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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 * *

       

       

       가이다 장군의 얼굴은 러시아에서 잘 먹고 그간 대우를 잘 받은 터라,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그럼에도 굳은 의지는 여전했다.

       

       

       “가이다 장군. 오스트리아에서는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장군은 결정하셨습니까?”

       “예. 오스트리아로 가겠습니다.”

       “체코로 보내드리려 했는데, 유감입니다.”

       

       

       이건 진짜다.

       

       설마 그렇게 체코가 오스트리아령으로 남을 거로 예상이나 했겠나.

       

       가이다도 예상치 못했으니 딱히 불만을 뱉지 않는 거지.

       

       

       “영국과 프랑스의 결정이니 어쩌겠습니까. 승전국 놈들이 하는 짓이야 늘 뻔하지요.”

       “그래도 오스트리아의 카이저가 꽤 다급한 모양입니다. 상호방위조약이라도 맺어달라 하더군요.”

       “오스트리아에서 말입니까?”

       “듣자 하니 오스트리아에 있던 영국군도 빠지려는 모양입니다. 내부 단속을 하겠다는 거겠죠. 즉, 군주제 유지를 해준 세력마저 빠지면 오스트리아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혼자 고립된 오스트리아.

       

       빨간 맛 안슐루스를 당해 독일에 흡수되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렇게 하면 공산 독일은 체급 펌핑하겠지.

       

       

       “높은 확률로 공산주의자가 정권을 잡겠죠.”

       “예, 이미 민심이 떠난 황실이었습니다. 승전국인 영국 덕에 유지된 것인데. 공산주의가 태동할 것이 뻔하겠죠.”

       

       

       아마 반드시 그렇겠지.

       

       위아래로 빨갱이가 점령했다.

       

       오스트리아 내부에서도 분명 그런 말이 나오겠지.

       

       이러자면 결국 카를은 자기만의 무장 세력이 필요하다.

       

       

       “차리나께서는 무엇을 바라십니까?”

       

       

       눈치가 빨라서 좋다니까.

       

       딱히 바라는 건 없다.

       

       그저 단순하게 가이다가 오스트리아 군부를 장악해서 공산당을 막는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거지.

       

       발칸까지 붉게 물드는 꼴은 내가 볼 수 없거든.

       

       죽일 빨갱이들이 많아질 수록 우리 군대만 피곤해지니까.

       

       더군다나 성녀의 나라가 그렇게 싹 다 죽여 버리면 무슨 소리를 듣겠냐.

       

       그러니까 악의 축만 좀 쓸어야지.

       

       

       “딱히 그냥 지금 제가 보기에 가이다 장군이 오스트리아에서 살아남으려면 카이저와 협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를 뒷받침하는 군사력으로서 황제가 가이다 장군을 버릴 수 없게 만들어야죠.”

       “나쁘지 않군요. 그리한다면 반역 문제도 해결이 될 테니. 안 그래도 최근 저를 찾아온 인사가 있습니다.”

       

       

       그래.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기대된다는 거지.

       

       가이다와. 내 영향을 받아 일찍이 각성한 우리의 아돌프 열사의 조합. 나는 이게 너무 기대된다.

       

       

       “네. 아돌프 히틀러라고요. 최근 모스크바 도시 계획을 맡은 자인데, 괜찮습니까?”

       “사람을 휘어잡는 능력이 있던 것 같더군요.”

       “부디 오스트리아를 다시 일으키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지만, 아마 공산 독일은 오스트리아를 무력으로라도 점령하려 들 겁니다.”

       

       

       공산 독일이 세력을 키우려면 그 방법뿐일 테니까.

       

       그렇게 같은 빨갱이 친구인 이탈리아와 손잡는 거지.

       

       

       “어떻게든 막아보겠습니다.”

       “오스트리아가 살아야 우리 러시아 역시 공산주의를 막는데, 노력할 수 있습니다. 부디 잘 부탁합니다.”

       “네.”

       

       

       가이다는 얼마 후 체코 군단과 함께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이렇게 가이다 일도 이렇게 해결되었다.

       

       정말. 차라리 전쟁이 좋았다니까.

