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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9

       

        

        

        

        

        

        

        

        

       “이벤트 매치라서 그런지 다들 막 나가서 좋군요. 작년에 비하면 다들 숨길 마음도 없는 것 같고, 메카 막내들도 나오고…그리고 우리 첫째 뉴-막내는 아주 정신이 대차게 나가버렸군요.”

        

       “으부에에에.”

        

       “경기를 대차게 말아먹고도 아직 할 말이 남았나보네요. 그렇지 않나요?”

        

       “그치마안…에부으에.”

        

        

        

        하모니와 다이스를 가르치기 시작한 지 1년 하고도 4개월 가량이 되어가고, 그동안 이 두 명의 실력 역시도 일취월장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내 역의 누군가가 볼따구 조물조물용 인형이라는 이름의 직업을 겸직한다는 것은 어느 세상이든 별다를 게 없었다.

        

        수요일 밤, 어느덧 파이널 챔피언십의 1/3 가량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 두 명에게는 실로 아쉽게도, 두 번 가량의 이벤트 매치를 성공적으로 치른 하모니와 다이스는…쓸데없이 기력을 몽땅 토해내버린 탓에 평소보다 부진한 결과를 가지고 와버렸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10등 밖으로 나가지 않은 것은 칭찬이 마땅했지만, 이상한 곳에 기력을 몽땅 써버렸다는 점은 마이너스.

        

        그 결과물이 바로 지금 보이는 다키마쿠라 형벌이었다 – 물론 내가 아니라 로렌티나에게.

        

        

        

       “할 말은 있나요?”

        

       “없습니다아앙…앞으로는 더 열심히 할게요오….”

        

       “그래야죠. 유종의 미를 거둬야만 할 타이밍에 부진하면 안 되겠지요? 오늘 우리 하모니가 왜 이렇게 뻣뻣하게 플레이했는지에 대해 이유를 좀 들어볼까요?”

        

       “유진 쌤이 절 배신한 대가로 준다고 했던 꼬리를 안 줘서 힘이 빠져써요…으아아아앙!”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헛소리를 해대는 민아의 얼굴을 꼬리로 칭칭 감는다.

        

        위아래로 한두 번쯤 쓸어내리자마자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부시시해진다. 다이스의 따가운 눈빛을 살그머니 무시해버리며 주변을 살폈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호텔 지하에 부속되어있는 디브리핑 룸이었고, 오늘 이 자리에 와야 할 필요가 있는 프로게이머는 둘 뿐이었다.

        

        다른 이들을 굳이 부를 필요는 없었다. 이벤트 매치에서 너무 까불어버린 두 새끼비얌이 평소보다도 부진했다는 소식은 다른 이들에겐 곧 기회라는 뜻이기도 했으니. 다시 말해 갬빗과 미카엘, 그리고 서밋은 평소보다도 선전했고, 그리하여 올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올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 오지 말라는 의미와 상동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개허접들 하이.”

        

       “이벤트 매치에서 힘 다 뺀 몬난이들 여기 있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덕분에 처음으로 3등 박았다! 고맙다!”

        

       “이, 이…기어코 놀리려고 여기까지 내려왔어, 이 나쁜 놈들…!”

        

       “후, 너 게임 개못하잖아…허접이 말 걸게 되어있냐?”

        

        

        

        그와 동시에 다이스와 하모니의 표정이 마치…새빨간 풍선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후자는 로렌티나에게 빠르게 진압당했고, 다이스는 로건에 의해 입이 다물어졌다.

        

        자업자득이었기에 나와 발현자 지인들도 그 광경을 적당히 웃으면서 바라볼 뿐이었다. 놀려도 아무 문제 없을 뿐더러, 어차피 지금 놀려봐야 목요일 경기에서는…심기일전한 두 명이 남은 세 명을 신명나게 때려잡고 다니지 않을까.

        

        다르게 말하면 지금이 바로 놀릴 때라는 소리였고, 그래서 온 거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들이 사가지고 온 주전부리의 냄새가 디브리핑 룸 안에 가득했다.

        

        스테이크 샌드위치, 파니니, 햄버거, 치킨을 비롯한 온갖 음식들이 테이블에 널려있는 가운데, 나는 피식 웃으면서 천장에 달려있는 빔 프로젝터를 종료하고는 덧붙였다.

