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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60. 검은 송곳니 VS 제국(7)

       

       

       ……그러니까.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 걸까.

       

       ““부탁드립니다!””

       

       나는 내 앞에 무릎꿇은 채 그리 소리치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자연스레 두통이 밀려온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리라.

       

       백 명은 훌쩍 넘어보이는 사람들이, 단체로 내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며 입단신청을 하는 상황.

       

       이런 괴상한 경험을 해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심지어 이건 번지수까지 잘못 찾은 입단신청이었다. 검은 송곳니에 들어가려면 그쪽 단장을 찾아가야지. 

       

       대체 나한테 왜 이런단 말인가.

       

       어처구니없는 것도 정도라는 게 있었다.

       

       “저는, 검은 송곳니의 단장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나는 다시금 그리 선언했다.

       이런 괴상한 해명도 오늘로 벌써 두 번째다.

       

       하지만….

       

       “단장님…….”

       

       사람들은 도저히 내 말을 믿어주는 것 같지가 않았다. 저 끈기를 봐서는 포기할 것 같지도 않고.

       

       내가 아무리 사실을 이야기해도, 저쪽은 괴상한 오해를 하면서 ‘제발 한 번만 더 생각해 주십시오.’라는 눈빛을 보낼 뿐이다.

       

       기분 탓인가. 요즘따라 괴상한 일들만 연달아 터지는 것 같다.

       

       갑자기 누가 뜬금없이 기부를 하질 않나, 제국은 스스로 헛다리를 짚고 자폭하질 않나, 그리고 저 사람들은….

       

       “저희 실력으로는 민폐만 끼칠 거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지금 이 상황을 두고 볼 수만은 없으니까. 그러니 부디….”

       

       나에게 검은 송곳니에 가입시켜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검은 송곳니 단장은 커녕 거기 말단이랑도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나한테.

       

       이것이 양치기 소년의 비애인가.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저 사람들은 도저히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여태까지 함부로 검은 송곳니의 이름을 사칭한 죗값을 치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리 이야기했다.

       

       사실 마음 같아선 당장 구호소 침대로 달려가서 좀 느긋하게 대책을 강구하고 싶은데.

       

       ‘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거냐고.’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아까 무릎만 꿇고 있던 사람들은, 이젠 아예 코가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절을 하고 있었다.

       

       아마 숨을 쉬면 코에 공기 대신 모래가 들어가리라.

       

       저 기세를 봐서는 분명 내가 떠나도 한참 동안 저러고 있을 텐데. 

       

       내 대답 하나 기다리느라 저런 짓거리를 하는 사람들을 몇 시간이나 방치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저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내가 검은 송곳니가 아니라는 걸 해명하는 방법은…….’

       

       안 먹힐 거다.

       아니, 사실 먹힌다고 해도 그다지 좋은 선택지라고 할 수는 없었다.

       

       당장이라도 혁명을 위해 제 몸을 불사지를 기세.

       

       아마 내가 저 사람들을 두고 떠났다간, 자기 혼자서 위험하게 혁명활동을 하겠지.

       

       그런데 지금은 하필이면 제국이 대대적으로 검은 송곳니에 수배령을 내리기 직전이다.

       

       검은 송곳니 수색에 가장 제국이 열성적일 타이밍.

       저 사람들이 잡혀죽을 확률은 무척이나 높았다.

       

       ‘그런 일은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지.’

       

       결국 지금 내 머리에 떠오르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솔직히 이게 좋은 계획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저 사람들을 제국의 손에 죽게 하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그렇기에 나는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분명 힘든 길이 될 겁니다.”

       

       진지한 목소리로 꺼낸 말. 사람들은 심각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킨다.

       

       “정말로 각오가 되어 있으신 겁니까?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내가 대놓고 위험성을 강조했는데도, 포기하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각자가 각자의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각오를 다질 뿐이었다.

       

       누군가는 내게 받은 은혜를 갚을 거라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자식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당신들의 의지를 존중하겠습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요사이 같이 지내면서 안면도 좀 튼 사람들인데. 

       

       지인을 괜히 검은 송곳니 같은 위험하고 수상한 단체에 가입시키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거짓말을 하는 게 좀 양심에 찔리긴 하지만.

       

       거짓말을 해서라도 저 사람들을 안전한 장소로 옮겨둘 수만 있다면 그쪽이 훨씬 낫다.

       

       “지금은 힘을 비축할 때입니다. 언젠가 찾아올 ‘그날’을 위해서.”

       

       그렇기에 나는 되는 대로 헛소리를 떠들었다.

       

       ‘언젠가 찾아올 그날’이라든지, 힘을 비축한다든지, 지금은 때가 아니라든지.

