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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거지가 첫 돌진을 실패한 순간 전투의 양상이 결정되었다.

       

       추격하는 것은 편사였고 도망치는 것은 거지였다.

       

       “이제 개방의 아해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편의 거리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군요.”

       “정확하다. 이미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한 일이다. 도주해야 한다.”

       

       둘 사이의 실력 차가 컸더라면 다소 억지를 부려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도 택할 만 했겠지.

       

       허나 지금 압도하는 자는 편사다. 개방의 거지는 편의 폭풍을 뚫을 여력이 없다.

       

       그러니 도망쳐야 한다. 흐름을 원점으로 돌린 후 다시 움직여야 한다.

       

       “저 아해도 이걸 모르진 않을 것이다. 단지 기껏 좁힌 거리를 포기하질 못할 뿐.”

       

       거지답게 욕심이 많은 저 아이는 모든 것을 취하려 했다.

       

       보통 욕심을 부리는 자는 배가 터져 죽게 되는 것이거늘.

       

       구걸로 돈을 벌었으면 물러설 줄도 알아야지 왜 한 번 더 손을 내밀어서 매를 버는 것일까.

       

       “전에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을 때 백주님이 편사러브님의 채찍을 뚫은 적이 있었거든요. 이번에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그렇담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좋지 않은 말밖에 없겠구나.”

       

       과거에 사로잡혀 고집을 부리는 것이라면 내 해줄 수 있는 말은 멍청한 놈이란 것밖에 없다.

       

       “백주님이 이 상황을 해쳐나갈 수 있을까요.”

       “저 아이가 포기를 배우거나 편사가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이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편사러브가 실수를 할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구나.

       

       편사러브가 사용하는 편은 지난 번 데케이를 상대할 때 내가 사용했던 편과 닮아 있었다.

       

       나는 편을 다룰 때 쾌와 환에 치중한다.

       

       강은 어디까지나 기술과 기량으로 해결을 했고, 중 같은 경우엔 아예 신경을 쓰지도 않았지.

       

       나를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편사러브는 내가 추구하는 바를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

       

       바보 같은 일이었다.

       

       다른 이들이 이치 대신에 무를 따르는 것처럼, 저 자는 이치 대신에 나를 따르고 있었다.

       

       내가 지닌 것이 드높았기에 나를 따라하는 것만으로 이전보다 나아진 것처럼 보일 뿐 그 근간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저러고 뭐. 깨달음을 얻어? 웃기는 구나.

       

       저런 것을 보고 내가 칭찬을 해주리라 생각했느냐?

       

       자신이 다루는 편의 이치에 관해 조금도 알지 못하는 철부지를 내가 좋게 봐줄 리가 없지 않으냐!

       

       흉내를 내는 것은 좋다. 기본을 갖추지 못했을 때에 자신의 이상향을 따라가는 것은 옳은 일이다.

       

       허나 그것은 자신이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되어야 한다. 흉내에 매몰되어 정체되어서는 안 된다.

       

       본인을 지우고 타인을 추구한 끝에 타인이 되어버린다면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것은 퇴화였다. 무인으로서의 자신을 포기하는 일이었다.

       

       편사러브가 이기면 다음에 나와 맞붙게 되던가.

       

       광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사실이다만 저 꼴을 바라보는 건 더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구나.

       

       아피스 최후의 편사라는 거창한 호칭을 달고 있는 자가 저 따위 편술을 펼치며 의기양양해하는 꼴이란.

       

       교육의 필요성이 느껴지는구나.

       

       내가 가만 생각을 하는 동안 경기가 끝났다.

       

       결국에 거지는 자신의 욕심을 버리는 데에 실패했다.

       

       어중간한 거리에서 발악을 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패배를 한 것이다.

       

       “백주라는 녀석. 꽤 열이 받은 모양이야.”

       “아무것도 못하고 졌으니까요. 자기한테도 상대한테도 화가 나겠죠.”

       “저 상태 그대로 다음 경기를 시작한다면 다음 경기의 양상은 안 봐도 뻔하겠어.”

       

       분노는 머리를 굳게 만들지.

       

       이를 악무는 것이 도움이 되는 상황이 없는 것은 아니다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거지에게 필요한 것은 침착함이다.