        

        

        

       “뭐어, 오늘 디브리핑은…애시당초 길게 할 생각도 없었고, 몇 마디 정도로 끝내려 했으니 괜찮겠지요. 두 명 다 이제는 제가 이리저리 간섭하지 않아도 스스로 뭐가 문제인지를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렇긴 하죠?”

        

       “저는 아직 본선 1년차라 선생님의 도움이 더 필요…아으.”

        

       “1년만에 이 자리까지 왔으면서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로렌티나가 하모니의 말을 무난하게 컷했고, 나는 연단에서 내려와 은박지에 싸여있는 샌드위치 하나의 포장을 열고는 크게 한 입 베어물었다.

        

        안 그래도 디브리핑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보니까 마치 회식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아직 파이널 챔피언십이 절반 이상 남았다는 걸 감안하면 조금 이르긴 하지만, 게임 끝나고도 하루종일 화면 들여다보며 분석하는 것보단 훨씬 낫겠지.

        

        그리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실로 많았다.

        

        

        

       ‘…1년 4개월. 그 사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나.’

        

        

        

        프로게이머이자 내 제자들도 수두룩했고, 과거의 지인들도 있었으며, 비행기를 타고 막바지에 날아온 아는 스트리머들도 내가 샌드위치를 베어무는 사이 문을 열고 은근슬쩍 들어왔다.

        

        그 수만 해도 어느덧 십수 명. 당연하겠지만 아직 부르지 않은 사람들도 수두룩했고, 이 자리에는 메카 비얌조차 없었다. 아마 전부 모이게 된다면 지난 번 셋째 레이드 정원이었던 스무 명을 까마득하게 넘어가겠지.

        

        앞으로는 여기서 더 얼마나 불어날까, 그리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동안 참 바쁘게 살아왔다 싶은 느낌도 들었다.

        

        

        그런 애수에 찬 내 눈길을 감지했는지, 어느덧 하모니를 자유롭게 방생한 로렌티나가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할 말이 많은 듯한 표정이로군요.”

        

       “생각을 좀 하고 있었어요.”

        

       “그렇겠지요.”

        

        

        

        어느샌가 세팅되기 시작한 와인.

        

        무인 로봇들이 테이블 위에 와인 보틀과 잔을 세팅하는 가운데, 아주 자연스럽게 한 잔을 따라 받은 상어는 그것을 홀짝이며 덧붙였다.

        

        

        

       “아마 내년부터는 이렇게 길게 만나지는 못하겠지요. 작년과 올해가 예외였을 뿐. 막내가 벌인 일 때문에라도 슬슬 군 내에 이런저런 바람이 몰아칠거고, 십수 년에 걸쳐 수많은 자리가 휴머노이드로 대체되겠지요…뭐, 그것만이 모든 이유는 아니긴 한데.”

        

       “그렇겠죠. 와줘서 고마워요.”

        

        

        

        상어는 대답하지 않았고, 약간의 침묵이 이어진 후, 다시 입을 연다.

        

        

        

       “로건도, 저도 마찬가지겠지요. 올리비아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긴 하겠지만, 그 자식이야 내년 초에 S/S 준비인지 뭔지를 해야 한다고 하니, 파이널 챔피언십의 스케줄이 대대적으로 변동하지 않으면 마찬가지겠지요.”

        

       “…그렇겠네요.”

        

       “그리고…진. 이건 당신에게도 어느 정도 적용되는 문제지요. 적용이라고 하긴 좀 애매하지만.”

        

       “뭔가요?”

        

        

        

        그와 동시에 로렌티나는 저 멀리로 시선을 던졌다.

        

        물론 나 역시도…진짜로 몰라서 그녀에게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이미 그녀가 무어라 말할지는 얼추 짐작하고 있었다. 그저 남의 입으로 듣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얌전히 입을 닫고 있을 뿐.

        

        

        

       “내년부터는 슬슬 저 친구들도 막내의 품 안에서 벗어나 혼자서 날갯짓을 해야만 하지 않을지.”

        

       “그렇죠. 제가 신체능력 제약을 걸고 다시 예선 랭크부터 기어올라가지 않는 이상 이 자리에 다시 설 일은…이제는 없을 거고.”

