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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1

       

        

        

        

        

        

        

        

        

        

        

       “후….”

        

       “…예전부터 줄곧 신경쓰였던 건데, 왜 C4 격발기를 들고 악력기처럼 쓰는 거예요? 그것도 일종의 루틴 같은 거예요?”

        

       “어쩌다보니….”

        

        

        

        일요일, 대망의 파이널 챔피언십 마지막 날.

        

        일주일 가량 십수 번의 경기를 치뤄왔음에도 불구하고, 파이널 챔피언십이라는 거대한 도전의 목전에 있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숨을 토해내며 손에 쥐어진 격발기를 몇 번이고 찰캉거렸다. 오직 그 때만큼은 긴장이 조금이나마 누그러지는 것만 같았으니까.

        

        본 경기가 몇 분 남지 않았을 때면 항상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어쩌면 이 정도면 족한 것이 아닐까. 객관적으로 생각해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크 존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지 고작해야 16개월만에 이 자리까지 올라왔으니까.

        

        물론 말이 16개월이지, 사실상 억겁의 시간 동안 정신이 녹아 사라질 것만 같은 하드 트레이닝을 수행해냈기에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힐끔 주변을 둘러보고, 고작해야 2분 후에 어떤 맵에 떨어질지를 확인한다.

        

        만약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와 맞닥뜨렸을 때, 어떠한 형태로 대응해야 상대를 완전히 압살할 수 있을까. 상대의 심리와 주어진 변수를 고려하여 무수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성공과 실패의 여부를 머릿속으로 판가름한다.

        

        과연 몇 년 전의 내가 이 자리에 서있는 나를 보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유진 씨와 함께 했던 16개월은 사람을 송두리째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투쟁심이라는 걸 모르던 내게 승리하는 것의 즐거움을 뼛속까지 박아넣었을 정도면 말 다했지.

        

        

        

       “…민아의 표정이 사악해지고 있는 걸 보니, 오늘은 정말 만나기 싫은 느낌이 든단 말이죠.”

        

       “첫 번째 맵이 고가치 연구시설이라 그럴지도요. 이런 맵은 벽을 무너뜨리기가 어려워서 그닥 하고 싶지 않은데….”

        

       “없는 건 아니잖아요. 가건물 많은 모의교전장이라든지…물론 전 거긴 절대 안 갈 거긴 한데.”

        

       “히히.”

        

        

        

        그리 말하면서, 다이스는 오른쪽 허벅지를 흘겨본다.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빵빵하기 그지없는 다용도 파우치. 안에는 다양한 잡동사니가 들어있었다. 가령 작은 나무젓가락이나 라이터, 고무줄, 인계철선, 그 외에도 여러가지. 당연하게도 전부 트랩 재료였다.

        

        어느 누군가가 내 다용도 파우치를 보고 말하길, 죽음의 주머니라고 했었나. 이게 천천히 비어갈수록 죽어가는 사람이 늘어난단다. 누군가는 저렇게 트랩 재료를 저만큼 들고 다니는 건 반칙이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는데, 경기 규정 상 1도 문제가 없단 답변이 되돌아왔다.

        

        유저를 직접적으로 사살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딱히 뺏기지는 않았지만, 사실 뺏기면 맵에 있는 재료만으로도 어떻게든 트랩을 만들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히 연습을 해놨기에 그닥 상관은 없었지만.

        

        

        

        어느덧 시간이 다 되어간다.

        

        그렇게 10초 가량만이 남았을 즈음, 다들 최상위권에서 다시 만나자는 훈훈한 인사를 건넸고, 시간초가 제로로 수렴한다 – 그리고 얼마쯤 지났을까, 나는 고가치 연구시설의 최하층 어딘가에서 눈을 뜨게 되었다.

        

        

        

       “여기가 어디라냐….”

        

        

        

        축축한 콘크리트 냄새, 독한 페인트 냄새.

        

        순환하지 않아 탁해진 최하층 공기와 파이프 특유의 쇠 냄새 등등이 어지러이 섞여 돌아다니는 이곳. 본래라면 하늘에서 떨어진 후 시설 내부로 들어가는 형태였지만, 이번 년도부터는 그 과정이 반쯤 생략되었고, 스폰 포인트는 처음부터 시설 어딘가로 고정된다.

        

        자아, 그러면 오늘의 첫 번째 트랩 재료는 뭘로 해볼까. 그리 생각하며 파우치를 뒤적거렸고, 손에 잡혀나온 것은 나무젓가락 한 쌍에 얽혀있는 고무줄, 그리고 라이터였다.

