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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59화. 악몽의 마귀 ( 2 )

       

       

       

       

       

       정말 오랜만에 보스 레이드를 돌려본다. 저번 2 스테이지 보스는 나도 모르게 클리어했고, 사실상 내가 깬 건 1 스테이지 밖에 없으니… 이번이 두 번째 보스전이다.

       

       1 스테이지 보스 ‘서리고룡’이 악질적인 패턴으로 뉴비 절단기 역할을 했으니, 이번 3 스테이지의 보스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보스전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스킬들을 확인했다.

       

       보스전에서 내가 쓸 수 있는 스킬들은 총 5개. 

       

       

       “음ㅡ ‘번개의 일격’이랑, ‘작은 치유’도 넣고…”

       

       

       남은 3개의 스킬들을 뭘로 채워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전에 안 써본 스킬들을 대충 넣고 레이드를 시작했다.

       월급도 들어왔는데 필요하면 사지 뭐.

       

       

       《! 보스전에서 사망한 모험가는 부활이 불가능합니다 !》

       

       

       1 스테이지 보스를 잡을 때 봤던 경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게 로그라이크 게임도 아닌데 한번 사망하면 부활 불가능이라니, 다시 생각해봐도 페널티가 좀 지나치다.

       

       

       ㅡ 끼힉! 끄게헤헤엑!!

       

       

       질척거리는 보라색 괴물이 화면에 나타났다. 혐오스러운 외형에 눈이 절로 찌푸려졌다. 보라색 찰흙에다가 사람들을 마구 뭉치고 주물러서 만든 것 같은 외형. 몸통 곳곳에 팔과 다리가 자라나서 휘적거리는 것이 끔찍한 괴물이 따로 없다.

       

       

       “으…”

       

       

       너무 징그러운 외형에 잠시 시선을 돌렸다. 어지간히 흉측해야지 원.

       흉측한 괴물 앞에 늠름하게 자리 잡은 영웅급 모험가들. 괴물 덩치가 제법 큰지 모험가들이 작아 보인다.

       

       케니스, 프리가, 방패를 가져간 남캐와 황제 카이사르.

       그리고 그 옆에는 얼굴이 흐릿한 주민들도 있었다.

       

       

       “보스전에 왜 주민이…?”

       

       

       이름도 안 나오고, 얼굴도 흐릿하게 뭉게진 주민들이 모험가들 사이에 서 있었다.

       각자 지팡이와 검을 들고 있는데… 저 지팡이 뭔가 낯이 익은데?

       

       

       “저건 내가 팔았던 지팡이 아닌가?”

       

       

       예전에 ‘차원 관문’을 통해서 온 여자 주민에게 팔았던 ‘샛별의 지팡이’ 아닌가? 저 주민이 왜 보스전에 있는 거지?

       … 이벤트성으로 나오는 건가?

       

       이번이 겨우 두 번째 보스전이니 알 수 없는 노릇.

       일단 보스전에 집중해야 한다.

       

       

       ㅡ 끼헤에에에에엑!!

       

       

       질척거리는 보라색 찰흙이 괴성을 토하고, 화려한 왕궁을 배경으로 한 3 스테이지의 보스전이 시작됐다.

       

       

       

       

       

       ***

       

       

       

       

       

       ㅡ 끼헤헤헤헤헥!! 끼헤헤헤헤헤!!

       

       

       마귀는 카이사르를 한껏 비웃었다. 마귀 주제에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고, 그걸 즐기는 지능까지 있다는 뜻.

       좋은 소식은 아니다. 데모닉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수많은 마귀와 악마를 썰어 봤지만 인간을 비웃는 마귀는 들어 본 적 없었다. 마귀라 함은 짐승과도 같은 수준의 지능을 가진 것이 특징이었으니까.

       우선 잔뜩 동요한 카이사르를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카이사르의 절규를 들은 병사들과 기사들의 동요가 눈에 뜨게 심해졌다.

       

       

       “폐하, 진정하십시오. 저것은 사악한 마귀의 수작질에 불과합니다. 폐하께서 흔들리시면 안 됩니다!”

       

       “흐으… 흐으으ㅡ 이럴 수는 없다…”

       

       “폐하! 제 말 들리십니까! 황태자께서는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제 딸도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폐하께서도 믿으셔야 합니다!!” 

