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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9

    에이레스에서 유동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한 공항의 주차장.

    경주용 바이크에 측면좌석을 추가한 듯 기묘하게 생긴 사이드카가 멈추었다.

    “도착했어, 여기서 내려도 돼, 루크.”

    “늦지 않게 데려다줘서 고맙네, 시에나.”

    -달칵.

    시에나의 내려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지자, 바이크에 타고 있던 루크는 헬멧을 좌석에 내려두고서, 짐을 챙겨 좌석에서 빠져나왔다.

    “영, 차…….”

    짐이 좀 무거운 모양인지, 루크는 처음 자신의 집에 엄청 무거운 짐을 챙겨서 왔을 때의 그녀 답지않게 낑낑대며 화물을 내리고 있었다.

    시에나는 결국 루크를 대신해 짐들을 꺼내면서 그렇게 걱정스레 물었다.

    “힘도 많이 떨어진 것 같은데. 정말 괜찮겠어?”

    “이 정도야 딱히 무리도 아니네. 할 일이 아직 남아있으니 움직여야지.”

    “하지만 거기서는 얼마든지 쉬어도 된다면서. 그럼 네가 이렇게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잖아.”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그렇게 목발을 짚고 절뚝거렸으면서.

    케이트가 말하길, 그곳과 현실은 변동형 시공간 왜곡이 걸려있어서 원한다면 시간을 더 길게 조작할 수도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루크는 그 시간 변곡점을 이용하지 않고 곧장 움직이는 걸 택했다.

    어느 때보다 길게 느껴졌던 하루를 회복하는 데에 고작 반나절은 너무 성급한게 아닌가 싶은데.

    “너무 걱정하지 말래도. 난 오히려 거기서 쉴 수가 없는 몸이야. 차라리 이곳이 편하네.”

    “그래도…….”

    “그리고, 오늘 내가 안가면 예르나가 걱정할거야.”

    루크는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

    하기사, 그건 또 큰 문제긴 하네.

    시에나는 결국 풋, 하고 웃어버리며 중얼거렸다.

    “참, 내가 널 어떻게 말리겠니.”

    그래, 이 고래 힘줄보다 두꺼운 고집을 일개 베이비시터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이 녀석 고집을 꺾느니, 자신이 접는 편이 마음이 편할 것이다.

    그래도 뭐, 그런 일이 있었던 것 치고는 여전히 루크인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 점은 안심이 되지만.

    -철컥.

    모든 짐들을 빼고 측차문을 닫자, 바이크 옆에 달려있던 좌석이 통채로 접히며 눈 깜짝할 새에, 사이드카는 다시 깔끔하게 잘 빠진 경주용 바이크가 되었다.

    ‘다시 봐도 참 놀라운 개조라니까…….’

    시에나는 말끔히 고쳐졌을 뿐 아니라, 상당히 쓸모있어보이는 추가기능까지 달린 후배의 바이크를 보며 감탄했다.

    아공간 수납방식이라고 했던가?

    원래 이러한 차량개조는 불법이지만, 사실 본체를 손보지 않고서 이렇게 탈착식으로 만든다면 딱히 처벌할 방법은 없다.

    시동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고장난 바이크를.고작 하루도 안되는 시간에 고치고 이런 고급 공학기술을 적용시키는 것을 보면 역시 ‘비밀 연구소’ 답달까…….

    “…….”

    그러고보니 대체 그 케이트라는 여자의 정체는 대체 뭘까.

    혼자서 루체스트 타워를 민간인 사상자 없이 완벽하게 테러하고, 워프트레인의 정지지점에 미리 도착해 부상자들을 회수해 치료하고, 그만한 규모의 비밀 연구소를 운영하는데,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진 그 누구도 존재조차 몰랐던 인물이라니.

    그래도 한가지 위안이 되는 건, 그런 사람이 루크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아군이라는 점이다.

    그런 뒷배가 있다면 루크도 분명 괜찮겠지.

    “아무쪼록, 그대도 지쳤을텐데 데려다주어서 고맙네. 이 다음부터는 내가 혼자서 갈테니, 그대는 돌아가보게.”

    “왜? 내가 짐까지 옮겨줄게. 아직 조금 불편하잖아?”

    “글쎄, 나는 그대가 공항에 들어오는 게 더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네만.”

    루크는 눈에 띄게 어수선한 공항 내부의 상황을 눈짓하며 웃었다.

    “……아.”

    평소보다 많이 보이는 경찰 특공대 차량과 무장한 인원들……..

    확실히 보안이 강화된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기사.

    에이레스 정부로서도 이런 상황이 날벼락에 가까울 것이다.

    루체스트 타워 테러, 경찰부대가 보호감찰중이던 민간인 습격, 이번에 발생한 워프트레인 폭파사고까지, 요 짧은 기간동안 벌써 굵직한 사건이 셋이나 연달아 발생했으니.

    그러면 범인의 도피수단이자 국가 중요시설인 공항의 보안이 강화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생각해보면 자신 또한 지명수배 상태니, 공항직원의 눈길을 끌어서 좋은 것이 하나도 없다.

    “으음, 그러면 어쩔 수 없겠네. 미안해, 짐을 들어주지 못해서.”

    “괜찮네. 이정도 짐을 들고 가는 것 정도야 아무런 문제도 안되니 내 걱정은 하지 말게.”

    그렇게 이마를 문지르던 그녀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루크에게 물었다.

    “그런데, 정말 그 모습으로 가도 괜찮겠어? 생각해보니까 서류심사에서 문제 같은 거 생기는 거 아니야?”

    그동안 정신이 없어서 도통 떠올리지 못하던 문제.

    바로, 여권심사 문제다.