        

       “후후. 그리 말하는 걸 보니 괜한 걱정이었군요. 이미 이후의 일을 몇 가지 생각해놓은 게 있는 것 같은데.”

        

       “벌여놓은 일이 많으니까요. 아마 내년은 있는 일만을 정리해도 시간이 모자랄지도 모르니, 자잘한 것들은 미리 정리해야죠. 밀리터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참여는 조금 더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싱크탱크와 이카루스 인터내셔널.

        

        그런 점에서 보자면 아마 방송도 꽤 뜸해지지 않을까 싶다…라고는 해도, 그건 그때의 내가 무슨 광고를 받을지에 따라 다르긴 하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게 미래였으니, 그 부분은 미리 단정지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하나둘씩 꼽다 보니, 어느덧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있는 친구들은 이제서야 막 시작이지만, 막내는 슬슬…문장에 방점을 찍어야만 할 때가 오고 있는 것 같네요.”

        

       “출발선이 달랐으니까요. 잠시 끝맺을 타이밍도 다른 법이지요.”

        

       “뭐어, 맞는 말이긴 한데…듣자 하니 저 머리카락 노란 친구가 얼마 전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면서요? 그게 마음대로 될까요?”

        

       “헉.”

        

        

        

        …그도 그런가?

        

        아무튼 뭐어, 미래를 함부로 예상할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 사이에 끼어있는 확실한 이정표, 혹은 그와 비슷한 것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은 제4회 파이널 챔피언십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갔을 즈음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지금은 그런 막연한 생각 뿐이었지만, 아마 이번 본선의 결과에 그닥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는 아마 그런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슬슬 휴식의 때가 다가온다.

        

        그리 생각하고 있자, 로렌티나는 내 얼굴을 힐끔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버지니아비치 올 생각 있으면 말해요. 아껴줄테니.”

        

       “번아웃 증후군을 그런 형태로 물리치고 싶지는 않거든요.”

        

       “후후, 그거야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

        

       “아이, 정말….”

        

        

        

        그렇게 나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이들을 슬그머니 관찰했고, 이 분위기에 잠겨 하루를 무난하게 마무리할-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 중 한 명이 빔 프로젝터를 작동시키기 전까진.

        

        

        

       “뭐야, 저거…아니, 잠깐만. 지금 방영되고 있는 거 다크 존 타운 아냐?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환장하겠네, 정말.”

        

        

        

        프로젝터를 통해 보이는 TV 화면.

        

        이벤트 매치가 시작된 이후 다크 존 타운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하늘을 뚫었고, 메카 유진 관련 굿즈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누가 봐도 메카 유진 코스프레처럼 보이는 유저들이 어설프게 작동하는 서드암 시스템을 몸에 장착한 채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는 이벤트 매치를 너무 얕본 모양이었다.

        

        

        

        

        

        

        

        

        

        

        

        

        

        

        

        

        

        

        

        

        

       “…우와.”

        

       “이것도 다 네 탓 아니냐?”

        

       “…부정할 수가 없어서 슬프네요.”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여기가 맨해튼인가 하는 거긴가보구마잉

       -아니 뭔 깡촌에 사람들이 이렇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카루스 얘네들 투자금 순식간에 회수하게 생겼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여기가 소도시보다 커지는 거 아니냐? 

        

        

        

        사람이 많고, 많으며, 많다.

        

        파이널 챔피언십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 구체적으로는…음, 적합한 비유가 뭐가 있을까. 월요일부터 수요일 즈음까지는 맨해튼 길거리였다면, 오늘부터는 마치 막 개장한 디즈니 월드를 보는 느낌. 이렇게까지 극적인 방문객 차이가 왜 나는 것일까.

        

        물론 그 이유는 이카루스 기어가 남몰래 내 눈앞에 띄운 몇 가지의 데이터를 통해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토론토, 미시소가, 해밀턴, 버팔로, 시라큐스…생각해보니 꼭 숙박을 잡지 않고도 이곳에 방문할 수도 있었지.’

