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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2

    <592 – 맛있는 연계퀘스트(16)>

     

    선신연합의 비밀병기, 성녀들이 아카데미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아카데미를 강타했다.

    정보의 출처는 신앙의 힘으로 부족한 재능과 포인트를 대신하여 진급하려는 신앙메타에 탑승한 재학생들이었다.

     

    “사제급 주문도 이렇게 강력한데 성녀님들은 얼마나 강력할까?”

    “분명 3대3000은 가볍게 치시겠지.”

    “그게 무슨 미친 소리야? 성녀는 치유계여야지. 바라만 봐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신성력주머니를 지니고 계실 거라고.”

    “근육이 붙으면 신성력주머니도 커지긴 하지.”

    “미친 새끼인가 진짜?”

     

    근육파 성녀설과 자애파 성녀설 사이에서 재학생들의 치열한 설전이 오가는 가운데, 모브는 자쿠의 옆구리를 찌르며 물었다.

     

    “넌 어떨 것 같아?”

    “시답잖은 소리는 관둬라. 고된 훈련이 지쳐서 휴식이나 취할 겸, 성녀의 고유마나를 훔쳐서 컨디션을 회복하자는 모처럼 기특한 발상이 아니었다면 이딴 시답잖은 자리에는 나오지도 않았다.”

     

    오크노디의 사악한 지혜에 알게 모르게 전염된 모브의 발칙한 제안은 자쿠에게도 썩 구미가 당기는 제안으로 들렸다.

    물론 그 제안에는 근육파 성녀설과 자애파 성녀설에 침을 튀겨가며 언성을 높이는 멍청이들의 존재는 고려되지 않았다.

     

    “자애파 성녀면 좋겠다.”

    “왜. 근육파 성녀한테 마나를 훔쳐다가 기력회복에 쓰려는 시도가 걸리면 아프게 얻어터질까 봐 걱정이라도 드냐?”

    “교단의 사제들이 가난한 양민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적선하듯이 가난한 재학생들에게 자애로운 성녀들이 포인트를 적선할지도 모르잖아.”

    “…그건 좀 땡기는데.”

    “그렇지?”

     

    어느덧 자애파 성녀설에 합류한 모브와 자쿠가 불경한 근육파 성녀설 지지자들의 멱살을 잡고 몸싸움을 벌이는 도중이었다.

    성녀들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플랜카드를 들고 있던 재학생 몇 명이 환호를 터뜨렸다.

    성녀가 등장한 줄 알고 싸움을 멈추며 집중했던 재학생들은 심히 당황했다.

     

    “근육파가 아닌데?”

    “자애파도 아닌데?”

     

    성녀들의 분위기는 전장에 나온 군인에 가까웠다.

     

    “수녀님이 왜 대물저격총을 메고 계시지?”

    “근력 뭐야… 개쩔어…”

    “허리춤에 검을 세 개나 찬 분도 있어.”

    “진지하게 한칼에 발릴 자신 있어.”

    “주변에 뭐가 막 휙휙 돌고 있는 저분은 뭐야?”

    “성서 페이지 같은데?”

     

    저격총을 짊어진 무뚝뚝한 성녀와 세 자루의 검을 패용한 사납게 보이는 성녀, 성서 페이지를 행성 주위를 맴도는 위성처럼 거닐고 다니는 안대를 찬 맹인성녀까지, 실로 기괴한 성녀 3인조의 행차!

    하나같이 이색적인 수녀복 3인조의 등장에 재학생들은 플랜카드를 접고 좌우로 길을 열었다.

     

    “저건 무슨 파라고 해야 하지?”

    “멍청한 소리 좀 그만하고 3학년들의 대화나 염탐해라. 아카데미에 오래 있던 사람들이면 분명 뭐라도 하나 더 알겠지.”

    “저 사람들이 우리랑 다를 게 뭔데?”

    “신앙메타에 오래 탑승한 녀석들이면 교단의 고위관계자의 얼굴을 보거나 소식을 들을 기회가 한 번이라도 더 있었을 것 아니냐.”

    “오.”

     

    아카데미의 상식인다운 상식적인 지적에 모브도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때마침 근처에 있던 3학년들이 성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보는 분들인데, 누구지?”

    “멍청아. 3학년이 되도록 그것도 하나 못 깨달았어? 아카데미에서 처음 보는 고수는 일단 4학년이라고 찍으면 손해는 안 본다고.”

    “오. 설득력 미쳤네”

     

    그렇구나.

    성녀가 아닐 가능성은 간과했군!

    모브와 자쿠처럼 선배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수긍한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들이신가보다.”

    “상식적으로 어그로 끌기는 못 참지.”

