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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당도경의 야바위는 호천안의 것과는 전혀 달랐다.

         

       파밧. 파박. 파바박!

         

       ‘빠르군.’

         

       압도적인 속도. 본디 속도가 빨라진다 함은 정교함이 무너진다는 소리와 같았지만 당도경의 뛰어난 손재주는 빠른 속도 앞에서도 정확하게 작업을 수행해냈다.

         

       풍영대주 역시 일주일 동안 호천안의 도박강습을 옆에서 지켜봐 왔던 바.

         

       풍영대주가 본 호천안의 도박은 검에 비유하면 만검이었다.

         

       느리기에 속여 넘길 수 있다. 느리기에 자신이 본 것이 정확하다고 확신하게 된다. 실제로는 더 빠를 수도 있음에도 이게 최선의 속도인 양 연출하고 정교함에 집중해 상대방을 현혹한다.

         

       그리고 당도경의 도박은 굳이 따지자면 기본검이었다.

         

       속도와 기술과 정교함이 적당하게 어우러져 있는 균형 잡힌 검. 어느 하나 빼어난 장점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어 안정적인 도박을 한다.

         

       ‘사실 손 속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당도경은 초절정이고 당광렬은 화경의 끝자락이다. 그러나 실제 두 사람이 낼 수 있는 속도의 차이는 크지 않다.

         

       전신을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라면 두 사람간의 속도 격차는 경지에 따라 죽 벌어졌을 테지만 앉은 자세에서 오직 팔을 움직이는 것에 온 힘을 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초절정 역시 낮은 경지가 아니었기에 팔을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화경에 밀리지 않는 속도를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

         

       탁.

         

       풍영대주는 마른침을 삼켰다. 풍영대주는 당도경의 야바위를 중간에 놓치고 말았다. 과연 당광렬은 당도경의 야바위를 마지막까지 따라 갈 수 있었을까.

         

       “세 번째로구나.”

         

       당도경이 웃어 보였다.

         

       “정답입니다 가주님.”

         

       잔 3개짜리 판이었고 배당은 두 배. 당광렬은 두 개의 암기를 회수할 수 있었다. 우모침과 호접비를 받아든 당광렬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직계들에게 지급되는 암기들 중에서 가장 좋지 않은 축에 속하는 것들.

         

       당도경이 쉬이 암기를 내어주지 않으려는 의사표명을 받아든 당광렬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오늘은 끝장을 보자꾸나.”

         

       열 순배가 돌고 잔이 당도경에서 당광렬에게로 넘어갔다. 풍영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도경이 잔을 집고 있는 동안 당광렬은 다섯 번 정답을 골라냈다.

         

       ‘다섯 개의 암기를 잃고 열 개의 암기를 땄으니 일차적으로 승기를 잡았다 할 수 있겠지.’

         

       당광렬의 손이 움직이자 당도경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일주일간 호천안의 지도 하에 특훈을 했을 테니 당연히 실력이 급증할 것이라고는 여겼지만 아예 도박을 하는 성향까지 바뀔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직 쾌속일변도인 가주께서…’

         

       당도경이 기억하는 당광렬의 도박방식은 오직 속도였다. 상대방이 쫒을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의 압도적인 속도.

         

       그러나 지금 당광렬의 야바위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변속과 완급 조절.

         

       집중력을 흐트러트리는 변속과 최고 속도로 움직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느린 상태에서도 집중력을 강요하는 운용.

         

       이전에도 당광렬의 속도는 압도적이었다.

         

       암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자랑하는 당가, 그 당가에서도 가주라는 정점에 선 자의 손이니만큼 그 손재주는 무척이나 특별했으니까.

         

       그러나 그렇기에 뻔한 감이 있었다. 언제나 일정하게 최고 속도만을 자랑하니 중간에 놓치더라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최고 속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흐름이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완전히 달라지셨군요 가주.’

         

       속도의 완급을 주니 변수가 풍부해졌다. 그러면서도 긴장은 놓을 수가 없다. 왜? 자칫잘못하면 한 순간에 올라가버린 속도에 순식간에 주사위를 놓쳐버리고 마니까.

         

       당광렬의 손이 멈추었다.

         

       “발전하셨군요. 가주님.”

         

       “허허 내 일주일 동안 너를 위해 꽤나 노력했단다.”

         

       그리고 호천안에게 딱밤을 놓기 위해서. 당광렬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말을 삼키며 당도경을 응시했다. 오늘 당광렬은 두 사람을 넘기 위해서 각오를 다졌다. 당도경 역시 넘기 어려운 대적이었지만 당광렬은 당도경을 너머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의 대결을 관전하고 있는 호천안까지 눈에 담았다.

         

       “첫 번째입니다.”

         

       “맞췄구나.”

         

       대결이 이어질수록 풍영대주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당도경의 열 번의 야바위 중에 일곱 번이나 주사위를 찾아냈기 때문이었다.

         

       당광렬의 차례가 끝나고 호천안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이미 시각이 정오에 가까우니 두 분께서는 식사를 하신 뒤 대결을 재개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음. 벌써 시간이 그리 되었군요.”

         

       “허허, 그렇군. 어떠냐 도경아 오래간만에 식사나 함께 하지 않겠느냐.”

         

       “하하 물론입니다. 가주님. 야 형과 풍영대주께서는?”

         

       풍영대주가 대답을 망설이는 사이에 호천안이 대신 대답했다.

         

       “두 분의 시간을 방해할 수는 없지요. 저는 풍영대주와 함께 해결하겠습니다.”

         

       풍영대주는 두 사람이 나가는 것을 본 뒤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야 낭인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어요.”

