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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크리스와 알루어드가 뛰쳐나간지 꽤나 시간이 흐른 방.

       

       교황과 클라인이 남아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경께서는 어찌 생각하시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경께서 그런 말을 하신 것은 처음인 듯 하오.”

       

       클라인이 머쓱하게 웃었다.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것인가.

       

       방금 알루어드에게서 온 연락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신성력이 사라지는 것은 전례에 없었던 일입니다.”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오.”

       

       “하오나, 그것은….”

       

       신성력이 사라지는 일이 있기는 했다.

       

       모시던 신을 져 버리고 다른 신을 섬겼던 경우.

       

       네크로맨서에게서 살고자 마족에게로 붙었던 신관.

       

       극히 소수이기는 했으나, 그들은 똑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이번은 그 경우가 다릅니다.”

       

       “허나, 결과는 같아지고 있지 않소.”

       

       “….”

       

       클라인이 다시 한번 말을 삼켰다.

       

       온통 이해가되지 않는 일들 투성이었다.

       

       크리스라는 이름과 관련되면 모든 것이 이상해졌다.

       

       들리는 모든 일이 마치 기적과 유사할지경이다.

       

       그의 앞에서는 언데드 조차 겁을 먹는다고 했던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그 말은 다름 아닌 그의 친우 파라몬이 전해온 이야기였다.

       

       과장되지 않은 사실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어쩌면.”

       

       “기나긴 싸움의 끝이 보일지도 모르겠소.”

       

       도무지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지 알 수 없던 세력이었다.

       

       교황과 클라인 역시 평생을 고군분투하지 않았던가.

       

       심지어 지금은 위기의 상황이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한 사람의 등장으로 끝이 보일 줄이야.

       

       이것을 무어라 표현해야 좋을까.

       

       고민하던 교황이 입을 열었다.

       

       “그 청년의 뒤에는…”

       

       “…”

       

       “신이 계시는 것 같소.”

       

       “…허허.”

       

       교황의 몸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나른한 기분일까.

       

       아직 시작된 것이 없건만 한없이 편안하기만 했다.

       

       모든 것이 순리대로 이루어 질 것만 같았다.

       

       “오랜 옛날 전… 성녀를 뵙는 듯 하오.”

       

       아주 오랜 옛날이었다.

       

       교황의 몸이 아직 자라고 있을 때 였으니 말이다.

       

       “그때도 이러했지.”

       

       “성녀께서 남기신 계시가 교단의 평화를 위한 것이었나 봅니다.”

       

       클라인의 말에 교황이 고개를 저었다.

       

       “계시에 나온 것은 세상을 위한 것일 뿐. 결코 교단을 위한 것이 아니오.”

       

       “…”

       

       “이제 그만 가야겠소. 베르테의 무리가 우리를 찾고 있을 터이니.”

       

       그들이 보낸 무리를 잡아들인 것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크리스를 맞이하기 위해 했던 일은 교황에게도 상당히 무리가 있는 일이었다.

       

       아무런 명분 없이 잡아들인 것이니.

       

       하지만 교황의 몸짓은 여유로웠다.

       

       “놀랍게도 명분이 만들어졌구려.”

       

       “…성하?”

       

       “이단을 심판하기 위해 갔던 자들이 이단이 되어 돌아오다니.”

       

       교황이 일어나 문을 향해 걸었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소.”

       

       클라인 역시 그 뒤를 따랐다.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몰랐지만, 준비는 해 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혹시나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크리스에게 방해는 없어야 한다.

       

       “근데 어째 별 필요 없을 것 같은 느낌이오. 우리의 같잖은 정치가 신께서 보시기에는…”

       

       

       ***

       

       

       “기도를 하면 쌓이긴 합니다.”

       

       “해 봐.”

       

       “…여기서요?”

       

       “봐야 뭘 알 거 아니야. 뭐 설명이라도 해 봐.”

       

       감옥 앞에 선 알루어드가 뻘쭘한 얼굴로 설명을 시작했다.

       

       이런 곳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다는 듯.

       

       “교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도를 시작하면 조그마한 신성력이 생깁니다. 그때부터 신의 자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흐음?”

       

       “그래서 모든 신관들이 성을 버리는 것이지요.”

       

       신관들이 성이 없는 이유가 이런 이유였을 줄이야.

       

       “어찌 되었든, 이 신성력을 얻기까지는 사람마다 그 기간이 다릅니다.”

       

       기사나 마법사처럼 마나를 쌓는 느낌인 것 같았다.

       

       “또다시 기도를 드리다 보면 그 신성력이 점점 커집니다.”

       

       “기도를 드려야 커진다…”

       

       “모시는 신과 상관없이 다 같은 신성력입니다.”

       

       “신과 상관없이?”

