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9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 이상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데.

        

       지금부터라도 검술을 배우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사실 지금부터 배운다고 해도 내가 어느정도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지 알 수도 없고.

        

       ……아니, ‘경지’라고 할만한 부분에 이를 수 있기는 할까?

        

       특정 유파의 검법 말고도, 제국에는 군용 검법도 있긴 했다. 슬슬 전장에서 총기가 검보다 더 많이 쓰이기 시작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검을 들고 날뛰는 괴물 같은 실력자들은 얼마든지 있었고, 문자 그대로 일당백이라고 할만한 달인들도 있었다.

        

       루카스 같은 놈들은 전장에서 미친 듯이 뛰어다니면서 적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베어내고 다녔으니, 검법의 존재의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가까운 존재는 권총이나 산탄총으로 잡는 게 더 낫지 않냐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하긴, 병사와 병사가 마구 얽혀있는 곳에 깊숙이 침입한 검사를 상대로 총을 쏘다가는 아군 오사의 위험도 있었고.

        

       해당 장면 자체는 3D CG로 이루어져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모션같은게 별로 좋지 않은 상태였다 보니 정확하게 어떤 식으로 싸웠는지는 알 수 없다. 대규모 강하 작전 영상에서 대공 사격도 제대로 묘사되지 않던 게임이다 보니 ‘실제로’ 어떤 식으로 싸웠는지는…… 뭐, 직접 보지 않는 이상은 알 수 없지.

        

       그렇다고 원작에 나온 전투가 여기서는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실비아!”

        

       —그렇다. 특히 저런 애들 때문에 나는 루카스가 전장에서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아침 일찍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훨씬 일찍 나온 애들이 있었다.

        

       “클레어.”

        

       나는 신나게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르는 클레어에게 다가가며 대답했다.

        

       “레오.”

        

       “안녕.”

        

       그래도 3주일 정도 얼굴을 보고 지내면서 내가 물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학습했는지, 나를 대하는 레오의 표정은 훨씬 부드러웠다. 그렇다고 긴장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닌 모양이지만.

        

       다행히 미아 크로우필드는 내 비밀을 잘 지켜주고 있는 모양이다. 안 그랬으면 레오가 나한테 이렇게 조금이라도 경계심을 가지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원작에서의 레오는 의심할 이유가 없는 사람에게는 무척 살갑게 대했다. 뭐, 하렘물 주인공이지 않은가. 그런 성격일 수밖에.

        

       “오늘도 먼저 나와 의뢰를 수행 중이셨군요.”

        

       아마도 새벽 세 시부터 나오지 않았을까.

        

       이번 주의 의뢰는 내가 알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아카데미가 배경이라고 해서 정말로 아카데미의 하루하루를 전부 구현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중간중간 따로 이야기 없이 그냥 넘어가는 주도 있는 법이다.

        

       그래도 의뢰서를 본다면 그 내용이나 보상 정도는 알 수 있겠지만…….

        

       “…….”

        

       “어때? 이 주변 지리에 대해서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서 최적의 루트로 한 바퀴 돌았어!”

        

       클레어가 눈을 반짝이며 그렇게 말했다.

        

       그 말대로, 클레어와 레오의 곁에는 무려 여섯 마리의 짐승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말이 짐승이지 지구에서 마주쳤다면 몬스터라고 불려도 상관없을 존재들이었다.

        

       깃털에 아직 잔불이 남아있는 커다란 독수리, 날개를 펼치면 사람을 향해 ‘안아줘요’해도 될 것 같은 거대한 흡혈박쥐, 현실에서는 그냥 마주쳐도 무시무시할법한데 뿔이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들소……. 그 외에도 기타 세 마리의 짐승들.

        

       전부 마르마로스를 뽑아내기에는 최적의 상대들이었다.

        

       ……원작에서는 이런 의뢰 말고도 조금 더 간단한 것들도 있지 않았던가? 그냥 심부름 같은 거.

        

       “아, 기왕 잡는 김에 가도에서 위험해 보이는 짐승도 몇 마리 사냥했어. 증거를 가져다주면 적절하게 포상해주겠다고 해서.”

        

       아, 그런가.

        

       원작에서야 몬스터를 잡으면 그 자리에서 곧장 포상이 나왔지만, 현실에서는 그건 쉽지 않다. 하다못해 짐승 고기라도 그 자리에서 해체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현실에서는 적어도 그 사체를 가져다주어야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

        

       “그렇다면 짐승의 일부만 떼어다 가져다주어도 되지 않습니까?”

        

       “어? 하지만 그냥 시체를 두고 가면 오고 가는 사람들이 보기 좋지 않잖아?”

        

       “…….”

        

       그것참.

        

       성실하다고 해야 할지, 호구 같다고 해야 할지.

        

       역시 사람이 자라는 환경이 엄청나게 중요하긴 한 모양이다. 원작에서는 그렇게 열받는 소리만 골라서 하던 애가 이렇게 훌륭하게 자랄 줄이야.

