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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저벅저벅.

         

       조용한 발자국이 아직 다 녹지 않은 눈밭 위에 새겨진다.

         

       발자국의 주인은 누가 봐도 감탄사가 나올 보라색 장발의 미인, 문보라.

         

       “……”

         

       시험장을 나선 그녀는 폰을 들어 조용히 문자를 남겼다.

         

       대상은 유세하.

         

       급한 볼일이 생겨 먼저 가보겠다는 말로 애써 둘러대었다.

         

       ‘…후우.’

         

       당연하지만, 스케쥴에 대해서 철두철미한 그녀이다.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 입학시험 같은 중요한 날이 있는 오늘, 별다른 잡일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럼 왜 이곳에 나왔는가.

         

       ‘…볼 면목이 없어.’

         

       도저히 유세하를 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잘 안다.

         

       이런 회피하는 짓 따위, 옳지 못하다는 것쯤은.

         

       세 살배기 어린아이도 잘못을 저질렀으면 사과해야 한다는 진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다 보면 잘 알게 된다.

         

       그렇게 세상만사 모든 일이라는 게…

         

       ‘사과로 해결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문보라는 가슴이 쓰렸다.

       스스로가 한심했다.

       혼자 멋대로 망상에 빠져, 유세하를 마인으로 오해하였다.

         

       부디 ‘검사를 받아달라.’라는 말할 용기가 없어, 간단한 길을 빙빙 둘러 멀고도 먼 길을 걸어왔다.

         

       그리 어리석었던 결과는 그가 마인이 아니라는 증거를 눈으로 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래도 사죄해야지요.’

         

       다만, 당장은 용기가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히 다가오는 그에게 웃으며 ‘축하해요.’라는 말을 남기만큼 문보라의 낯짝은 두껍지 못했다.

         

       이와 별개로 그에 대한 부러움도 치밀어 올랐다.

         

       ‘…[파사의 검].’

         

       유세하의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백색의 불꽃.

         

       악을 처단하고 마를 정화하는 힘.

         

       어린 시절 문보라가 그토록 가지고 싶어 했던 힘이다.

         

       다들 [오러 소드]라고 오해하는 상황에서 문보라만 정확하게 간파하였던 이유도, [파사의 검]에 대한 정보를 그녀가 오랫동안 조사하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는지.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불꽃이 무엇인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며, 수련까지도 받아봤다.

         

       ‘…결과는 부질없었죠.’

         

       조금도 피워내지 못했다.

       이는 문보라에게 나름 충격이었다.

       그녀는 자기 나름대로 재능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였다.

         

       타고난 성급이 4★인게 그 증거이며.

       에픽(Epic) 등급 스킬 [얼어붙은 동토]를 처음부터 타고 났다는 게 그 확신이다.

         

       하지만 [파사의 검]은 아무리 노력하여도 쥘 수 없었다.

         

       ‘…그럴 만하지요.’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맞다. 아주 당연했다.

         

       함부로 타인을 의심하는 추악한 마음을 품은 자에게…

       무엇보다 숭고한 백색의 불꽃이 미소지어줄 리가 없지 않겠는가.

         

         

       * * *

         

         

       한편, 문보라가 자괴심에 빠져 괴로워하던 그 시각.

         

       유세하, 마하나.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붙잡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므아아, 므아아…”

       “므냥아. 진정해!”

       “므아아아~므아아아!”

       “아니, 무조건 합격이라니까?”

       “므우아, 무으아아~”

       “에이~무슨! 너를 떨구면 대체 누굴 붙인다는 거야.”

         

       나는 ‘므아아’ 밖에 못할 정도로 패닉 상태에 찬 므냥이를 진정시켜주었다.

         

       하도 같이 있다 보니 ‘므아아~’만 하여도 대충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하는 경지에 도달했더라고.

         

       므냥이의 2개의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빙빙 회전한다.

         

       고양이 귀가 접혔다 폈다를 반복하는 게…

       어지간히 긴장되는 모양이다.

         

       “에헤이~참, 괜찮다니까!”

       “므냐오오옹!”

       “므, 므냥아?!”

         

       현재 나와 므냥이는 치료를 마치고 초조한 눈빛으로 합격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아카데미.’

         

       대기하고 있는 치료진의 수준이 어마어마했다.

       자연 치유로는 족히 한 달은 병원 신세를 져야 했을 텐데.

         

       아, 동시에 치료사가 경악하더라.

         

       ―마나와 진기는 물론이고, 생명력까지 갈아 넣던 상황이셨네요. 이거 좀만 더했으면 정말로 탈진사 했을 겁니다.

