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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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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기장에는 쓰레기 삼형제라 묶여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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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한 아이들이 타락하는 걸 즐기는 토토겐.
    정신력이 강한 이들을 고문하는 걸 즐기는 반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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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마지막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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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응, 사이가 그렇게 좋다는 말이죠?”
    “예,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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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색 눈동자, 밀색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길게 기른 미남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오뚜기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오뚜기가 식은땀을 흘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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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그…남자 노예는 토토겐님께서 일 년 정도 대여하신 상태라…”
    “오,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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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뜻 모를 웃음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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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왕이면 남자 노예 쪽이 더 흥미로운데..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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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손바닥으로 제 얼굴 하관을 가리며 눈동자를 굴렸다. 손바닥에 가려진 입가가 소름 끼칠 정도로 길쭉하게 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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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사이를 이간질해서 관계의 파멸을 만드는 것을 즐기는 앙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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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 반숙, 앙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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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사람은 온갖 투기장을 기웃거리며 쓰레기 짓을 저지르기로 유명한 이들이었다. 세 사람이 묶여서 쓰레기 형제라고 불리게 된 건, 세 사람이 친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비슷한 생김새를 가졌다는 이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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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는 앙쇼의 얼굴을 훔쳐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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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과 전혀 다르게 생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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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주름진 손이나 흘긋 드러난 턱만 봐도 어떤 모습일지 어느 정도 유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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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숙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소문이 났으니 대충 반숙과 비슷하게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앙쇼라는 남자는 아무리 봐도 젊은 청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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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마법으로 나이를 젊게 유지하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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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는 오뚜기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갑작스럽게 표정을 구기며 호통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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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요.”
    “네,넷?”
   “나가라고!”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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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가 화들짝 놀라 밖으로 후다닥 도망쳤다. 오뚜기를 시중드는 이들도 함께 우르르 방을 빠져나갔다. 혼자 남은 앙쇼는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 얼굴에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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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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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얼굴이 마치 슬라임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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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쯧, 벌써 수명이 다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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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혀를 차며 흘러내린 것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얼굴 가죽을 벗겨낸 것처럼 뽀얀 얼굴이 떨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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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분을 준비해둬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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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얼굴은 젊은 남자라기엔 너무나 자글자글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 자연스럽게 생긴 주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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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얼굴에 주름이 잔뜩 생긴 것 같은 꼴이었다. 흑마법의 부작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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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는 아공간 가방을 뒤져 새하얀 가면을 꺼냈다. 그걸 얼굴에 쓰고 살살 문지르자 순식간에 얼굴에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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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앙쇼는 매끈한 얼굴을 되찾았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물렁물렁해진 것을 아공간 가방에 넣은 후 소파에 늘어지게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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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그의 얼굴에 비열한 웃음이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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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에게 의지하는 여동생이라. 망가뜨리기 딱 좋은 장난감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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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는 검지 손가락으로 무릎을 툭툭 두드리다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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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이랑 얘기를 조금 해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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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는 곧바로 방을 빠져나와 토토겐의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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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토토겐의 숙소에는 암울한 분위기가 내려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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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자네도 실패했다는 말이 -..”
    “무슨…!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실패라…아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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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은 착잡한 시선으로 허리를 부여잡은 채 신음하는 반숙을 바라보았다. 위험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노예들에게 악마라고 불리던 이가 언제 저리 한심해졌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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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무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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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도 나중에 저런 꼴이 되는 건가 싶어 두렵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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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님 앙쇼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앙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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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은 눈짓으로 반숙에게 그를 안으로 들여도 괜찮을지를 물었다. 이곳이 그의 집이라고는 하나 반숙이 먼저 온 손님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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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숙, 토토겐, 앙쇼 세 사람은 꽤 친한 사이였기에 반숙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앙쇼가 거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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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좋은 오후입니다.”
   “오랜만이네.”
    “어서 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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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까지만 해도 토토겐과 반숙은 리안에 대한 문제를 잠시 옆으로 밀어두고 기분 전환 겸 친한 사람들과 잡담을 나눌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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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가 리안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담기 전까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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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네도…?”