        

       좀 지나치게 훌륭하게 자란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

        

       내가 말없이 레오 쪽을 바라보자, 레오도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사실이긴 해. 얼른 치우지 않으면 짐승 사체에서 피가 흘러나오잖아. 나중에 가도 관리하시는 분들이 고생하시니까.”

        

       일부러 쓰레기를 버린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한 일 때문에 가도가 조금 더러워지는 걸로 누가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얘네들은 그게 참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그런데, 실비아는 왜 이 시간에 여기 나와 있는 거야?”

        

       내가 나와 있는 이 시간이 그렇게까지 이상한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적어도 너희 둘보다는 훨씬 정상적인 시간일걸. 지금은 오전 열한 시니까.

        

       ……얘들 기준으로는 나와 있었던지 거의 일곱 시간쯤 되었을 거다.

        

       “아침은 드셨습니까?”

        

       “응. 여기서, 레오랑 도시락 싸 와서.”

        

       산책하는 기분도 아니고.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우리 둘은 그런 사이 아니니까.”

        

       “……누가 할 소리를 먼저 하고 있냐?”

        

       클레어의 말에 레오가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 흔히 이런 게임이나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것처럼 ‘츤츤’거리는 장면이 아니라, 정말로 기겁해서 인상을 팍 쓴 표정이었다. 현실의 친남매 사이를 오해하면 보일 것 같은 그런 표정.

        

       하긴, 원작에서도 클레어는 공략 가능한 캐릭터는 아니……었다고 하기는 조금 그러려나? 죽는 결말이 정해져 있어서 최종 공략이 안 되었을 뿐이니까.

        

       “아무도 그런 소리 하지 않았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다행이고.”

        

       “그러니까, 누가 할 소리를 먼저 하고 있냐고.”

        

       레오가 으르렁거리는 걸 클레어는 가뿐하게 무시했다.

        

       ……음, 뭐.

        

       “사이가 좋아 보여서 다행입니다.”

        

       “뭐?”

       “내가?”

        

       클레어와 레오가 거의 동시에 그렇게 말했다.

        

       “얘랑?”

       “얘랑?”

        

       진짜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반응이라서, 나는 웃음을 참기 위해 무척 애를 써야 했다.

        

       뭐 그래도, 이런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둘 다 내가 좋아하던 캐릭터였으니까.

        

       *

        

       레오와 클레어뿐만이 아니라, 이 게임에 나오는 대부분의 주인공 일행은 성실하다.

        

       심지어 무척 겉보기에는 게으르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제이크도 그랬다. 겉으로만 게을러 보일 뿐, 실제로는 열심히 이런저런 일을 하고 공부하고 있으니까. 특히 이쪽은 이 세계에서는 아직 생소한 타 인종과의 사랑을 하는 중이었고. 적어도 로티를 비하하는 다른 인물들에게 제대로 반박할 근거 정도는 알고 있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는 제일 게으른 건 내가 아닐까?

        

       쉴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몇 번이고 시간을 되돌려 가면서 전력으로 쉬니까.

        

       물론 시간을 되돌린다고 그 긴 시간 동안 쉬었던 것이 그대로 몸에 축적되어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시간을 돌리면 그만큼 원래 있었던 피곤함이 몰려오니까.

        

       하지만, 그래도 ‘오 분만 더’ 같은 찬스를 쓰기에는 좋았다.

        

       일단 한 시간 정도 쉴 시간이 생기면, 한 시간을 푹 쉰다.

        

       그리고 시간을 돌리는 건 30분 전으로만 돌리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진심으로 쉬고 싶었으므로 그렇게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그래도 30분 정도 쉬면 그럭저럭 몸이 괜찮아지는 법이다. 진짜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게 아닌 이상은 말이다.

        

       그러니, 그 많이 나아진 상태의 30분을 몇 번이고 돌리면서 쉬는 시간을 늘어뜨리는 거다.

        

       물론 몸은 한 시간 쉰 정도밖에 회복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그 와중에 내 정신 자체는 쭉 이어지기에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그리고 그 와중에 꼭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처리할 수도 있고.

        

       “…….”

        

       지금도 그랬다. 나는 다가오는 월요일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일념 아래 다섯 번 째 시간을 돌렸다.

        

       이렇게까지 늘어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침대에 늘어져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서 가만히 생각하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이 있다.

        

       내 머릿속에 스쳐 간 몇 가지 생각들은 대부분 짤막한 것들이긴 했지만, 그 짤막한 것들을 조합하다 보면 한 가지 그럴싸한 결론이 나온다.

        

       예를 들어, 지금 내 머리에 떠오른 아이디어들은 이랬다.

        

       나는 아카데미 1학기 일정은 이미 받아두었다.

        

       덕분에 나는 5월 2주차부터 아카데미에서 무슨 일정을 하는지 알고 있다. 그 일정은 파견 실습이다.

        

       파견 실습은 목요일부터 그 주 일요일까지 총 4일에 걸쳐 진행된다.

        

       목적지는 윈터필드. 물론 전장에서는 꽤 떨어진 곳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가지고 있는 아카데미의 정보였고, 그다음부터는 내가 가지고 있던 원작 게임에 대한 정보들이었다.

