안을 희롱하고, 눈이 번쩍 뜨이게 할 단맛을 품은 과즙이 목으로 넘어가 불에 활활 타오르고 있던 목의 괴로움을 잊게 해줄 것이 분명하건만.

         

       어찌해야 하는가.

       방황하는 이는 어찌 행동해야 하는가?

         

       아, 타는 목마름으로.

       쥐어짜는 듯한 그 굶주림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행하라!

         

       “오 신께서 징조로 인도하사 공원의 외진 곳까지 신문을 날려주셨나니, 그 은혜 하해와 같아 망극하기가 이를 데 없나니! 어찌 신의 인도가 없다면 얇은 신문 한 장이 펄럭이며 문명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매머드 컨트리(Mammoth Country)의 여신의 테라스(Minerva’s terrace)까지 날아올 수 있었겠는가? 그렇게 날아온 신문이 어찌 물에 젖지도 않을 수 있었겠는가? 거친 비행에도 찢기거나 상한 데 없이 솟아나고 고여있는 물을 어찌 피하여 나의 앞까지 도달할 수 있었겠는가?”

         

       소리 없는 속삭임이 들린다.

       소리가 있으되 뜻이 없고, 뜻이 없되 해석할 수 있는 그 속삭임으로.

       그 속삭임으로!

         

       아, 나는 당신의 뜻을 깨달았습니다!

         

       “징조로 이르사 내가 찾아 헤매던 것이 바로 그곳에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정표를 활자로 새기고, 그 활자를 바람으로 옮기매 그것을 내 앞에 데려다 놓으사 내가 가야 할 길을 알려주셨나니, 오 신이시여 나는 진실로 그대가 이 땅에 존재함을 깨달을 수 있었으며 당신께서 하늘이 아닌 땅에 있음을 알았나이다.”

         

       바람은 흔들거리며 귓가를 스치고 지나간다. 회오리치고 지나가기도 하고, 자그마한 틈새를 지나가기도 하고, 나무의 사이를 질주하기도 한다. 그렇게 이곳저곳 움직이는 바람은 자유분방하게 뛰어다니는 여신의 옷자락과 같으며, 거친 뜀박질에 거칠게 변해버린 물기 섞인 숨과 같으니 이것이 여신의 호흡이 아니라 하면 무엇이겠는가?

         

       땅은 진동하며 심장과 함께 울린다. 여신이 온몸으로 껴안으사 그 진동이 몸에 전달되는 것과 같으니, 아 그 따뜻함과 안심감은 연인의 그것과도 전혀 부족함이 없도다. 그 거대한 가슴임에도 심장의 박동이 이토록 잘 느껴지고 공명하니 이것은 연인끼리의 교감과도 같고 어미와 자식의 교감과도 같음이니, 아 나는 진실로 연인이자 아들이며, 그 거대한 사랑 속에 감싸인 채 살아갔음을 나는 진실로 깨달을 수가 있음이라.

         

       그러니 해야 하리라.

       너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행하라.

       땅의 울림으로 속삭이나니 너는 해야 할 것을 행해야 할 것이니라.

         

       “성스러운 책의 인도로 말미암아 발걸음을 옮기나니, 성지로 향하고자 하는 순례자의 발걸음으로. 지극히 신실한 종교인의 바로 그 믿음으로! 위험천만한 험지를 여행하고 강도와 악마가 넘실거리는 불구덩이 속을 걸어 다니는 것조차 감내하며 걷고 또 걷는 이들의 바로 그 마음으로 지극하게 소리치고 외치며 기원하고 바라옵나니! 세상을 창조하시고 그 모든 것의 소유를 가진 이에게 탄원하고 청컨대 이곳에 그 엄한 가르침을 내리소서!”

         

       『 이르기를 이 법은 지엄한 것이라 외국 사람이나 본토 사람이나 동일하게 지켜야 할 것인즉, 나는 주 너희의 하나님이니라. 』

       『 너희 순수한 이방인들은 어이하여 너희의 주를 섬기려 하지 아니하느냐?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주를 믿는다면 그 순간 너희는 공동체에 들어올 수 있음이니, 이것이야말로 주 하나님의 포용력이요 너희를 향한 사랑이니라. 너희는 반드시 주 하나님을 믿고 지엄한 법을 지켜야 할 것이니라. 』

       『 옛적 어머니의 이름이 슬로밋이요 단 지파 디브리의 딸이 그분을 모독하며 저주하였음이니 무리는 모세에게로 갔느니라. 그리하여 그분의 뜻을 기다리기 위하여 그들을 가두었음이니 그분 모세에게 이르기를. 』

         

       “아! 저주한 이를 끌어내어 그 입에 담기도 힘든 말을 들은 모든 이들이 그자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는 돌로 치도록 하여라. 그 사악한 신성모독자의 피로 땅이 더럽혀지지 않게 할 것이며, 부정한 피로 말미암아 모두가 더럽혀지지 않게 함이니. 아 그분의 뜻이 참으로 깊고도 깊어 감탄하고 또 감탄케 하는구나!”