       

       전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내뱉은 개소리일 뿐이다.

       

       “각오가 된 사람은, 이 아이를 따라가 주세요. 길을 안내해줄 겁니다.”

       

       나는 그런 말을 하며 리엔을 가르켰다. 

       

       리엔이 눈에 띄게 당황하지만 나는 빠르게 리엔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너희 아버지한테 데려가줘. 내가 뭘 하려는 건지는 이해했지?”

       

       제국의 눈을 피하기 제일 좋은 장소, 라고 한다면 이미 정해져 있다.

       

       전에도 제국에게 밉보인 자칭 예언가 부족을 피신시켰던 곳이다.

       

       거기서 대충 자기들끼리 체력단련이라도 하며 제국의 공개적인 수색이 끝날 때까지 시간을 보내게 하자.

       

       “……응! 완전히 이해했어.”

       

       리엔은 잠시 혼란스러워하다가, 이내 해맑은 목소리로 그리 이야기했다.

       

       다행히 내 의도를 알아차린 모양.

       

       인원수가 많은지라 전처럼 전이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었기에. 리엔은 사람들을 이끌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급조한 것 치고는 나름 괜찮은 대책이었다고, 나는 떠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뭔가 제사장 아저씨한테 복잡한 일을 떠넘긴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한데.’

       

       뭐, 어차피 그분도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게나, 모두 자네의 편이 되어줄 테니까.

       

       지금이 바로 도움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사양하지 말고 마음껏 부탁하도록 하자.

       

       *****

       

       제사장은 멍하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군대로 보이는 이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 제국이 찾아오기라도 했나 경계했던 상황.

       

       거기에 나타난 건 오랜만에 본 딸과… 그녀가 데려온 수백 명은 넘어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리엔은 삐질삐질 식은땀을 흘리며 허둥지둥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제사장은 듣지 않아도 뒤에 올 말을 알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무척이나 명백했으니까.

       

       “그 아이가 보낸 거로군, 맞지?”

       

       제사장의 말에 리엔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사장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어루만지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결국 그날이 온 거로구나.”

       

       “……전부 알고 있었던 거야?”

       

       리엔이 아까보다 더 당황한 표정으로 그리 이야기했다.

       

       그것이 여태까지의 추측에 못을 박았다.

       

       ‘역시 그놈이 검은 송곳니의 단장이었던 거였군.’

       

       사실 십중팔구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번에 아무리 점을 쳐도 그놈의 운명을 엿보지 못했을 때, 그저 자신의 실력이 녹슨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후로 제사장은 한 번도 실수를 해 본 적이 없다.

       

       거기에 그때 보았던 그 비정상적인 정신력.

       

       검은 송곳니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제사장이 그 비범한 소년을 떠올린 건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에 그 지도에 대한 것까지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놈이 검은 송곳니 단장이 아니면 그게 더 이상하지.’

       

       그 괴상할 정도로 정교한 지도.

       

       다른 나라를 따질 것도 없이, 아마 제국도 자기 영토를 그렇게 세세하게 기록한 자료는 보유하고 있지 않으리라.

       

       그리고 이런 지도의 제작목적은 하나밖에 없다.

       

       지도란 건 하나의 군사병기였으니까.

       

       그런 지도를 손수 제작한 사람이, 저렇게 대규모로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시작했다는 것의 의미 정도야 간단하게 눈치챌 수 있었다.

       

       혁명을 준비하는 것이다.

       

       분명 위험하기 그지없는 행위.

       

       하지만….

       

       “따라오거라.”

       

       제사장은 망설임 없이 그리 이야기했다.

       

       각오라면, 이미 부족원 모두가 하고 있었다.

       그 지도를 받았을 때부터 소년이 계획하는 일은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모두가 협의해 정했다. 만약 소년이 추후 협력을 요청한다면, 어떤 대답을 보낼지를.

       

       토의 끝에 나온 결론은 그 소년에게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저 제국에게 이용당하지 않도록 숨어 사는 것만으로도 만족했거늘, 놈들은 기어코 마을을 불태우고 가족과 친구를 앗아갔다.

       

       그들이 살아있는 한, 제국은 절대 그들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타협의 여지를 주지 않은 것은 제국이다.

       

       ‘앞으로 좀 바빠지겠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제사장은 수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발걸음을 옮겼다.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았다.

       

       *****

       

       그렇게 검은 송곳니는 비밀리에 혁명을 위한 군대를 양성하게 되었다.

       

       어찌나 비밀스럽게 작업이 진행되었는지,

       그걸 지시한 본인조차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보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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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How did you create a dark organization? 어쩌다 흑막 조직 만들어버림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game spoilers turned out to be fake. The characters I gathered thinking they were heroes are actually all villains. In other words,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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