    “예? 저도라니?”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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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가 리안을 빌려달라는 말에 토토겐과 반숙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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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그들이 굴욕적으로 뒹굴었다는 이야기는 빼고, 적당히 개수작을 부렸는데 그다지 통하지 않아서 고민이다. 정도로 순환해서 이야기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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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으음, 그런 거라면 저도 함께해도 될까요?”
    “너도? 하지만…”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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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그래도 노예 한 명 엿먹이겠다고 세 사람이 달라붙는 건 너무 없어 보였기 때문에 쉽게 그러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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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반숙과 손을 잡은 상태이니..앙쇼와 손을 잡는다고 해도 상관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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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은 이미 반숙에게 도움을 청한 상태였기 때문에 앙쇼의 제안에 거부감이 없었다. 하지만 반숙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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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런,그런 꼴을 보였는데 앙쇼에게 놈을 넘기라고? 절대 그럴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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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반숙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리안에 대한 권한은 토토겐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결론은 가볍게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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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부탁하네.”
    “저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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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세 명의 쓰레기가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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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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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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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멍한 얼굴로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상태였다. 몸이 약한 할아버지를 만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새로운 손님이 부른다며 또 올라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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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아이리스가 불려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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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야 어디에 상처가 나든, 어디서 구르든 금방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에 별 타격이 없지만, 아이리스에겐 치명적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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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리스 대신 불려간다고 생각하니까 좀 나은데?’
    ​
    ​
    속으로 실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이젠 익숙해진 복도를 지나 처음 보는 문 앞에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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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조금 편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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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 수인은 어느 순간부터 이런 식으로 팁을 알려주며 친한 척을 하곤 했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평소 잘 안 씻는지 냄새가 나서 친한 척을 해도 거부감이 들었다. 대충 고개를 끄덕인 후 문에 다가갔다. 그러자 쥐 수인이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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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또 어떤 사람이려나? 그리고..뭘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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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이 약한 좀비는 내 장기를 보고 기절해버렸고, 몸이 약한 할아버지는 허리를 부여잡으며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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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니까 유쾌한 만남은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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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끝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걸 떠올리며 안쪽으로 이동했다. 내가 들어왔던 문과 이어진 복도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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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도 창문에 커튼이 쳐져 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고 벽에 걸린 촛대만이 복도를 비춰주었다. 초가 생각보다 밝아서 바닥에 깔린 양탄자 무늬가 선명하게 보였다. 앞으로 나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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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쪽입니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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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관적으로 안으로 쭉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자 하녀 복장을 한 여성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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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 나타난 거지? 닌자나 암살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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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속에 전투 메이드를 망상하다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곤 그녀가 가리킨 장소를 바라보았다. 아까 보지 못했던 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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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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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떨떨한 기분으로 문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하녀가 다가와 문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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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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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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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열자 침이 고이는 냄새가 훅 맡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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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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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너머엔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과 처음 보는 남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석에 앉은 남자가 안으로 들어오라며 손짓하는 모습에 마른침을 삼키며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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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하신데 앉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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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나는 냉큼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 앞에 앉았다. 남자가 작게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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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가 많이 고프셨나 보군요.”
    “배는 그다지 고프지 않지만…이렇게 맛있는 걸 눈 앞에 두니 없던 허기도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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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대답에 남자는 말 없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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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가요? 그렇다면 원하는 만큼 마음껏 드세요.”
    “헉, 그래도 되나요?”
    “예, 당신을 위해 준비한 식탁이니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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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사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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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내 접시에 덜어 식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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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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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음, 처음 보는 유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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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는 식사를 하고있는 리안을 보며 머리를 빠르게 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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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오랜 시간 노예 생활을 했을 텐데도 저 당당한 태도는 어디서 기인한 거지? 뭣보다…누가 갑자기 맛있는 음식을 준다고 곧바로 받아먹는다고? 얼마나 무식해야 저럴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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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가 어떤 행동을 해도 리안에겐 티끌의 타격도 줄 수 없기에 보일 수 있는 방만한 태도지만, 앙쇼가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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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의를 차릴 수 있는 데다가 동생을 아끼는 무식한 놈이라… 금방 망가뜨릴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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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쇼의 머릿속에 타락한 리안이 제 동생을 모질게 대하다가 끝내 배신하여 죽이는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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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도 야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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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들 소프트 피폐를 좋아해주시니 기쁩니다. (그럼 더 굴려도 되겠군요!)