         

       당도경이 보유한 암기는 당광렬보다 훨씬 많다. 당광렬이 이기기 위해서는 당도경의 암기를 다 빼앗아 와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지금 당광렬이 승기를 잡고 있어도 부족한 상황인데 패하고 있으니…

         

       풍영대주의 근심걱정은 끊이질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가주가 직접 당도경과 담판을 짓는다는 소문이 돌아서 가주전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직계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었다. 암기를 잃은 입장에서 본인들 암기의 행방이 걸렸으니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그럼에도 호천안은 태평했다.

         

       “아니 야 낭인. 낭인께서는 걱정도 되지 않으시오? 무려 일주일 동안 공을 들였는데!”

         

       “허허, 가주께서도 담대하시거늘 풍영대주께서는 걱정이 이리 많으십니까.”

         

       “야 낭인께서도 가주에게 승기가 있다 판단해 오늘을 기일로 정하신 것이 아니었소? 아니면 그냥 시일에 쫓겨 내린 결론이오?”

         

       당도경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끌기는 했지만 사실 이 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불가능했다. 암기를 털린 직계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으니까. 홀로 불만을 삭히다 못해서 직계들끼리 연대해 당도경에게 찾아갈 지경이었으니.

         

       오늘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가주전 앞을 서성이는 직계들의 손에 사달이 날 터였다.

         

       풍영대주의 채근에 호천안은 그저 미소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런 의미로 대주께 작은 부탁 하나를 드리고 싶은데 들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 ***

         

       당장오는 요새 입맛이 없었다.

         

       ‘산화호접비를 연마할 시기가 왔거늘.’

         

       암기술이란 은밀함이 생명이다. 면전에서 암기를 던져도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정제된 움직임이야말로 암기술의 상징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암기술의 특징상 불명에스러운 어떤 구설수가 붙을 수밖에 없는데.

         

       그 구설수란 비겁하다는 말과 정파스럽지 못하다는 말이었다.

         

       상대가 알아차리지도 못하게 출수하면 아무리 출수한다고 경고해도 결국 암습이 아닌가? 암습이 아니더라도 과연 공명정대해야 하는 정파의 무인에 어울리는 술수인가?

         

       따위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공개된 자리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암기술을 선 보이고 인정받는 것. 당가의 직계라면 아니 당가의 사람이라면 그 누구나 이룩하고 싶은 꿈이었다.

         

       당도경이 선보인 당가맹호암룡투법은 당가인들의 가슴속 한 켠에 잠들어 있는 꿈을 일깨우기에 충분한 무공이었다. 그 꿈을 현실로 이룩해 줄 수 있는 가능성!

         

       당장오가 ‘당도경이 내기 도박을 통해 암기를 보충하고 있다더라’는 소식에 암기를 싸 들고 도박판으로 향한 이유도 자신의 암기를 몇 개 내어주고 싶어서였다.

         

       하루라도 빨리 당가맹호암룡투법이 완성되었으면 좋겠다!

         

       당장오가 당도경과 암기 내기를 한 진짜 이유는 당가맹호암룡투법의 완성을 위한 투자였다.

         

       ‘하하! 제가 이기고 말았군요! 이런! 오늘은 형님께서 상태가 무척 좋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와하하하하!’

         

       그러나 당도경의 열받는 태도와 웃음소리 그리고 이제 갓 암기술의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는 당도경에게 연속된 패배를 경험한 당장오는 이성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속옷에 감춰두었던 구명절초용 암기까지 모조리 털린 상태!

         

       당장오는 한숨을 푸욱 쉬며 입 안에 소면을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입맛은 하나도 없었지만 무인이니만큼 끼니를 거를 수는 없었으니까.

         

       “장오!”

         

       “뭔가.”

         

       “자네도 도경이에게 암기주머니를 털리지 않았나?”

         

       당장오는 갑자기 아픈 구석을 찌르는 동기를 향해 인상을 찡그렸다. 독공을 주 무공으로 익히고 있는 동기는 현재의 당도경 암기 사태에서 한 발 벗어난 인물이었다.

         

       “지금 가주께서 도경이를 불러다가 담판을 짓고 있다고 하는데 자네 혼자 여기서 뭘 하는 겐가! 혈족들이 가주전으로 모이고 있다네!”

         

       “뭐? 그 말이 사실인가?”

         

       “그렇네! 풍영대원들이 당도경과 암기 내기를 한 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고 하니 자네도 빨리 가보게나!”

         

       당장오는 먹던 소면도 팽개치고 그대로 가주전을 향해 달렸다. 과연 가주전에 가보니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가 보기에도 얼추 당도경에게 암기를 털렸던 이들이었다.

         

       “이보게, 이 무슨 일인가?”

         

       “나도 자세한 것은 모르겠군. 그런데 지금 가주전에서 당도경과 가주님이 암기를 건 내기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네.”

         

       일주일째 가주전을 드나들고 있는 호천안. 그리고 일주일 전에 가주에게 불려간 당도경. 그리고 현재 암기 내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당도경을 불렀다는 가주의 행보. 마지막으로 단순히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기에는 당도경이 불려 간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점까지. 

         

       “어허 이 사람들! 가주님께서 처리하시는 일! 괜히 추측성 소문을 불리지 말고 가주님께서 직접 이야기 할 때까지 기다리세!”

         

       누군가의 호통에 가주전 앞에서 웅성거리는 당가의 혈족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현재의 상황과 암기의 향방에 대한 궁금증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들의 시선은 가주전에 못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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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화 기념 후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팍팍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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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고 따라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재밌는 내용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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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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