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공작이 탄을 쐈지만, 그를 맞추지는 못했다.
당황한 탓에, 조준이 엇나갔다.
-퍽!
마차의 벽을 뚫고 지나가며, 파편이 튀었다.
“?!”
하지만, 단검을 던지려던 암살자의 행동이 멎었다.
총소리에 당황한 듯 보였다.
공작과 암살자의 눈이 잠시 마주쳤다.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간간이 비명도 들려오는 상황에서.
총을 든 공작과, 단검을 쥔 암살자는 그대로 멈춰 있었다.
“씨이발…”
둘 사이의 침묵을 깬 것은 암살자.
마차의 깨진 창문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공작도 정신을 차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
-타앙!
“!”
습격자들을 상대하던 호위들 중 한명이, 총성을 듣고는 마차를 바라봤다.
“…젠장!”
마차를 지키던 호위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습격자는 마차의 창문을 비집고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그는 앞에 있던 습격자를 발로 차 눕힌 뒤, 마차로 도약했다.
-탕!
빠르게 다가가 습격자를 발로 차려 했을 때, 두 번째 총성이 들려왔다.
-퍽!
생각보다 저항 없이 허물어지는 습격자.
“괜찮으십…”
호위는 그를 치운 뒤, 마차 내부를 살펴봤다.
공작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하지만 그에게 보인 것은, 자신에게 겨누어진 무기였다.
“으앗…!”
순간의 본능으로, 그는 몸을 숙였다.
-타앙!
세 번째 총성이 울렸다.
그도 들어본 적은 있었다.
화기란 것에 대해.
다만, 민간에는 풀리지 않았기에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이었다.
그 자신 조차도 화기를 직접 볼 일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화기에 겨눠질 거라고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뒤늦게 마차에 몸을 들이밀고 있던 습격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얼굴 한 가운데에 구멍이 나 있었고, 그 구멍으로…
“씨이…발…”
호위는 몸을 작게 떨며 중얼거렸다.
죽어있는 습격자와 몸을 숙이지 않았을 경우의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아, 괜찮은가?”
잠시 멍때리고 있던 정신은, 공작의 말을 들으며 되돌아왔다.
“…괜찮습니다!”
“미안하…”
-탕!
사과하던 공작이 방아쇠를 당겼다.
“!”
-풀썩.
그의 뒤에서, 누군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방금 위험했네. 자네를 죽일 뻔했지만, 목숨을 구하기도 했으니. 이 정도면 비긴 거 아니겠나.”
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이…발…’
다시금 울린 총성에 놀란 호위였지만, 이번에는 욕을 참았다.
고용주 앞에서 욕을 할 정도로 미숙하진 않았다.
그는 다시 무기를 쥐며, 습격자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마차에서 멀어지지 마라! 최우선 호위 상대는 공작님이시다!”
시간이 흐르며, 실패했다고 판단한 습격자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호위들은 주변을 살피며 경계.
습격자들 중 생존자가 있나 확인했다.
“무장을 해제하고 묶어둬라. 배후가 누구인지 확인 해야 하니.”
“예.”
공작의 호신용 무기에 허무하게 죽을 뻔했던 호위가 부하들에게 말한 뒤, 공작에게 향했다.
자신에게 총을 쏘려 했던 공작에게 제정신이냐고 묻는 대신.
“…괜찮으십니까.”
다른 말을 꺼냈다.
공작이 위험에 처하게 한 것은 명백히 호위들의 잘못이다.
이에 공작이 문제 삼는다고 해도 그들이 할 말은 없었다.
“문제없네. 자네야말로…”
다행히 공작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상태를 묻는 공작.
그는 그에 대한 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희의 잘못으로…”
“아닐세. 호위들의 피해는 어떻지.”
“두 명 경상. 한 명 중상. 다른 두 명은…”
마차를 지키던 호위가 당했다.
마부 또한 어느샌가 미간에 화살이 꽂혀 있었다.
“…돌아가지. 사상자들을 수습하고 죽은 이의 가족들에게는…”
“…예. 마차는 제가 몰겠습니다.”
“그래 주겠나. 그리고… 아닐세.”
사상자들을 수습한 뒤, 공작과 일행들은 영지로 복귀.
이후 습격자들을 심문하며 여러 정보를 얻었다.
한편, 이 습격에 대한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가뜩이나 마신교단으로 인해 상황도 좋지 않은데, 공작님을 습격하기까지. 말세입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니 다행입니다.”
“공작님의 호위라면, 실력 또한 출중 할 텐데. 그들을 뚫고 공작에게…”
“허어…참.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군요.”
“하지만, 공작님께서 가지고 계시던 호신용 무기 덕분에…”
뿐만 아니라, 공작이 호신용으로 사용한 무기에 대해서도 퍼져나갔다.
“그 무기는 무엇입니까?”
“군부에 도입되고 있는 신무기들과 비슷하다고 들은 것 같소만…”
“허어. 품에 숨길 수 있을 만큼 작다고는 들었는데…”
“흠. 상황이 상황인지라, 관심이 가는군요…”
“…그래서, 그 무기는 어디서 구할 수 있소?”
귀족들은, 호신용 무기에 주목하고 있었다.
한편, 공작은 호위를 불렀다.
정확히는, 총을 맞을 뻔했던 호위를 불렀다.
“그래.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 같군.”
“그렇… 습니다.”
“만나는 이마다 다 그 이야기야. 몸은 괜찮은지, 호위들을 더욱 충원해야 하는 것 아닌지.”
