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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이르기를, 초는 제 몸을 불태워 세상을 환하게 비춘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태워지는 초는 무엇으로 빛을 발하는가?

       오직 태워지고 녹여지며 생기는 것이 단순한 빛인가?

       빛으로 세상을 채울 수 있다면, 그 빛이란 무엇인가?

         

       “ॐ-”

         

       진성이 불에 뛰어들자마자 제물을 환영한다는 듯 불은 매섭게 타올랐다.

       비현실적으로 선명했던 불꽃은 이제는 제 혼자 종이에서 튀어나온 듯 뚜렷해졌고, 보고 싶지 않아 눈을 감아도 머릿속에 절로 그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세상에 제 모습을 각인시키고 있었다.

         

       귀신을 볼 때는 눈이 아니라 영혼으로 알아보기에 거리와 상관없이, 시야와 환경에 상관없이 그 모습이 뚜렷하게 머릿속에 떠오른다고 하였다.

         

       성스러운 불 역시 영혼으로 볼 수 있기에 그 모습은 눈을 감아도 볼 수 있고, 등을 돌린다 하여도 빛이 발하는 곳에서는 그 모습이 뇌에 자연스럽게 떠올랐으니. 이것이야말로 초가 제 몸을 불사르며 발하는 빛이요,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지혜의 형상이었다.

         

       그렇다.

         

       빛.

         

       제단에는 빛이 있었다.

       신사에는 빛이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의 중심에는 진성이 있었다.

         

       “ॐ….”

         

       불꽃을 몸에 두른 진성은 편안한 자세로 앉아 끊임없이 진언을 내뱉고 있었다.

       들숨도 없이 오직 날숨으로.

       온몸을 진동시키듯 우주 탄생의 소리를 내뱉으며 그렇게 끊임없이, 끊임없이 말이다.

         

       ॐ————-.

         

       그렇게 한참을 진언을 내뱉던 진성은 눈을 그대로 감은 채 숨을 쉬었다.

       아까 내뱉은 숨만큼의 공기를 흡입하겠다는 듯, 가슴이 터질 듯 팽창할 정도로 끊임없이 많이 말이다.

       하지만 그가 있는 곳은 불꽃.

       그가 마실 산소는 존재하지 않는, 오직 열기만이 존재하는 장소.

         

       진성이 숨을 들이쉬자 공기가 흐르듯 지혜의 불꽃이 그의 폐부를 향해 흘러갔다.

       마치 연기가 들숨과 함께 흡입되듯 선명하기 짝이 없는 색채가 그의 몸 안으로 흘러갔으며, 그 색채는 진성의 입가를 가득 메우고 기도를 향해 흘러 들어가 그의 가슴을 메웠다.

         

       당연하게도 불꽃을 들이마셨기에 끔찍한 고통이 따른다.

         

       진성은 제 입가와 폐부를 불태우려 하는 불꽃을 느꼈다.

       살점을 하나하나 태워버리고 세포를 폭발시키는, 오직 제 몸을 굽고 재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에너지를 느꼈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이 작열통이라 하였던가.

         

       진성의 온몸은 불꽃으로 인해 타들어 가는 고통, 산 채로 피부가 녹아내리는 고통, 몸속부터 자신을 구워버리려는 불꽃이 자아내는 고통, 그리고 그 고통에 못 이겨 뇌가 내지르는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진성은 산 자의 몸으로 불꽃에 들어간 대가로 끊임없는 격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고통이란 참으로 끔찍하기 짝이 없어 뇌내에서는 온 힘을 다해 뇌내마약을 분비하였고, 온 몸의 신경은 고통을 이기지 못해 경련하며 불 바깥으로 뛰쳐나가고자 하였다. 하지만 진성은 오직 의지만으로 제 몸을 편안하게 불 속에 가둔 채 꼿꼿이 허리를 펴고 눈을 감고 있었다.

         

       후-읍.

         

       그렇게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며 숨을 들이쉬던 진성은 호흡을 멈추었다.

         

       그리고 아까와 같이 숨을 내뱉었는데, 그 숨은 새빨갈 정도로 붉었다.

         

       “हूँ-”

         

       다시 한번 나오는 진언.

       진언이 흐르자 아까 진성의 몸에 흐르던 진동은 위쪽으로 이동했다. 그의 중앙부터 말단까지 모든 곳을 자극했던 진동은 마치 물이 흐르듯, 공기가 흐르듯 그렇게 그의 혈관과 피부를 타고 흐르며 위로. 위쪽으로 나아가 정수리에 이르렀다.

       정수리에 도달한 진동은 가만히 불 속에 자리 잡은 진성의 머리를 사정없이 흔들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지진에 떨리는 허수아비를 보는 것과 같았다.

         

       “हूँ———”

         

       그리고 진동으로 자극받은 뇌는 아까보다도 더 많은 뇌내마약을 분비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분비한 것이 고통을 잊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뇌의 모든 기능을 뇌내마약을 분비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었다.

       진성의 뇌는 스스로 판단조차 하지 못한 채 오직 진동의 영향으로, 과실에서 즙을 짜내듯 그렇게 엔도르핀과 엔케팔린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통과 뇌내마약으로 인한 영향이 균형을 이루는 그 순간.

         

       고통도, 잡념도, 행복도.

       그 모든 것이 텅 빈 듯한 느낌이 찾아왔다.

         

       진성은 자신이 바라던 순간이 왔음을 깨달았다.