       

       어차피 죽을 일도 없다면, 전장에서 총 쏘면서 노는 것도 하나의 여흥인데. 2차 대전 때 내가 직접 나서는 건 역시 좋은 방법일 거 같다.

       

       그때까지도 이 치트급 몸이 남아 있다면 말이다. 쓸모가 많을 거 같은데.

       

       2차 대전에서 직접 전투에 나선 차르.

       

       그 이후에 아나스타샤란 이름은 기록에 쭉 남지 않을까?

       

       내 원래 이름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리만족으로 나쁘지 않지.

       

       그러고 보니. 테슬라가 앞으로 잘하려나.

       

       지금 러시아 사정을 생각하면 그 양반이 하고 싶은 걸 이루려면 결국 전기를 열심히 만들어내야 하잖아.

       

       그것까지 다 하려나?

       

       그 사람의 천재성을 생각하면 벌써 거기까진 했을 듯한데.

       

       뭐 알아서 하겠지. 거긴 내 지식 외부의 일이다.

       

       당장 그 망해 버린 세계에서 사람 협박해 가면서 전기도 끌어오고 그랬었는데. 나는 그쪽 기술자가 아니라 모른다.

       

       이거야말로 설마 채점 받으러 올 아저씨들은 없을 거라 굳게 믿겠다.

       

       니콜라 테슬라란 인물이 설마 나한테 전기공학 관련해서 채점 받으러 올 거 같지는 않다.

       

       -라고 생각하며 안심한 나 자기 머리채를 쥐어뜯고 싶었다.

       

       실제로 니콜라 테슬라가 찾아왔거든.

       

       대체 이 아저씨는 나를 왜 찾아왔을까. 인간적으로 나한테 이거 어때? 하고 물어볼 짬밥은 한참 지난 거 같은데.

       

       

       “폐하.”

       

       

       무슨 말을 하고 싶어 저러는 걸까.

       

       

       “네.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요?”

       

       

       진지하게 내가 고등학교 때 자면서 들은 화학 관련된 지식도 끄집어내야 하나 싶은데. 설마 전에 내가 레이더에 대해 말했다고 그것 때문에 내가 자기와 동류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어떻게 변명해야 하나. 어떻게 변명해야 훗날 역사에 아나스타샤 1세가 테슬라에게 짬 처리시키지 않았다고 알려질까.

       

       

       “이 러시아란 땅은 진짜 부족한 것이, 낙후된 것이 많다 보니 이 머리가 젊은 시절처럼 팽팽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대체 뭘 하고 다닌 건지 몰라도. 이 양반 머리가 산발한 채로 내 앞에서 흥분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잡는 제스쳐를 취하다가 빙빙 돌리며 자기 뇌가 돌았음을 열심히 표현하는데.

       

       이 사람이 왜 이러고 있을까.

       

       다른 의미로 러시아 국뽕에 빠진 세묘노프와 비슷한 면상이라 나는 꽤 당황하고 말았다.

       

       역시 천재는 또라이란 말이 맞을까.

       

       일단 적당히 대응해줘야지.

       

       

       “아, 네엡. 그런데요?”

       “꿈에서 웬 험상궂은 늙은이가 나와서 나한테 이것저것, 꿈에서 깨도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지식을 알려 줬지요. 미국에서는 겪지 못했던 일입니다. 역시 이곳. 러시아야말로 제가 뼈를 묻을 장소라고 깨달았죠.”

       

       

       아니, 그 늙은이는 누군데.

       

       생각하면 지는 거다. 눈앞에 있는 자는 나 같은 현대 지식을 끌어온 사람과 달리 진짜 천재. 지금, 이 반응을 보니 한동안은 굴릴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그래. 그래서. 뭘 바라서 날 찾아온 걸까.

       

       

       “유소포프 공작의 지원도 있어서 최근 많은 것을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그래요.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그래. 나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우리 희대의 천재 테슬라씨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문제는 생각이 많은 만큼 시도해 보고 싶은 건 많은데. 또 그 낙후된 게 문제입니다.”

       

       

       머리가 팽그르르르 잘 돌아간다.

