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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생각하자.

       

       한유리의 신병을 확보한 것은 일성인 것이 기정사실. 그렇다면 그들은 한유리를 어떤 방법으로 섬 바깥으로 옮기려 할까?

       

       ‘항공? 선박? 그것도 아니면.’

       

       희귀 능력인 ‘텔레포터’를 고용하는 방법도 있겠지. 확실한 건 송수아의 능력으로도 일성의 음모를 막기 힘들다는 것.

       

       ‘계획적인 음모야. 애당초 게이트를 빈 껍데기로 구현하는 것도 통신을 마비시킨 것도 모두 놈들이 준비한 수다.’

       

       예상컨대 종말급 게이트로 시선을 끈 뒤, 아카데미에 혼란을 야기하고 그 사이에 한유리를 빼내려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텔레포터는 없다. 만약 안전하고 빠르게 한유리를 옮길 수 있었다면 이런 거추장스러운 절차를 밟을 필요도 없었으니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나는 주변을 슬쩍 살펴보았다.

       

       어느덧 하늘에 가득한 먹구름 덕분에 어두워진 도시다. 문득 의식하고 나면, 이 도시 안에 참 많은 ‘일성’의 마수가 뻗어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교통, 의료, 문화, 주거, IT, 통신…… 끝도 없을 만큼 모든 것들이 일성에 연계되어 있다.

       

       ‘……아.’

       

       학생회장 한유리의 실종. 동시에 터진 수많은 게이트. 무언가를 경고하기 위해서 수차례 도착했던 한유리의 부재중 전화.

       

       “……알았다.”

       “응? 뭐를? 유리가 있는 곳을 알아낸 거야?!”

       “사실인가? <현상거절>… 이 괴물 같은 놈!”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나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말끔한 스마트폰 액정에 걸린 홈 화면을 지나, 손가락이 향한 곳은 연락처 어플이다.

       

       “지금 한유리를 찾을 방법은 이것 뿐이야.”

       

       꾹.

       

       누군가의 연락처를 누른 나는 이어서 통화를 걸었다. 

       

       [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이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

       

       하지만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지독히 단조롭다. 아직 마비된 통신이 복구되지 않은 것이다.

       

       “신속아.”

       “음? 말 해라.”

       “어디 좀 가자.”

       “……지금 말이냐?”

       “그래, 지금.”

       

       하지만 괜찮았다. 우리에겐 신성교단의 간부가 있지 않나.

       

       <신속> 최영웅. 이놈 덕을 볼 때가 왔다.

       

       ‘안젤리카를 찾아, 그녀의 능력을 이용한다.’

       

       <히사있>에 등장하는 랭커 중, 나름 비중이 높은 <성녀>의 능력을 활용하는 거다.

       

       성녀 안젤리카, 이름 모를 신의 축복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그녀는 ‘신성력’이라는 미지의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특히 이 신성력이라는 물질이 아주 골때리는 녀석인데, 이 신성력을 사용하는 자는 서로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러니까…….

       

       한유리에게 깃든 그 신성력의 흔적을 이용하는 거다. 그걸로 한유리를 찾아,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거지.

       

       한유리는 아직 섬을 나가지 않았다. 히어로 아카데미의 심처에 구금되어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이다. 그것이 행동의 근거다.

       

       * * *

       

       촤아아악-!

       

       빛의 검이 몬스터를 양단한다. 곧장 뜨거운 피가 검수에게 후두둑 튀었으나, 놀랍게도 무형의 방어막에 막힌 것처럼 허공에서 주르륵 흘러내렸다.

       

       “빛에서 구원을 얻으리라!”

       

       촤악! 후우웅!

       

       “오, 오오오…….”

       “저희를 구원해주소서!”

       

       신성교단, 아카데미 지부는 때아닌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히어로 아카데미에는 초능력을 각성한 히어로가 많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하지만 자연히 능력을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 역시 그들과 뒤섞여 살아가는데, 뜻밖의 ‘게이트’란 재앙은 그들을 이곳으로 인도한 것이다.

       

       “아름다워…….”

       

       그들이 본 <성녀> 안젤리카는 더 없이 용맹하였으며, 아름답고, 냉철한 신의 무자비한 분노였다.

       

       묘하게 금색 빛이 감도는 한쌍의 날개.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성검 : 엑스칼리버>라는 별명이 붙여진 그녀가 휘두르는 신성력의 검은 몬스터를 도륙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 앞으로! 앞으로 더 가요! 뒤에 몬스터가 드글거린다고!”

       “밀지마! 이러다 압사 사고 터지겠어!”

       “으아아! 살려! 살려줘!”

       

       도심 한복판에 세워진 신전에서 멀어질 수록 <성녀>의 영광은 희미해졌다.

       

       물론 ‘신성교단’ 소속의 히어로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애당초 신전으로 몰려든 사람의 숫자가 수백, 수천에 달한 덕분이다.

       

       “……으음.”

       

       어려운 상황에 <성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몬스터가 많다. 그것도 엄청나게. 하나, 둘 쯤이야 게임 속 잡몹을 잡아 죽이는 것처럼 아주 간단한 일이었지만, 그것을 무한히 반복하니 점차 그녀의 보호에도 틈이 발생하고 있었다.

       

       스르륵.