       

       알루어드의 설명에 따르면 교단이라는 집단 자체가 굉장히 특이했다.

       

       주신을 아래로 거의 모든 신을 인정한다는 것.

       

       일종의 다신교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일리아를 모시는 신관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대지의 신이기 때문일까.

       

       삶과 가장 밀접한 신이기는 했다.

       

       농사를 지어야 살아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전대의 성녀께서도 일리아님이 내려보내셨다고 전해집니다.”

       

       “흐음…그래도 주신이 제일 높은 거지?”

       

       “신들께 계급을 둔다는 게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일단은 그렇습니다.”

       

       “으음….”

       

       “주신께서는 인간사에 잘 관여를 하지 않으시죠.”

       

       이런 건 또 비슷했다.

       

       무속에서도 신령님들의 계급 비슷한 것이 있다.

       

       그중에 천신이라고 칭해지는 분들은 인간사에 직접적인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다.

       

       흔히 말하는 옥황상제, 용왕신 등이 있다.

       

       세속에서 벗어난 초월적인 존재라고 할까.

       

       무당이 모시는 신령들이 대부분 장군신이나 동자신, 혹은 조상신인 경우가 이렇기 때문이다.

       

       큰 무당들은 큰신을 모시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 신성력이라는 걸 키운다는 거지?”

       

       “그 속도는 굉장히 느리지만…이것 또한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말을 마친 알루어드가 고개를 숙이며 두 손을 모았다.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기도를 시작하는 알루어드.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빛이 확 하고 강해졌기 때문이다.

       

       “으음…”

       

       이리저리 살펴봐도 별다른게 없었다.

       

       기도는 전해지는 듯했고, 신성력도 저 빛에 반응하는 듯했으니까.

       

       “…빛이 신앙심인건 비슷하네.”

       

       저 빛은 엄밀히 말하자면 영혼에서 나오는 빛이다.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는 신성력과는 달랐다.

       

       신성력은 그 밑에서 느껴지는···.

       

       “…마나도 아니고 영기도 아니네.”

       

       한스가 쓰는 걸 몇 번 봤었지만 그때는 관심이 없었으니, 이렇게 살펴보는 건 처음이다.

       

       신성하지만 내 영기와는 그 궤가 조금 달랐다.

       

       “됐어, 그만해. 눈부시니까.”

       

       “…예.”

       

       알루어드를 봤으니 저놈들 걸 볼 차례였다,

       

       그래야 차이점을 알 수 있을 테니까.

       

       중요한 건 저놈들이 순순히 내 말에 따라주냐가 문제였다.

       

       “…똑같이 하면 되는 건가요?”

       

       나를 살피고 있던 세레나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세레나?”

       

       동시에 몸을 부르르 떠는 다우논.

       

       잔뜩 겁에 질린 것이 분명히 세레나를 무서워 하고 있었다.

       

       “도대체 뭘 했길래…?”

       

       “….”

       

       세레나는 대답이 없었다.

       

       대신, 눈짓을 받은 다우논이 무언가를 시작했다.

       

       눈을 감고 기도를 하는 듯했다.

       

       입이 막혀 있어서 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얼씨구?”

       

       편안하게 가면 나야 좋지만 저 놈이 이렇게 순순히 말을 따르다니···.

       

       “확실히 다르네.”

       

       알루어드의 기도는 자리를 잘 찾아갔다면, 저놈의 기도는 뭐랄까.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기도를 해도 신에게 닿지가 않는 것이다.

       

       염들이 그저 허공을 맴돌고 있었으니까.

       

       “…이게 이럴 수가 있나?”

       

       일반인도 아니고 무려 신관이라는 자다.

       

       성직자의 기도가 허공을 맴돌아?

       

       내 상식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기도라는 것이 마음에 따라 전해지는 게 다르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전해지기는 하는 것이니까.

       

       “…”

       

       기도는 계속 이어졌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 어떤 기도도 신께 닿지 못했다.

       

       저건 마치···.

       

       “…인연이 끊어진 것 같은데.”

       

       끊어졌기 때문에 기도가 닿지 못 하는 것이다.

       

       그러니 신성력이 사라지는 것이고.

       

       “이게 무슨…”

       

       성직자와 신과의 인연이 끊어지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정황상 내 몸주신이 끊어 놓았을 텐데.

       

       얼마나 큰신이길래 이런 것이 가능하냔 말이다.

       

       순간, 무언가가 내 어깨를 뒤로 잡아끌었다.

       

       “…?”

       

       “…크리스?”

       

       “크리스님?

       

       뒤를 돌아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신령님이 잡아 당긴 듯 했다.

       

       “도대체 왜…”

       

       왜 정체를 알려주지 않는 걸까.

       

       아직은 이르기 때문일까.