       

       

       데모닉의 외침에도 식은땀을 잔뜩 흘리며 동공이 수축된 카이사르는 진정될 기미가 없었다.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이 점차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이길 싸움도 질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나…’

       

       

       데모닉은 한숨을 푹 내쉬고,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폐하, 이 꽉 무셔야 합니다.”

       

       “아, 아니야… 율리우스…”

       

       

       여전히 넋이 나가서 대답이 없는 카이사르.

       데모닉은 굳게 말아쥔 주먹을 쭉 뒤로 뻗었다가ㅡ

       

       황제의 얼굴을 힘껏 내리쳤다.

       

       

       “크욱?!”

       

       

       불품없이 나가떨어지는 카이사르. 주변에 있던 호위 기사들이 단박에 튀어나와 데모닉에게 칼을 겨눴다.

       

       

       “데모닉경! 지금, 이게 무슨 짓 입니까!”

       

       “감히 황제 폐하께!”

       

       

       어찌나 분노했는지 얼굴이 시뻘게진 호위 기사들. 데모닉은 태연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제국의 존망이 걸린 중대한 싸움을 앞두고, 폐하께서 마음이 어지러워 보이시니. 내가 그걸 좀 덜어 준 것뿐이다.”

       

       “그게 무슨!”

       

       “이 무례한 자가!!”

       

       “… 됐다.”

       

       

       뒤에서 코피를 줄줄 흘리며 비척비척 카이사르가 일어났다. 

       주먹을 맞고 바닥을 나뒹굴면서 흙먼지가 잔뜩 묻었고, 한쪽 코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우스운 몰골이었지만, 오히려 그 얼굴은 개운해 보였다.

       

       

       “데모닉경, 아까 한 말… 사실인가? 정말 내 아들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겠는가?”

       

       

       정신이 없던 와중에도 똑똑히 들은 데모닉의 말. 데모닉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제 딸도 악마에게 몸을 빼앗겼지만,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아니, 아니야. 믿어야 한다 그랬던가?”

       

       

       믿어야 한다.

       

       어떠한 설명도 없었지만, 카이사르는 알 수 있었다.

       누구를 믿고, 행해야 하는가.

       

       

       “신을 믿고 행해야 하는가.”

       

       

       데모닉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후우ㅡ하고 카이사르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에 대한 한숨일까? 데모닉은 그 무거운 한숨에 담긴 감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어쩌면 무력감. 혹은 절망. 그리고 일말의 희망.

       

       

       “거기! 윽! 신파극은 그만 찍고! 이제 좀 싸우지?!”

       

       ㅡ 쾅!

       

       

       마귀의 바로 앞에서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던 프리가가 외쳤다. 보라색 찰흙 같았던 마귀는 어느새 거대한 팔을 만들어서 휘두르고 있었다.

       제 몸통처럼 거대한 팔은 그 자체로 위협적인 무기였다.

       

       

       “이! 괴물 새끼가!”

       

       

       프리가는 채찍처럼 휘둘러지는 두꺼운 팔을 바짝 엎드려서 피하고는, 높이 뛰어올랐다.

       그녀의 도끼 자루에는 두 개의 문자가 빛나고 있었다.

       

       

       ‘앞으로 다섯 개…!’

       

       

       일곱 개의 문자를 채우면, 저 마귀에게 크게 한 방 먹일 수 있다. 서리고룡에게도 치명적인 일격을 먹였던 공격이니, 분명히 먹힐 것이다.

       

       

       “차앗!”

       

       

       뛰어오른 기세를 살려 마귀의 머리를 쪼갤 듯 내리찍는 도끼. 

       프리가의 눈에 입꼬리가 잔뜩 찢어진 마귀의 얼굴이 보였다.

       

       

       ‘웃어?’

       

       마귀가? 

       엄습해 오는 불길한 감각.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시야의 끝에서 보라색 촉수가 그녀를 향해 쏘아지는 것이 보였다.

       

       

       “이, 씨…”

       

       

       공중에 떠 있는 프리가는 억지로 몸을 뒤틀었다.

       피할 수 없다면, 치명적인 부상을 피해야 한다.

       

       

       ㅡ촤악!

       

       “공녀님!”

       

       

       

       신성력을 머금고 날아온 검기가 보랏빛 촉수를 베어 갈랐다.

       케니스가 신성력으로 이글거리는 신검을 들고 있었다.

       

       

       “흡!”

       

       

       케니스의 적절한 개입으로 마귀의 노림수가 무위로 돌아갔다. 