         

       ‘…어휴.’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네.

       그때, 팽진아가 막아주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였다.

         

       ‘그래도.’

         

       발악을 써서 악착같이 깨달음을 유지했던 보상은 어마어마하였다.

         

       ‘…검술, 민첩성, 격투, 지구력의 레벨이 1씩 상승했어.’

         

       레벨 상승으로 인한 능력치는 증가 또한 쏠쏠하였다.

         

       여기에 나중에 알았는데 [미증유의 감]도 레벨이 상승했더라.

         

       [목숨을 건 실전 속에서 당신의 감은 더더욱 날카로워집니다.]

       [폭군의 직감이 당신의 몸속을 더더욱 예리하게 만듭니다.]

       [‘미증유의 감’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보상으로 속도가 2, 내구가 1 상승합니다.]

         

       괜히 에픽 등급 아니랄까 봐.

       레벨 상승은 더럽게 힘들지만, 그만큼 상승치 도 컸다.

         

       ‘역시 고위 등급 스킬이 이래서 좋아.’

         

       괜히 시작부터 [고위 스킬]을 각성하는, 일명 타고난 헌터들이 우대받는 게 아니었다.

         

       처음에야 별로 차이가 없어 보여도, 나중에 레벨이 오를수록 격차가 두드러지니까.

         

       당연히 고작 이걸로 끝이 아니다.

         

       [‘역천의 눈동자’가 하늘의 이치를 거스릅니다. 대상: 터틀 나이트]

       [‘2연 찌르기’를 습득합니다. 2레벨의 언커먼 스킬입니다. 1레벨로 하락하여 습득됩니다.]

       [습득 보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역시 개사기 전설(Legendary) 스킬의 위엄.

       딱히 의도치 않았는데 아득바득 하나를 또 챙겨갔다.

       원래라면 [3연 찌르기]이지만, 야매로 배운 덕분일까.

       한 등급 아래의 스킬이 등록되었다.

         

       ‘…습득 보상이 없는 건 아쉽네.’

         

       모든 스킬이라고 다 능력치 보정을 주는 건 아니니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뭐, 크게 상관없다.

         

       있으면 좋고 아니면 마는 것.

         

       진짜 메인 디쉬는 따로 있었다.

         

       [‘역천의 눈동자’가 하늘의 이치를 거스릅니다. 대상: 팽진아]

       [‘패천검법’을 습득합니다. 25레벨의 에픽(Epic) 스킬입니다. 1레벨로 하락하여 습득됩니다.]

       [강(强)과 쾌(快)를 필두로 한 적을 죽이는 흉살(凶殺)검이자, 팽가 구전 검술의 아류가 당신의 몸에 체화됩니다.]

       [습득 보상으로 근력 1, 속도 1, 마력 1, 정신 1이 상승합니다.]

       [한계를 넘어선 비정상적인 획득에 사용이 제한됩니다.]

         

       ‘…와.’

         

       진짜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무려 에픽(Epic) 등급의 스킬!

         

       심지어 그리도 가지고 싶었던 제대로 된 [검법]이다.

         

       거기에 에픽 답게 습득 보상도 훌륭하였다.

         

       여기에 놀라운 사실이 하나 더.

         

       ‘…25레벨이라고!?’

         

       보통 육성을 완료한 캐릭터들의 스킬 레벨이 평균 20이다.

         

       이건 NPC들도 마찬가지다.

         

       그걸 무려 5나 더 높다는 점에서 팽진아라는 교수가 얼마나 괴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심지어 ‘룬’을 장착 가능한 ‘스킬트리’ 계통인데.

         

       저기에 적당히 쓸만한 거 한두 개만 박아넣어도, 웬만한 애들은 다 때려잡을 수 있을 거다.

         

       물론 마나 소모가 감당돼야겠지만.

         

       ‘진짜 많이 봐줬구나.’

         

       그녀가 조금이라도 진심을 보였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다진 고깃덩이가 되었을 거다.

          

       ―――――――――――――――

       <스킬 정보>

       ◉이름: 패천검법

       ◉등급: 에픽(Epic)

       ◉레벨: 1

       ◉스킬트리

        

       ◉특수효과

       : 근력+1, 속도+1, 마력+1, 정신+1

       : 사용제한.

        

       ◉스킬 룬

       : 사용제한.

        

       ◉파생 스킬

       : 팽아랑(사용제한)

        

       ◉상세정보

       : 팽가의 구전 검법, [팽아호령검]의 아류작. 원본보다 더욱 공격성에 치중된 검으로, 소유자조차 베어 넘기는 흉살검으로도 유명하다.