       

       이곳에서 뼈를 묻고 싶다.

       

       러시아는 너무 낙후되었다.

       

       이거 뭔가로 이어질 것만 같기는 한데.

       

       

       “이 러시아는 테슬라 씨의 뇌를 회전시키기에 충분하지만 낙후된 환경이 문제다. 뭐 그런 말이죠?”

       

       

       그냥 솔직히 말해도 되는데 말이지.

       

       내가 봐도 지금 러시아는 많이 낙후되어 있으니까.

       

       

       당장 내가 살던 세계에서도 그런 말이 많았는데.

       

       

       “네.”

       “음, 좋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요?”

       “제가 개발할 발전기도 준비해야 하고, 본격적으로 연구시설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음, 그래. 그럼 지금 중요한 건 결국 자금 문제잖아.

       

       이제 천조국 황상도 이제 적당히 빠지고 있겠다. 애초에 미국에 손을 벌리면 테슬라가 성공했을 때. 한입 먹으려고 할 거다.

       

       나는 내가 가진 건 절대 남 주기는 싫은 법이거든.

       

       방장사기 맵으로 시작했으면 인재라도 우리가 빨아먹어야지.

       

       그런데 유소포프 공작의 돈은?

       

       

       “유소포프 공작의 투자는요?”

       “공작의 지원도 있지만, 좀 부족합니다. 애초에 공작은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지금 당장은 많은 투자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냥 쉽게 말해서 이건 ‘돈 줘’이거다.

       

       학교로 비교하자면 성과물 충분하니 좀 한턱 쏴라 이런 거 아닌가.

       

       실제로 열심히 하고 있으니. 지원 못 할 것도 없지.

       

       그럼, 그 지원을 어떻게 하느냐 인데. 그럼 역시 답은 황실 금고를 좀 털어야지.

       

       실제 역사에서는 행방이 묘연한 로마노프 황실의 금괴.

       

       로마노프의 금괴는 소련에 넘어갈 뻔한 것을 무사히 회수했다.

       

       이제 그것은 당연히 내거니 내 멋대로 써도 되겠지.

       

       그거 조금 러시아 발전을 위해 쓴다는데, 죽은 니콜라이 2세가 반대하지는 않을 거다.

       

       자기 일가 죽게 만든 볼셰비키들 싹 내가 죽여줬으면 그걸로 고마워해야지. 안 그런가?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결국 그럼 자금 문제가 달려 있는 거군요. 좋습니다. 로마노프 황실이 보유한 금괴를 좀 드리겠습니다.”

       

       

       이 할아버지도 그래. 뭘 그런 걸 가지고 어렵게 말하고 있나.

       

       확실히 러시아가 지금 많이 궁색한 모습이긴 하고, 겉모습만 번지르르 하지만 말이야.

       

       금괴(내 돈아님)를 가지고 있다고.

       

       

       “황실 금괴를요?”

       

       

       뭘 그리 놀라고 그래.

       

       나는 그렇게 막 돈에 연연해 하는 사람이 아니라니까.

       

       그냥 솔직히 말하면 내 돈이 아니다. 그런 것뿐이지만. 내 돈이었으면 풀 일도 없었겠지.

       

       남의 돈이고 어차피 죽어서 가져갈 것도 아니니 이러는 거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제가 뭐 쓸 곳도 없고, 투자에 좀 쓴다고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죠.”

       

       

       내 말에 테슬라는 두 눈을 반짝이더니 감탄하며 손뼉을 쳤다.

       

       

       “과연 대단하십니다. 모건. 그 작자는 그 넘쳐나는 돈을 나한테 쓰기 아깝다고 회수해가서 빚덩이에 앉았는데.”

       

       

       뭘 그걸로 흥분하고 있을까.

       

       그쪽은 내가 아는 것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씩씩거린다고 당신의 빚덩어리 과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솔직히 테슬라가 이곳에서 정말 많이 끝없이 굴러줘야 하니 조금 비위를 맞추는 것도 있기는 하다.

       

       

       “나라 발전을 위해 쓰이는 거니 뭐 어쩌겠습니까. 대신 분명히 성과가 나와야 합니다.”