       

       허나 평정을 잃어버린 저 아이가 침착을 생각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 구나.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거지는 자신의 분노에 몸을 맡긴 채 이전의 실수를 반복했고 상대에게 승리를 기부하는 데 성공했다.

       

       자신의 영광마저도 기부하는 거지라니.

       

       빌어먹고 살면서도 상대에 대한 배려를 잊지 못할 줄이야. 참으로 대단하구나.

       

       “화령님의 해설은 예언이 따로 없네요.”

       

       – 앗.

       – 아.

       – 앗.

       

       “왜요?! 나 뭐 잘못했어?!”

       “이전에 엔리 방송에서도 한 이야기다만 예언이 아니라 예측이다. 본인은 무인이지 점쟁이가 아니야.”

       “죄송합니다!”

       

       빠르게 사과를 했으니 이번엔 용서를 해주마. 

       

       경기도 끝났겠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데케이가 나를 붙잡았다.

       

       무어냐. 내 하기로 한 것은 끝내지 않았느냐.

       

       “제가 옆에서 거드는 게 마음에 안 드셨나요?”

       “음? 나쁘지 않았다.”

       

       그대가 자신한대로 보는 눈이나 말을 하는 실력은 괜찮았다. 그래서 내 중간에 일어서지 않고 얌전히 해설의 자리에 앉아있었잖느냐.

       

       “그럼 좀 더 해주세요! 다들 화령님이 해설 하는 걸 좋아한다구요!”

       

       거 추잡하게 굴지 말거라. 내 딱히 재밌는 이야기는 그 무엇도 하지 않았는데 아해들이 뭘 좋아한단 소리더냐.

       

       나 말고 다른 이도 많은데 왜 내게 집착하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슬며시 데케이를 노려봐 주었으나 그는 채팅창을 가리키며 억울함을 호소할 뿐이었다.

       

       “보세요! 진짜라니까요!”

       

       – 맞아! 화령님 가지마!

       – 우리 버리지 마. 우리가 잘할게.

       – 해설 퀄 괜찮았는데. 내용도 좋고 목소리도 좋고.

       – 경기 출전 직전까지만 ‘해 줘.’

       

       그 말대로였다. 이상하게도 불만이 커 보이지 않는구나.

       

       어째서더냐.

       

       내 지난 번 엔리의 방송에서 말을 할 때와 말하는 방식이 바뀐 게 없거늘 왜 반응이 이리도 다른 것이지?

       

       방송이 다르면 그걸 보는 이들도 많이 달라지는 것인가?

       

       나로써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 다음 경기가 하린의 것이었지?”

       “냥냥님이요? 네. 맞아요.”

       “그럼 이 경기까지만 보고 가마.”

       

       하린을 가르친 것은 나이니 그녀에 대해 말해주는 것도 나여야 할테니 말이다.

       

       “그거면 충분하죠!”

       “그런데 하린의.”

       “저어. 화령님.”

       “무어냐.”

       “냥냥님 이름이 알 사람은 다 아는 이름이긴 하지만 그래도 대회 해설 자리에선 닉네임으로 불러 주셔야 합니다.”

       

       그런가? 그에 대해선 몰랐군.

       

       그럼 나도 냥냥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인가?

       

       거 부르기 거슬리는 이름이구나. 고양이의 울음소리 같지 않으냐.

       

       본인은 고양이를 어루만지는 것은 좋아한다만 그를 흉내 내는 것에는 취미가 없다. 특히 이리도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선 더더욱 그럴 생각이 없다.

       

       “그래서 하린의 다음 상대는 누구더냐.”

       “화령님?”

       “꼬우면 다른 이를 알아보거라.”

       

       내가 해설을 하길 바란다면 내 폭거도 감당하도록.

       

       데케이는 침음성을 내다 결국 한숨과 함께 답을 내줬다.

       

       “권존님입니다. 아마추어 중 제일 강한 사람이 누구냐 물어볼 때 항상 언급되는 분이죠.”

       

       권존이라. 기억났다.

       

       처음에 나에게 말을 걸러 온 남자의 이름이 그러했지.

       

       권존이라는 오만한 이름에 비해 실 실력은 그리 대단찮은 것 같았지만.

       

       “둘 중 우세가 점쳐지는 건 누구인가?”

       “역시 권존님이죠. 요새 폼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증명하신 게 워낙에 많은 분이라.”

