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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일대일 토너먼트를 추진하고 예산안을 확정받기 위해 파스텔은 열심히 움직였다.

         

       열심히 놀고먹기 같은 게 아니라 정말로 바쁘게 뛰어다녀야 했다.

         

       추가 예산의 결정권을 가진 교수진을 설득하고 귀찮아하는 행정 실무진을 만나는 등 엘리와 더스틴에겐 맡길 수 없는 일이 산더미였다.

         

       으아아.

         

       “내가 불러온 재앙에 내가 죽는 상황……!”

         

       관련 상단들과 가격 협상을 마치고 밤이 되어서야 숙소에 돌아왔다.

         

       잠옷 차림의 파스텔은 침대에서 고통스럽게 발버둥 쳤다.

         

       “악마님! 악마님! 저 대신 일 해주세요! 일하기 싫어! 일하기 싫어! 백수로 살래!”

         

       파스텔의 허벅지를 안마해주던 악마가 발에 얻어맞고 굉장히 떨떠름해했다.

         

       『내게 어디까지 바라는 거냐.』

         

       어디까지?

         

       “이만큼! 이마안큼!”

         

       파스텔은 엎드린 채 양팔을 최대한 벌렸다. 그대로 휘젓자 침대에 천사 날개처럼 넓은 면적이 자국으로 남았다.

         

       “모든 것!”

         

       그냥 저 대신 살아주세요!

         

       나는 원한다, 해피라이프를!

         

       “이상적인 삶이 바로 떠올라요! 저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매일 놀러 다니는 거죠! 그러면 생활비가 부족할 테니 악마님이 저 대신 일을 해주시면 돼요! 주머니만 채워주세요!”

       『어이구, 이젠 아주 당당하군.』

         

       악마가 어이없어했다.

         

       파스텔은 눈을 빛내며 해피라이프를 구상했다.

         

       두뇌 풀 회전……!

         

       윙윙 윙윙~!

         

       “물론 제 식사비를 감당하긴 어렵잖아요? 황금 가격의 마석이라니 말도 안 돼! 악마님이라도 감당할 수 없어! 하지만 다행히도 제겐 똑똑한 생각이 있어요!”

         

       여전히 엎드린 채 상체만 돌려 발치의 악마를 돌아봤다.

         

       “뭔지 궁금하지 않아요? 궁금! 완전 궁금! 아이 궁금하다! 어서 물어보세요, 어서!”

         

       악마가 비웃듯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안 궁금하다.』

         

       허억.

         

       안 궁금하대.

         

       파스텔은 입을 벌리고 경악했다.

         

       그러다 눈을 굴리고 해맑게 외쳤다.

         

       “역시 궁금해하실 줄 알았어요!”

       『편한 대로 해석하지 마라.』

       “말해드릴게요! 바로바로 악마님이 제 분장을 하고 지금처럼 그대로 돈을 벌어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분홍분홍 파스텔처럼! 아니 분홍분홍 악마!”

         

       파스텔은 말하다가 이미지를 상상해 봤다. 칙칙한 정장 차림의 악마 위에게 분홍 원피스를 덧씌우기.

         

       오잉.

         

       분홍 원피스 악마님?

         

       상상 위에 목소리를 더빙해 봤다.

         

       “안 궁금하다~.”

         

       허억.

         

       완전 안 어울려.

         

       아하하!

         

       파스텔은 침대를 팡팡 치며 혼자 웃었다.

         

       팡팡! 팡팡!

         

       버둥버둥, 퍽-!

         

       다시 파스텔의 발에 얻어맞은 악마가 한숨을 푸욱 쉬었다. 악마의 얼굴에 맨발 자국이 붉게 남았다.

         

       『자립심을 길러봐라. 어째 갈수록 심해지는군.』

         

       그러더니 안마하던 파스텔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 근육이 눌리며 비틀렸다.

         

       엣.

         

       내 근육, 비틀렸어?

         

       허버지에서 시작된 고통이 머리끝까지 올라왔다가 전신으로 퍼졌다.

         

       “끼야악-!”

         

       단말마를 내지른 파스텔은 몸을 뒤틀었다.

         

       고통!

         

       고토옹!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손으로 침대보를 부여잡았다. 침대보가 구겨지며 주름이 졌다.

         

       “악마님! 악마니임! 아파요! 아파요!”

       『좀 참아봐라.』

       “나쁜 사람! 나쁜 사람!”

         

       파스텔은 격렬한 비난을 내뱉었다.

         

       악마가 코웃음 쳤다.

         

       『나쁜 사람 맞다.』

       “네, 네, 네, 네에?!”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

         

       악마의 손이 반대 허벅지를 잡았다. 가차 없는 손길이 근육을 꾹 눌렀다. 근육이 비틀.

