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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0

    <590 – 맛있는 연계퀘스트(14)>

     

    국정을 돌보는 일은 어렵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우연히 황제가 된 매스각키는 그 어려움을 나날이 실감하고 있다.

     

    “폐하. 프렌치프라이 백작령의 관서에서 오늘도 관인 13명이 야밤도주를 했다고 하옵니다. 그들이 훔친 나랏돈이 적지 않으나 붙잡을 기사단이 부족하고 영지군에 자체적인 추포를 요청하거든 그들이 죄를 덮을 우려가 있으니 방책을 내려주소서.”

    “에엣… 그, 그건…”

    “나라의 법도를 바로 세우고픈 제국의원장의 뜻에는 동의하오나 황실 상귀자Imperial Grand Vizier로서 본인도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관직에 종사하는 자들의 야반도주는 나라에 닥친 환란 앞에 일치단결하지 못하는 백관들의 정서를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이를 막고자 한다면 백성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선전을 널리 알려야 할 것입니다.”

    “고, 고려해보겠네…”

     

    아카데미에서는 일류황녀였던 내가 제국에서는 허접황제…?

    매스각키는 억울함에 눈물이 뚝뚝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이런 건 아바마마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주변의 동기이자 부하인 귀족파 학생들도 단 한 번도 알려준 적이 없었는데!

    사람이 처음부터 일을 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신하들의 표정을 보면, 여제께서 저리 심약해서 어찌 국정이 운영될꼬 걱정하는 대신들의 표정이 여실히 보였다.

    차라리 근심하는 충신들은 선한 마음에서 비롯된 우려라고 이해라도 하지, 흑심을 감추고 감언을 내뱉으며 다가오려는 간신들은 밀어내기도 어려웠다.

     

    “아무렴 폐하께서는 다 큰 뜻이 있겠지, 어찌 그리 고압적인 태도로 어심을 압박하는가? 폐하, 문화부 및 문화예술학장인 소신은 폐하의 국정운영을 언제나 응원하며 성심껏 따를 것입니다.”

    “하아~? 머라는 거야. 입에 발린 소리나 한다고 아껴줄 거라고 여겼으면 오산이야.”

     

    지금까지야 이런 간신들을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허접매도술로 어찌저찌 쳐내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란 법은 없다.

    언더월드와 마왕군을 동시에 상대하는 와중에 제국은 망했다며 사고를 치는 관료들을 제어하기도 급급해 전전긍긍할 노릇이 아닌가.

    오전 어전회의를 뜻하는 황정 어전회의에서 삑사리를 세 번이나 낸 치욕을 곱씹는 도중, 오크노디의 통신이 날아들었다.

     

    “하아~? 허접성녀들이 모이는 성녀연합회 출범식을 제국황제가 홍보하라니, 너무 귀찮은 거 아니야~?”

    “미안미안! 대신 나중에 우리 응애랑 악수하게 해줄게!”

    “으, 응애…?”

    “앗, 오해하지는 마. 인간의 아이는 아니야!”

    “흥. 또 어디서 이상한 거 주워와서 응애라고 우기는 거겠지. 허접♡ 속임수가 얕아♡ 난 허접소가가 아니야. 허접노디의 엉뚱한 소리에는 안 속아♡”

     

    겉으로는 부끄러워서 툴툴거렸지만, 성녀연합회 출범식은 신성중앙제국 황제 매스각키에게도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북부마왕군의 침공에 드디어 할 말이 생겼어!’

     

    나날이 안 좋은 소식만 이어지던 제국에 정말 흔치 않게도 날아든 희소식이었다.

     

    “다들 잘 들어♡ 고관들이 허접스러워서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허접하지 않은 황제인 나는 성녀연합회의 출범식 장소와 일정을 잡는 일정을 얻어냈어!”

     

    대신들이 박수갈채를 퍼붓고 환호했다.

     

    “오오, 성녀라면 교단의 빛을 담당하는 교황과 달리, 어둠을 담당하는 결전병기가 아닌가!”

    “황제폐하의 은덕이 실로 깊도다!”