        

       윈터필드는 제국 최북부에 있다. 언제나 눈이 내리는 곳이 있어서 윈터필드라 불린다.

        

       아무래도 그런 이미지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존재하던 판타지 세계관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인지, 세계관 설정상 제국의 이름난 무인들은 보통 이곳 출신이었다.

        

       굳이 윈터필드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그리고 당장 떠오르는 이름 중에서는 설정이나 내용상으로도 몹시 중요한 인물들이 몇 있다.

        

       그중에서 검성도 유명한 윈터필드 출신이다.

        

       “……어?”

        

       순간 정신이 확 든 나는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턱에 손을 올린 채 조금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

        

       검성은, 아직 스토리상 죽지 않았다. 내가 등장해서 중대한 변화가 생겨 루카스가 검성을 먼저 찾아가는 사태가 일어났다면 모를까.

        

       루카스가 검성을 찾아갔던 이유는, 그 시점에서 ‘자기 능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하게 싸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찾아갔다는 말이다. 사실 개발진들이 푼 썰로는 지금 시점에서 루카스가 검성보다 더 강했지만, 루카스가 확신을 가지고 마음을 먹는 것은 시기상으로 이 세계관의 두 번째 작품에서였다.

        

       검성은 조금 늙긴 했지만, 아직 쌩쌩하게 살아있었다.

        

       만약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다음 주에 검성을 만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만약 내가 레오나 클레어보다 먼저 검성을 만난다면, 혼자서 이런저런 수련 방법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잠을 조금 덜 자도 되는 명상법이라던가. 나는 시간을 돌려가면서 수련할 수 있을 테니까…… 뭐, 돌릴 때마다 신체적인 능력은 그냥 초기화되긴 하겠지만.

        

       “……아.”

        

       아, 아니다.

        

       무리가 아닌 건 아니었다.

        

       검성이 있는 위치는 알고 있지만…… 그 위치가 산자락에 있으니까.

        

       검성은 세상과 연을 끊고 은거했다는 설정이라, 게임상에서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만날 수는 없다. 하지만 은폐되어있는 퀘스트 중에서는 검성을 만나게 될 수 있는 퀘스트도 존재했다.

        

       “그런데 산 타야 하잖아.”

        

       나는 검지와 엄지로 콧잔등을 꾹 눌렀다.

        

       가도가 게임과 다소 다른 모습이듯, 산의 모습도 분명 게임과 똑같지는 않을 거다. 애초에 산을 등반한다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그렇지 않은가. 설악산만 올라도 열 몇 시간은 잡고 계속 올라가야 하는데, 검성이 있는 설산은 그것보다도 훨씬 더 험난하다.

        

       “……아니지, 잠깐만.”

        

       나는 오늘 아침에 짐승 시체를 여섯 구나 쌓아두고 환하게 웃던 두 사람을 떠올려보았다.

        

       ……내가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도, 이 두 사람은 꾸역꾸역 검성을 찾아내러 올라가지 않을까?

        

       아무래도 검술에 엄청나게 열정 있어 보였으니까.

        

       그리고 아마, 그때 옆에는 앨리스나 샤를로트도 있을 거고.

        

       ……앨리스가 있다면 나도 있을 거고.

        

       “…….”

        

       아마, 지금 누가 옆에서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면 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겠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회색도시2 님, 후원 감사합니다!

    사실 초기에는 이런 컨셉충의 느낌보다는 훨씬 음울하고 분위기가 축축 늘어지는 캐릭터였습니다. 내용도 피폐에 더 가까웠고… 문제는 그렇게 쓰면 쓸수록 너무 주인공이 고통받기만 하는 원패턴 스토리만 나올 것 같아서, 차라리 이렇게 유쾌함을 섞어보기로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더 나은 것 같네요. 독자 여러분도 좋아해주시니 정말 좋습니다. 뒷부분으로 가면 조금 어두운 내용도 나오겠지만, 그런 때에도 나름대로 균형을 잡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만들어낸 등장인물이 독자 여러분께 사랑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독자 여러분께 사랑받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deadly우박 님, 후원 감사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독자 여러분의 응원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그저 저의 글을 읽어주시기만 해도 기쁘고 감사할 일인데, 이렇게 따로 후원까지 해주시니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그저 제 글이 독자 여러분들께서 해주신 후원에 걸맞는 글이 되도록 꾸준히 노력할 뿐입니다. 연재한지 불과 한달만에 선작수가 무려 9천대에 진입하였습니다. 제가 써본 글 중에서는 가장 빠르게 선작수와 조회수가 늘고 있어서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네요. 이렇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앞으로도 꾸준히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듭니다.

    여러분 덕분에 글 쓰는 내내 즐겁습니다. 가끔 어떻게 써야 할지 막히는 부분도 있고, 평소보다 글이 잘 안 써져서 쓰는속도가 훨씬 느려지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제가 멈추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언제나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저 막연하게 가지고만 있었던 작가라는 꿈을, 저의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서 저를 작가라고 불러주시는 순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께서 선물해주신 그 이름에 걸맞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후원 감사드립니다! 언제 완결이 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 쭉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