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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구름고래는 지성을 가지지 않은 채, 계속해서 하늘을 맴돌았다.

       

       음. 뭐, 지성이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일까. 혼을 흩뿌리는 일만 잘 하면 될테지.

       

       다만, 가끔씩은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지만…. 어쩔 수 없겠지.

       

       갑자기 저 구름고래에게서 지능이 뿅! 하고 생기진 않을테니까.

       

       아니, 잠깐…. 가능할 것 같은데?

       

       구름고래는 인간들의 믿음으로 신앙을 얻고, 저렇게 온전한 형태를 얻었으니까.

       

       그 점을 잘 이용하면, 내가 원하는 형태의 신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구름고래가 어느정도의 지성을 가지고 있다던가, 작은 새들을 부하로 부려 혼을 나누어 준다거나 하는 느낌으로.

       

       그리고 구름고래의 비행경로를 어느정도 정해두어서…. 일정시간마다 북쪽 끝으로 날아오게 한다면, 저승에서 처리를 끝낸 혼들을 구름고래에게 넘기기 편하게 되겠지.

       

       저 구름고래를 내 입맛에 맞추어 뜯어고친다는 점에서 아주 약간의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말도 통하지 않는데.

       

       적어도 지성체라면 충분히 설득을 해보겠지만, 말도 모르는 동물과 같은 존재에게 그럴수야 없지 않는가.

       

       그렇게 나는 저승의 첫번째 계층에 강물을 채우는 작업을 멈추고서 인간들이 사는 곳으로 향했다.

       

       

       – – – – – – – – – – – – – – – – – – – –

       

       

       인간은 꾸준히 늘어났다.

       

       다치는 이들도 많고, 병에 걸리는 이들도 많았지만,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인 머릿수는 여전한 상태였으니.

       

       그런 이 시대의 인간들은 크고 작은 도시국가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다.

       

       대충 비유하자면….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와 비슷한 느낌일까.

       

       다른 도시국가들과 교역하고, 때론 분쟁하며 덩치를 조금씩 키워가는 도시국가들.

       

       그 중 가장 큰 도시국가인 아카드는 예전에 내가 왕관을 만들어 주었던 인간의 후손이 다스리고 있었다.

       

       음. 그런 물건을 넘겨주었으니 이정도는 해야지. 아무렴.

       

       나는 폴리모프하여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후, 머리의 뿔을 감춘 후 머리색까지 바꾸어 평범한 모습으로 위장했다.

       

       뭐, 귀여운 외모는 그대로지만 말이지.

       

       솔직히 자화자찬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폴리모프를 한 내 외모는 조금 반칙 같단 말이지.

       

       보는 것만으로도 호감을 살 수 있는 외모라니. 약간 어려보이는 연령대가 아니었으면 아마 도시 몇개가 휘청거렸을테니까!

       

       아무튼 나는 도시국가 아카드의 입구로 향했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아카드에 들어가기 위해 입구에서 확인을 받고 있는 상황. 몇 명의 무장 경비병이 사람들을 하나 하나 확인하고 있었다.

       

       대부분은 여행객이거나, 상인이거나, 아! 저기 앞쪽에 드래곤들이 인간으로 폴리모프 한 상태로 섞여있네!

       

       

       “어떤 목적으로 오셨습니까?”

       

       “우리는 생명을 베푸는 자들일세. 세계를 순례하며 위대한 분의 뜻을 퍼트리고 있지.”

       

       

       드래곤의 말에 경비병은 금방 이해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을 모시는 분들이시군요. 환영합니다. 아카드에는 처음 오십니까?”

       

       “음. 처음일세.”

       

       “그렇다면 숙소 같은건 잘 모르시겠군요. 저희 왕께서 여러분처럼 같은 신을 모시는 분들을 위해 건물을 지어두었으니, 그 건물로 가시면 될겁니다. 일단 제가 사람 하나 붙여드리지요. 페닛! 이쪽으로 와라!”

       

       

       그 말에 한 경비병이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 분들을 신전으로 모셔다 드리고 오도록.”

       

       “알겠습니다.”

       

       

       그렇게 경비병들을 앞세운 드래곤들은 주변의 상인들보다 훨씬 빠르게 도시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흐음. 보아하니 드래곤들이 이 도시에 온 것이 하루이틀 일은 아닌 모양이었다.

