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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2

    도착한 공항의 로비.

    루크의 모습을 본 아이들은 곧바로 기쁜듯이 달려들었다.

    “언니! 루크언니! 반가워!”

    “와, 정말로 작아졌어! 정령소녀는 그런 것도 할 수 있는거야?”

    작아진 몸이 아이들에게 더욱 친근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까, 아이들은 평소보다 더 엉겨붙어왔다. 

    하지만 루크는 그런 아이들의 반응을 노련하게 받아넘기며 맞이해주었다.

    “하하, 그래, 그래. 다들 그동안 잘 지냈느냐?”

    아무래도 매우 기운차보이는 것이, 며칠간 미르나의 집에서도 잘 지냈던 모양이다.

    그런 루크의 모습을 예르나는 살짝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뭐, 전화로 이미 너무 놀라지 말라는 이야기를 전해듣기는 했지만…….”

    처음 루크가 작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대체 무슨 소린가 했다.

    그런데 정말로 저렇게 작아졌을 줄이야.

    시에나에게 듣기로는 무슨 마법실험? 같은 걸 하다가 실수로 저렇게 됐다던데, 마침 여권사진 갱신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냥 이대로 출국심사를 받았다는 모양이다.

    “아니, 쟤는 또 대체 우리가 없는 사이 무슨 짓을 했길래 어려져? 하여튼, 참 신기한 녀석이라니까…….”

    예르나는 다이튼의 질린듯한 한숨을 들으며 웃었다.

    “음, 그래도 저 모습을 보면 소르비는 되게 좋아하겠네.”

    루크가 성장한 모습을 보고 주저앉기까지 했던 소르비가 이 소식을 알았다면, 아마 곧바로 카메라를 들고 비행기표를 알아보려고 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시에나는 괜찮았으려나.

    맡고 있던 루크가 갑자기 저렇게 변했다면 엄청 놀랐을 것 같은데.

    실제로, 시에나는 별로 동요하지 않고 무덤덤한 자신의 반응이 더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빠른 성장이야 현실적으로도 흔히 있는 일이지만, 역성장은 일반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이 아닌가?

    지나간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뭐, 그동안 루크를 돌봐온 입장에서 보면 또 있을 법 한 일이다.

    루크는 평범하고 일반적인 존재가 아니니까.

    누군가 마법실험으로 인위적으로 조작해 만들어낸 키메라.

    그런 루크의 신체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 하루이틀도 아니다.

    애초에, 예르나는 루크가 숲에서 지낼 무렵, 현재는 멸종해 기록속에나 존재하는 드래곤처럼 변해버린 일도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그녀는 루크가 칼로 그은 자신의 손목을 순식간에 재생하는 모습도 봤고, 그 힘으로 다 죽어가던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는 것도 봤다.

    갑자기 성장하는 것도 봤고, 거기서 다시 어려지는 모습도 이미 보았다.

    아 참, 그리고 루크는 예전에 입에서 불도 뿜었었다.

    마법도 없이 입에서 불을 뿜는 건 어디 평범한 생물인가?

    그냥, 루크는 일반적인 상식이 통용되는 아이가 아닌 것이다.

    그 날 이후로 예르나는 루크의 몸에 무슨 일이 생기든 별로 신경을 쓰지 않기로 마음먹기도 했다.

    그런 과거가 있으니, 그만큼 이상하고 별난게 정상이지.

    게다가 말도 안 통하는 괴물이 되는 것 보다야, 조금 더 귀여워지는 정도가 훨씬 사정이 낫지 않은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짝!

    예르나는 루크에게 다가가 자신에게 아이들의 신경을 돌리기 위해 짧게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베리튼에 온 걸 환영해, 루크야. 먼 길 오느라 고생했을텐데, 조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길이 조금 막혀서.”

    “아니에요, 저도 얼마 안 기다렸어요.”

    예르나의 말에 루크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부드럽고 여유로운 목소리였다.

    거 봐, 어차피 모습이 달라진다고 루크가 달라지는 건 아니라니까.

    “…….”

    그러니까, 시에나의 걱정도 그저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분명 아무 일도 없겠지.

    그 때, 루크는 예르나의 갑작스런 침묵이 의문스러워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예르나?”

    “…아.”

    그제서야 자신이 또 과도한 걱정에 혼자 갇혀있었다는 걸 깨달은 예르나는 문득 깨달았다는 듯이 루크에게 물었다.

    “어머, 내정신좀 봐. 그러고보니 소리드씨는 아직 공항에 계시니? 감사인사를 전해야하는데.”

    그렇게 말하며 예르나는 준비해온 쇼핑백을 꺼내보였다.

    늘 루크를 도와주는 감사의 표시로, 약소하게나마 준비해본 과일바구니였다.

    엘프들중에 맛있는 과일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데, 막상 주변에는 선물을 전해줄 소리드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그러자 루크가 대답했다.

    “네, 일이 바쁘시다고 먼저 가셨어요.”

    “아, 역시 그랬구나…….”

