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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우연히(?) 마주한 두 남녀였으나, 이한은 용기를 발휘하여 다가온 여성을 배려하지 못할 정도로 못 배워먹은 놈은 아니었다.

         

       “그래, 우연히 만난 것도 인연이니, 같이 돌아다니도록 하지, 2번 병아리.”

       “그냥 이름으로 불러주시면 안 돼요?”

       “…이름이 뭐였더라?”

       “?!”

       “농담이다, 아이린 생도.”

       “교, 교관님은 진심으로 까먹으셨을 것 같아서 농담으로 안 들려요.”

       “내가 그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다만.”

       “후후, 저도 농담이에요.”

       “한 방 먹었군.”

         

       비록 처음엔 어색했으나, 기사와 소녀의 대화는 끊임이 없었다.

       애초에 옆집이웃 사이인 두 남녀다.

       이래저래 얼굴 보는 일도 많다 보니 서로 낯설어하는 것도 우스운 일일 터.

         

       허나 만약 그들에게 일말의 어색함이 느껴진다면.

         

       “아카데미에서 이렇게 대화하는 게 좀 생경하긴 해요.”

       “바깥에선 이웃사이일지언정, 이곳에선 교관과 생도 관계니까.”

       “네에, 확실히.”

         

       교관과 생도 사이에서 오는 긴장감이 아닐까 싶었다.

         

       아이린 윈들러는 이한의 말에 동의한다며 고개를 주억거렸으나, 오늘만큼은 사제관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차피 지금은 시험기간.

       모든 학부가 교육을 쉬고 있으며, 교관과 강사, 교수까지 모두가 생도에게 관여하지 않는 시기니까.

         

       …하여 이렇게 아이린이 용기를 내어 그에게 먼저 접근한 것이기도 했고.

         

       ‘으음, 그, 그래도 남녀사이로 보이는 건 아니겠지?’

         

       연애 초보자는 남들의 시선이 유난히 신경 쓰였다.

       풋풋한 연인관계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정말 제 생각처럼 비쳐진다면.

         

       ‘조, 조금은 쑥스럽겠네.’

         

       아이린 윈들러의 볼은 봉숭아물이 물든 것처럼 발갛게 변색됐다.

         

       …다만 그녀에겐 안타깝게도.

         

       “오, 아이린 영애님이다. 옆에는 누구지? 호위 기사인가?”

       “그보단 용병 아니야? 하긴 갈라하드가 어떤 곳인데, 호위는 따라붙겠지.”

       “응? 저분 검술학부 교관 아니셔?”

       “아아! 그러네, 갈라하드 가문이 저분한테 호위라도 부탁한 건가?”

       “그럴지도.”

         

       남들 눈엔 전혀 연인사이처럼 보이지 않을 따름이었다.

         

       이게 뭐라고 해야 할까.

         

       “와아, 저렇게 둘이 같이 있으니까, 좀.”

       “화풍(畫風)이 다르지?”

       “내 말이….”

         

       한쪽은 순정만화고, 또 한쪽은 세기말 느낌이 물씬 나고 있으니….

         

       생도들은 저토록 어울리지 않는 조합도 없을 것이라며 묘한 시선을 보냈다.

         

       * * *

         

       애초에 이한은 오늘 아카데미에 오지 않아도 되었다.

       2주의 평가 기간 동안 교원들은 대부분 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남은 업무를 처리하니 말이다.

       하여 휴식기보단 준비기에 가까워 교원들도 나름 바빠야 하는 게 정상적이지만.

         

       – 내, 내가 어째서!

         

       이한의 경우는 비명을 지르는 조교가 모든 걸 정리해주고 있으니, 여유가 철철 넘칠 따름이었다.

       새삼 노예, 아니 조교를 잘 건졌다 싶을 따름.

         

       하여 이한은 이 소중한 휴식기에 훈련에 몰두하는 한편, 제자 녀석들이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여 아카데미를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의무감? 아니면 이것도 미운 정인가?’

         

       뭐가 됐건 3개월이나 어울리다 보니 정이란 게 들 수밖에 없었고, 검술학부 인원이 과연 어떤 활약을 할는지 보고 싶은 게 심리란 것일 터.

         

       아이린도 이에 동의하며 그들이 처음으로 향한 곳은.

         

       타악!

       타아악!

         

       “7번 병아리 녀석, 제법 잘하는데.”

       “로즈 영애님 운동 신경이 엄청 좋았네요?”

         

       꽃들의 전쟁터와 같은 테니스장.

       그곳에서 병아리들이 활약하고 있었다.

         

       “완전 꽃밭이네요.”

       “향수 냄새 때문에 코가 아프군.”

       “…뭔가 남녀가 할 말이 바뀐 것 같지 않아요?”

       “뭐가?”

