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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루시와 아론은 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마하렛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언데드 기사들의 습격.

         

       실종되었던 루카스 수석 교수의 사망.

         

       뿔뿔이 흩어진 조원들.

         

       마지막으로… 라이덴 리시트의 죽음까지.

         

       마하렛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들은 두 사람은 뒤통수를 강타하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라이덴이, 죽었다고?”

         

       “……루카스가?”

         

         

       공허하게 뱉어지는 각자의 한 마디.

         

       작은 중얼거림들은 불어오는 가을 바람을 타고 허무하게 바스라졌다.

         

       그 부스러기들은 허공을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다시 그들의 입안으로 돌아와 씹혔다.

         

         

       “마, 말도 안돼… 그럴리가…”

         

       “……”

         

         

       루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마하렛의 말을 부정했고.

         

       아론은 어둡게 침묵했다.

         

       마하렛은 그런 두 사람을 멍한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가장 먼저 정신을 부여잡은 것은 다름 아닌 아론이었다.

         

       몇 번의 심호흡을 거친 그는 얼굴을 거칠게 쓸어내리더니, 이내 동요를 지워냈다.

         

         

       “일단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루카스 수석 교수의 사망은 확실시 되었군요.”

         

         

       긴 시간 동안 함께 했던 동료의 부고를 냉철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가히 프로라고 할만 했다.

         

       아론은 마하렛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사실 확인을 이어갔다.

         

         

       “현재 남은 조원들인 금태양과 바이올렛은 실종… 라이덴은 사망 추정이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네.”

         

       “흐음…”

         

         

       아론은 턱을 매만지며 침음을 흘렸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들이 오가는 중이었다.

         

       아카데미 교수진들 중 교장 다음으로 강한 루카스가 목숨을 잃었다.

         

       그런 상황에서 실종된 3명의 학생.

         

         

       아론은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남은 학생들을 찾으러 갈 것이냐.

         

       아니면 그들을 버리고 안전하게 베이스 캠프로 복귀할 것이냐.

         

       곁에 있는 루시와 마하렛을 생각한다면 후자를 택하는 것이 맞았다.

         

       두 학생을 안전하게 복귀시킨 뒤, 그 뒤에 아카데미의 지원을 받아 수색을 벌이는 것이 훨씬 안전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은 생명과 직결된다.

         

       약간의 엇갈리는 틈만으로도 요구조자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두 학생을 호위 기사들과 함께 돌려보내고, 홀로 수색을 이어간다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그건 위험이 너무 컸다.

         

       루카스가 살해 당한 것을 미루어보아 적은 수준급의 강자.

         

       아론 혼자서 학생들을 구해낸다고 쳐도, 그들을 지켜낼 수 없다면 헛수고였다.

         

       결국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현재 옆에 있는 학생들의 확실한 안전이냐, 아니면 위험에 빠져있는 학생들의 안전이냐…’

         

         

       아론은 두 선택의 무게를 저울질 하다가, 이내 지끈거리는 머리에 한숨을 쉬었다.

         

       그는 결국 당사자들에게 선택권을 넘겨주기로 했다.

         

         

       “저하, 마하렛 학생. 잠시만 집중해주시죠.”

         

         

       아론은 무거운 목소리로 두 사람의 시선을 모았다.

         

       그는 자신에게로 향하는 붉은색과 푸른색 눈동자를 마주하며, 자신이 생각한 바에 대해 설명했다.

         

         

       “……”

         

       “……”

         

         

       루시와 마하렛은 멍하니 아론의 말을 경청했다.

         

       아론은 어딘가 초점이 나가있는 둘을 반응에 ‘제대로 듣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애써 털어냈다.

         

       다행히도 그가 이야기를 마쳤을 때.

         

         

       “다른 분들을, 찾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눈가에 물기가 가득한 마하렛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뒤를 이어 루시 또한 동의를 표했다.

         

         

       “혹시… 라이덴이 살아남았을지도, 모르니까… 주변을 찾아봐야…”

         

         

       아론은 자신들의 뜻을 전해오는 두 소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출발하시죠.”

         

         

       루시와 마하렛은 선택을 했다.