       

       “…조만간 알 것 같기도 하네.”

       

       거의 다가온 느낌이다.

       

       신령님도 그렇게 적극적이지는 않은 것 같았다.

       

       이번에는 드물게도 신령님이 직접 나서신 것 같기도 하고.

       

       그만큼 큰일이라는 것이니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가자.”

       

       “…어디로 가실 겁니까?”

       

       “방이 하나 필요해. 그리고 너희 반대 세력 명단도.”

       

       “명단이요…?”

       

       “신관 같지도 않은 놈들로 골라와봐.”

       

       지금부터 할 일을 말해 보자면.

       

       일종의 고자질 같은 느낌이라고 볼 수 있다.

       

       신과의 인연을 끊어놓은 게 몸주신이라면 이게 제일 빠른 방법이다.

       

       “누군지 알아야 가능하거든.”

       

       “…제가 전부 알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데…”

       

       직접 보러 가면 벌어질 일이야 뻔하지 않은가.

       

       여러 잡놈들이 나를 잡으러 올 테고.

       

       또 쓸데없는 일이 잔뜩 벌어질게 분명했다.

       

       “아니다. 가서 직접 적어. 내 옆에서 그거 적으면 되겠네.”

       

       “조…종이를 준비하겠습니다.”

       

       “흐음…생각보다 고생길이 아닌데…?”

       

       분명히 이것보다 훨씬 힘든 고생길이 있을 텐데···.

       

       “찝찝하네…일단 가자.”

       

       다행히도 이곳에는 적당한 방이 있었다.

       

       그래도 교단의 건물이라 그런지 곳곳에 기도실이 존재했다.

       

       솔직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말이다.

       

       “상도 차리고 싶은데…그러기는 힘들 것 같고.”

       

       겨우 촛불을 하나 밝힌게 전부.

       

       그리고 그 옆에서 바닥에 앉은 알루어드가 열심히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일단 제일 마음에 들지 않던 사람입니다.”

       

       종이에 적힌 정보는 간단했다.

       

       이름과 직책.

       

       나이와 교단에 들어온 년도.

       

       “베르테…”

       

       딸랑 –

       

       사주를 볼 때 무당은 신령님에게 그 정보를 알린다.

       

       방울을 흔들면서.

       

       지금 할 일도 그것과 비슷했다.

       

       “나이는 예순여섯. 이름은 베르테라 합니다.”

       

       딸랑 –

       

       “사람들에게서 받은 금전을 개인적으로 빼돌리고..”

       

       딸랑 –

       

       “사사로이 교단의 재물을 썼으며…”

       

       움찔.

       

       순간, 나는 휘청이는 몸을 바로 세웠다.

       

       이름을 말하기 무섭게 영기가 뭉텅이로 빨려 나간 것이다.

       

       딸랑 –

       

       머릿속으로 여러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신령님이 보고 있는 걸 나도 함께 보고 있는 것.

       

       지금 보이는 놈이 아마 베르테라는 놈인 것 같았다.

       

       딸랑 –

       

       “어릴 때 온 가족이 죽었네.”

       

       딸랑 –

       

       방울을 흔들수록 힘이 쭉쭉 빠져나갔다.

       

       방울이 큰 쇳덩이라도 된 듯이 무거웠다.

       

       딸랑 –

       

       “아이고, 팔이야…”

       

       딸랑 –

       

       “이러니 아직 신명이 감당이 안 되지…”

       

       “…흡!”

       

       알루어드가 숨을 크게 마시며 몸을 떨었다.

       

       영감님들 하고 있을 때는 볼 수가 없던 광경이다.

       

       딸랑 –

       

       물속에서 몸을 움직이면 이런 느낌일까.

       

       팔도 잘 안 움직이고, 방울도 무거웠다.

       

       신령님이 직접 나서자마자 벌어진 일이었다.

       

       내가 아직 감당을 못하니 정체를 알려주지 않는게 아닐까.

       

       아마 알게 되는 날에는 최소한 기절이 분명했다.

       

       투둑 –

       

       귓가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베르테라는 놈의 인연일 것이다.

       

       그리고 소리 말고도 다른 것이 느껴졌다.

       

       “…크리스님! 피가…!”

       

       코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고작 한명밖에 안 했는데···.

       

       “…야, 몇 명 남았냐?”

       

       “고르고 골라도 백명이 훌쩍 넘어갑니다.”

       

       “염병…”

       

       이걸 다 하고 입도 열어 줘야 할 텐데···.

       

       베르테라는 놈의 종이에 불을 붙이며 알루어드를 향해 피식 웃었다.

       

       “너네 복채는 좀 크게 받아야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현** 독자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행******* 독자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요즘 바빠서 그런지 글이 휘청거리네요.

    빠르게 가다듬도록 하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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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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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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