       “……내가 이상한 건가?”

         

       귀족 영애들은 대부분 스포츠 과목으로 테니스를 선택해서인지, 압도적으로 여성 비율이 높았다.

       그리고 시험장에서 유난히 활약하는 건 검술학부의 병아리들이었다.

         

       타악!!

         

       “이, 이겼다!”

       “와아아!”

       “어? 교관님이시다?!”

       “교관님, 제가 이겼어요-!”

         

       나름 이한에게 단련 받고 특별강의마저 들었기 때문일까.

       소녀들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승리를 거머쥐었고, 평가원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긴 듯했다.

         

       ‘역시 내 회원, 아니 병아리답네.’

         

       이제 슬슬 노란털이 빠질 시기인가.

         

       ‘흠, 그래도 여기선 쌈닭이라고 불러도 되겠는데?’

         

       이한은 귀족 영애란 것들이 걷는 운동도 안 하는 주제에 굶어서 살을 빼고, 빼빼마른 걸 다이어트 했다고 자랑하는 인종임을 안다.

       거기다 매일 티타임을 갖는다며 케이크와 홍차, 과자 따위를 줄기차게 먹는다는 것도.

       한데 지들은 승마와 굶는 것으로 몸을 관리한다고 하는데….

         

       ‘몸이 저러니까 망가지지.’

         

       그러니 병아리들에게 패배하고 분해하는 저 영애들은 지금 분해할 게 아니었다.

       분해하기 전에 당장 시급한 게 있는데.

         

       ‘영양불균형과 극도의 운동 부족이라….’

         

       젊은 지금이야 모르겠지만, 나이 들면 평생 골골거리지 않을까 싶다.

         

       ‘쟤들에 비하면 우리 병아리들은 봉황이지.’

         

       앙상한 환자들과 달리, 건강미가 넘쳐나는 병아리들이 웃으며 양팔을 힘차게 휘두르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앞서 언급한 환자들과 다를 것 없었는데, 지금은 많이 성장했다 싶다.

         

       “짜식들, 사람 감동받게 하네.”

       “…대체 뭐에 감동하시는 건데요?”

       “환자가 건강하게 일어서는 걸 봤을 때 기쁨이랄까? 그런 게 있네.”

       “??”

         

       …아이린 윈들러가 이해하기엔 아직 먼 감성이 아닐 수 없었다.

         

       * * *

         

       이후로도 이한과 아이린 윈들러는 다양한 것을 구경했다.

         

       “쿤타가 간다!”

       “도, 도망가! 부딪치면 안 돼!”

       “아아악!”

         

       풋볼 경기장에서 들소마냥 종횡무진 하며 생도들을 자꾸 날려버리는 바바리안이라든지.

         

       “다치기 싫으면 비켜!”

       “뭐야 저 말도 안 되는 마상곡예는?!”

       “용병 주제에…! 커헉!”

         

       용병 출신이 아니라 초원 출신이 아닐까 의심이 가는 미쳐버린 기마술을 자랑하며 폴로의 지배자가 된 용병왕의 제자라든지.

         

       “너, 넘겼다!”

       “미친 새끼!”

       “역시 검공가의 후계자!”

       “…공을 잘 치는 것과 검공의 후계자가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점수가 비등비등한 상황에서 기어이 역전 끝내기 홈런을 내버리며 크리켓의 영웅이 되어 버린 검공가의 후손이라든지.

         

       그들 말고도 검술학부 인원들은 전원 우수한 성적을 내었다.

       그야말로 압도적.

       내심 가르친 장본인으로선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게 정성들여 키운 분재를 남에게 자랑하는 기쁨인가?

         

       그렇게 내심 뿌듯함을 즐기던 이한과 달리, 아이린 윈들러는 의문을 내보였다.

         

       “으음, 저분들 2,3학년 선배들 맞죠?”

       “그렇지.”

         

       당연한 얘기지만, 이 시험에 나오는 이들 중엔 그동안 검술학부 수업에 불참하던 2,3학년들도 있었다.

       이한이나 아이린이나 처음 보는 얼굴이 가득했고, 아이린은 그들을 향해 미간을 찌푸렸다.

         

       “저분들, 분명 교관님 수업에 불참하면서 가정교사한테 개인 교습 받는 사람들이라고 했지 않았어요?”

       “그랬지.”

       “…그런데 왜 저렇게 약해요?”

       “응?”

       “아니, 너무 약하잖아요. 동기들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것 같은데요? 심지어 곰돌이 애들도 이기겠다.”

       “…….”

       “왜,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그냥 귀여워서 봤다.”

       “네에!?”

       “흠.”

         

       소녀의 심장을 덜컹거리게 만들었다는 것도 모른 채, 이한은 새삼스럽단 시선을 주었다.