         

       ‘삼매(Samādhi).’

         

       오감이 마비된 듯한 세상.

       오직 고요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진성은 드디어 감았던 눈을 떴다.

         

       그러자 불꽃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다가와 그의 눈동자를 향해 스며들었다.

       진성의 눈동자는 불꽃을 머금어 붉은빛과 푸른빛으로 번갈아 가며 빛을 발했고, 동공은 끊임없이 수축하고 팽창하기를 반복하였다.

       하지만 불꽃은 그의 눈동자를 태우는 대신에 그의 눈을 장악하기를 원했고, 그의 눈을 멀게 하는 대신에 그의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원했다.

       진성은 흔쾌히 그것을 허락하였고, 불꽃은 눈동자에 자리 잡아 그의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불꽃으로.

       살을 태우는 고통으로.

       소리를 담은 진동에 제 의지를 실어 말했다.

         

       오직 순수한 것만이 제 형상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오직 지혜로운 것만이 세상을 밝게 비출 수 있으리라.

       순수와 지혜야말로 성스러운 것이며, 부정한 것은 재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불꽃은 그의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진성의 시야에는 오직 고요만이 가득한 세상이 보였다.

         

       고요.

         

       자아를 뒤흔드는 외부의 조건도 없이.

       오직 조용하고 정적인 세상.

         

       불꽃은 그의 시야가 부정하지 않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그의 시신경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 뇌로 향했다.

         

       불꽃은 그의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진성의 뇌는 평온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고통이라는 외부의 조건에도 어디 하나 치우침이 없이 그 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삼매로 인해 한없이 올라간 정신은 불꽃이 판단하기에는 순수해 보였으니.

         

       불꽃은 그의 정신이 부정하지 않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열어 그의 육체와 정신을 통해 영혼으로 이동하였다.

         

       불꽃은 그의 영혼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진성의 영혼은 비틀려 있었다.

         

       주술이라는 것은 육체를 바꾸고, 영혼을 바꾸는 힘.

       제아무리 조심한다고 한들 그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나이를 먹는 것이 싫다고 몸이 늙는 것을 피할 수 없듯이.

       죽는 것이 싫다고 한들 언젠가는 명이 끝이 나듯이.

       그의 영혼 역시 주술로 인해 바뀌어 있었다.

         

       다만 바뀐 것이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는 법.

         

       불꽃은 오직 주술을 향한 갈망이 가득한 영혼을 보았다.

       불꽃은 주술로 태를 벗고 나아가려 하는 영혼을 보았다.

       불꽃은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가진 영혼의 본질을 보았다.

         

       불꽃은 그의 영혼이 부정하지 않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판단하기를.

         

       육체는 순수하며.

       정신은 순수하며.

       영혼도 순수하다.

         

       그는 성스러운 불에서 살아남을 가치가 있었다.

         

       성스러운 불은 진성을 태우는 대신에 타올랐다.

       진성이 제 몸을 초로 삼아 빛을 발하기를 원하였듯, 불꽃으로 이루어진 제 몸뚱아리를 장작 삼아 타올랐다. 불꽃으로 불꽃을 피웠고, 자신이 머금은 성스러움으로 꽃을 피웠다.

         

       그러자 진성을 끊임없이 태우며 고통을 주던 불꽃은 그 성질을 바꾸어 그의 몸을 치유해주었다.

       녹아내렸던 피부는 뽀송뽀송한 새 피부가 되었고, 열기에 익어가던 그의 내장은 새것으로 변했다. 축적되었던 독기와 화학물질, 지방은 모조리 타버리고 오직 이로운 것만이 그의 몸속에 남았다. 다만 그의 몸 안에 들어있는 기생충들 역시 타버릴 뻔하였으나 진성의 의지 때문에 불꽃의 열기를 머금은 채 기나긴 수면에 빠졌다.

         

       진성의 정신 역시 마찬가지.

       고요한 삼매의 경지에 이르러 있던 진성의 정신은 연기 없는 불이 지나가며 더 깊은 고요의 상태가 되었고, 정신의 깊숙한 곳에 불꽃을 피우며 단숨에 그의 정신을 확장해주었다. 그것은 커다란 숲에 불이 난 후 탁 트이는 풍경과도 같아서, 그 어떤 장애물도 없이 광활한 정신의 세계를 맛보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의 영혼에는 꺼지지 않는 불씨가 자리를 잡았다.

       비틀리고 뒤틀린 부분에 성스러운 불꽃이 파고들며 불씨를 남겼고, 진성의 영혼의 일부는 잔불을 머금은 숯처럼 변했다.

         

         

         

        * * *

         

         

         

       진성의 행동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제단에 불을 피우고, 제물로 바치리라 생각했던 무녀는 그대로 내버려 두고 스스로 몸에 기름을 붓고 불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니?

       그야말로 광인(狂人)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 끔찍한 모습에 리세는 눈을 질끈 감았고, 용병들은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도 본 적 없는 미친 광경에 입을 떡 벌린 채 그것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몸에 붙은 불을 끄고 고통에 신음하고 있던 무인들마저도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얼굴로 그것을 바라볼 정도였다.

         

       하지만 불 속으로 들어간 진성이 한참이나 죽지를 않고.

       앉은 자세 그대로 허공에 뜨고.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몸이 변화하였다.

         

       ‘환골탈태?!’

         

       그 모습은 무공을 익힌 사람이 아는 어떤 모습과 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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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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