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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오스트레일리아.

        한국에선 흔히 ‘호주’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대륙 하나가 통째로 하나의 나라인 곳.

        지구상에서 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맞는다고 말할 때, 거의 단골로 튀어나오는 나라이기도 한 이곳.

        캥거루를 비롯한 유대류들이 유일하게 자생하는 장소이자, 거대 곤충으로 무시무시한 장소!

        그리고 세계에 단 7개밖에 없는 EX급 게이트 중 하나가 존재하는 장소로 유명하기도 한 곳이다.

       

        우우우웅!!

       

        호주 대륙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불리는 울루루 바위.

        예전에는 영어로 된 이름인 ‘에어즈 록’이라고 더 자주 불렸으나, 어느 순간부터 본래의 이름인 ‘울루루 바위’로 부르게 된, 거대한 암석.

        그리고 그 거대한 사암의 한가운데에서, 세계에 단 7개만 존재하는 EX급 게이트가 빛나고 있었다.

       

        “이봐! 제임스. 어때?”

       

        “아. 언제나 같지.”

       

        호주에 존재하는 EX급 게이트.

        통칭 ‘울루루 게이트’를 지키는 파수꾼이 교대자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의 역할은 EX급 게이트의 마나 변동을 측정하고, 수상한 자들이 울루루 게이트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누군가는 ‘미친 게 아니면 EX급 게이트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을 리가 있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원래 세상에는 미친 사람들이 많은 법이다.

       

        한 해에 호주에서 EX급 게이트에 진입하려다 잡히는 사람들의 숫자만 4천 명에 달한다.

        이유도 제각각이다.

        흔하게는 영상각을 잡고 싶어 하는 미친 관종들이 있고, 크게는 EX급 게이트를 건드려 게이트 폭발을 앞당기려는 테러리스트까지.

        그렇기에 EX급 게이트를 지키는 이들은 필수고, 이들은 호주 헌터 협회의 공무원으로서 일하기 위해 이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 자리 잡은 것이다.

        뭐, 울루루 바위 주변에는 과거부터 녹지화가 진행되어 적당한 숲이 생겨나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 소식 들었나? 동아시아의 EX급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가 방송을 한다더군?”

       

        “요즘 제일 유명한 소식이잖나?”

       

        이미 라디오로 들었다며 어깨를 으쓱거리는 동료.

        인수인계를 차근차근 진행하며 잡담을 나누던 그들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이제 떠나면 한 달 뒤에나 보려나?”

       

        “그렇겠지.”

       

        세계의 7대륙 중 가장 작은 크기를 가진 오세아니아 대륙이라고 하더라도, 그 대륙 하나를 통째로 나라로 사용하는 만큼 그 크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울루루 바위가 존재하는 곳은 호주 대륙에서도 한가운데고, 그 주위는 황량한 사막이다.

        즉, 한국에서 하는 것처럼 매시간마다 관리인들을 교체할 수 없다는 소리다.

       

        그러므로 보통 이런 관리인들은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두고 교대하는 방식을 쓴다.

        그것을 위해서 매번 교대가 이루어질 때마다 한 달 정도를 버틸 생활용품은 물론이고, 쓰레기 같은 것들도 함께 처리된다.

        당연하겠지만, 관리인들을 위한 관사와 식당, 초소 등도 근처에 설치되어 있다.

       

        거의 작은 군부대와 같은 시설에서, 새롭게 들어온 이들과 근무가 끝난 이들이 악수하며 인사를 했다.

       

        “수고하게!”

       

        “그래. 나가서 술이나 한잔하자고!”

       

        “하하하! 그래!”

       

        부웅!

       

        근무가 끝난 이들을 태운 차량이 떠나는 것을 배웅하며, 제임스라는 이름을 가진 공무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약 한 달 정도를, 이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에서 EX급 게이트만 지키게 생기다니.

       

        “자식들 보고 싶다.”

       

        집에서 아내와 함께 기다리고 있을 자식들을 떠올리던 제임스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음?”

       

        제임스가 두 눈을 부릅떴다.

        방금 순간적으로…….

       

        “게이트가…… 붉은색으로 보였던 것 같은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제임스의 중얼거림에, 그의 옆에 서 있던 동료가 껄껄 웃으며 답했다.

       

        “잘못 본 것이겠지. 때마침 지금 석양이 지는 시간이기도 하고.”

       

        울루루 바위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지상에 노출된 지상 암괴’이지만, 관광객들에게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색이 바뀌는 바위’로 더 유명하다.

        특히 석양이 지는 시간 때엔 울루루 바위 전체가 선명한 붉은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울루루 바위 한가운데 존재하는 게이트의 색깔 역시 잘못 볼 수가 있다.

       

        “……그렇겠지?”

       

        “그래. 무슨 이상이 있었다면 벌써 위에서부터 난리가 났겠지.”

       

        그렇기에 제임스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 동료의 말이 맞다. 단순히 울루루 바위 때문에 잘못 본 것일 터.

       

        금세 이번 일을 잊어 버린 채, 제임스는 동료들과 함께 환영회에 참여했다.

        그리고 보는 이들이 아무도 없어진 그 순간…….

       

        우우웅!

       

        울루루 게이트의 색이 일순간 붉게 변했다.

       

       

        *            *            *

       

       

        초목룡 아르나 헤니시아.

        어머니인 라그나를 제외하고, 그녀의 네 자식들 중 가장 자애로운 드래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드래곤의 입장’에서의 자비다.

       

        라그나의 자식들이 생각할 때, 폭력적인 드래곤의 이미지는 간단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드래곤이 직접 나타나서, 전부 깨부수는 것이다. 그게 폭력적인 드래곤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부모인 라그나의 ‘인간일 적 감성’이 조금이나마 영향을 끼친 탓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드래곤의 시선에서 어떻게든 인간의 입장을 이해해 보려고 시도한 흔적이기도 했다.