    아무래도 자신들이 늦는 바람에 얼굴도 뵙지 못하고 가버린 모양이었다.

    하긴, 소리드씨는 항상 바쁜 분이시니까…….

    “이러면 너무 죄송스러워지는 걸. 우리가 조금 더 서둘렀어야 하는건데 말이야.”

    차가 막혀서 기다리게 하는 바람에, 얼굴도 보지 못하고 헤어진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자 루크는 너무 그렇게 신경쓸 것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을거에요. 어차피 그는 이런 걸로 뭔가를 바라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 또한 심장에 서클이 새겨진 마법사라면, 굳이 과일바구니나 감사인사따위가 없어도 어련히 그녀가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을 터다.

    그게 아니라면, 처음부터 자신에게 전용기의 좌석을 그리 흔쾌히 내주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런 루크의 설명에도, 예르나는 아쉽다는 듯이 과일바구니를 내려다봤다.

    “그래도 아쉽네, 모처럼 신경써서 준비한 선물인데.”

    그것은 의원이라는 소리드의 직업 특성상 일정 금액 이상의 선물은 청탁으로 비춰질 수도 있어서 특별히 가격대를 신경써서 아침부터 엄선한 신선한 과일들이었다.

    나무에서 분리된 과일의 특성상,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신선도는 떨어지게 되어 맛과 식감이 변한다.

    결국 오늘 전해주지 못하면 선물은 쓸모없게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과일 말고 다른 걸 준비할 걸 그랬나.

    하지만 먹는 건 부자나 가난한 자나 전부 똑같이 음식을 먹으니까 부담없이 고를 수 있지만, 그 외엔 대체 무슨 선물이 유용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는 걸.

    결국, 시간에 늦은 것이 잘못이라는 결론에 예르나는 한숨을 쉴 뿐이었다.

    “휴우…. 하는 수 없지, 이미 구매한 과일은 우리가 먹고 나중에 따로 감사를 표하는 수밖에.”

    그러자 선물용 과일을 고를 때부터 바구니에 눈독들이고 있던 파이는 마치 대승이라도 거둔 것처럼 기뻐하며 팔을 벌리고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와! 신난다-! 나, 그럼 지금 하나 먹을래!”

    어쩜, 먹는 것 하나로 저렇게 신날수 있을까.

    활기찬 파이리스의 모습에 예르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안된단다.”

    “왜에-!”

    “그야, 너는 항상 깨끗히 먹질 못하잖니. 이따가 루크언니의 환영파티가 시작되면 먹으렴.”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보는 건 좋지만, 파이의 게걸스러운 식사법을 생각해보면 지금 파이에게 끈적한 과즙이 많은 과일을 준다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다.

    “훙…….”

    그에 파이는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바구니를 흘겨볼 뿐이었다.

    —-

    그로부터 몇분 뒤, 파이는 몰래 바구니에서 과일을 꺼내먹다가 결국 예견된 사태를 내었다.

    성대하게 자신과 디아나의 얼굴에 끈적한 과육을 선물한 파이는, 분위기가 혼날 것 같자 곧바로 정령화해서 과일 몇개를 들고 도주해버렸다.

    그리고 디아나는 그런 파이를 원망하며, 예르나의 손에 이끌려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 상황에 다이튼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봤어? 저게 요즘 자기 능력에 눈을 떠버려서 진짜 피곤해.”

    파이가 원래 저렇게 천방지축으로 굴던 애는 아니었는데, 요즘들어 말도 잘 듣지 않고 부쩍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전에는 저렇게까지 능력을 남용하진 않아서 혼낼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턴 갑자기 저렇게 사라져버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저러면 어떻게 혼내보려고해도 저렇게 도망치면 잡을 방법도 마땅히 없고 환장할 노릇.

    그런 다이튼의 고충을 들은 루크는 면목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미안하군. 오늘부터 내가 확실히 교육시키겠네.”

    아무래도 파이리스는 사회의 규범을 중시하는 자신과 생활하던 때와는 달리, 디아나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길어진 탓에 떼쓰고 충동적인 어린아이스러운 면모를 많이 학습한 모양이었다.

    그런 파이의 모습에 루크는 깊은 책임감을 느꼈다.

    정령도 일종의 기억생명체.

    보고 배우고 동화되는 능력이 좋으니까, 자신이 신경써주지 않으면 저렇게 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걸지도 모른다.

    최근엔 어린아이들과 너무 깊이 동화되어서인지 자신이 정령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것 같아 신경쓰지 않았는데, 어떤 계기로 갑자기 자신의 능력을 영악하게 활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자신이 제대로 휘어잡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루크가 속으로 다짐을 하고 있을 때, 다이튼이 물었다.

    “그런데 너도 보니까 좀 튀었던 것 같던데, 넌 화장실 안 따라가? 내가 있는데 굳이 너까지 남아서 짐

    을 지킬 필요는 없잖아.”

    루크는 사용한 손수건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대답했다.

