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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약간의 소란이 벌어졌다.

         

       점괘를 보는 물건들을 전부 두고 가라는 백우진과 그것만은 안 된다는 장삼의 대립이었다.

         

       승자는 장삼이었다. 본인이 야영에 필요한 물건과 점괘 물품까지 모두 들고 갈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니 그로서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야, 근데 하나만 묻자.”

       “무얼 말이오.”

       “너 아까 짐 그대로 출발하면 야영은 어떻게 하려고 했냐?”

       “커험, 모름지기 숲속에서 불 하나만 피워두면 야영 준비는 끝난 셈 아니오.”

       “끼니는?”

       “그거야 나는 원체 소식을 하여 구 소협의 것을 조금만 얻어먹어도….”

       “…….”

         

       상상 이상으로 뻔뻔한 놈이다.

         

       소란이 잦아들 무렵, 당선영 또한 떠날 채비를 마치고 신룡조에 합류했다.

         

       “좋은 아침.”

       “당 소저도 좋은 아침.”

         

       당선영이 백우진에게 코를 가까이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아침부터 술 마신 거니?”

       

       

       그가 빙긋 웃곤 허리춤의 호리병을 손에 쥐고 흔들며 대답했다.

       

       

       “해장술이야.”

       “정말 대단하네….”

         

       밤낮으로 술에 취해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존경심마저 들 지경이다.

         

       급속도로 좁혀진 두 사람의 사이에 제갈연지가 팔을 뻗어 끼어들었다.

         

       “어, 얼른 출발해요.”

       “그래.”

         

       그러면서 당선영을 찌릿, 하고 쏘아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백우진이 곁에 모인 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출발한다.”

         

       마물 토벌 과제가 시작되었다.

         

         

       * * *

         

         

       학관에서 가장 가까운 한중에서 청해성 인근의 백리산까지는 평범한 걸음으로 보름은 족히 걸리는 먼 거리였다.

         

       신룡조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신법을 극성으로 운용했다. 빠르게 달리다가 내공이 바닥날 즈음이면 멈춰 서서 돌아가며 운기조식을 하여 내공을 채우고 다시 달리는 식이었다.

         

       “허억, 허억…!”

       “죽을 것 같아!”

         

       그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내공을 채우는 건 둘째치고 체력의 소모가 극심했다.

         

       운기조식을 하며 회복되는 체력으로는 감당키 어려운 수준.

         

       해가 저물 때까지 끝없이 달리다 맞이한 산의 초입에서 첫날 밤을 맞이한 조원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주, 죽여줘….”

       “죽여줄 힘도 없소….”

         

       가장 경지가 떨어지는 구왕수와 장삼은 눈이 반쯤 뒤집혔다.

         

       “하아….”

         

       여인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제갈연지도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고, 신예화는 가까스로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온전하게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당선영과 백우진이 전부였다.

         

       “첫날부터 너무 무리한 거 아닌가 몰라.”

         

       당선영의 말에 백우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첫날이니까 무리한 거야.”

         

       첫날이기에 가능한 무식한 방법이었다. 가장 체력이 많은 첫날에 무리를 해서 거리를 좁혔으니 다음날부턴 휴식 시간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가며 신법을 운용할 생각이다.

         

       바위에 걸터앉아 땀을 닦고 있는 백우진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당선영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너…?”

         

       가까이 다가가 팔을 뻗어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소매 안으로 마땅히 느껴져야 할 부드러운 살의 촉감 대신 묵직하고 딱딱한 것이 만져졌다.

         

       “이걸 차고서 여지껏 달려온 거니?”

       “별로 안 무거워.”

       “거짓말!”

         

       암기를 직접 생산해내는 당가는 그 어떤 문파나 무가보다 철과의 인연이 깊다. 그들이 중원에 운영하는 대장간만 해도 수십은 넘을 정도다.

         

       그녀 또한 어려서부터 쇳덩어리와 친하게 지내온 몸이다. 대충 만져봐도 그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최소 30근 이상이잖아.”

         

       백우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놀란 눈치였다.

         

       “어떻게 알았… 아, 당가였지.”

         

       비수를 만들고 던지는 손이다. 그 정도 재주는 충분히 있으리라.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당선영의 눈에 종아리와 굵기가 거의 비슷한 발목이 눈에 띄었다.

         

       “설마 발에도?”

       “그래야 균형이 맞지.”

       “미쳤어, 정말.”

         

       팔다리를 모두 합치면 120근이다.

         

       “사람 하나를 등에 업고 다니는 거랑 똑같잖아.”

         

       그것도 체구가 건장한 사내를 매달고 다니는 것과 다름없었다.

         

       경신법의 요체는 결국 내공을 이용하여 제 몸을 평소보다 가볍게 만들어 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그만큼 체중이 적게 나갈수록 내공의 소모가 적어지고, 반대로 체중이 많이 나가는 이들은 더 많은 내공을 소모해야 한다.

         

       이곳까지 달린 이들 중에서 가장 먼저 지쳤어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백우진이었다.

         

       “너….”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백우진이라는 사람이 가지는 무게가 달라진다.

         

       한없이 가벼웠다가 조금씩, 조금씩 그 무게를 늘려가고 있다.

         

       그에게 시선이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령,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팔과 다리가 끊임없이 잔경련을 일으키고 있다던가 하는.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니.”

         

       순수한 궁금증이 뒤따랐다.