    “선황께서도 교황을 부림에 그쳤거늘 교단의 성녀를 동원하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이는 제국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옵니다, 폐하!”

     

    아무리 간신들을 허접매도술로 쳐내도 올라가는 입꼬리는 막을 수 없었던 어심을 간파한 신하들의 작정한 찬사에 매스각키의 입에 함박웃음이 맺혔다.

    하지만 고관들도 대책 없이 막무가내 칭찬을 한 것이 아니라 오늘만큼은 매스각키가 정말 잘했다고 여겼기에 칭찬할 수 있었다.

     

    예로부터 성녀들은 마왕군의 천적이었다.

    스켈레톤은 메이스로 골통을 부수고.

    좀비는 십자가로 골통을 뭉개고.

    마수는 손날로 골통을 쪼개고.

    유령은 성수로 골통을 녹이고.

    손에 잡히는 모든 것, 그리고 자신의 신체를 무기 삼아서 단련해 온 신실함을 실어 마왕군을 갈아 부수며 전진하는 인간병기가 성녀이지 않은가.

    그런 성녀가 최소 셋이나 모이는 성녀연합회의 출범소식은 인류진영의 사기를 단숨에 상승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덕분에 용사파티는 덤으로 딸려오겠어♡”

     

    성녀들도 오랜 폐관수련을 잠시 미뤄두고 살육의 나날로 돌아오는데 용사파티라고 어찌 가만히 성녀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겠는가.

    못난 오라버니를 황천길로 보내준 이슈타르까지 등판한다면 기세에서 밀릴 일은 없다.

    오크노디가 친구 기를 제대로 살려준 셈이다.

     

    “역시 오크노디의 베프는 나인가~? 풉풉. 허접노디는 주변에 사람은 많아도 나처럼 대단한 권력자는 없지♡ 내 빈자리가 느껴지는 게 틀림없어♡”

    “폐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이 일을 마냥 기뻐하셔서는 아니되옵니다. 선황께서 물러나시고 언더월드에 국력이 소진된 지금, 제국은 어느 때보다도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모여든 성녀들이 성녀연합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제국에 위해를 가하고자 마음먹으면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옵니다.”

     

    한참 기뻐하던 매스각키의 기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언제나 직언을 아끼지 않는 친구도 없는 팩트충 아싸고관 제국의원장이었다.

    역대 제국의원장들이 귀족파 귀족들의 이해관계 일치에서 탄생한 것과 달리, 이번 제국의원장은 정국이 혼란스러운 틈에 때마침 매스각키에게 국정보고를 하러 왔다가 공석이 된 제국의원장 직에 “너 승진♡”을 당한 워커홀릭이 올라왔다.

    폭군이나 다름없던 선황의 퇴위와 역사의 어둠 속에 묻힐 최단기물로켓퇴물황제의 승하라는 겹경사 속에 대관식을 치른 매스각키에게 일이나 하라고 들이닥친 워커홀릭을 고관이라고 뽑아놨으니, 이는 매스각키의 자업자득이었다.

     

    “으우우… 그, 그 정도로 심해…?”

    “성녀연합회는 애당초 전대용사의 용사행 도중 대차게 깨지며 해산된 연합입니다. 반제국정서로 뭉친 이들이 제국황제의 입을 통해서 열리는 출범식을 곱게 보지 않고, 성녀연합회에 가세한 성녀들을 배신자 보듯이 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 그럼 어떡해야해…? 제국의원장은 일도 열심히 하고 똑똑하잖아. 방법을 알려줘어. 응? 응?”

     

    선황 시절에는 감히 무엄하여 상상도 성립할 수 없는 <애교를 부리는 황제>를 겪으면서도 제국의원장은 엄히 황제를 꾸짖었다.

     

    “황제폐하는 10대 소녀가 아닌 제국의 기둥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경박한 언동과 가벼이 보이는 태도를 취해서야 어찌 나라의 백성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겠사옵니까.”

    “하아~? 그 오크노디가 출범식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잖아. 그런 문제쯤이야 오크노디가 어떻게든 알아서 해결하겠지! 게다가 영웅들도 있잖아!”