       강, 쾌를 기반으로 한 호쾌하면서도 빠른 속도가 특징적이다.

        ―――――――――――――――

         

       보자마자 손뼉을 쳤다.

         

       평범해 보이지만, 고스라를 오랫동안 해본 나는 알 수 있었다.

         

       ‘…거의 가챠 당첨 급인데?’

         

       처음 보는 스킬이지만, 이정도면 근접 딜러들의 최종 [검법]으로 자리매김해도 될 정도의 성능이다.

         

       또 주목해야 할 건, 파생 스킬에 기록된 ‘팽아랑’ 이라는 이름.

         

       나를 날려버렸던 ‘카운터’의 진명이었다.

         

       어설프게 따라 해본 게 인정되어 습득된 모양이다.

         

       뭐, 이걸 마음대로 사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얻어둔 것 자체가 중요한 법이다.

         

       ‘캬~ 알차고요.’

         

       장담하는데, 유료 재화 없이 그저 자연 보상으로 이만큼 얻을 걸 보여주면 커뮤니티에서 난리가 날거다.

       조작하지 말라고 온갖 돌을 던져대겠지.

         

       여튼, 이걸로 능력치도 빵빵해졌다.

         

       ◉능력치

       [근력:21] [마력:12]

       [속도:20] [정신:13]

       [내구:20] [신성:1]

         

       내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C급 헌터의 자격을 요구하는 능력치는 평균 30이라고 한다.

         

       당연히 신성은 제외한 수치이며.

         

       정신이나 마력같이 흔히 근접 타입들의 주력이 아닌 것도 어느 정도는 봐준다고 한다.

         

       ‘…좀만 더 성장하면.’

         

       바로 시험을 보러 가도 좋을 듯싶었다.

         

       그렇게 여러 잡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때였다.

         

       돌연, 주머니에 폰이 우웅-! 하고 진동하였다.

         

       “므, 므아아! 므끄아아아! 세, 세하야! 왔어! 왔다고!”

       “응!”

         

       필시 결과 발표 문자일거다.

         

       나와 므냥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화면을 킨다.

         

       “……”

       “……”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울먹울먹-!

         

       므냥이의 고운 얼굴에 방울진 눈물이 차오른다.

         

       나는 그대로 ‘세하야~~’하고 달려드는 므냥이를 품에 안고 빙빙 회전하였다.

         

       [축하드립니다. 유세하님. 당신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마하나님. 당신의 합격을……]

         

         

       * * *

         

         

       그날 밤.

         

       추운지 차가운 입김을 내뱉으며 눈길을 걷던 문보라는 몸에 두른 털 코트를 더욱 당겨 입었다.

         

       ‘…참 아이러니하네요.’

         

       [빙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마법사가 막상 추위에 약하다니.

         

       유세하가 들었으면 어이없어서, 그 자리에서 웃었을 거다.

         

       잠시 뒤.

       문보라는 구태여 보지 않았던 폰의 화면을 살펴보았다.

         

       [축하드립니다. 문보라님. 당신의 합격을……]

         

       당연한 결과.

         

       입학서류를 확인하는 1차 시험은 물론이고, 2차 시험도 그리 우수한 결과를 보여줬는데 떨어지는 게 더 이상했다.

         

       다만, 이는…

       조금 껄끄러운 일로도 이어진다는 소리였다.

         

       ‘…유세하씨랑…자주 얼굴을 보게 되겠네요.’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는 1학년 기준 공통으로 들어야 할 필수과목이 많았다.

         

       아무리 도망 다녀도 무조건 얼굴을 맞댈 수밖에 없다는 소리.

         

       이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며.

       현재 문보라가 추운 야밤에 밖으로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분명 이곳일 텐데.’

         

       몇 시간 전.

         

       죄악감을 품은 문보라는 유세하한테 전화를 하였고, 들려온 건 술을 마시고 있다는 답변이었다.

         

       ―그쪽도 올래요?

       ―어, 네?

       ―입학 축하 겸 이럴 때 같이 마시는 거죠. 아, 설마 술 못하는…

       ―아, 아니요. 주량은…꽤 자신 있는 편입니다.

       ―역시.

       ―……네?

       ―아무것도. 주소 알려줄 테니 천천히 오세요.

         

       그 말에 홀린 듯이 나선 문보라.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한다.

         

       여기는……

         

       “포장마차?”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주말 연참입니다. ‘-^*

    약간 안고친게 있어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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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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