       마법사라 그런가, 아니면 그동안 제 본직을 때려치우고 검술학부에서 살다시피 해서 그런 걸까.

       나름 전사의 격차를 관찰하는 눈썰미가 생긴 마법사 소녀였다.

         

       아니면.

         

       ‘역시 핏줄이 깡패인가?’

         

       원래부터 있던 재능인지도 모를 테지.

         

       ‘아빠가 그 마검으로 무쌍 찍는다는 공작이니, 마법사가 아니라 전사로 키워졌어도 제법 괜찮았을 테지.’

         

       이한은 노력을 중시하지만, 역시 이런 세상에서 혈통도 무시할 수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렇듯, 이한이 감탄을 마지않을 정도로 아이린의 눈은 정확했다.

       저 말대로 2,3학년 녀석들은 1학년들에게 압도당했으며, 얼핏 보아도 실력의 높낮이가 상당했으니까.

         

       ‘게임으로 따지면 1차 전직도 못 끝낸 뉴비 수준?’

         

       저들에 비해 1학년들이 이제 2차 혹은 3차 전직까지 아슬아슬하게 앞두고 있단 걸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격차다.

         

       ‘…매해마다 신입 기사들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더니, 이유가 저거였나.’

         

       저들을 보니 떠오른다.

       아카데미에 오기 전 그에게 당당히 덤빈 요르드란 후배 기사를 제외하곤 겁먹은 양처럼 패기란 것이 느껴지지 않던 신입들.

       그런 양들과 저들은 똑같았다.

         

       ‘신체기량이 제대로 올라오지도 않았어. 거기다 살기나 기세를 내뿜는 것도 어색하고. 기껏해야 짐승 사냥으로 경험을 쌓았겠네.’

         

       그것도 마물이 아니라, 토끼나 여우 정도만 사냥해본 느낌이 팍팍 난다.

       저들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세는 그 정도로 얌전했다.

         

       ‘기본, 그게 없다.’

         

       다시금 말하지만, 그는 교관 일을 대충 임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모두에게 진심으로 다가갔고, 훈련시켰다.

       그리고 그가 유난히 강조했던 한 가지가 다름 아닌 ‘기본’이란 놈이었다.

         

       이 기본이란 놈을 몸과 정신에 때려 박아 넣기 위해 정신개조를 하듯 새겨 넣었으니.

       그 성과 덕분일까.

       비록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 지 3개월도 안 된 1학년들이지만, 3개월 전 본인들과 싸우게 한다면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으리라.

         

       그리고 반대로, 1학년들보다 2년이나 더 배운 놈들은.

         

       ‘안타깝네.’

         

       이한은 2,3학년 놈들을 이렇게 평가하고 싶다.

         

       ‘공갈빵이야, 저건.’

         

       속이 비었다고.

         

       “기본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마법사로 따지면 염동력으로 실뜨기도 못 하는 주제에 마법사라고 하는 거랑 같지.”

       “와아, 그건 심각하네요, 진짜.”

         

       아이린은 마법으로 예시를 드니 즉각 이해했다.

       마법의 주체인 염동력으로 실뜨기도 못 한다는 건 망치를 든 어린애와 같다.

       제 힘을 컨트롤 할 수 없는 것만큼 위험한 건 없으니까.

         

       “수준이 왜 저렇게 낮은 거예요?”

       “전쟁이 여러모로 사람들을 망친 거지.”

       “네에?”

       “그런 게 있다.”

         

       아이들은 모를 거다.

       브리튼 전쟁의 주역은 현 세대의 기사들이 아니라, 선왕 시대의 기사들이었음을.

       그리고 그 선왕 시대의 기사들은 모두 은퇴했고, 남은 거라곤 전쟁 때 파티만 해대던 놈들이 군부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군신(軍神)의 부재가 크게 해.’

         

       군신.

       그러니까 팬드래건의 전대 왕으로, 120년 간 왕국을 통치하며 왕국의 수준을 대국(大國)까지 이끌어냈다는 전설적인 왕.

       사람에게 어찌 신이란 오만한 칭호가 붙을 수 있겠냐 싶지만, 그가 남긴 업적만 보아도 사람이 해낼 수준이 아닌 게 맞다.

         

       ‘그냥 혼자서 나라를 세웠어도 될 사람이었지.’

         

       기록으로만 접한 이한마저 감탄하게 한 선왕의 특기는 다름 아닌 ‘인재선별의 재능.’

       뽑았다 하면 명장이나 명재상이니 말 다한 것이다.

         

       하여, 한때 군신이 직접 뽑은 인재들로 가득했던 팬드래건은 제국마저 두려워했을 정도였고, 군신의 눈을 대표하는 인재 중엔 젊은 날의 발타르 그레이스가 있었다고 한다.