    “괜찮네, 나는 이 손수건 정도로도 충분해서.”

    애초에 자신이 원래의 컨디션이었으면 손수건조차 필요 없었을 것이다.

    24시간 빈 틈 없이 몸을 두르는 마나방벽에, 과일의 즙따위로는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었을 테니까.

    게다가, 스타킹에 새겨넣은 보행보조술식이 아니면 멀쩡한 척 하는 것도 쉽지 않은 덜 완성된 신체로는 화장실까지 걸음을 옮기는 것도 조금 지치는 상황.

    당분간은, 활동을 줄이고 서클을 쌓아올리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베리튼은 세계수의 영향으로 늘 마나가 풍부한 편이니…….’

    도시 중앙의 거대한 세계수로 사시사철 온화한 계절과 풍부한 마나가 특징인 베리튼이라면, 꽤나 빠르게 서클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소모된 서클을 복구하고나면, 조금 더 안정적으로 배양된 신체에 몸을 옮길 수 있을 터.

    조금만 버티면 된다.

    그동안, 별 일이 없다면.

    그때, 다이튼이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루크를 불렀다.

    “그나저나, 그러면 시에나는 엄청 놀랐겠네. 네가 갑자기 그렇게 변해서.”

    “으음, 확실히…….”

    시에나는 다이튼과 예르나와는 달리, 루크의 갑작스런 신체변화에 큰 내성이 없었다.

    엄청나게 놀랐지.

    뭐, 그녀가 놀란 건 그저 자신이 어려진 걸 보았기 때문만은 아니긴 했지만.

    루크는 짧아진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한숨을 쉬었다.

    시에나에겐 확실히 미안할 일이 많았다.

    그런 일을 겪게 했으니.

    그러다 문득, 다이튼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말이야.”

    “응?”

    자신을 향해 돌아보는 루크를 향해, 다이튼은 마침 딱밤을 때리기 딱 좋게 보이는 이마를 향해 검지를 튕기며 말했다.

    -딱!

    “너 자꾸 그렇게 남들 걱정할 짓 할래?”

    “꺗!”

    어른스러운 따끔한 충고.

    다이튼은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기면 루크에게 꼭 하려고 생각해뒀던 혼내기대사를 읊으며 루크의 잘못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예르나도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네 그 소식 듣고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네가 마법을 좋아라하는 건 알겠지만, 뭐든 적당히가 있는 법이라고. 어떻게 그 새를 못참고 그런 짓을 벌이고 말야……응?”

    그런데, 루크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

    뭔가 말을 듣는 것 같지도 않고, 눈빛도 풀린 느낌….

    루크는 그러다 금방 휘청거리더니, 마침내 실 끊어진 인형처럼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털썩—!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평소라면 몇대 맞는 것 따위론 꿈쩍도 하지 않는 녀석인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다이튼은 식은땀이 정말 한치의 과장 없이 온 몸에서 폭포처럼 흐르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뭐, 뭐야. 그렇게 세게 때리지도 않았잖아. 지금 장난하는거지?”

    하지만 그게 장난따위가 아니란 걸, 다이튼은 루크의 이마에 희미하게 보이는 붉은 색의 액체를 보고서야 깨닫고 말았다.

    자신이 아는 평소의 루크라면, 다칠땐 다치더라도 피는 절대 흘리지 않았을 애니까.

    그리고 그 순간.

    -삐익, 삑-!

    이후, 위급상황을 감지하고 달려온 공항경비대가 다이튼을 거칠게 붙잡았다.

    “당신,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루크는 이마에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있고, 자신은 그 앞에 서 있었다.

    누가봐도 자신이 가해자인 상황.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는 경비대의 질문에 다이튼은 당황하여 거의 본능적으로 대답하고 말았다.

    “아니, 펴, 평소엔 이런 걸로 쓰러지는 애가 아닌데…….”

    그것이 엄청난 패착이었지만.

    “맙소사. ‘평소엔’이라고요? 평소엔 대체 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그, 그냥 딱밤이었어요! 장난처럼! 뭐 그렇게 엄청 세게 때린 것도 아니었다고요!”

    다이튼의 해명은 그들에게 전혀 닿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폭력사실을 시인하는 쪽에 더 가까웠다.

    “당신 몸을 보고 말하십시오. 정말 이 어린 아이한테도 그게 장난이었을거라고 봅니까?”

    “일단은 연행하겠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다이튼의 굵은 팔뚝에 수갑을 채우며 잡아끌기 시작했다.

    그에 다이튼은 굉장히 억울하다는 듯이 하소연할 뿐이었다.

    “아니, 정말 오해에요…!”

    정말 아무것도 아닌 딱밤이었는데!

    그리고 평소엔 내가 맞는 입장인데…!

    억울해!

    그렇게 이후 깨어난 루크가 다이튼을 변호해줘서 상황은 마무리되긴 했지만, 이미 다이튼에겐 씻을 수 없는 마음에 상처를 남긴 뒤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일상?적인 착각을 쓰려니까 이것도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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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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