    “나 같아도 후배들이 레드카펫 깔고 성녀들 기다린다? 바로 코스프레 갈기고 대놓고 걸어간다.”

     

    아카데미의 악질스러운 문화에 잘못 적응한 2학년과 3학년 재학생들의 결론이었다.

    쌉고인물 느낌이 물씬 풍기는 기괴한 병기를 지닌 수녀복 차림의 3인조는 아카데미를 방문한 성녀보다는 복귀한 4학년에 더 가까운 인상이었다.

    그렇게 아카데미 재학생들이 열어준 길을 따라 성녀들은 유유히 지나갔다.

     

    “성녀님들은 언제 올까?”

    “몰라.”

    “빨리 보고 싶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재학생들.

    그 사이에서 모브가 안타까운 푸념을 내뱉었다.

     

     

    * * *

     

     

    성녀들은 어깨가 무거웠다.

    그녀들이 아카데미로 향하기까지 각 교단에서 지불한 비용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소속 : 흐름의 신 아쿠아리우스>

    <수류유무교단의 성녀>

    <지원군 경매 : 영구동토가 녹아내리고 북극곰이 서식지를 잃어버릴 정도의 열권의 흐름을 끌어올 대규모 사제단 파견 및 대형의식 진행>

     

    <소속 : 평화의 신 트란퀼로>

    <화평무질교단의 성녀>

    <지원군 경매 : 인간종을 상대로 평화와 예절, 존중을 마왕군이 깨우칠 수 있도록 대량 학살을 벌일 평화의 거신병들로 이루어진 <예절교육군단> 출격>

     

    <소속 : 위대함의 신 그랜디오스>

    <장대탐기교단의 성녀>

    <지원군 경매 : 마왕군 군단장들의 위대해지고픈 욕망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키도록 유도할 <계시마법>에 능통한 사악한 계시자들의 파견>

     

    지원군 경매에 의해 북부마왕군은 1500도가 넘는 열권의 열풍에 치이고, 예절교육단의 폭행에 시달리면서, 낮이고 밤이고 계속되는 계시마법의 은밀한 속삭임에 군단장들이 연이어 타락하며 반란이 끊이지 않을 처지에 놓였다.

    그들의 미래는 고달프고 안타까우나 성녀들의 심적부담감도 그에 못지 않았다.

     

    “오래도록 비축한 교단의 힘을 사용하니, 이번 전선에서 충분한 활약과 신자들의 수급을 거두지 못한다면 향후 수십 년간 교단은 위기에 처할 것이다.”

    “너희는 우리의 공덕을 훔쳐 자신들의 이름만 높이려 드는 성녀연합회의 출범을 허락해서는 결코 아니 되니라.”

     

    막대한 희생을 대가로 세 교단은 다른 교단들보다 앞서 아카데미에 인력을 파견할 기회를 얻었다.

    이 기회를 결코 헛되이 만들어서는 안 된다.

    선신연합의 희생을 뒤늦게 출범한 성녀연합회가 꿀꺽 삼켰다가는 많은 교인이 홧병에 쓰러진다.

     

    “그들이 어떤 조건으로 출범식에 동의했는지 알아내라. 만일 그 조건이 개꿀이라면 다른 성녀들에게는 비밀리에 우리 교단만 한입 먹을 수 있는지도 알아보아야 한다.”

    “…”

     

    정치에 능한 교황들은 그 와중에도 홀로 이득을 취할 수단까지 고려하여 성녀들을 파견했으나, 정작 성녀들은 타협을 머릿속에 그려두지 않았다.

    재단에서 <아가씨>라는 비밀병기를 육성한다면 교단에서는 <성녀>라는 비밀병기를 육성했다.

    애초에 육성되기를 학살과 파괴를 업으로 삼은 이들이 물러터진 계획을 순순히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두 분께서는 어찌하겠습니까? 저는 황제폐하를 통해 성녀연합회 출범소식을 알린 불경한 자, 다크프린세스를 먼저 찾아갈 심산입니다만.”

    “성녀연합회 출범식 일정을 황제에게 잡아달라 청탁을 넣은 이가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라는 정보는 우리 교단에서도 입수했어.”

    “만인의 의지가 일치했으니 망설이지 말고 서둘러 향하여라. 개벽 8장 15.”

     

    삼인의 성녀는 다크프린세스가 있는 장소를 수소문하였다.

     

    “그쪽의 학생분. 잠시 말씀을 여쭙겠습니다.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할지 아십니까?”

    “저승이지.”

    “?”

    “내가 모은 피를 도둑질하고 벨벳에게 구속까지 당하게 만든 빌어먹을 년, 올해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어…”

     

    오랜 석방 기간 끝에 풀려난 테트라포스의 발언에 성녀들이 화색을 띠었다.