        

        

        

       “…어떻게든 할 수는 있을 것 같네.”

        

        

        

        유진 씨의 무수한 가르침 중 하나였다.

        

        나는 다이스마냥 순수한 피지컬과 순간적인 판단력이 MAX를 찍은 꽉 찬 육각형 플레이어가 아니라, 변칙적인 트랩을 제조하여 상대방의 심리를 흔드는 데에 최적화되어있기 때문에, 항상 쓰던 방법만 쓰게 되면 적에게는 이득이요, 나에게는 손해가 된다.

        

        바로 그 때문에, 소지하고 있는 사소한 물건들을 조합하여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트랩을 제작해버릇 하는 습관을 들여야만 한다-라는 내용. 그것이 유진 씨에게 배운 방법론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무지하게 골머리를 썩였고, 까놓고 말해서 지금 역시도 상상도 못한 물건의 조합이 걸리게 되면 머리를 싸매게 되지만, 바로 그렇게 상상력을 짜내는 것이야말로 트랩 제작자의 숙명이었다.

        

        …물론 유진 쌤은 언젠가 그렇게 말한 나한테 ‘과몰입하지 말라’며 따끔하게 혼내긴 했는데.

        

        

        아직까지 적을 마주치지는 않았기에 적당히 파밍을 이어가고, 나중에 트랩으로 사용하기 위한 탄환 한 발 정도만을 고무줄로 엮어놓은 나무젓가락 사이에 적당히 끼워놓는다.

        

        벽면과 복도를 타고 곳곳에서 교전음이 터져나오는 사이, 나는 계단을 올라 하층으로 올라가기 전 군화 바닥에 묻은 흰색 페인트를 주변에 비벼 깔끔하게 닦아내었다.

        

        이게 무언가 하니, 게임사가 맵에 심어놓은 일종의 함정…이라고 해야만 할지. 아무튼 대강 그런 것이었다.

        

        

        

       ‘신발에 묻은 페인트 자국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확인하면 적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라니. 무섭다, 무서워.’

        

        

        

        더 무서운 것이 있다면, 이것은 최하층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과거 유진 씨와 이 맵을 위주로 자주 플레이했을 때, 자꾸 하층에서 추살당한 탓에 그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었고, 그 당시 선생님은 ‘신발에 묻은 페인트를 제대로 안 닦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전부 저한테 얻어터지기 마련이랍니다’ 라고 하였다.

        

        그리고 나중에 데스캠을 확인했을 때, PDA가 자주 스폰되는 방 앞까지 이어진 아주 옅은 – 하지만 알아볼 수는 있는 – 페인트 자국을 따라온 유진 선생님을 보고야 말았지. 아주 충격적이었기에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하여 흔적을 완벽하게 지운 후 주변을 수색한다. 하층부터 저거넛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PDA가 등장하고, 랜덤으로 긴급구조기능이 들어있는 레어한 PDA도 습득할 수 있었으므로.

        

        긴급구조기능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작년에 다이스가 딱 한 번 로건을 잡았을 때 어떤 방법론을 사용했는지를 생각해보면 금방 그 정체를 뭔지 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하여 미리 눈여겨둔 방을 향해 조심스럽게 이동하고 있었을까-

        

        

        

       ───!

        

        

        

        찰나의 순간 저만치 떨어진 곳을 갈랐다가 사라지는 붉은 색의 레이저.

        

        이미 올라온 사람이 있구나. 그러나 아직까지 나를 찾지는 못했다. 만약 찾았다면 즉각 총부터 쏘고 보았겠지. 그리하여 흔적을 철저하게 지우는 한편, 주변에 널려있는 깨진 유리조각들 몇 개를 조심스럽게 주워 문 근처에 조심스럽게 흩뿌렸다.

        

        그와 동시에 연구실로 통하는 문을 살살 열고는 살그머니 내부로 돌입, 미리 준비해둔 트랩을 세팅한다.

        

        

        

       ‘…트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력이나 구성이 아니라, 상대방의 심리와 타이밍을 읽는 능력이지.’

        

        

        

        아무리 트랩을 정교하게 제작하더라도, 혹은 발동할 시 오퍼레이터 두세 명은 로비로 보내버릴 수 있는 위력을 지니더라도, 아무도 밟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알아도 지나갈 수밖에 없는 길의 한복판, 혹은 지나가야만 하는 길의 바로 옆. 지금부터 만드는 트랩은 후자에 속했다 – 나무젓가락을 꺼낸 후 x자로 교차, 근방의 잡동사니 몇 개를 주워온 다음 다용도 파우치에서 7.62x39mm 탄환 한 발을 꺼내어 그 위에 가로로 놓는다.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터보라이터. 특별히 제작하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고, 그냥 일반적인 터보라이터였다.