    그러고보니 지금의 루크는 전에 비해 엄청나게 작아진 상황이 아닌가?

    니드호그의 실험체라서 그런 부작용이 발생한 것은 이해하겠는데, 그걸 출국심사장에서 주장할 수는 없을 텐데.

    “아, 그건 오히려 지금 이 모습이 더 괜찮을거네.”

    그러나 루크는 걱정 말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실은, 여권사진 갱신하는 걸 꽤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었거든.”

    —–

    그 무렵, 시루드와 소리드는 로비에서 뜨고 내리는 창 밖의 비행기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흐음, 그래. 그런 안타까운 일이 있었구나.”

    시루드에게 불과 며칠 전에 루크가 거구의 테러리스트에게 자택이 습격당해서 집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소리드는 정말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그럼 루크는 괜찮은거니? 어디 크게 다친 게 아닐지 걱정이로구나.”

    “루크는 일단 몸은 크게 다친 데 없이 괜찮아보였어요. 마음은, 괜찮을지 잘 모르겠지만요…….”

    “그건 그렇겠구나.”

    소리드는 이어지는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남과 다름없는 혈육이라지만, 그래도 피가 이어진 가족과 집이 사라진 상실감은 보통 어린 것이 버티지 못할 수준일테니.

    그래도 소리드가 잠깐 보았던 루크의 모습은 그런 걸로 무너질만한 아이는 아니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건 없을게다. 그 아이는 어른스러운 아이니, 금세 극복해낼 테지. 그 아이의 보호자도 꽤나 노력하는 것 같고.”

    “…으음. 역시 그렇겠죠?”

    시루드는 부디 할아버지의 말이 맞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 때 축 늘어진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소리드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그 아이를 만나는 것도 오랜만이구나. 저번 여름에 만났던 게 마지막이었던가?”

    “아, 그러네요.”

    시루드는 문득 생각해보니 그 날 이후로 할아버지가 루크와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단 걸 깨달았다.

    그 뒤로도 몇번 비행기를 빌려서 같이 타기는 했지만, 소리드와 만난 적은 없었지.

    그러면 할아버지는 루크의 변한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했겠구나.

    시루드는 곧 자신의 할아버지인 소리드에게 마치 자랑하듯이 루크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보게 되면 너무 놀라지 마세요. 루크는 그때보다 엄청 컸거든요.”
”정말? 그 아이는 많이 자랐니?”

    “정말 엄청 컸다니까요. 할아버지는 못 알아볼 정도에요.”

    수인의 성장속도가 보통이 아니라는 건 이미 전 대륙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정보이지만, 루크의 경우는 오히려 그 상식보다 앞선 감이 없잖아 있었다.

    성장속도가 타종족에 비해 느린 엘프라는 걸 감안해서 보더라도 루크의 성장은 가히 괄목할 정도였으니까.

    어느정도냐면, 같이 길을 걸으면 자신이 1살이나 더 오빠인데도 남들이 보면 너무나 당연스럽게 누나와 동생으로 보는 수준.

    아마 루크는 교복을 벗고 돌아다니면 가끔 고등반 학생으로 착각받을 것이다.

    “최근 만났을 땐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요. 진짜 그 키는 엄마를 닮은게 분명해요. 그 사람도 키가 엄청 컸거든요.”

    “흐음, 그렇구나.”

    소리드는 금새 밝아져서 재잘거리는 시루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루드, 역시 넌 루크를 참 좋아하는구나.”

    루크의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즐거워하는 걸 보면 말이다.

    “아, 아니에요! 당연히 친구니까, 친구로서 좋아하는 거죠…….”

    “하하, 뭐라고 할 생각은 전혀 없단다. 그 아이 정도면 너에게도 참 좋은 ‘친구상대’니까.”

    “할아버지…….”

    그 때였다.

    “시루드! 그간 잘 지냈느냐?”

    ‘이 목소린, 루크?’

    시루드는 익숙한 목소리의 부름에 곧장 고개를 돌아보며 자신의 이름을 부른 방향을 바라보았다.

    “루크, 역시 늦지 않게 왔ㄱ…….”

    그리고, 멈춰버리고 말았다.

    “잠깐, 뭐야?”

    저게 루크라고?

    며칠 전만 해도 저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루크는 그런 시루드의 반응은 뒤로한 채, 그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기다리게 했구나. 며칠간 잘 지냈느냐?”

    “어어, 어어…….”

    당황한 시루드가 얼결에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면서도 말문이 막혀있는 순간, 소리드는 껄껄 웃어버리고 말았다.

    놀라지 말라고 신신당부 할 정도로 자란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확실히 그 때와 비교하면 몇센티는 자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은 자라지 않는데 친한 친구만 휙휙 자라는 걸 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졌던 모양이지?

    그렇게 생각하니 손자가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구나. 못본 새에 정말 많이 컸구나!”

    하지만 그런 소리드의 반응이 시루드에겐 억울할 뿐이었다.

    “아니, 할아버지! 웃지 마세요! 정말, 루크 원래는 엄청 컸다니까요?”

    시루드가 아무리 기억 속 루크의 키를 떠올리며 손을 들어 펄쩍펄쩍 뛰어도, 실제로 여기에 있는 루크의 키가 그만큼 늘어날 기미는 없다.

    그렇기에 소리드에겐 그 역시도 귀여운 손자의 재롱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더욱 심해진 소리드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더욱 억울해진 시루드는 루크를 향해 물었다.

    “아니, 너 정말 루크 맞아? 대체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하하, 말하자면 정말 긴 이야기가 될걸세.”

    지금 말하기 시작하면 비행기를 탈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말이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또 전개 도입부 수정건으로 늦어져버렸군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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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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