         

       허나 이제 군신이라 불린 왕이 아발론으로 떠난 지 17년이 넘어가고 있다.

         

       이미 군왕과 같은 세대의 인물들도 세상을 떠났고, 그나마 버텨주던 원로들도 지난 전쟁 때 활약한 이후 모두 선왕의 곁으로 떠날 날만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 젊은 세대가 왕국을 이끌어야 할 판인데, 그 젊은 세대란 것들이, 영….

         

       ‘나중에 전쟁 날 것 같으면 진짜 이 나라 떠야겠다.’

         

       이 나라를 이끌 귀족들이란 놈들을 보고 있자니, 이 왕국에 ‘다음’이란 놈이 없으리란 묘한 확신이 들었기에.

         

       * * *

         

       “-이러니 망했던 건가.”

       “예에?”

       “……아니다. 아무것도.”

       “??”

         

       그는, 로엔은 할 말을 삼켰다.

       아직은 그 누구에게도 언급할 내용이 아니었으니까.

       그저 속으로만 삼킬 뿐.

         

       그때.

         

       “내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이것이었나, 건방진 애송아.”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렇군, 확실히 보고 있노라면 화가 치밀어 오르긴 하는군.”

       “…….”

         

       로엔은 저를 향해 차가운 기세를 내뿜는 사내를 뒤에 두며 간담이 서늘해졌다.

       분명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상대는 팬드래건과 라이오넬과 함께, 왕국을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임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는 기둥의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에게 긴장감을 줄 이들은 없을 것이라 여겼으니까.

         

       하지만.

         

       ‘…무섭군.’

         

       로엔은 그가, 블레이크 비비안 드 갈라하드가 무서웠다.

         

       그라는 사람이 무서운 걸까, 그도 아니면.

         

       ‘내 안에 잠든 사자의 피가 그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무어가 됐건, 긴장을 놓아선 안 될 일이다.

         

       “벱니까, 주군?”

       “되었다, 오늘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건방지게 주군을 오라 가라 한 자입니다. 살려둬선 안 될 일입니다.”

       “…내가 기사를 키운 게 아니라, 백정을 키운 느낌이군.”

       “분부만 내리시면 백정이라도 되겠습니다.”

       “……하아.”

         

       …그래, 저자도 있었군.

         

       ‘라크 드 듀론. 갈라하드의 최후의 검.’

         

       지금의 얘기는 아니다.

       먼 훗날 그가 얻게 될 칭호.

       동시에 모든 왕국민을 공포에 떨게 할 ‘학살자’가 그이기도 했다.

         

       ‘누구도 몰랐겠지, 저자의 안에 그토록 포악하고도 끔찍한 흉성(凶星)이 잠들어 있음을….’

         

       유일하게 그 흉성에 목줄을 채워놓았던 것은 마검의 소유자인 공작이 유일했으니.

       그리고 공작이 사라진 왕국에 저 흉악한 ‘마인’을 잡아놓을 수 있는 자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아무리 흉악한 흉견일지언정 주인에게 순종적이라면, 그렇다면 아직은 찾아오지 않을 미래에 불과하다.’

         

       하여 도박을 해보려고 한다.

       공작이 멀쩡히 살아있고, 왕국 최악의 학살자가 ‘충견’인 시절인 지금에서.

         

       “…전하, 전 당신에게 제안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이 건방진…!”

       “그만.”

       “…….”

       “계속해라, 애송아.”

       “…….”

         

       건방지게 공작의 앞에서 제안을 꺼냈다는 건 목숨을 내놓은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굴러갔고, 로엔은 거침이 없었다.

         

       “공작 전하, 아니 선왕의 피를 가장 진하게 이어받은 사내여. ─왕위(王位)를 이으소서.”

         

       “이노오오오옴!!”

         

       라크는 칼을 빼들었고, 로엔은 이미 예측했다는 듯 잭을 붙잡았다.

         

       “답변은 다음에 듣겠습니다.”

         

       후욱!

         

       ……그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고위 기사의 감각마저 피하는, 거의 [신비]에 가까운 놀라운 기척 감추기 능력이었다.

         

       허나 라크는 설사 상대가 신비 각성자라 한들 끝까지 쫓아가 죽일 자신이 있었고, 당장 움직이려던 순간.

         

       “그만.”

       “……주군?”

       “흥, 쥐새끼 같은 것들. 전에도 저러더니 숨는 실력만 좋군.”

       “…….”

       “…그래도.”

         

       블레이크 공작의 입가가 점차 미소를 머금었다.

         

       다만.

         

       “-흥미로운 제안임은 사실이군.”

         

       시리도록 차가운 눈이, 그의 기분이 썩 유쾌한 게 아님을 알려주었지만.

         

         

         

         

       

       시험 4일차의 일이었다.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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