       프리가는 있는 힘껏 도끼를 내리찍었다.

       

       

       촤악ㅡ하는 소리를 내며 두터운 촉수가 한 움큼 잘려 나갔다. 

       머리를 노리고 휘두른 도끼였지만, 마귀는 재빠르게 촉수를 뽑아내 머리를 보호했다.

       

       

       “뭔, 씨…”

       

       

       바닥에 착치한 프리가는 입술을 잘근 씹고는 뒤로 물러났다.

       케니스의 옆으로 향하며 재빨리 전열을 훑는 프리가.

       

       방패를 들고 있는 병사들과 검을 빼 들고 명령을 기다리는 기사들. 

       그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방패는 흔들리고, 검을 잡은 손은 느슨하게 잡았다 풀기를 반복했다.

       

       프리가의 시선을 눈치챈 케니스가 속삭였다.

       

       

       “… 아무래도 저 마귀는, 저주에 걸린 환자들이 숙주니까요. 저분들의 가족도 있겠죠.”

       

       “씁, 골 때리게 됐네.”

       

       

       단순한 마귀라면 생각 없이 족치면 해결되겠지만… 저 마귀를 이루고 있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마귀를 죽이면 환자들은 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환자들도 함께 죽을 것인가?

       

       아무 일도 없이 무사히 돌아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그들이 죽어 버린다면?

       

       병사들은 자기 가족을 걸고 가능성이 희박한 도박을 할 수 없었다.

       하물며 황태자마저 마귀의 숙주가 되어 버린 상황.

       

       

       “마귀를 잡는다고 해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루엘이 서글픈 표정으로 말했다. 

       병사들이 점차 동요하며, 사기가 땅에 떨어져간다.

       

       

       “아니, 이럴 때 황제가 나서야 되는 거 아니야? 도대체 뭐 하는 거야?”

       

       

       프리가는 투덜거리며 뒤쪽을 바라봤다. 그녀의 외침을 분명 데모닉이 들었을 텐데, 왜 아직 아무런 행동이 없는가?

       쭈욱 고개를 뻗어 황제 쪽을 바라본 프리가의 눈동자가 커졌다.

       

       

       “어…?”

       

       

       거대한 빛의 기둥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 위치는… 정확히 황제를 향했다.

       

       

       

       

       

       ******

       

       

       

       

       

       ㅡ 끼기히에에엑!!

       

       

       소름 끼치는 괴성과 함께 시작된 3 스테이지의 보스 레이드. 마귀가 꿈틀거리며 몸통에서 굵은 팔을 뽑아내 공격을 시작했다.

       

       

       ㅡ콰앙!

       

       

       앞으로 달려 나간 프리가는 마귀의 팔을 이리저리 피해 가며, 마귀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용 사냥꾼의 도끼가 마귀에게 꽂힐 때마다 불이 들어오는 도끼의 스택.

       

       

       “좋아, 앞으로 다섯 번 더 때리면…”

       

       

       스킬은 아직 사용하지 않는다. 분명히 이번에도 2 페이즈가 있을 것이다.

       저번에 아무 생각 없이 스킬을 난사하다가, 2 페이즈에 몰살당할 뻔했으니…

       

       이번에는 침착하게 스킬을 아끼고 적재적소에 활용할 생각이다.

       

       

       “… 황제는 왜 안 움직이지?”

       

       

       하다못해 이스칼도 방패로 열심히 보스를 때리고 있는데, 황제는 혼자서 멀뚱멀뚱 서 있었다.

       

       

       “설마 버그인가?”

       

       

       보스전에서 버그라면 지긋지긋한데…

       

       그렇게 황제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혼자서 스턴에 걸렸다.

       멀뚱히 서 있다가 땅을 뒹굴더니 스턴에 걸리는 황제.

       딱 느낌 왔다.

       

       

       “하 씨, 버그네.”

       

       

       어쩔 수 없이 아끼고 있던 스킬 하나를 황제에게 써야 할 것 같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이명이 너무 심해서 병원도 가고, 약을 먹고 좀 쉬었습니다… 푹 쉬니까 좀 많이 괜찮아졌네요. 공지도 없이 이렇게 쉬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정말 건강이 최고입니다… 건강한 식단과 꾸준한 운동… 지금부터 꾸준히 걷기라도 시작해야겠습니다…
    항상 고맙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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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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