       

        인간도 그렇지 않던가?

        인간은 더듬이도 없고, 겹눈도 가지지 않았으면서 곤충의 시선을 이해해 보려고 한다.

        그러다가 결국 더듬이는 코, 겹눈은 그냥 자기 눈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그리고 그것으로 곤충의 입장을 전부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 후 인간은 생각한다.

        곤충의 처지에서, 과연 폭력적인 인간은 무엇일까?

        그리고 결론은 내는 것이다.

        개미집을 발로 밟고, 개미집에 물을 붓는 것이 개미들의 처지에서는 폭력적인 인간이겠구나…… 라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초목룡 아르나 헤니시아는 인간들에겐 참으로 자애로운 드래곤이다.

        그녀는 절대 역사의 앞으로 나서지 않고, 어디까지나 어둠 속에서 인간들의 역사와 사회를 암약해 왔으니까.

       

        = 흐아암~!

       

        그리고 그런 그녀는, 슬슬 다가온 산란기에 의해 어머니의 게이트로 들어온 상태였다.

       

        그녀의 거대한 몸 위에 자라나 있는 수많은 식물들.

        대부분이 나무지만, 그중엔 풀이나 덩굴과 같은 식물들도 존재한다.

        그리고 수많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작은 정글의 한가운데서, 수상한 기척들이 움직인다.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정글. 살아 움직이는 자연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존재.

        초목룡 아르나 헤니시아가 하품하며 눈을 떴다.

       

        = 지루한걸…….

       

        아무리 정기적으로 행하는 산란일이라고 하더라도, 매번 이럴 때마다 갑갑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다.

        어쩌다 보니 인간들에겐 유부녀로 알려졌지만, 사실 헤니시아는 짝짓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뱃속에 밴 알은 어떻게 된 일일까?

        그 해답은 간단하다.

        헤니시아는 마치 닭이 무정란을 생성하듯, 정기적으로 무정란을 생성하는 DNA를 가진 드래곤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언급된 사실이지만, 드래곤의 유전 인자 개조 능력은 일종의 가챠다.

        드래곤은 선천적인 DNA에 인위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지만, 그렇게 생성된 유전 인자가 반드시 자신에게 필요한 유전 인자는 아니다.

        게다가 그렇게 돌연변이를 일으킬 때마다 본래의 유전 인자를 잃어버리기에, 드래곤 자신이 원하는 진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행운이 있거나, 혹은 될 때까지 하는 끈기가 필요하다.

        그중에서 헤니시아의 경우엔, 원하는 진화가 이루어진 대신 약간의 페널티를 떠안은 경우다.

        그것이 바로 정기적인 무정란을 생산하는 특성인 것!

       

        = 끄으응…….

       

        이번에도 어김없이 무정란을 생성한 덕분에, 산란을 위해 어머니의 곁으로 온 헤니시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주기적으로 무정란을 생성하는 이 부분만 고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이 특성은 그녀의 호르몬 기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쉽게 건드릴 수가 없다.

        그리고 그녀의 호르몬 기관은, 그녀의 등에서 자라나고 있는 여러 식물들을 기르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건드릴 수가 없다.

        즉, 그녀는 무정란은 생성하는 특성을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가 없는 운명인 것이다.

       

        뱃속의 알이 깨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옆으로 돌린다.

        어차피 무정란이라서 깨진다고 하더라도 상관은 없지만, 알이 뱃속에서 깨지면 여러모로 심각해진다.

        그러니 산란을 하기 전까지는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 시무룩한 얼굴로 둥지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을 때였다.

       

        = 언니언니!

       

        = 응?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청각기관에 들려왔다.

        이 똥꼬발랄한 목소리는 분명…….

       

        = 슈르네?

       

        = 야호! 언니!

       

        멸천룡의 4남매 중 막내.

        머릿속이 여러 의미로 꽃밭이자, 남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귀염둥이!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멸천룡의 속을 썩이는 말성꾸러기!

       

        = 이 몸 등장!

       

        = …….

       

        슈르네의 등장에 헤니시아가 피곤한 얼굴을 슬쩍 숨겼다.

        하필이면 산란이 얼마 안 남아서 많이 민감한 이때…….

       

        = 슈르네구나?

       

        = 언니~!

       

        포르르 날아온 빛 덩어리가 헤니시아의 얼굴 주위를 붕붕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거대한 헤니시아의 얼굴 주위를 날아다니는 자그마한 빛 덩어리는…… 솔직히 말해서 드래곤 얼굴 주위를 날아다니는 날파리를 연상하게 했다.

       

        = 언니언니! 들어봐! 글쎄 바보탱이인 벨제투스 오라버니가 글쎄…….

       

        쫑알쫑알!

       

        헤니시아의 얼굴 주위를 앵앵(?) 날아다니며 끝없는 수다를 쏟아 내기 시작하는 슈르네.

        그 누구보다 활기찬 막내의 수다에, 헤니시아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제발…… 누가 좀…… 살려…….

       

        “요놈.”

       

        = 헉?!

       

        “슈르네. 언니를 괴롭히면 못쓰지.”

       

        = 아! 엄마~!

       

        “따라오거라.”

       

        대롱대롱…….

       

        한 손에 빛 덩어리를 집어 든 라그나의 아바타가 뒤로 돌았다.

        그리고 헤니시아를 향해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 고마워요 어머니.

       

        “무얼.”

       

        = 흐에에엥!!!

       

        그렇게 똥꼬발랄한 막내는 어머니에게 끌려 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편에선 막내 소개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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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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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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