        

        

        

        방금 나열한 도시들은 기본적으로 다크 존 타운과 대략적으로 100~250km 가량 떨어져있었고, 다시 말해 차량만 있으면 당일치기로도 이곳에 얼마든지 방문 가능했고, 해당 도시에도 숙박 시설은 넘쳐났다. 어쩌면 여기보다도 더 많이 말이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갑자기 오늘 방문객이 이렇게 불어난 이유는…어쩌면 어제 전 세계에 방영되었던 이벤트 매치가 시청자들의 정신적 리미터를 완전히 풀어버린 것이 아닐까.

        

        까놓고 말해서 당일치기로 일본도 갔다오는 판에, 그 정도 거리는 국내선 취급인 미국이라면 토론토든, 로체스터든, 혹은 주변에 있는 공항이든 국내선을 찾아 여기를 방문하려고 할 수도 있었다.

        

        그걸 왜 모르고 있었을까 싶었지만, 원래 대부분의 문제들은 해답을 보는 순간 그 간단함을 알게 된단 말이지.

        

        

        

       “건물 앞에 있는 레스토랑에 사람이 꽉 찼네요. 며칠 전만 하더라도 언제 가든 몇 자리 정도는 남아있었는데, 오늘은 줄이 무슨 저 끝까지….”

        

       “후후. 이것 좀 보시죠, 막내. 메카 막내 및 테일 웨펀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다룬 영상들이 유어스페이스에 신나게 올라오고 있고, 언론도 얼추 물어버린 모양이로군요.”

        

       “…안 그래도 그런 것들 때문에 방문객 늘어버린 건 잘 알고 있거든요. 방금 전까지 저한테 온 연락이 몇 개인지나 알아요?”

        

        

        

        부모님에게도 오고, 얼마 전에 했던 스트리밍-광고에 참여했던 수많은 총기 회사에서도 오며, 페어번-사익스 대검을 생산한 회사이기도 한 윌킨슨 소드에서도 연락이 왔다. 물론 다른 곳에서도 당연히 왔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은 일단 저 정도.

        

        이카루스는 너무 당연해서 뺐고.

        

        부모님에게 연락이 온 이유는…뭐어, 단순히 건수가 생긴 김에 온 안부인사 같은 거였다. 그러고 보니 이번 년도에는 작년과 달리 만나러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꽤 기대가 될지도.

        

        그리고 두 번째인 총기 회사 쪽.

        

        

        

       “하여간 미국 아니랄까봐, 한 번 광고했다고 총 하나는 기가 막히게 팔리네요. 손댄 부분이 어디였더라, 로고랑 카모(CAMO), 내부 커스텀도 꽤 괜찮았던 걸로 기억하고…라이플이랑 권총류가 꽤 많이 팔렸나.”

        

       “그럴 수밖에요. 이 근처의 식생이 어떤 꼬라지인지를 감안하면 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자기방위용이로군요. 겸사겸사 동물사냥도 하고.”

        

        

        

       -왜우리는저런거없어???????????

       -있겠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반년쯤 뒤에 사격장 가면 운좋으면 비얌문양 새겨진 총들 한자루쯤은 볼 수 있겠네 ㅋㅋ

       -덕질을 총으로 하는wwwww

       -총에 씹덕데칼 박는 양붕이들도 한무더기인 판에 불가능한 건 아닐듯

        

        

        

        미 북부, 다르게 말하면 반쯤 미개척지에 가까운 동네.

        

        뜬금없이 뭐가 나올지도 모르는 동네기도 하거니와, 누군가는 곰이나 늑대, 사슴 사냥을 레저 스포츠로서 즐기기도 할 테고, 당장 이런 동네에서 자란 게 로렌티나랑 로건이니만큼…아무튼 대략 어떤 느낌인지는 알았다.

        

        그리고 도끼는…다용도 공구의 일종이지. 나무도 패고, 뭔가 자르기에는 최적화된 물건이다. 그리고 얼마 전 다녀왔던 이카루스-스토어에는 내 문장과 도색 등이 박힌 도끼들 역시도 넘쳐났고.

        

        이런 곳에 무난무난하게 방문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비교적 재정적으로 여유가 넘치는 사람들이었고, 다시 말해 총기와 나이프류 등을 비롯한 물건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는 소리.