노답 삼형…아니, 쓰레기 삼형제는 리안을 괴롭히고 있지만 정작 괴로워지는 건 아이리스 입니다.

마지막 한명까지 모였으니 아이리스의 멘탈을 와르르 멘션으로 만들도록 하죠!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투기장에는 쓰레기 삼형제라 묶여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순한 아이들이 타락하는 걸 즐기는 토토겐.

정신력이 강한 이들을 고문하는 걸 즐기는 반숙.

그리고 마지막 쓰레기.

“흐응, 사이가 그렇게 좋다는 말이죠?”

“예,예.”

갈색 눈동자, 밀색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길게 기른 미남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오뚜기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오뚜기가 식은땀을 흘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남자 노예는 토토겐님께서 일 년 정도 대여하신 상태라…”

“오, 그래요?”

남자는 뜻 모를 웃음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이면 남자 노예 쪽이 더 흥미로운데..흠.”

남자가 손바닥으로 제 얼굴 하관을 가리며 눈동자를 굴렸다. 손바닥에 가려진 입가가 소름 끼칠 정도로 길쭉하게 휘어졌다.

사람 사이를 이간질해서 관계의 파멸을 만드는 것을 즐기는 앙쇼까지.

토토겐, 반숙, 앙쇼.

세 사람은 온갖 투기장을 기웃거리며 쓰레기 짓을 저지르기로 유명한 이들이었다. 세 사람이 묶여서 쓰레기 형제라고 불리게 된 건, 세 사람이 친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비슷한 생김새를 가졌다는 이유도 있었다.

오뚜기는 앙쇼의 얼굴을 훔쳐보며 생각했다.

‘두 사람과 전혀 다르게 생겼는데?’

토토겐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주름진 손이나 흘긋 드러난 턱만 봐도 어떤 모습일지 어느 정도 유추가 되었다.

반숙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소문이 났으니 대충 반숙과 비슷하게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앙쇼라는 남자는 아무리 봐도 젊은 청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흑마법으로 나이를 젊게 유지하고 있는 건가?’

앙쇼는 오뚜기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갑작스럽게 표정을 구기며 호통쳤다.

“나가요.”

“네,넷?”

“나가라고!”

“넵!”

오뚜기가 화들짝 놀라 밖으로 후다닥 도망쳤다. 오뚜기를 시중드는 이들도 함께 우르르 방을 빠져나갔다. 혼자 남은 앙쇼는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 얼굴에 손을 올렸다.

꾸르릇.

그의 얼굴이 마치 슬라임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쯧, 벌써 수명이 다된 건가?”

그는 혀를 차며 흘러내린 것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얼굴 가죽을 벗겨낸 것처럼 뽀얀 얼굴이 떨어져 나갔다.

“여분을 준비해둬서 다행이야.”

그의 얼굴은 젊은 남자라기엔 너무나 자글자글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 자연스럽게 생긴 주름이 아니었다.

젊은 얼굴에 주름이 잔뜩 생긴 것 같은 꼴이었다. 흑마법의 부작용이었다.

앙쇼는 아공간 가방을 뒤져 새하얀 가면을 꺼냈다. 그걸 얼굴에 쓰고 살살 문지르자 순식간에 얼굴에 녹아들었다.

어느새 앙쇼는 매끈한 얼굴을 되찾았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물렁물렁해진 것을 아공간 가방에 넣은 후 소파에 늘어지게 앉았다.

보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그의 얼굴에 비열한 웃음이 걸려있었다.

“오빠에게 의지하는 여동생이라. 망가뜨리기 딱 좋은 장난감이란 말이지…”

앙쇼는 검지 손가락으로 무릎을 툭툭 두드리다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토토겐이랑 얘기를 조금 해봐야겠군.”

앙쇼는 곧바로 방을 빠져나와 토토겐의 숙소로 향했다.

한편, 토토겐의 숙소에는 암울한 분위기가 내려앉아 있었다.

“그러니까…자네도 실패했다는 말이 -..”

“무슨…!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실패라…아으윽..”

토토겐은 착잡한 시선으로 허리를 부여잡은 채 신음하는 반숙을 바라보았다. 위험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노예들에게 악마라고 불리던 이가 언제 저리 한심해졌나 싶었다.

‘나이가 무섭군.’

자신도 나중에 저런 꼴이 되는 건가 싶어 두렵기도 했다.

“토토겐님 앙쇼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앙쇼가?”

토토겐은 눈짓으로 반숙에게 그를 안으로 들여도 괜찮을지를 물었다. 이곳이 그의 집이라고는 하나 반숙이 먼저 온 손님이었기 때문이다.

반숙, 토토겐, 앙쇼 세 사람은 꽤 친한 사이였기에 반숙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앙쇼가 거실에 도착했다.

“다들 좋은 오후입니다.”

“오랜만이네.”

“어서 오게.”

이때까지만 해도 토토겐과 반숙은 리안에 대한 문제를 잠시 옆으로 밀어두고 기분 전환 겸 친한 사람들과 잡담을 나눌 생각이었다.

앙쇼가 리안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담기 전까진 그랬다.

“자네도…?”

“예? 저도라니?”

“사실은..”

앙쇼가 리안을 빌려달라는 말에 토토겐과 반숙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물론 그들이 굴욕적으로 뒹굴었다는 이야기는 빼고, 적당히 개수작을 부렸는데 그다지 통하지 않아서 고민이다. 정도로 순환해서 이야기를 전달했다.

“흐으음, 그런 거라면 저도 함께해도 될까요?”