       

       찬란한 신성의 날개를 펼친 안젤리카는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 아름다운 낙하에 마치 천사의 강림처럼 사람들의 눈이 황홀하게 물들어 가던 때.

       

       “……성녀께서.”

       “기도하신다.”

       “오! 주여.”

       “…….”

       

       지상에 안착한 안젤리카는 천천히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기도했다. 힘 없고 나약한 일반인의 구원을 꾀하는 숭고한 존재처럼, 그녀의 행동에 수많은 사람들이 감명 받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개새끼들.’

       

       그 신성한 성녀는 마음 속으로 깜찍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끝도 없이 밀려오는 군요? 뒤질려고.’

       

       히어로 아카데미에 사는, 그 세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에게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을 투표하면 저마다 다른 랭커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그만큼 안젤리카의 위장은 완벽한 까닭이다. 그 누가 이 아름다운 성녀에게 ‘개백수겜창폐인’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인가?

       

       물론, 그런 속마음이 있다고 한들 안젤리카의 헐벗은 사람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화아아아악!

       

       안젤리카가 기도를 시작하고 고작 1분 정도가 지났을까?

       

       신전 주변의 시민들은 별안간 따스한 바람이 부는 걸 깨달았다. 놀랍게도 그 바람은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 <성녀> 안젤리카가 선 곳이 시작이었다.

       

       “온몸에…… 활력이 돈다.”

       “하, 하지만 이래선 몬스터도 기세가 올라가는 거 아닌가?!”

       

       퍼억! 퍽! 퍼석!

       

       “몬스터가 죽는다!”

       “여, 역시 안젤리카 님이셔!”

       “안젤리카 님이 보고계신다. 우리는 죽지 않는다고!”

       

       수많은 인파의 함성이 거대하게 울렸다. 안젤리카가 기도를 시작하니, 별안간 시민들을 노리던 몬스터의 머리가 톡톡톡 터져나간 것이다.

       

       “……응?”

       

       하지만, 안젤리카는 그 기현상에 고운 아미를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게 웬 걸?

       

       방금 그녀가 시도한 성법술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다. 헌데 왜 몬스터의 머리가 사과처럼 터지는 건가.

       

       “아?”

       

       안젤리카는 곧이어 그 원인을 알아낼 수 있었다.

       

       수많은 인파 사이, 저명한 히어로 세계의 ‘랭커’가 둘이나 나타난 것이다. 거기에 더해 그 랭커 둘 앞에 선 사람은 그녀도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다. <현상거절> 임혜성. 모종의 사연으로 꽤나 깊은 인연을 맺은 남자.

       

       그다. 그의 기묘한 힘이 주변의 몬스터를 일소한 것이다.

       

       그런데.

       

       “……<신속>? 저 새끼, 아니. 저분이 어딜 갔나 싶었는데.”

       

       왜 저기에 있는 건가. 진짜 필요할 때는 없고, 필요 없을 때는 튀어나오는 사람이다.

       

       “최영웅 님. 신앙의 길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은 겁니까?”

       “아, 아니! 그건 아니다. 그저 사정이 있어 잠시 동행한 것 뿐이다.”

       “……그렇습니까?”

       

       사실 최영웅에겐 관심도 없었다. 안젤리카는 시선을 돌려 선두에 선 <현상거절> 임혜성을 바라보았다.

       

       푸흐흐.

       

       그러고 있으니 왜인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평생 신실한 신앙의 길을 걷던 안젤리카에겐 헤픈 웃음은 독이었다.

       

       당장 ‘성녀’라는 직함도 있는 그녀니 말이다.

       

       “……엥?”

       “방금, 성녀께서 아주 기분 나쁘게 웃으신 것 같은데.”

       “큼, 큼큼.”

       

       목을 가다듬은 안젤리카는 서둘러 웃음을 거두었다.

       

       그녀가 난데 없이 웃음을 터뜨린 이유? 아주 간단하다. 그녀의 앞에 나타난 저 기이한 남자가, 바로 오늘 그녀에게 중요한 부탁을 건넬 것이라는 ‘예지’를 알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사망자가 그가 아니란 것은, 분명 축복스러운 일입니다!’

       

       천상의 존재께서는 그녀에게 경고했다. 승천전 도중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그리고 안젤리카는 사망자가 본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고했고.

       

       아무튼.

       

       이 모든 것들이 천상의 축복 덕분이라 여기는 그녀였다. 함께 컴퓨터 앞에 앉으면 묘하게 그녀를 무시하는 기분이 들었는데, 이제 입장이 뒤바뀌는 순간이 오니 무언가 즐거울 수밖에.

       

       “어서오십시오, 모험자 여러분.”

       “……?”

       “여독에 지쳤을 터. 제가 도울 것이 있습니까?”

       “……<성녀>, 쟤 왜 저래?”

       

       최영웅의 말을 가볍게 씹은 안젤리카는 빙긋, 자애로이 만개한 웃음으로 인사했다.

       

       자신이 활약할 순간이 온 것을 여실히 느끼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 빨리 왔습니다.

    내일은 수요일이네요. 조금만 버티면 주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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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Hiding My Power at Hero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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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Author:
Hero. Everyone admires them as they wield supernatural powers that defy the laws of physics. The ability I possess is to 'reject' those p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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