        

        

        문에 귀를 대고는 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계속해서 체크.

        

        1초, 2초, 3초…그렇게 수십 초가 흘러갔을까, 근방에서부터 까가각- 하는 기괴한 소음이 울려퍼진다. 군홧발이 아까 적당히 흩뿌려놓은 유리조각을 짓밟으며 나는 소리였다. 조명이 거의 없어 유리조각을 알아보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와 동시에 블러핑을 건다. 의도적으로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문에서 빠져나오는 척을 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타이밍 싸움이었고, 상대방은 방 내부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마 수류탄을 던진 다음 내가 있는 곳을 최종적으로 수색하겠지.

        

        수류탄 파편 정도는 버틸 수 있도록 방 안에 있는 웨펀케이스와 의자 등등을 조용히 가져와 방어선을 구축해놓은 덕분에 파편 한 번 정도는 버틸 수 있을 터.

        

        남은 것은 하나였다.

        

        

        

       ───츠츳!

        

        

        

        아주 작은 소리와 함께 터져나오는 터보라이터의 불꽃.

        

        총 5단계로 나뉜 불꽃의 세기를 미니멈으로 조절한 뒤 조심스럽게 탄환 아래로 집어넣고, 미리 준비해둔 임시 방어막 뒤로 숨는 순간, 문이 아주 살짝 열리며 덜그럭거리는 쇳소리가 방 안을 가득히 메웠다. 당연하게도 수류탄이었다.

        

        임시 트랩 주변에도 잡동사니를 쌓아두었고, 벽면에 바짝 붙여뒀으니 라이터가 쓰러지지는 않을 터 – 그리 생각하며 몸을 바닥에 바짝 붙였을까, 엄청난 굉음이 몸을 뒤흔들었다.

        

        

        

       “아윽…!”

        

        

        

        터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덜컹 열리고, 적이 말 그대로 노도와 같은 기세로 밀고 들어온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나 역시도 파우치의 수류탄을 ㄱ자로 꺾어지는 벽 너머를 향해 데구르르 굴린 상태였다. 쿠킹은 없었다. 터지기까지 4초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대방이 피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 시간은 지금부터 생겨날 것이었다.

        

        트랩이 작동할 시간이었다.

        

        

        

       ───타아앙!

        

       ───투두두두두!

        

       ───콰아앙!

        

        

        

       “아아악-!”

        

        

        

        충분히 가열된 탄피 안의 화약이 제멋대로 점화하며 굉음이 터져나오고,

        

        무의식적으로 소음의 진원지를 향해 고개가 돌아간 적군을 향해 풀오토로 10발쯤 사격한 후 벽 뒤로 다시 숨으며,

        

        미리 던져놓았던 수류탄이 격발한다.

        

        

        그리하여 교전이 시작된 지 1초나 지났을까, 상대는 MK47 뮤턴트 탄환 10발과 수류탄 하나, 소음 트랩의 장엄한 콜라보레이션을 정면에서 경험하고는 감동한 나머지 로비로 슈우웅 빠져나가고야 말았다. 별점 5점에 리뷰도 같이 남겨주면 좋으련만.

        

        뒤늦게 찾아오는 탈력감과 함께, 문을 닫고는 적이 남기고 간 아이템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마지막으로 라이터를 회수하며 숨을 토해냈다.

        

        

        

       “누군지는 몰라도 감사합니다.”

        

        

        

        트랩이 의도하는 대로 작동하는 걸 보면 즐겁기 그지없단 말이지.

        

        힘들긴 해도, 역시, 앞으로 누구에게 어떤 트랩을 어떻게 써먹어볼지를 생각하면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파이널 챔피언십의 마지막 날, 첫 번째 경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역시, 저쪽을 따라잡기에 1년은 너무 이르군. 이렇게 될 것 같더라니…조건만 갖춰지는 순간 발동되는 일격필살의 전법은 대응하기가 너무 까다롭단 말이지.”

        

       “그렇습니까…1년 정도면 누가 됐든 어느 정도는 대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렇지도 않나봅니다.”

        

       “1년이란 시간이 생각보다 무척이나 짧다는 것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핵심은 저들이 배운 방법론이 추구하고 있는 경향성이야.”

        

        

        

        한편, 파이널 챔피언십의 스타디움 내부.