         

       비록 그 선택이 순간의 죄책감이나 순간의 희망으로 인해 내몰리 듯이 내린 결정이라 할지라도.

         

       아론의 그들의 뜻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휘이이익!

         

       크게 휘파람을 불며 저만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말들을 호출하는 아론.

         

       그는 대강의 수색 경로를 설명해주며 달려오는 말들의 고삐를 잡았다.

         

       그 순간.

         

         

       “일단 협곡을 따라 이동하겠습니다. 그 후에 강 하류를 타고 내려가……”

         

         

       -콰아아앙!!

         

       숲 전체를 뒤흔드는 메아리가 울려퍼졌다.

         

       세 사람은 화들짝 놀라며 그것이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시선이 닿은 곳은 무탄강의 하류에 위치한 숲의 끝자락이었다.

         

         

       -쾅! 쾅! 쾅!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연이어 지속되는 굉음.

         

       무언가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듯한 소음이었다.

         

         

       “……아무래도 루트를 수정해야 할 것 같군요.”

         

         

       아론은 홀로 중얼거리며 안장에 올라탔다.

         

         

         

       ***

         

         

       -쾅, 끼기긱…! 텅!!

         

       서로 맞대어진 채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던 검을 거칠게 밀어낸다.

         

       격한 움직임 때문인지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고 스탭이 한 박자 꼬였다.

         

       그 순간, 두 갈래의 검격이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타며 쇄도해왔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후방에서는 몇 발의 화살이 사각을 날아오는 중이었다.

         

         

       -쐐애애액!!

         

       빠져나간 틈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어쩔 수 없이 아껴놓고 있었던 블링크의 스톡 하나를 소모했다.

         

         

       “블링크(Blink).”

         

         

       -파직!

         

       시야가 점멸함과 동시에 내가 서있던 자리 위로 화살들이 후두둑 박혔다.

         

       시발, 무슨 산탄총이냐고.

         

       어떻게 한 번 시위를 당길 때마다 일곱 발 씩 나가는 건데.

         

         

       활잡이의 신들린 솜씨에 침음을 흘리고 있으면.

         

       등 뒤에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초감각을 통해 그것이 검격이 떨어지는 소음이라는 것을 알아챈 나는 재빨리 앞으로 몸을 굴렸다.

         

         

       -콰아앙!!!

         

       목표를 놓친 대검이 지면에 바닥에 박히며 멀쩡하던 지면을 부숴버렸다.

         

         

       “이런 미친…!”

         

         

       아무리 ‘강철의 육체’로 보정을 받는 중이라고는 해도 저건 맞는 순간 골로 간다.

         

       나는 대검사와 거리를 벌리며 피가래를 뱉어냈다.

         

         

       “카악, 퉤…”

         

         

       이 새끼들 갑자기 분위기가 변했다.

         

       정확히는 내가 일곱 번째 녀석을 베어넘긴 시점부터.

         

       나를 위험 인물로 인식하기 시작한 모양인지 진지하게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덕분에 죽을 맛이네…’

         

         

       나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참격들을 차례로 흘려내며 혀를 찼다.

         

       깔끔하게 정돈된 대형.

         

       굳건한 수비들 사이로 날카롭게 파고드는 공격들.

         

       직후로 이어지는 묵직한 연계까지.

         

       역시 쉽지 않은 상대였다.

         

         

       ‘녀석들이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최대한 많이 처리해 놓았어야 했는데…’

         

         

       나는 찰나의 후회를 씹으며 스탭의 속도를 올렸다.

         

       발이 지면을 박찰 때마다 파공성이 울리며 몸이 가속을 거듭했다.

         

       검은 바람이 되어 대기를 가르고, 푸른 오라는 잔상이 되어 흩날렸다.

         

       나는 기세를 폭발시키며 정면에서 달려드는 두 기사를 향해 비탄을 휘둘렀다.

         

         

       -챙…!!

         

       검과 검이 닿고 굉음이 울린다.

         

       금속들이 맞닿은 면에서 불꽃이 튀어오른다.

         

       강렬한 파열음으로 마비가 온 귀에서는 삐이 하는 이명음만이 일렁인다.

         

         

       “저리 꺼져!!”

         

         

       나는 귀찮게 달라붙는 녀석들의 공격을 강하게 쳐냈다.