       “그런가?”

       

       본인이 생각하기엔 하린이 질 것 같지가 않다마는.

       

       권존이라는 자가 아무리 대단하다한들 어차피 저 자도 이 세계의 잘못된 상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 아니겠느냐.

       

       이치를 따를 줄도 모르는 이에게 하린이 질 리가 있나.

       

       내 아직 많은 것을 가르쳐주지는 않았지만 저런 아해에게 질 정도로 약하게 키우진 않았다.

       

       만일 하린이 진다면, 그 때는 내 가르침이 부족했다는 것이니 어쩔 수 없이 더 거센 가르침을 내어주는 수밖에 없겠지.

       

       이번에는 운다하여 멈춰 줄 생각도 없으니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야.

       

       *

       

       하린은 전쟁터의 한 가운데에서 심호흡을 했다.

       

       이번에 전장으로 선택된 장소는 전장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수많은 병사들이 서로의 무기를 부딪히며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하린과 권존은 그 가운데에서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 맵도 시장만큼이나 변수가 많은 데다 도망치기 좋은 곳이다.

       

       그래서 보통 이 맵이 걸렸을 때 약자는 도망치고 강자는 추격하는 광경이 자주 연출 됐다.

       

       객관적으로 전력에서 밀리는 하린은 도주를 선택하는 게 옳았다.

       

       도망치며 변수를 찾아내서 발악을 시도하는 게 맞는 행동이었다.

       

       정면전은 상대인 권존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부분. 굳이 상대의 이점에서 놀아 줄 이유는 없었다.

       

       그렇지만 하린은 도망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화령의 선문답을 들으며 감화되었기 때문이다.

       

       천마란 하늘을 깨부수는 존재!

       

       자신이 천마를 플레이 하는 이상 도망을 쳐서는 안 됐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이 앞에 있더라도 깨부숴야 했다.

       

       “냥냥님하고 붙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실력은 좀 느셨나요?”

       “물론이죠! 이전의 저라고 생각하면 호되게 당하실 걸요?”

       

       화령에게 가르침을 받기 전의 그녀와 가르침을 받은 후의 그녀는 아예 다른 사람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이치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그녀는 무인을 흉내 낼 뿐인 다른 사람과는 달랐다.

       

       하린은 지금 진짜 무인이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벌써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하린은 처음 자신의 손으로 이치를 펼쳤던 그 순간을 잊지 못했다.

       

       자기가 평생토록 익혀 온 풍류권이 어떤 무공인지 알게 된 그 날의 감동을 잊지 못했다.

       

       그래서 매일 시간이 남을 때마다 게임에 들어가서는 화령이 알려준대로 무공을 수련했다.

       

       몇 년 동안 몸에 새겨진 버릇을 채 한 달이 안 되는 시간 만에 완전히 바꿀 순 없었지만.

       

       아직 화령에게 한소리를 듣는 게 일상었지만.

       

       그래도 하린은 지금이 좋았다.

       

       자신이 무협지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무공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하린이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배운 무공을 보일 절호의 기회였다

       

       무협지의 주인공이 될 차례였다.

       

       “그래봐야 프로 리그에 올라와보지도 못하셨잖아요. 제가 챌딱이한테 질 것 같나요?”

       “하. 그러는 권존님도 요즘에 폼 떨어지셨잖아요. 강등당한 거 소문이 다 났어요. 에이징 커브 오신 거 아니에요?”

       “그럴 나이 아닙니다. 저 젊어요.”

       “젊다고 하는 사람 중에 진짜 젊은 사람은 없던데요?”

       

       [3]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던 두 사람이었지만 시스템의 카운트가 시작되기 무섭게 서로 입을 다물었다.

       

       서로가 서로를 살피며 수를 재단했다.

       

       천마도.

       권왕도.

       

       근거리에서 권을 사용하는 캐릭터다.

       

       두 사람 모두 정면전을 택한다면 이루어지는 건 쉴 새 없는 난타전.

       

       그 향뱡을 결정하는 것은 오롯이 두 사람의 실력뿐이었다.

       

       하린이 심호흡을 하며 달려들 채비를 했고, 권존은 가볍게 몸을 풀고는 주먹을 쥐었다.

       

       [2]

       [1]

       [게임 시작]

       

       서로가 부딪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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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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