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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1

    <591 – 맛있는 연계퀘스트(15)>

     

    오크노디의 출범식 “해줘” 선언에 출범식 받아치기를 펼친 매스각키.

    그렇게 2차 하청을 받게 된 선신연합의 교황들은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되었다.

     

    “황제가 무엇을 꾀하는 것이지? 성녀연합회는 우리 선신연합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무도한 연합임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

    “연합에 반하는 이들을 모아서 일망타진하려는 흉계는 아닌가?”

    “유일신 외의 신앙을 배척했던 제국의 오랜 역사를 떠올리면 아주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할까?”

    “당대 황제인 매스각키는 아직 10대 소녀에 불과하오. 모두들 걱정이 과한 것 같네.”

     

    소녀황제가 아무 생각 없이 일을 저질렀다는 소녀실수설을 지지하는 교황들의 소리가 높아지자, 반대파의 선도자가 안광을 번뜩이며 외쳤다.

     

    “그대들은 어찌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는가.”

    “우리가 무엇을 간과하였는가.”

    “매스각키 여제는 기프트 아카데미 출신이다.”

    “!”

    “소름이 끼치는군.”

    “닭살이 돋았어.”

     

    기프트 아카데미.

    그곳의 졸업생들은 엄청난 지혜와 재주를 지니고 있다.

    수백 년간 제국을 통치해온 선황과 수백 년간 마왕군을 이끄는 마왕이 모두 아카데미 출신임을 참작하면 이는 결코 간과할 사태가 아니었다.

     

    “성녀연합회에 섣불리 가불가를 논하는 행위는 황제의 심리전에 말리는 행위이니, 우리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않고 권리를 되돌려야 한다.”

    “무도한 무리들을 해산할 기회를 포기하란 말인가?”

    “북부마왕군이 전선을 진격하는 지금, 교단이 인류의 구심점이 되기를 거부하는 행위는 제국뿐만 아니라 만인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다.”

     

    소녀실수설에 비견되는 거대한 파벌이 된 천재함정설이 힘을 얻으니, 교황들도 섣불리 소녀의 실수라고 여길 수 없게 되었다.

     

    “전식포만신교의 아마데우스여. 그대는 선신연합교황회의에서 어찌 아무 말도 없는가.”

     

    성광의 마데우스를 모시는 벽력성천신교 교황 사그한 이레움이 파멸한 뒤, 그의 친우였던 아마데우스는 신들의 일에 관심을 접었다.

    신의 의지가 얼마나 가볍게 선을 저버릴 수 있는지, 악에 손을 들 수 있는지 깨달은 지금 아마데우스는 모든 의욕을 상실한 상태였다.

     

    “어찌 되었든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신들께서 뜻을 정한다면 뒤집어질 것을.”

    “허어. 어찌 그리 의욕을 내지 못하는가. 신들께서는 공사다망하니, 교단의 작은 일은 그분의 뜻을 받드는 교황들이 대행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마데우스의 눈에는 신들의 변덕스러움을 모르는 교황들이 하찮고 성가시게만 보였다.

    신앙의 흔들림.

    종교인들의 주화입마라 불리는 <신앙붕괴>의 초입에 접어든 그는 스스로 신성술에 거부감을 느끼며 조금씩 파멸해가던 중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화가 나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으니 불똥이 튀는 것은 당연지사.

    아마데우스는 기가 막힌 화풀이 방법을 떠올렸다.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의 악마적인 지혜가 신들의 뜻조차 희롱했으니, 저들의 확고한 신앙도 나와 같이 헛되게 될 계기를 만들고 싶구나.’

     

    나만 타락할 수는 없다.

    너희도 타락해라.

    그런 악의가 담긴 지혜가 아마데우스의 입을 빌려 현현하였다.

     

    “지원군을 경매하는 것은 어떤가.”

    “지원군 경매?”

    “성녀연합회를 우리의 입으로 거부하는 것이 만인의 눈에 무도하게 보인다면 무도하지 않게 보일 공덕을 쌓으면 그만이다. 북부전선에 지원군을 보내는 행위가 그 공덕이 될 것이다.”

    “하면 경매는 또 무엇인가.”