       “예.”

       

       

       쉽게 말해 조선으로 치면 내탕금.

       

       지금 당장 러시아를 개혁하는 중에 많은 돈이 빠지면 곤란하니까. 어디까지나 황실에서 빼는 거라고 봐야 한다.

       

       오로지 테슬라 한 명만을 믿고 투자하는 거라 도박이긴 하지만 그의 업적을 보면 정배라고 생각하니까.

       

       이참에 그냥 테슬라씨를 내세워 회사를 세워 보는 건 어떠려나.

       

       

       “뭔가 성과가 나오면 남들이 채가기 전에 회사를 세워 보는 건 어떻습니까? 로마노프 테슬라 회사 말이죠.”

       

       

       로마노프 테슬라 합작회사. 흠. 뭔가 감명 깊지 않은가.

       

       내 보기에 이 사람은 죽기 직전까지 정말 엄청나게 뽑아낼 거 같거든.

       

       실제 역사보다 더 근 미래적인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소련 이상은 기대해볼 만하지 않을까.

       

       

       “흠. 저야 차르 폐하의 재산으로 하고 싶은 연구하는 것뿐이니. 굳이 제 이름을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만. 그냥 제 이름만 달아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정도야 어려울 건 없죠.”

       

       

       니콜라 테슬라는 그렇게 로마노프의 금괴 덩어리들을 가득 받고 돌아가게 되었.

       

       이 과정에서 금괴 관리인이었던 담당 은행장에게 입막음 좀 하라고 적당히 뒷돈도 넣어 준 건 덤이다.

       

       괜히 이상한 오해를 받는 건 질색이거든.

       

       진짜 이 사람 욕심 없네. 오로지 연구 욕인가.

       

       잘되면 테슬라의 관을 금투성이로 만들어 주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테슬라도 테슬라지만.

       

       히틀러가 보내온 다양한 도안을 보니 참 웃기는 거 있지.

       

       게르마니아는 아니지만, 말하지도 않은 콘스탄티노플에 대해서도 도시 계획서를 올렸다.

       

       과거 동로마 시절과 비슷하면서도 지금 20세기에 걸맞은 도시로 부흥시키자는 이른바, ‘신비잔티움건설 계획서.’ 이걸 설마 내가 히틀러에게서 받을 줄은 몰랐지만.

       

       콘스탄티노플은 우리가 수복한 이상, 주요 도시로 자리 메김할 테니 나쁘지는 않을 거다.

       

       물론 돈지랄하려는 건 아니다.

       

       우리에게는 해볼 거리가 많지 않은가.

       

       2차 대전이 터지면 추축국을 영혼까지 털어 배상금으로 콘스탄티노플 재건 사업을 하는 것도 좋을지도.

       

       패전국들의 분노?

       

       히틀러가 감당하게 하면 된다.

       

       이걸 감안 하면, 후일 패전국 독일의 배상금을 히틀러가 감수하기 위해 독일을 합병할 거 같지는 않다.

       

       

       “자, 그럼.”

       

       

       나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참 재건 중인 모스크바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직 내가 할 일은 한참이나 많거든.

       

       니콜라이 2세가 싸질러둔 걸 다 치워 버리는 효녀 타이틀을 달게 될 것이 눈에 선하지만.

       

       오늘도 나는 민심작을 해볼 생각이다.

       

       몇몇 도시에서는 적군에 의해 직접 성녀 인증을 받아 백군 휘하로 들어오게 할 수 있었지만. 모스크바는 붉은 물이 빠지긴 했어도 이게 백군에 호의적이라는 증거는 되지 못하니 말이지.

       

       그냥 쉽게 말하면 그거다.

       

       오늘도 늘 그렇듯 모스크바 시민들의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나가서 봉사하는 것.

       

       직접 국민을 위해 움직이는 황제만큼 민심작 하기 좋은 군주도 없지.

       

       베라게드로이츠가 그거까지는 허락했으니 괜찮을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참각을 보고 싶긴 한데. 뭔가 생각보다 비축분이 안 늘어나네요..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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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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