         

       그리고는 한 놈만을 집요하게 몰아붙이며 압박했다.

         

       점점 상대의 자세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내가 흐름을 가져가고 있자, 뒤쳐져 있던 기사들이 난전에 가세했다.

         

         

       -털컥, 털컥…!

         

       등 뒤에서 들려오는 대검사의 발소리.

         

       곧 살벌한 참격이 강타해올 것 같다는 직감이 등골을 훑었다.

         

       나는 검은 맞대고 있던 기사의 갑주를 낚아채고는 녀석을 넘어뜨렸다.

         

       직후 옆으로 몸을 던졌다.

         

         

       -콰아아아앙!!!

         

       내가 넘어뜨린 기사의 머리 위로 대검이 떨어졌다.

         

       순식간에 곤죽 덩어리가 되어버린 언데드.

         

       튀어오른 시체 조각들이 후두둑 떨어지며 발치에 닿았다.

         

       나는 가쁜 숨과 함께 미간을 굽혔다.

         

         

       ‘……저건 진짜 맞으면 안 된다.’

         

         

       나는 다시금 도약하며 시체들과 공방을 이어갔다.

         

         

       -카득, 크그극…! 챙, 텅!!

         

       단풍이 나풀거리는 붉은 배경 속.

         

       단정한 검로는 폭풍이 되어 날리고, 흩날리는 꽃잎은 적들을 베어낸다.

         

       하늘로 촘촘히 떠오르는 검푸른 실선들.

         

       새파란 참격은 이미 한 번 죽음을 맞이했던 것들에게, 다시 한 번 죽음을 내린다.

         

         

       “흐읍…!”

         

         

       나는 무리해서 치고 들어오는 대검사의 허벅지에 로우킥을 꽂아넣었다.

         

       채찍처럼 휘둘러진 다리가 작렬하자, 녀석의 갑옷이 움푹 패이면서 뼈들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검사는 균형을 잡지 못하며 무너졌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비탄은 녀석의 머리를 그대로 절단했다.

         

         

       -서걱!

         

       외마디 절단음과 함께 쓰러지는 거대한 몸통.

         

       그것은 뒤에 자리하고 있던 다른 기사들를 깔아뭉개며 바닥에 엎어졌다.

         

       나는 육중한 고깃덩어리에 눌려 버둥거리는 기사들의 가슴팍에 검을 꽂아넣었다.

         

         

       “하아… 하아…”

         

         

       숨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아무리 ‘강철의 육체’ 효과가 있다고 할지라도 지친 몸을 너무 무리해서 움직인 모양이었다.

         

       당장이라도 제자리에서 드러눕고 싶었지만, 아직 내 앞에는 3마리의 적이 남아있었다.

         

         

       “쯧…”

         

         

       나는 혀를 차며 침을 뱉었다.

         

       검붉은 핏물 사이로 부러진 이빨 조각이 섞여있었다.

         

         

       “존나… 존나 힘들다…”

         

         

       괜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흔들리는 시야를 다잡았다.

         

       시야로는 진절머리가 나는 시체 새끼들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뭘 봐.”

         

       “……”

         

       “그래, 내 팔자겠지… 조금 평화롭다 싶으면 이딴 일이나 일어나고 말이야.”

         

         

       나는 깊게 심호흡 했다.

         

       얼핏 확인한 상태창이 말해준 초감각의 남은 지속 시간은 이제 2분 정도.

         

       결착을 내야 하는 시점이었다.

         

         

       “……끝내자, 빨리.”

         

         

       힘 없는 목소리로 검끝을 치켜세웠다.

         

       그것이 겨누는 방향은 대장격의 기사가 서있는 쪽.

         

         

       “너희를 지옥으로 돌려보내주마.”

         

         

       나는 그리 고하며.

         

         

       “블링크(Blink)×4.”

         

         

       영창을 읊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02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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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epressed Kendo Player Possesses a Bastard Aristocrat

A Depressed Kendo Player Possesses a Bastard Aristocrat

A Depressed Kendo Player Possessed by a Bastard Aristocrat DKPBA 망나니 귀족에 빙의한 우울증 검도 선수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Don’t worry, Mom.

This time I will be truly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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