“너도? 하지만…”

“으음..”

아무리 그래도 노예 한 명 엿먹이겠다고 세 사람이 달라붙는 건 너무 없어 보였기 때문에 쉽게 그러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답이 없었다.

‘이미 반숙과 손을 잡은 상태이니..앙쇼와 손을 잡는다고 해도 상관없겠지.’

토토겐은 이미 반숙에게 도움을 청한 상태였기 때문에 앙쇼의 제안에 거부감이 없었다. 하지만 반숙은 달랐다.

‘내가 그런,그런 꼴을 보였는데 앙쇼에게 놈을 넘기라고? 절대 그럴 수 없어!’

사실 반숙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리안에 대한 권한은 토토겐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결론은 가볍게 내려졌다.

“잘 부탁하네.”

“저야말로.”

리안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세 명의 쓰레기가 손을 잡았다.

***

‘나…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것 같지?’

나는 멍한 얼굴로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상태였다. 몸이 약한 할아버지를 만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새로운 손님이 부른다며 또 올라가게 되었다.

‘뭐…아이리스가 불려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나야 어디에 상처가 나든, 어디서 구르든 금방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에 별 타격이 없지만, 아이리스에겐 치명적일 터였다.

‘아이리스 대신 불려간다고 생각하니까 좀 나은데?’

속으로 실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이젠 익숙해진 복도를 지나 처음 보는 문 앞에 서게 되었다.

“이번에는 조금 편할 거다.”

쥐 수인은 어느 순간부터 이런 식으로 팁을 알려주며 친한 척을 하곤 했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평소 잘 안 씻는지 냄새가 나서 친한 척을 해도 거부감이 들었다. 대충 고개를 끄덕인 후 문에 다가갔다. 그러자 쥐 수인이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오늘은 또 어떤 사람이려나? 그리고..뭘하려나?’

마음이 약한 좀비는 내 장기를 보고 기절해버렸고, 몸이 약한 할아버지는 허리를 부여잡으며 퇴장했다.

‘생각해보니까 유쾌한 만남은 없었네.’

항상 끝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걸 떠올리며 안쪽으로 이동했다. 내가 들어왔던 문과 이어진 복도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였다.

복도 창문에 커튼이 쳐져 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고 벽에 걸린 촛대만이 복도를 비춰주었다. 초가 생각보다 밝아서 바닥에 깔린 양탄자 무늬가 선명하게 보였다. 앞으로 나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이쪽입니다.”

“헉…!”

습관적으로 안으로 쭉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자 하녀 복장을 한 여성이 서 있었다.

‘언제 나타난 거지? 닌자나 암살자인가?’

머릿속에 전투 메이드를 망상하다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곤 그녀가 가리킨 장소를 바라보았다. 아까 보지 못했던 문이 있었다.

‘무슨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네.’

얼떨떨한 기분으로 문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하녀가 다가와 문을 열어주었다.

달칵.

“아..”

문을 열자 침이 고이는 냄새가 훅 맡아졌다.

“어서 오세요.”

문 너머엔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과 처음 보는 남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석에 앉은 남자가 안으로 들어오라며 손짓하는 모습에 마른침을 삼키며 안으로 들어갔다.

“편하신데 앉으시면 됩니다.”

그 말에 나는 냉큼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 앞에 앉았다. 남자가 작게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배가 많이 고프셨나 보군요.”

“배는 그다지 고프지 않지만…이렇게 맛있는 걸 눈 앞에 두니 없던 허기도 생기네요!”

내 대답에 남자는 말 없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원하는 만큼 마음껏 드세요.”

“헉, 그래도 되나요?”

“예, 당신을 위해 준비한 식탁이니까요.”

“감사합니다!”

‘좋은 사람인가 보다!’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내 접시에 덜어 식사를 시작했다.

***

‘흐음, 처음 보는 유형이네.’

앙쇼는 식사를 하고있는 리안을 보며 머리를 빠르게 굴리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 노예 생활을 했을 텐데도 저 당당한 태도는 어디서 기인한 거지? 뭣보다…누가 갑자기 맛있는 음식을 준다고 곧바로 받아먹는다고? 얼마나 무식해야 저럴 수 있는 거지?’

앙쇼가 어떤 행동을 해도 리안에겐 티끌의 타격도 줄 수 없기에 보일 수 있는 방만한 태도지만, 앙쇼가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예의를 차릴 수 있는 데다가 동생을 아끼는 무식한 놈이라… 금방 망가뜨릴 수 있겠어.’

앙쇼의 머릿속에 타락한 리안이 제 동생을 모질게 대하다가 끝내 배신하여 죽이는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꿈도 야무졌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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