       

       뭐, 세상 돌아다니는 김에 봉사활동으로 치료도 좀 하고, 다른 도시 이야기도 좀 전해주고 하다보면…. 환영 받지 못할 이유가 없겠지.

       

       게다가 본체가 드래곤이니 그 강함은 말할 것도 없고. 산적같은 놈들이 습격하면 그 놈들의 생명을 걱정해야 할테고.

       

       음. 드래곤들을 세상 여행에 보낸건 좋은 결정인 것 같네!

       

       그렇게 줄을 서 있던 사람들 한명 한명이 경비병에게 질문공세를 받고 들어가거나, 들어가지 못하거나를 반복하며 조금씩 내 차례가 앞으로 당겨졌다.

       

       그렇게 내 앞으로 다가온 경비병은.

       

       

       “어린애…?”

       

       

       나를 보며 인상을 팍 썼다.

       

       

       “아니, 어째서 어린애가 혼자? 부모는 어디가고?”

       

       

       굉장히 당황해하는 경비병. 나는 그런 경비병을 보며 한마디 했다.

       

       

       “성인인데요.”

       

       “성인? 얘야. 거짓말은 안좋은거란다.”

       

       “진짜라니까요. 이거 신분증 같은것도 없어서 증명할수가 없구만.”

       

       

       아직 주민등록 같은게 존재하지 않는 시기니까 말이지.

       

       아니 애초에 주민등록은 나오려면 까마득한 미래까지 되어야 가능한 일인걸. 고작해야 고대 도시국가 규모로 가능할리 없잖아.

       

       

       “굉장히 의심스럽지만, 일단은 믿어볼 수 밖에 없겠군. 혹여 조금이라도 허튼 짓을 했다간, 두번다시 햇볕을 보지 못하게 될거니 조심하시오.”

       

       “걱정하지 마시길. 전 그저 신에 대해 조사하려는 것 뿐이니.”

       

       

       제대로 된 신분 증명조차 없는데도, 경비병은 나를 통과시켜주었다. 음…. 외모 덕분인걸까.

       

       그렇게 나는 인간들의 도시 중 가장 큰 도시. 아카드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무로 된 벽과 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간 내 눈에 보인 것은 포장되지 않은 큰 길과 그 좌우로 촘촘하게 자리잡고 있는 흙으로 만든 집들.

       

       나무로 기둥과 임시의 벽을 세우고 흙을 발라 벽과 지붕을 완성한 형태의 집들이었다.

       

       이렇게 보니까 살짝 발전한 것이 체감이 되는구만. 움집에서만 살던 인간들이 어느새 이런 집까지 짓게 되다니….

       

       게다가 중앙의 광장에서는 물물교환으로 거래하는 원시적인 시장도 이루어져 있었다. 호오…. 물품 거래도 활발해….

       

       제법 좋은 느낌으로 발전하고 있는 인간의 도시였지만, 그렇다고 모든 점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한 것은 아니었는데.

       

       

       “자! 저번 전쟁에서 잡힌 포로입니다! 힘이 장사라서 어떤 일이든 수월하게 해낼 수 있지요!”

       

       “거기 당신! 예쁜 여자 노예 필요하지 않습니까?”

       

       

       인간을 파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보이고 있었다.

       

       노예제인가…. 흐음….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저것 가지고 불벼락을 내린다거나 하면…. 안되겠지…?

       

       애초에 노예제는 다른 세계의 지구에서도 오랫동안 없애지 못했던 문제이기도 하고. 아직 인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시기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말야.

       

       나는 가슴 속에 살짝 자리잡은 불만을 무시하며, 도시 안을 돌며 구름고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 – – – – – – – – – – – – – – – – – – –

       

       

       「하늘에 떠 있는 커다란 고래. 구름고래.

       

       그 커다란 몸이 지나간 아래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새로운 자식을 바라는 부부는 구름고래가 새로운 생명을 내려주기를 기도한다.」

       

       

       라는 내용이 전부인 빈약한 신앙이 구름고래 신앙의 전부였다.

       

       음…. 뭐, 자연발생한 신앙심은 다 이런 느낌이려나.