    “가장 많은 지원군을 보낸 세 개의 교단이 대륙에서 가장 헌신적인 교단이라는 자격으로 성녀연합회의 출범자격을 심사하겠다며 성녀를 파견할 자격을 얻는 것이지. 이리하면 성녀연합회 출범을 거부하더라도 세인들은 연합회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지, 선신연합에 문제가 있다며 탓하지 않을 것이오.”

     

    소녀실수설과 천재함정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교황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쳤다.

     

    “침묵하는 자의 머리에는 가장 값진 지혜가 있으니, 아마데우스의 말이 실로 적합하도다.”

    “역시 조화의 신 벨제붑belzebub을 모시는 전식포만신교의 교황다운 지혜. 실로 감탄하였소.”

    “하면 경매는 누가 주관함이 옳겠는가?”

     

    선신연합이 잘되는 꼴이 보고 싶지 않았던 아마데우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황제에게 주관하라 하시오. 스스로 주관했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승복할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매스각키의 2차 하청은 포인트 경매 주관이라는 새로운 업무가 되어 매스각키에게 되돌아갔다.

     

     

    * * *

     

     

    “흐응? 이거 할만한데~?”

     

    큰일을 맡아 위축될 황제의 모습을 기대했던 몇몇 교황에게는 아쉽게도 매스각키에게 경매는 그리 낯선 것이 아니었다.

    당장 지난 여름방학에 오크노디의 파파를 만나러 가는 길에 무인도경매를 벌이기도 했던 것이다.

     

    ‘헉. 설마 오크노디는 일찌감치 경매경험을 쌓아주어서 언젠가 이런 날이 닥칠 때 의연하게 대할 수 있도록 빌드업을 한 건가?’

     

    당사자는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빌드업에 전율하며 오크노디의 베프 행동에 멋대로 감동한 매스각키.

    그녀는 무인도경매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지원군 경매방식을 결정하였다.

     

    ‘경매는 참석난이도가 어렵고 힘들게 얻을수록 포인트를 왕창 지불하기 마련이지!’

     

    그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에서 경매를 열면 더 많은 지원군을 내놓겠구나!

    실로 와이히엠하이 재단스러운 깨달음을 얻은 매스각키는 지원군 경매 개최장소를 결정했다.

     

    “언더월드 최전선에서 경매해♡”

    “아니, 어찌 경매를 그리 위험한 곳에서 하십니까?”

    “북부지원군을 파견하겠다는 교단의 진정성을 확인하려면 그들의 헌신을 시험해야 하잖아~? 그렇게 지원군이 보내고 싶으면 다른 전선에서도 활약하겠지♡”

    “그런 것이야 졸속으로 많은 지원군을 부르고 해산해버리면 그만 아닙니까.”

    “그러지 못하게 배팅방식을 바꾸어야지♡ 베팅하는 것은 지원군이지만 배팅수단은 킬수야.”

    “그게 어인 말씀입니까? 킬수라니요.”

    “언더월드에서 지하생물체를 죽인 수만큼 더 많은 지원군 파견을 약속할 수 있다는 뜻이야♡”

    “!!”

     

    힙하다.

    그러면서도 국정운영에 도움이 된다.

    제국의 두 개의 전선 중 하나에 직접적인 지원과 사기진작 효과를 얻으면서, 그 결과로 다른 전선의 지원군 파견 규모가 결정된다.

    하나의 전장이 아닌 두 개의 전장 모두가 원군을 얻는 지혜로운 경매에 고관대신들은 우쭈쭈 하는 마음이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온 진심어린 박수갈채를 금치 못했다.

     

    “여제의 지혜가 선신연합의 머리 위에 올라섰으니, 나라의 흥복이옵니다!”

    “나라의 흥복이옵니다!”

     

    2차 하청 받아치기는 오크노디와 재단에게 참 좋은 것을 배운 매스각키의 지혜로 인해 3차 하청 이중파견 때리기로 되돌아갔다.

    선신연합에서 이를 박박 갈며 경매에 참석하며 언더월드의 악한 존재들을 베어넘기며 지원군 경매를 벌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폐하께서는 어찌 이런 비상한 아이디어를 떠올리실 수 있었습니까?”

     

    물론, 매스각키도 마냥 재단의 영향만 받은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재단의 도움을 받았다고 대놓고 말할 수 없어서 핑계를 떠올리기 시작한 것이지만, 막상 생각해보니 정말로 떠오르는 이유도 있었다.