         

       [ הֹוצֵאאֶת־הַמְקַלֵּלאֶל־מִחוּץלַמַּחֲנֶהוְסָמְכוּכָל־הַשֹּׁמְעִיםאֶת־יְדֵיהֶםעַל־רֹאשֹׁווְרָגְמוּאֹתֹוכָּל־הָעֵדָה׃ ]

       [ הֹוצֵאאֶת־הַמְקַלֵּלאֶל־מִחוּץלַמַּחֲנֶהוְסָמְכוּכָל־הַשֹּׁמְעִיםאֶת־יְדֵיהֶםעַל־רֹאשֹׁווְרָגְמוּאֹתֹוכָּל־הָעֵדָה׃ ]

         

       “이르기를 그분의 뜻이 이루어져 부정한 피가 밖으로 나가고 순수성을 유지하나니. 아 그 순결함에 뭇사람들이 감정에 젖어 이루 말을 잇지 못하였더라. 그리하여 솨바르는 솨바르로 대응하옵고 쉐베르를 쉐베르로 대응할지니, 그 법의 지엄함을 참으로 잘 알고도 잘 알겠다. 오, 나의 주. 나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푸는 위대한 그분께서 말씀하시기를 וְאִישׁכִּי־יִתֵּןמוּםבַּעֲמִיתֹוכַּאֲשֶׁרעָשָׂהכֵּןיֵעָשֶׂהלֹּו라 하였으니 신성모독자에게 보인 그 위엄과 순결함에 대한 강조로 우리는 그 법을 짊어지고 앞으로 나아가니 이는 황야에서 걸음걸이를 옮기는 것만큼 힘겨우나 무거운 것이요, 약속의 땅과 찬란한 미래를 보장받은 것과 같음이니 이 법은 무겁고도 무거우며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느니라! 이스라엘부터 이집트까지, 게르에서부터 노크리에 이르기까지 너희 모든 이들은 이 법을 깊이 새기라!”

         

         

         

        * * *

         

         

         

       “꺄악!”

         

       덜컹!

       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

         

       창문이 흔들린다.

       문이 흔들린다.

       가구가 흔들린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층이 흔들린다.

       창문은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것처럼 흔들리고, 바닥은 언제고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듯 날뛴다. 가구 역시 그 흔들거림에 견디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그 무거운 몸을 바닥에 뉠 것만 같고, 어디로 숨어도 해답이 없다는 듯 격렬하게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그 흔들거림에 대마녀 오딜리아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안고 주저앉았고, 지진이 익숙한 나라에서 살았던 리세는 재빠르게 테이블 아래에 몸을 숙이고는 지진의 정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진성은.

         

       “흐, 이거 참.”

         

       층을 뒤흔드는 격렬한 지진이 있음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우두커니 선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결코 이 진동과 같이 흔들리지 아니하였으며, 그 어떤 파문도 일지 않는 고요한 호수와 같았다.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진성은 이 지진이 실재하는 것이 아님을 꿰뚫어 볼 수 있었으며, 이것은 자연이 만들어낸 현상이 아닌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무언가라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었다.

         

       “마음의 흔들림은 감각의 흔들림이요, 감각의 흔들림은 곧 인식의 흔들림이니. 시리도록 차가운 호수의 물과 같은 마음으로 이르나니, 호수의 표면에 비친 것이 실재하는 것이 아니듯 그 환상은 달빛의 부서짐처럼 산산이 흩어지도록 하라.”

         

       진성은 제자리에 우뚝 선 채 주언을 외웠다.

         

       그러자 층 자체를 부숴버릴 것만 같았던 흔들림은 언제 그랬냐는 듯 뚝 멈추고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다만 그 고요는 아까의 소란과는 너무나 반대되는 위치에 있는 것인지라.

       그 격렬한 흔들림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은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웠던 것인지라.

         

       진성뿐만 아니라 오딜리아와 리세까지도 이것이 누군가의 적의 섞인 손길이 닿아서 만들어진 것임을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또한 진성의 주언으로 만들어진 이 고요는, 폭풍이 오기 전의 그것과 같은 것임 또한 알 수가 있었으니.

         

       “공격에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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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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