       

       그리 구체적이지 않아서 개입할 여지는 많구만.

       

       그렇게 나는 구름고래에 대한 소문을 조금씩 퍼트리기 시작했다.

       

       

       먼저, 구름고래의 부하들에 대해서.

       

       

       「하늘을 나는 새하얀 새들은 구름고래의 부하들로서, 구름고래 대신 대륙 곳곳에 새로운 생명을 전달해주는 부하들이다.」

       

       

       구름고래는 상당히 큰 덩치에 꽤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날아다니지만, 혼자서 대륙 전체에 영혼을 나누어주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므로, 부하들을 추가하자.

       

       황새가 아기들을 물어다 주는 것처럼, 새하얀 새들이 구름고래가 가지않는 곳에 영혼을 나누어주는 일을 하는 것으로.

       

       

       다음으로, 구름고래에 지성을 더해주자.

       

       

       「구름고래는 어린아이 같은 지성을 가지고 있으며, 생명을 나누어 주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우선은 어린아이 같은 지성으로. 너무 높은 지성이 주어지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모르니까. 짐승보다는 조금 나은 정도에서 좀 더 상황을 보자.

       

       

       「구름고래는 아침부터 저녁이 될때까지 세상을 크게 한바퀴 돌고, 밤이 되면 북쪽의 하늘로 향한 후 밤하늘에서 잠이 든다.」

       

       

       이건 저승에 가까이 오도록 만들기 위한 부분. 아직 저승이 미완성이긴 하지만, 완성된다면 처리가 끝난 혼을 구름고래에게 되돌려 주어야 할테니까.

       

       구름고래의 비행 궤도가 제멋대로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구름고래는 탄생의 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신일지니. 생명의 신이 아끼는 존재이리라.」

       

       

       마무리로 구름고래에 대한 신앙을 확고하게 한다. 괜시리 이런저런 신앙심을 붙이는 것보다, 역할을 확실히 고정시키는 것이 좋을테니까 말이지.

       

       음. 그리고 생명의 신에 대해서는…. 혹시 모를 목줄 같은 느낌으로 달아두었다.

       

       여기에서 생명의 신은 뭐…. 대충 나를 가리킨다고 봐도 될테지.

       

       생명을 베푸는 자들로 활동하고 있는 드래곤들. 그런 드래곤들이 신처럼 추앙하고 있는게 바로 나였으니까.

       

       생명이라는 큰 가치를 방치해 뒀다가, 다른 이상한 존재가 신이 되어버리면 곤란할테고 말이지.

       

       일단 최소한으로 내가 제어해야할 부분에 대한 신앙은 쥐고 있도록 하자.

       

       어디보자. 그러면 구름고래의 신앙은….

       

       

       「하늘에 떠 있는 커다란 고래. 구름고래.

       

       어린아이와 같은 지성을 가진 구름고래는 생명의 신이 아끼는 존재이자, 새로운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것에 무척이나 큰 보람을 가지고 있는 탄생의 신이다.

       

       구름고래는 아침이 되면 깨어나 저녁이 될때까지 세상을 크게 한바퀴 돌고, 밤이 되면 북쪽의 하늘로 향한 후 밤하늘에서 잠이 든다.

       

       그 커다란 몸의 주변에는 언제나 구름고래의 부하들인 새하얀 새들이 맴돌고 있는데, 그 새들은 구름고래를 대신해서 새로운 생명을 세상에 전달해주는 전달자이니. 그들을 함부로 해쳐선 안될 것이다.

       

       새로운 자식을 바라는 자들이여, 구름고래가 새로운 생명을 내려주기를 기도하라. 그렇다면 구름고래는 그대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전할 것이다.」

       

       

       이런 느낌으로 완성인건가. 좋아. 이제 퍼트리도록 하자.

       

       그렇게 완성된 새로운 구름고래에 대한 신앙은 조금씩,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도시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공개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힘… 낼게요…!! 체력이 바닥난 느낌이지만…!

    (작가는 글을 쓰다가 기절한듯이 잠든 모양이다!)

    (결국 제때 올리지 못하고 호다닥 마무리 지어서 올리느라 작가후기조차 비운채 올려버렸다!)

    (작가는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숨고 싶어졌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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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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