         

       엣.

         

       내 근육, 또 비틀렸어?

         

       “끼야아악-!”

         

       파스텔은 몸을 떨며 눈물 흘렸다.

         

       나쁜 사람!

         

       완전 나쁜 사람……!

         

         

         

       #

         

         

         

       오늘 파스텔은 기분이 좋았다.

         

       대체로 그렇지만 오늘은 특별한 느낌?

         

       바로바로 토너먼트 준비를 끝냈기 때문, 은 아니고.

         

       마계에 보냈던 밀무역선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와아아아~!

         

       내 전 재산이 복리 증가해서 돌아왔어!

         

       안 돌아왔으면 무리하게 프레지 상단을 인수한 문제 때문에 파산 위기였는데 살았다.

         

       파스텔은 편입생 환영 때 썼던 트럼펫을 챙겨왔다. 정박장에 상륙하는 비공정들을 보며 트럼펫을 뿌뿌 불었다.

         

       뿌뿌~!

         

       “어서와요, 어서와요!”

         

       두근두근 콩닥콩닥.

         

       파스텔은 볼이 발갛게 상기됐다.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숨을 들이켜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곤 트럼펫을 열심히 불었다.

         

       뿌뿌~!

         

       뿌뿌~!

         

       으아, 이걸로는 지금의 마음을 표현하기 부족해.

         

       손을 심장에 댔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심장이 이상할 정도로 가쁘게 뛰었다. 분명 설레는 마음 때문이겠지.

         

       “악마님! 악마님! 저 어쩐지 굉장히 설레요! 왜 이러는 걸까요?”

       『크래프트 상단의 첫 상행을 성공시켰으니 그럴만하다. 앞으론 식사비 걱정은 크게 안 해도 되겠군.』

       “헛! 맞아요! 맞아요!”

         

       파스텔은 스스로의 마음을 깨달았다.

         

       이 두근거림은 불로소득의 희열이었어!

         

       일하지 않고 상행을 보내기만 해도 마석 상자가 차곡차곡 쌓이는 기적.

         

       잠만 자고 일어나도 계좌가 채워지는 든든함.

         

       입이 벌어졌다.

         

       “이것이 바로 건물주의 심장 박동?!”

       『비슷하긴 하다만, 굉장히 속물적인 감상이군. 애다운 감상을 가져봐라.』

         

       보호자의 소망은 못 들은 척했다.

         

       우와우와.

         

       나, 불로소득 건물주.

         

       파스텔은 트럼펫을 입에 댔다.

         

       격렬히 뿌뿌~!

         

       정박한 비공정을 향해 진심을 보냈다. 이 두근거림의 원인일 비공정을 향해.

         

       그런데 원인과 결과가 만나듯, 비공정 난간에서 어떤 금발의 소녀가 파스텔을 응시했다.

         

       마법사 로브를 입은 채 막대 지팡이를 손에 쥔 소녀였다.

         

       이름은 멜리사 캐머롯.

         

       엣.

         

       파스텔은 트럼펫을 불던 자세 그대로 굳었다.

         

       어째 머릿결이 푸석푸석해진 멜리사는 흉흉한 기색이었다. 거친 항행이 고운 성격에 안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심장이 두근두근.

         

       마음이 콩닥콩닥.

         

       우와아?!

         

       그래도 양심은 있는 파스텔은 급격히 벌벌 떨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줄줄 났다.

         

       생애 최대의 위기가 있다면 바로 이 순간일 것이다.

         

       초위기이!

         

       으아아.

         

       소, 소, 솔직히 이렇게 고생할 줄은 몰랐단 말이야아.

         

       친구에게 택배 부탁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멜리사를 보냈던 건데 휴학까지 해야 할 정도로 고생할 줄은 전혀 몰랐어어.

         

       그야그야, 내가 밀무역할 때는 해적과 마주치는 정도의 고난만 해쳐나가면 됐는걸.

         

       물론물론, 해적은 아주 무서운 존재지만 멜리사는 강하니까 가뿐히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그렇고 그런 안도감이 있었다고 할까.

         

       나는, 나는, 멜리사를 너무 믿은 죄밖에 없어……!

         

       하선한 멜리사가 구두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크래프트.”

         

       으아아.

         

       친해져서 양해도 안 구하고 은근슬쩍 파스텔이라 부르던 멜리사가 다시 성으로 불렀어!

         

       덜덜덜.

         

       파스텔의 입에 물린 트럼펫이 소리를 냈다.

         

       뿌뿌…….

         

       멜리사가 노려봤다. 그리곤 차가운 목소리를 담아 말했다.

         

       “당신은 탐욕적이에요.”