“…”
공작은 그에게 말하며, 작은 호신용 무기를 만지작거렸다.
호위의 무장에 비하면 앙증맞지만, 위력과 속도는 무시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는 하지 않을 걸세. 다만, 다른 이들에게도 입조심 하라고 일러두게.”
“…예.”
“특히, 소문이 더욱 퍼지는 건 원하지 않네.”
호위는 조용히 공작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했다.
이미 퍼진 소문이다.
더 퍼지는 건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공작이 호위의 인중에 구멍을 뚫을 뻔했다는 것에 대한 소문은, 아직 퍼지지 않았다.
그는 굳이 이 일을 떠벌리고 다니지 않았고, 급박한 상황이었기에 그들을 제외하고는 이 일을 아는 이들은 없었다.
“호위들에게도 잘 전해주게.”
“알겠습니다.”
공작이 그를 부른 이유.
그리고,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둘만 알고 있는 일을 떠벌리고 달리지 말라는 경고였다.
“이만 가 봐도 좋네.”
“그럼…”
“…참. 이건 감사의 표시네.”
집무실을 벗어나려던 그에게, 공작이 말을 걸며 시중에게 신호를 보냈다.
시중은 작은 주머니를 그에게 건넸다.
“그때, 위험에 처한 나를 도와주러 오지 않았었나.”
“…감사히 받겠습니다.”
집무실을 나선 뒤, 그는 주머니를 열었다.
1년 치의 봉급이 안에 들어있었다.
근질거리던 입을 억누른 성과가 있었다.
‘잘 참았다…’
돌아가는 호위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
이전부터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한 제국민들의 식량을 수급하기 위해, 제국은 여러 시도를 했다.
경작지를 늘리거나, 다른 왕국들과 거래하는 (제국은 합당한 거래라고 생각한다.) 방식으로.
또는, 토양을 비옥하게 할 방법을 찾기도 했다.
이전부터 사용되던 거름들을, 훨씬 효율적으로 만드는 비료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제국의 변해가는 산업의 흐름.
이전보다 훨씬 대량으로, 효율적으로 바뀌는 산업계에서.
일부 괴짜들은 비료 시장에 주목했다.
대다수의 농민은 그들이 직접 제조한, 요컨대 가축들 혹은 그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비료를 활용해 농사를 짓는다.
하지만 이는 문제가 있다.
기생충이라거나, 혹은 그 외의 위생적이지 않은 문제들 말이다.
그들은 이 점에 주목.
위생적이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전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 수 있는 비료.
연금술사들과 협력하여 이 미개척 시장에 뛰어드는 괴짜들이 있었다.
“하하.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어언 일로…”
“아하하… 너무 그러진…”
“이렇게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게 궁금해서 찾아오신 거죠?”
“비료의 성분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하하. 그거라면…”
그리고, 브라운은 비료 공장을 찾아갔다.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수확량을 더욱 늘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이들과 만나기 위해.
그리고, 그 방법 중에는 화약과 교집합 되어 있는 기술 또한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수도는 많은 인구가 몰려 있지요. 그 말은, 필연적으로 많은 인분 또한 생길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저희는 이 점에 주목, 인분을 활용하여 약간의 처리만 거친다면 위생과 기생충들에서도 안전한…”
“음. 으음.”
설명하는 연금술사와,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공장주인.
“그렇군요…”
안타깝게도 브라운이 찾고 있는, 공기에서 화약의 재료들을 수확하는 방식과는 좀 멀어 보였다.
‘그래도… 으음…’
설명하는 그들의 뒤로, 산처럼 쌓여있는 갈색의 것들.
브라운은 저기서도 화약의 재료들을 뽑아낸다는 카렌의 말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우욱, 실례.”
일단은 후보지에 넣지만, 냄새 때문에 더 버틸 수 없었다.
“아직 더 설명하지 않은 게 있습니다! 브라운 씨!”
“제가 급한 일이 생겨서… 시간 여유가 생길 때 다시 오겠습니다!”
비료 공장에서 벗어난 뒤, 크게 숨을 몰아쉬고 옷을 털며 냄새를 빼내는 브라운.
“다음 곳으로 가실 건가요?”
“예. 위치가…”
그의 호위, 아르윈의 질문에 브라운은 지도를 확인했다.
“거리가…멀긴 하네요.”
비료 공장들은 각기 멀리 떨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수도에 있는 공장들도 외각에 위치.
빠르게 돌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동물들의 변을…”
“똥오줌은 다시 식물들의 비료가 되어 인간이 살아가는데… 이것이 순환…”
시간이 흐르지만, 질소 합성법과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비료공장, 혹은 연구자들을 찾기란 어려웠다.
“리볼버가 귀족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모양이에요.”
“아, 저도 들은 적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작이 리볼버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는 말이 들려오기도 했다.
“그나저나, 냄새가 제 몸에 배는 것 같아요…”
“죄송해요.”
“으아, 아뇨아뇨. 뭐라고 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그래도 조금만 더 찾으면 되니까…”
아르윈과 대화를 나누며, 브라운은 남은 비료공장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역시 똥이죠.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하하….”
이윽고 간 곳들도, 다른 비료 공장들과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기대감은 점차 줄었고, 마지막으로 찾아간 비료공장.
“에, 똥이요? 더럽잖아요…”
브라운의 질문에 질색하는 연금술사.
“하하…”
브라운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웃었다.
아무래도, 찾은 것 같았다.
오늘도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