     

    “아카데미 덕분이지♡”

     

    실제로 아카데미에서는 포인트가 부족한 선배들이 후배들의 화장실이나 강의실 앞을 틀어막고 여길 지나가고 싶으면 술식자물쇠를 풀거나 포인트를 내라며 강매 아닌 강매를 했다.

    학생회에 신고하면 후다닥 달아나는 허접선배들이었지만 아카데미의 좋은 문화는 매스각키의 국정운영에 필요한 소중한 양식이 되었다.

    선신연합도 성녀연합회에 참석하고 싶거든 화장실이 급해 술식자물쇠를 푸는 대신 포인트를 지불해야했던 후배들처럼 지원군 파견을 약속해야 하는 것이다.

     

    “기프트 아카데미의 지원 규모를 낮추어서는 아니되겠군요.”

    “당연하지♡”

     

    이걸로 자신은 오크노디의 도움이 되었다.

    베프로서의 의리는 다했으니 성녀연합회의 운명은 다시금 오크노디에게 달렸다.

    매스각키는 폭탄을 처리한 심정으로 후련하게 꿀잠을 잤다.

     

     

    * * *

     

     

    선신연합의 교황들은 언더월드 지하 2계층을 피바다로 만든 뒤에야 간신히 북부전선 지원군 경매를 끝마쳤다.

     

    “흐름의 신 아쿠아리우스를 모시는 교단에서는 북부전선을 무너뜨릴 흐름을 끌어오겠다고 하였습니다.”

    “평화의 신 트란퀼로는 평화와 예절, 존중을 대량학살로 각인시키겠다며 평화의 거신병들을 교단격납고에서 출격시켰다고 하옵니다.”

    “위대한 그랜디오스는 <위대한 자의 속삭임> 주문을 배워 교황조차 위대해지고픈 욕망을 부추기는 속삭임을 두려워해 수도원에 박아둔 사악한 계시자들을 해방했다고 합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승리한 3개의 교단은 급히 교단의 성녀들을 기프트 아카데미로 급파했다.

    마왕군의 침략이 삽시간에 무용지물이 된 재단에서야 당황할 노릇이지만, 선신연합은 여전히 마왕군이나 재단보다도 성녀연합회의 등장이 더욱 거슬렸다.

     

    “용사 니알라토텝의 만행으로 태양의 신의 정명한 용사가 절멸하기 전에는 어떤 신들의 성녀도 그들을 도와 유일신의 사도를 더욱 빛나게 만들지 않겠노라 약조를 맺었거늘, 어찌 성녀연합회의 출범을 다시 선언할 수 있습니까?”

    “어떤 년들이 약속을 배신했는지 그 뻔뻔한 낯짝을 봐줘야겠어.”

    “신께서 진실로 이르노니, 십일조를 바치지 않고 맹약을 어긴 배신자는 육신의 십분의 일을 거두어 대가를 징발하라. 맹약 2장 13.”

     

    지원군 경매에 필요한 언더월드 마수들의 수급을 확보하기 위해 투입되었던 각 교단의 비밀병기 성녀들이 각오를 다짐했다.

    피칠갑을 한 이들의 선언에 전선의 제국군은 마왕군 골통보다 성녀연합회가 먼저 얻어터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어린 시선을 보냈으나, 한 사람만은 걱정 대신 호기심을 보였다.

     

    “낮의 지배자이자 지상을 제패한 뱀파이어 군주, 데이워커 히우그마그께 저희가 염탐한 적진의 불순한 소문을 알리나이다.”

     

    뱀파이어들의 보고를 받는 새로운 밤의 주인.

    지상의 제국을 버리고 지하의 제국을 장악한 선황이 말했다.

     

    “짐의 딸이 지상에서 선신연합을 우롱하며 내분을 조장하였으니, 이에 힘을 실어주어야겠다. 너희는 전장에 흐른 피로 전선을 어지럽혀라.”

    “군주께서는 무엇을 꾀하십니까?”

    “지상에 올라가 딸을 만날 것이다. 선신연합에 압박을 가하는 목적이라면 아카데미의 악룡도 순순히 받아들이리라.”

     

    출범식의 개최 일정이 잡히기도 전에 가장 큰 거물이 <자동적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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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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