        

        머리카락을 길게 묶어내린 중후한 남성 한 명이 실시간으로 방영되고 있는 화면을 확인하며 몇 가지를 메모하듯 적어내리더니 수첩을 덮는다. 거기에 적혀있는 케이스(Keith)라는 단어. 작년까지만 해도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만, 현 시점에서는 기억하는 이들이 극히 드물었다.

        

        

        본래라면 그 역시 한 명의 선수로서 저 자리에 서있어야만 했으나, 이번 년도는 그렇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를 비롯하여 작년, 제3회 파이널 챔피언십에 참여했던 선수들은 전원 일본 다크 존 협회에 의해 보복성 출전정지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표정에는 미묘한 웃음이 배어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 끝에 걸려있는 것은 세 명밖에 되지 않는 일본 출신의 선수가 본선 하위권에 처박혀있는 화면이었다.

        

        결과가 나오는 불과 몇 시간 안에 일본 다크 존 협회, 그 중에서도 AP를 담당하는 대가리 굳은 인원들은 장작이 되어 타오르고, 잿더미가 되어 쓰레기통에 버려지리라.

        

        

        그리 생각한 그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철저하게 ‘오퍼레이터’만을 죽이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듯한 전법…그 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저런 방법을 알고 있고, 그것을 이론으로 풀어 제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 궁금하군.”

        

       “듣자 하니 유진은 과거 미국의 특수부대에 소속되었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즈음에 배운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다크 존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을 스스로 창조해낸 것이 아니겠습니까. 스톰시어 역시도 비슷한 방법론을 사용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렇겠지.”

        

        

        

        그가 쿡쿡 웃으며 덧붙였다.

        

        

        

       “다크 존이 은밀하게 미 국방부의 후원을 받아, 차후의 시가전을 대비하기 위한 차세대 오퍼레이터의 형태를 시뮬레이팅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어쩌면 현실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건…이번이 두 번째인가.”

        

       “…농담 아니었습니까?”

        

       “세상 일은 아무도 모르는 법 아니겠나. 물론 그것이 거짓인지 진실인지를 파악하는 건 우리의 몫이 아니겠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리모콘을 조종해 전방에 보이는 화면을 하모니의 것으로 바꿨다.

        

        스타디움에 들어온 인원은 특수한 안경과 이어폰, 그리고 리모콘을 받았고, 그것을 통해 원하는 화면을 볼 수 있었다. 바로 그 덕분이었다 –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화면에는 온갖 창의적인 방법으로 적을 차분하게 집어삼키는 녹색 고양이의 모습이 보였다.

        

        

        천장 사이에 늘어진 조명 사이에 몰래 핀을 뽑아놓은 수류탄을 올려놓고 – 대신 안전손잡이는 고정시킨 상태로 – , 섬광탄을 집어던져 방패 사용자의 시야를 앗아간 뒤, 조명을 쏴서 맞춰 수류탄을 떨어뜨려 폭파시키는 이중 수류탄 트랩.

        

        수류탄을 해체하여 나온 폭발물에 뇌관을 심어놓고, 테이프를 거꾸로 둘러 벽면에 던져 붙인 뒤 돌입 직전 터뜨리고, 적이 폭발에 놀란 순간 문을 열고 쳐들어가는 성동격서.

        

        그 외에도 처음에 보여주었던 라이터 트랩 역시 이들을 놀라게 만들기엔 실로 충분했다.

        

        

        

       “두려워질 지경이로군요.”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단순히 트랩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급박한 상황에서 저렇게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실전에서 숱하게 사용해봤음을 증명하는 거겠지요.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극복해냈을지….”

        

       “정확히 짚었군.”

        

        

        

        하모니를 제외한 유진 사단 – 다이스와 갬빗, 서밋, 미카엘. 이들은 각자 플레이스타일이 조금씩 다를지언정 총을 쏴서 적을 잡는다는 기본적인 대전제는 다르지 않았고, 총을 사용하여 교전을 풀어나간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었다.

        

        오직 그녀만 달랐다. 총을 쏴서 상대를 사살한다는 것은 거의 비슷했지만, 그것이 과정이 아닌 결과에만 사용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여태까지의 시청자들이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판도라의 상자나 다를 바 없었고.

        

        바로 그것이 하모니가 그 누구보다도 주목받는 이유였다.

        

        

        원이 좁혀지고 저거넛들이 밀려들수록 죽어 나자빠지는 사람들은 많아지나, 그 사이에서도 익숙한 이름들은 계속해서 남는다. 그 사이에는 이른바 닌자 저거넛이라고 불리우는 매니악 저거넛을 단독으로 격파한 미카엘과 in5 단골 손님인 다이스도 있었다.