        

        그걸 어느 정도 눈치챘는지, 로건이 내 어깨에 슬쩍 팔을 올리며 덧붙였다.

        

        

        

       “또 막내 지갑이 두툼해지겠구만.”

        

       “뭐 하나 사드릴까요?”

        

       “너는 내가 네 돈 뜯어먹는 귀신으로 보이냐?”

        

       “아우, 아파요오….”

        

        

        

        거참 이상하네, 나는 분명히 선의로 한 말인데 말이야.

        

        아무튼 하모니와 다이스를 포함한 프로게이머들 전원은 목요일 경기를 대비하여 미리 저 멀리 보이는 스타디움으로 떠나버린 지 오래였기에, 우리는 바깥에 바글바글한 사람들을 눈으로 담으며 스타디움까지 어떻게 갈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차를 타고 가면 인파와는 차단되지만 사람과 차가 워낙 많은 탓에 시간이 걸릴 거고, 도보로 이동하면 늦을 걱정은 없겠지만…어떤 꼬라지가 날지는 불보듯 뻔한 일.

        

        게다가-

        

        

        

       “나가면 재밌을 것 같지 않아?”

        

       “가서 큰 소리로 한 번 무슨 말이든 외쳐보고 싶습니다.”

        

       “사람들한테 바글바글 둘러싸이는 기분은 뭔지 궁금한데.”

        

       “…누가 맘대로 나오라고 했어요!?”

        

       “그치만 문이 열려있었는데, 아으아앙…!”

        

        

        

        지금은 이렇게 메카 몬낸이들도 있단 말이지.

        

        이 세 명을 스타디움에 박아놓으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잠깐의 궁금함을 대가로 오늘 하루를 완전히 꼬라박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참기로 했다.

        

        그렇게 경기장을 향해 어떻게 이동할지를 고민하고, 그 와중 이어지는 로렌티나의 ‘적당히 간식이라도 먹고 느긋하게 가죠?’ 같은 헛소리를 슬금슬금 흘려들으며 이동할 채비를 할 무렵.

        

        갑자기 내 ‘이카루스 기어’로 전화가 걸려왔다. 처음 보는 번호로 말이다.

        

        오늘 무슨 날인가, 그리 생각하면서 전화를 받았고-

        

        

        

       “네, 유진입니다.”

        

       “아, 연결은 문제가 없는 듯하군. 얼추 눈치챘겠지만 내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를 잠시 걸었네. 하나 간단하게 언급할 게 있어서 말이지. 잠시 시간 되겠나?”

        

       “…최대한 내보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그와 동시에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이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나는 정신이 아찔해진 나머지 눈치채지도 못했다.

        

        어처구니가 실시간으로 증발해가고 있었지만, 간신히 참아내며 대답을 기다렸을까-

        

        

        

       “그리 걱정하지 말게. 별 건 아니고…예전에 뉴욕 주지사였던 적이 있었거든. 본래라면 한 번쯤 시상식에 참석해보고 싶었네만, 아쉽게도 시간이 안 될 것 같거든. 그러나 홀로그램 휴머노이드를 이용해 원격 참석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네.”

        

       “…예에, 그렇습니다만.”

        

       “뉴욕을 먹여살리고 있는데, 수상자들 목에 메달 하나 못 걸어주겠나. 이미 이카루스 측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네. 저쪽이 받아들이게 된다면 일요일에는 만날 수 있겠지. 그걸 알려주려 왔네.”

        

       “이리 말하면 뭐하지만, 진짜 미치고 팔짝 뛰고 싶네요.”

        

       “하하하!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걸 알기에 시도해보고 싶은 게 있단 말이지. 지난 번에도 말했듯 성격 고약한 노인네의 행동 정도로 생각해주게나.”

        

        

        

        다들 눈만 끔뻑거리고 있는 사이, 헨리는 허허로이 웃으며 ‘이카루스가 거부할 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나!’라는 말을 남기고는 통화를 종료했다.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 양반아….

        

        그리 생각하고 있는 사이, 다른 이들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고생하는구만, 막내.”

        

       “…그러게나 말이에요.”

        

        

        

        세상이 실로 요지경이었다.

        

        목요일의 막은 그렇게 올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거참 메달좀 목에 걸어줄수도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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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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