         

       1학년에 절정의 경지를 선보였고, 절정과 절정이라는 전무후무한 용봉 비무제에서 신룡을 차지한 그다.

         

       이미 정파 무림에서 그의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

         

       대관절 목표가 어디에 있기에 잠시도 안주하지 않고 저리 바쁘게 걸어가는지.

         

       “딱히 세워둔 목표는 없어.”

         

       바위에서 일어난 백우진이 엉덩이를 툭툭 털며 대답했다.

         

       염병할 하늘이 점지해준 목표는 있다. 그러나 반발심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세계에 대한 간절함이 줄어들어서 그런 건지 굳이 아등바등할 필요가 있나 싶다.

         

       “아, 하나가 있긴 있다.”

       “뭔데?”

       “내 울타리 안에 있는 것들 지키는 거.”

         

       별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던진 말에 담긴 무게가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동안 눈덩이처럼 불어나 묵직하게 와닿았다.

         

       울타리.

         

       그 말이 어찌나 든든해 보이는지.

         

       ‘나는….’

         

       문득 물어보고 싶어졌다. 혹, 자신이 그 울타리 안에 들어가 있는지를.

         

       ‘아니야.’

         

       허나 포기했다.

         

       들어가 있지 않다고 답하면 멋대로 실망할 것이고, 들어가 있다고 한들 순수한 마음으로 기뻐할 수 없을 것이기에.

         

       “야영 준비하자.”

       “…그래.”

         

       당선영은 힘없는 걸음으로 백우진의 뒤를 따랐다.

         

         

       * * *

         

         

       운기조식 시간에 더해진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오로지 신법을 운용하여 달리는 데에 집중한 신룡조는 고작 나흘 만에 백리산에 들어서기 전 마지막 마을에 당도할 수 있었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 이들에게 주민들의 시선이 몰렸다.

         

       “뭐여, 거지 패거린감?”

       “여행객 같은디…, 산에서 몇 번 구른 거여, 뭐여.”

       “그냥 개방도 아녀?”

         

       그들의 차림새며 모양새가 거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남루했기 때문이었다.

         

       며칠 감지 않은 머리는 땀에 젖고 마르기를 반복하다 못해 이리저리 휘감겨 떡이 졌고, 마찬가지로 땀에 몇 번이고 절었던 무복에서는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그들은 곧장 객잔으로 달려가 더러워진 몸을 씻고, 양껏 차려진 음식들을 실컷 먹은 뒤, 평소였으면 몸을 잔뜩 뒤척였을 남루한 방에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하룻밤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신룡조는 백리산으로 이어지는 마을의 출구 방향에서 모였다.

         

       백우진은 더없이 진중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신신당부의 말을 전했다.

         

       “지금부터는 바짝 긴장해.”

         

       얼마 안 있어 나올 백리산에서 의문의 실종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바.

         

       그곳에 마물이 있든, 아니면 사람을 죽이거나 없애는 살인마가 존재하든 무언가가 있어도 있다는 뜻이었다.

         

       “최종 목표는 백리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문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산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샅샅이 살펴야겠지.”

         

       장삼이 손을 번쩍 들었다.

         

       “조장께선 그 무엇이 마물이라고 생각하시는 거고?”

       “확신은 아니다. 다만, 가능성은 충분하겠지.”

         

       이 사건을 벌인 이가 인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때때로 살인에 맛을 들인 인간은 마인보다 더 잔인할 때도 있는 법이니.

         

       그건 그것대로 해결하면 그뿐이다. 마석을 얻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목을 매달 정도로 급한 것은 또 아니니까.

         

       “경계를 철저히 하도록 해. 작은 소리, 흔적도 간과하지 마.”

       “예.”

       “그럼 출발한다.”

         

       짧은 회의를 마친 신룡조는 그대로 평지를 걸어 백리산 앞에 당도했다.

         

       생각보다 큰 산의 규모에 백우진을 비롯한 조원들이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높이 자체는 다른 산에 비해 낮은 편에 속했으나 넓이가 상당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산세였다.

         

       “산세가 험하단 말은 들었지만…, 이건 생각보다 심하네.”

         

       당선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시계(視界)가 굉장히 좁아요….”

         

       제갈연지도 거들었다.

         

       그녀들의 말대로였다. 산에 가지가 무성하고 울창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심어져 있었다.

         

       이리저리 뻗은 가지들 때문에 일일이 베지 않는 한 일직선으로 걷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눈을 어지럽히는 탓에 시야가 굉장히 좁아질 듯했다.

         

       모두의 긴장감이 덩달아 높아졌다.

         

       ‘쉽지 않겠구만.’

         

       실종된 사람의 수만 무려 두 자릿수다. 절대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긴 했지만 지형부터 이렇게 애를 먹일 줄이야.

         

       그렇다고 해서 마냥 밖에서 지켜보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진입한다.”

         

       백우진을 필두로 신룡조원 모두가 백리산에 발을 들여놓았다.

         

       스산한 기운이 그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우, 손이 저리는 게 생각보다 오래 가서 시간이 조금 더 걸렸네요.

    그리고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신예화는 아직 세탁을 논할 단계가 아닙니다…

    그녀에게 펼쳐질 무수히 많은 일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조금 더 지켜봐 주시기를 바랍니당.

    물론 유화연 또한 당장 에피소드에 등장하진 않습니다만, 이대로 퇴장은 아니니 그에 따른 이야기도 기대해주십시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저는 내일 또 찾아 뵙겠습니다.

    내일도 두 편 연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쓰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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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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