        

        그 와중 하모니는 자신이 폭발물로 후드려팬 이들에게서 수많은 스킬 부산물 – 그 중에서도 산화제와 나나이트 켐을 대거 뺏어왔고, 수류탄 등을 분해해 컴포지션 B를 대거 비축해둔 시점.

        

        게임이 시작되기 전 했던 다이스의 말이 무색하게도 마지막 서클은 가건물이 대거 존재하는 모의교전실을 향해 좁혀지기 시작해다.

        

        그리고 그녀는 가장 먼저 그곳으로 향했으며, 곳곳에 트랩을 매설-하지 않고, 건물 이곳저곳에 산화제와 나나이트 캠, 그리고 폭발물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콰앙!

        

        

        

        그 와중 하모니가 있는 곳과는 완전 다른 방향에서부터 발생한 폭발. 이 역시 시선 혼동의 일종이었고, 바로 그 덕분에 그녀는 마지막까지 누구에게 들키지 않고 폭발물을 설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방패와 펄스를 장착한 미카엘은 움직이는 장갑차 그 자체였고, 펄스를 통해 하모니와 다이스의 위치를 즉각적으로 파악한 뒤 주변을 빙 돌았으며, 건물 근처는 다가가지도 않았다. 굳이 들어갈 필요가 있다면 남에게 뺏어온 시커 마인 혹은 지향성 펄스를 통해 트랩을 무력화했고.

        

        도약 지뢰와 펄스로 인해 사방에서 폭발이 발생하고, 가건물이 쓰러지고 무너지며 그 잔해가 주변을 뒤덮는 가운데 – 하모니는 차츰 궁지로 몰리기 시작했고, 이윽고 한 대형 가건물을 사이로 둔 채 미카엘과 마주했다.

        

        아바타는 타국 유저의 것이었지만, 미카엘, 그리고 하모니는 이미 서로의 플레이스타일을 확인하고, 상대가 누군지를 진즉 알고 있었다.

        

        

        

       -이젠 안 놓쳐요. 슬슬 그 건너편에서 튀어나오는 게 좋을 텐데.

        

       -…그렇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모니는 나오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웃고 있었다.

        

        그녀의 입이 열린다.

        

        

        

       -설마설마 했는데, 간신히 이곳까지 유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

        

       -도망갈 수 없을 걸요. 그도 그런 게….

        

        

        

        오면서 미카엘 씨가 전부 건물을 부숴버렸으니까요.

        

        그 말이 나지막하게 울리는 가운데, 미카엘은 황급히 뒷걸음질하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주변에 쌓여진 돌더미들과 쇠파이프 등이 퇴각로를 막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제야 그는 모든 상황의 전말을 깨달았다. 하모니는 미카엘이 건물에는 들어가지도 않을 것을 짐작하고, 폭발 및 쓰러지는 건물에 방향성을 부여해 퇴로를 차단해버린 것이었다.

        

        그 거대한 밑그림에 미카엘이 놀라기도 전, 하모니는 격발기를 쥔 손에 슬그머니 힘을 주었다.

        

        굉음이 터져나오고, 건물이 서서히 그를 향해 쓰러지기 시작했다.

        

        

        

       ───쿠구궁!

        

        

        

       -파이널 챔피언십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짜놓은 수많은 예비 플랜이긴 하지만, 서클이 여기로 좁혀지는 경우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후, 이럴 줄 알았으면 뒷걸음질치지 말고 바로 몰아붙였어야 하는데.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그그그극!

        

        끔찍한 소리에 파묻힌 유언 아닌 유언과 함께, 4층짜리 건물이 미카엘을 파도처럼 덮쳤다.

        

        UI 한쪽에 남아있던 3이라는 숫자가 2로 바뀌고, 서서히 흙먼지가 잦아들 즈음, 그리고 가건물이었던 잔해가 모의교전실 내부에 산더미처럼 널려있을 즈음.

        

        가라앉은 흙먼지 사이로 오늘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유저의 아바타가, 아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바타를 뒤집어쓴 다이스가 하모니를 향해 다가오더니, 엄폐물에 숨은 채 덧붙였다.

        

        

        

       -오시길. 1등이 되고 싶다면 절 넘어서야 할 거예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짤깍!

        

        더 이상의 대답은 없었다.

        

        수류탄 핀이 뽑히는 소리와 함께 교전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캣?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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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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