     

    매스각키는 오크노디가 제국에 두고 간 부하들을 가리켰다.

    하나같이 일세의 영웅으로 제국영웅안치소에 안장되었던, 그러나 지금은 영혼의 이지를 상실한 텅 빈 그릇에 거짓된 충성심이 새겨진 존재들.

    이성이 사라진 언데드들은 주인과 마찬가지로 <암흑마나>를 지닌 매스각키를 따랐다.

     

    ‘분명 오크노디가 베프인 날 위해 붙여준 도구이겠지. 풉풉♡ 그렇게 내가 좋으면 말로 해도 될 텐데, 솔직하지 못하긴♡’

     

    진상은 조금 달랐다.

     

    -암흑마나의 정순함이 높지만 순도가 뒤처진다.

    -양에서도 부족함이 느껴진다.

    -이것은 주인님의 종. 그분의 뜻을 알릴 도구인가.

    -주인과 재회할 때까지 이것의 지시를 따른다.

    -이것이 우리를 주인에게 데려다줄 것이다.

     

    서로를 도구 취급하는 매스각키와 언데드 영웅들!

     

    ‘어라? 가만 생각하니, 오크노디가 붙여준 소중한 도구들이잖아. 성녀들의 눈에 띄면 곤란하지 않나?’

     

    매스각키의 이마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맺혔다.

    이런 귀한 인력들을 망가뜨리는 것은 티토소가에게 담력시험에 필요하다고 조명대를 빌렸다가 실수로 조명을 깨뜨리고 돌려주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진짜 개쓰레기나 할법한 짓이다.

    오크노디는 선의로 성녀연합회 출범식 개최소식 및 일정을 주최할 권한을 빌려주었건만 그 대가로 부하들을 갈아버려서야 베프를 볼 낯이 없었다.

    때마침 종교관계자들을 응대하는 <신위대신Divine Steward>이 급히 달려와 고개를 조아렸다.

     

    “선험의 신 임마누엘의 종들이 출범식의 정확한 일정을 여쭙고 있습니다. 폐하, 일정과 장소를 정하여 주시옵소서.”

     

    매스각키는 울상이 되었다.

    빨리 정하지 않으면 대신들에게 또 혼날 텐데.

    오늘 저녁 수라상에서 고기반찬을 압수당할 텐데.

    이를 어쩌지?

    끙끙대며 앓던 매스각키는 문득 똑같이 어려운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황녀인 그녀가 궁지 속에서 떠오를 정도로 힘든 시절이야 당연히 야요이를 돌보기 위해 국정에 나서야만 했던 어린 시절…이 아니라 기프트 아카데미 1학년 시절이었다.

    정확히는 시험이 한주 남았는데 교수들이 학생들은 자기 강의만 듣는 것처럼 리포트 과제를 셋이나 냈던 가장 힘겨웠던 일주일이었다.

     

    ‘그땐 어떻게 위기를 넘겼지?’

     

    하나는 직접 풀고.

    또 하나는 부하들과 집단지성을 모아 풀고.

    다른 하나는?

     

    ‘선배들에게 포인트를 주고 하청을 내었어♡’

     

    그렇다.

    일감은 남에게 미룰 수 있다.

    황제라도 예외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성녀연합회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아카데미로 가서 성녀연합회에 동참하는 성녀들을 보고 출범식에 동의할지 거부할지 정하라고 해♡”

     

    이러면 욕을 먹어도 출범에 반대한 성녀들이 먹을 것이고, 일정을 잡아도 성녀들이 잡을 것이며, 제국에 있는 오크노디의 언데드 영웅들의 골통이 쪼개지는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청에 하청을 짬때리는 매스각키의 훌륭한 정치술에 고관들은 황제폐하의 신들린 국정매드무비가 대단하다며 박수갈채를 쳤다.

    어린 여제의 우쭐한 모습이 딸 같고 흐뭇한 늙은 대신들의 리액션에 오늘도 여제는 좋아 죽는 모습으로 화답하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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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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