         

       목소리가 심장을 찔렀다.

         

       분홍 소녀는 휘청휘청.

         

       허억, 탐욕적.

         

       착한 멜리사가 이렇게 강렬한 비난을……!

         

       절친에서 남남이 된 기분이야!

         

       파스텔은 울상을 지었다.

         

       “어, 얼마나아?”

       “네?”

         

       울먹이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얼마나 탐욕적이야……?”

       “네? 그, 글쎄요.”

         

       멜리사가 당황하더니 생각에 빠졌다.

         

       “당신의 탐욕성은 정규 무역과 밀무역의 수익률 차이로 구할 수 있겠죠. 그러자면 먼저 법률상의 세율 말고 실제 무역에 적용받는 세율을 알 필요가 있어요. 탈세가 아니더라도 절세 방법은 많으니까요.”

         

       필기 차석은 팔짱을 끼고 고심했다.

         

       “다만 실제 세율을 안다고 해서 당신의 탐욕성을 바로 계산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밀무역은 정규 루트를 거치지 않아 추가 비용이 발생할 테니 별도로 계산할 필요가 있잖아요. 그렇죠?”

         

       대답을 원하는 듯한 질문이 왔다.

         

       울상인 상태이던 파스텔은 눈을 굴렸다.

         

       멜리사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가늠하려고 물어본 건데 얘가 이러니까 당혹스럽네.

         

       “으응, 맞는 거 같아.”

       “그런데 추가 비용은 금액으로 계산되는 지출 외에도 밀무역 리스크까지 반영해야 해요. 밀무역을 들켰을 경우 생길 법률적이고 명예적인 리스크요.”

         

       그렇게 말한 멜리사가 팔짱 낀 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하지만 이런 실제 세율과 수입지출 그리고 리스크를 현장 경험이 부족한 제가 정확히 계산하긴 어불성설이죠. 결국 할 수 있는 건 추론을 통한 어림짐작뿐이에요.”

         

       멍하게 듣던 파스텔은 트럼펫을 살폈다.

         

       잉, 침 묻었네.

         

       소매로 슥슥.

         

       반짝반짝.

         

       우와, 깨끗.

         

       “그렇지만 사람의 탐욕성을 계산하는데 어림짐작을 사용하는 건 굉장히 무례한 짓이죠. 그러니 이것도 할 수 없어요. 따라서 정확히 계산하는 것도 어림짐작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태라고 잠정적으로 결론 낼 수 있겠네요.”

         

       멜리사가 살짝 뿌듯해하며 직시했다.

         

       “정답이 나왔어요. 당신의 탐욕성은 아직 명확히 계산할 수 없다, 가 맞아요.”

         

       딴생각하던 파스텔은 멍하게 시선을 마주쳤다.

         

       “잉, 계산 포기하는 거야?”

         

       필기 수석의 반문에 멜리사가 움찔했다. 당황하더니 자신의 생각을 되짚었다.

         

       “기, 기다려 주세요.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볼게요.”

         

       파스텔은 멍하게 말했다.

         

       “잉, 다시 생각하는 거야?”

         

       이것도 바로 못 맞추냐는 발언을 들은 듯이 필기 차석 멜리사가 움찔했다.

         

       푸른 눈동자가 굴러가다가 주변을 살폈다. 비공정 정박장과 분주한 크래프트 상단원들이 보였다.

         

       “그렇네요. 여긴 현장 경험이 많은 분들이 많아요. 잠시의 대화로 명확한 현장을 반영할 순 없겠지만 어림짐작의 부정확성을 개선할 순 있겠죠.”

         

       멜리사가 해답을 찾은 듯이 눈을 빛냈다.

         

       “크래프트, 당신이 맞았어요. 어림짐작이 무례하지 않을 만큼 부정확성을 개선하는 것. 그게 정답이네요. 기다려 주세요, 금방 돌아올게요.”

         

       마법사 로브가 펄럭이고 구두 소리가 멀어졌다.

         

       멜리사가 근처의 크래프트 상단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언을 구했다.

         

       파스텔은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됐다.

         

       으잉.

         

       멍하게 눈을 비볐다.

         

       뭔진 모르겠지만 화낼 분위기는 끝난 거 같지?

         

       이제 사과하면 다시 절친?

         

       응응.

         

       트럼펫을 입에 물었다.

         

       뿌뿌~!

         

       이것이 친구 사귀기 100단의 친구력!

         

       인기인 파스텔은 친구와 싸우지 않는다구~!

         

       뿌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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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t’s Mental Immunity

No, It’s Mental Immunity

Status: Ongoing Author:
The guardian demonic sword is troubled and in distress, believing it has been ruined because of me. Does striving for advancement through consuming demonic energy seem too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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