     

    “다크프린세스의 여론이 좋지 않나 봅니다.”

    “지지자들이 적다면 성녀연합회의 출범을 지지하는 별도의 학생들도 적겠군.”

    “덕 없는 자에게 사람이 따르지 않으니, 홀로 선 외로운 악을 보아라. 개벽 9장 7.”

     

    성녀 3인조는 한층 신이 나서 수소문을 이어갔다.

     

    “그쪽의 교관분. 잠시 말씀을 여쭙겠습니다.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나도 그것이 알고 싶다.”

    “어째서죠?”

    “통신실에 배속된 교관이 연달아 사표를 쓰고 어느덧 사표를 쓸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내게까지 자리가 넘어오더군. 대체 앞으로 통신실에서 나는 무슨 끔찍한 일을 당하는 거지…?”

     

    히틀러 교관의 겁에 질린 중얼거림에 삼인의 성녀가 눈을 빛냈다.

     

    “저희가 함께 해드리겠습니다.”

    “검으로 베지 못할 악은 없어.”

    “의로운 자가 도움을 요청함에 침묵하며 지나치는 비겁한 자는 성자가 되지 못하리라. 단죄 5장 5.”

     

    히틀러 교관은 성녀들의 자비에 감사하며 함께 통신실로 향했다.

    성녀 3인방에게는 오크노디에 대한 정보를 잔뜩 모을 좋은 기회로 보였으나, 막상 통신실에 향한 히틀러 교관은 정보를 캘 여유도 없이 더럽게 바빴다.

     

    -막시무스. 성녀님들이 아카데미에 가서 무얼 하려는지 알아내거라. 4학년 진학도 못 하고 휴학이나 하는 네게 가문이 지원을 해온 이유는 이럴 때 정보를 캐내기 위함이다.

    “아니, 아버지. 제게 차기검성의 길을 기대하셨기에 지원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정보를 알아내는 대로 다시 연락해라.

     

    -롯토. 다크프린세스가 성녀연합회를 꾸린 의도가 무엇인지 의중을 파헤쳐라.

    “저 요즘 오크노디 얼굴도 못 보는데요…?”

    -쓸모없는 것. 이럴 때 쓰라고 가문의 비장의 요리가 있는 것이 아니냐. 밥으로 꼬셔라.

    “저, 그게… 작년에 근력경험점을 3 올려주는 수련법이랑 이미 가문의 비전요리를 바꿔 먹어서…”

    -나가 죽거라.

    “어머니?!”

     

    통신마도구를 들고 당혹스러운 얼굴을 감추지 못하는 재학생들.

    성녀연합회 출범에 대해 의문이 넘쳐나는 세계각국의 귀족들과 거대조직들이 아카데미에 있는 자녀들과 부하들에게 취조를 하다시피 달달 볶아대기 바빴으니, 통신내용을 감청하고 기록하는 통신교관의 업무피로도 또한 극에 달했다.

     

    “이러다가 과로로 쓰러지겠습니다. 성녀님들, 부디 도움을 베풀어 주십시오.”

     

    가벼운 치유주문으로 피로회복이나 기대했던 히틀러에게 세 자루의 검을 소지한 검객성녀가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일어섰다.

     

    “내게 방법이 있어.”

    “오오. 피로회복의 주문인가.”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야.”

     

    검객성녀가 검을 뽑아들어 냅다 배전선을 베었다.

    불똥이 튀고 비명이 속출하는 가운데, 스파크가 이는 배전함을 향해 검객성녀의 검격이 한층 더 매섭게 쏟아졌다.

    초토화된 통신실에서 간신히 기어 나온 히틀러가 기침을 쿨럭쿨럭 뱉으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모든 근심걱정은 문제의 근원을 베어버리면 사라져. 이것이 평화의 신 트란퀼로의 가르침. 이 편리함을 똑똑히 그 몸에 새기도록 해.”

    “…”

    “통신실이 없으니 통신교관의 업무도 사라졌지? 그럼 일이 사라졌으니 다시 물을게.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는 어디에 있고, 어떻게 만날 수 있지?”

     

    세상은 넓고 미친년은 많구나.

    히틀러 교관은 망연자실한 채로 앉아있다가 떠올렸다.

    자신에게 횡액을 겪게 만든 괘씸한 성녀들.

    이들에게 복수할 방법을.

    이들은 오크노디를 만날 장소를 원하고 있지, 그것이 안전한 방법이냐고 묻지는 않았다.

     

    “오크노디가 반드시 수강하는 강의가 있지. 그 강의실을 찾아가면 된다.”

    “그 강의는 누가 가르치고 있지?”

    “조나 와이히엠하이.”

     

    오크노디의 집사 겸 아카데미 교수와 성녀들을 조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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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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